2015년 11월 10일 화요일

어설픈 스피커 제작은 이제 그만..

지난 일년 동안 총 2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만들어 보았다. 나무로 인클로저를 짜고, 풀레인지 유닛을 하나씩 넣어서 마무리하면 만족할만한 소리가 날 것으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풀레인지 유닛으로는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 저가의 제품이었다. 사무실 책상 위에서 가까이 놓고 실내악 위주로 들을 때에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었으나, 이를 집에 들고 와서 거실에 놓고 앰프를 연결해 보니 영 만족스럽지 못하다. 스피커 동호회에서 "풀어진 저역"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소리일 것이다. 저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단함이 전혀 없고, 고역은 당연히 부족하다. 그 어느 작품도 5만원에 구입했던 T&V Vertrag보다 못했으면 못했지 나은 것이 전혀 없는 것이었다.

약 일년에 걸친 수업 기간 동안 배운 것은 아무리 저가품 스피커 시스템이라 해도(PC를 사면 그냥 주는 1만원 미만의 최저가품은 제외) 나름대로 최적화가 되어 나온다는 사실이다. 개인이 직접 제작하여 들어줄만 하다고 느낄 수준이 되려면 본인의 인건비는 빼고 30만원 이상은 투자할 각오를 해야 한다. 물론 이는 설계와 튜닝에 대한 기본 밑그림이 확보되었다는 가정 하에 그러하다. 간혹 <철가방 공방>처럼 수익성은 일단 젖혀두고 커뮤니티에 기여한다는 투철한 정신으로 제작하여 보급하는 실속형 초저가 기획품이 존재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90년대를 풍미하던 가정용 컴포넌트 오디오에 붙어있던 플로어형 스피커 시스템은 장터를 잘 뒤지면 몇만원 선에 구할 수 있다. 만약 몇만원을 투자하여 스피커 시스템을 만든다면, 이런 중고품과 가격과 음질 모든 면에서 도저히 경쟁이 되기 어렵다.

반면 앰프에 대해서도 저가형 완제품과 보드를 중심으로 여러 시도를 해 본 결과 대부분 만족스러웠다. 스피커 시스템은 객관적인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측정치 등)와 더불어 '예술'에 가까운 신비스러운 그 무엇인가가 아직 상당히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쉬운 접근을 불허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객관적인 수치 측면도 아직 한번도 만족시키지 못하였다. 수업기간과 수업료를 아직 충분히 지불하지는 않았으나 이 시점에서 어설프게 스피커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음 사진은 바로 어제의 사무실 책상 위 모습이다


오늘은 이렇게 변했다. 자작 2호기 스피커는 다시 Vertrag(passive)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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