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29일 일요일

안테나 공유기 달기

CATV용 공유기를 구입하여 옥외용 FM 안테나와 두 대의 튜너를 연결하였다. 주파수 범위는 FM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제품명은 동양텔레콤의 CA-D872. 신호를 둘로 분배하니까 감쇄가 있을 것이 당연하겠지만 실제 튜너를 틀어 보았을 때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


다음의 사진은 오늘의 공사를 통해서 남게 된 중계용 부속이다.


대전 중앙시장 안의 전자제품 판매상에서 3천원에 구입하였다.

옥외용 안테나, 분배기, 그리고 큰방과 거실에 각각 별도의 튜너. FM 방송 청취를 위해 꽤 사치를 부린 셈이다. 튜너가 각각 2만원이라는 것이 함정.

TDA2616 Stereo Amplifier

PCL86을 이용하여 싱글 앰프를 만들려고 구상을 하다가 그만 둔 일이 있다. 자작 본능을 충족시킬 작은 프로젝트가 필요하긴 한데...

마침 중고 튜너를 들였다가 잘못 건드려서 완전히 망가뜨린 것이 있다. 내다 버리기는 아직 좀 아깝고, 대신 튜너의 섀시만을 이용하여 뭔가 꾸며 넣으면 어떨까?

높이가 75 mm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큰 전원트랜스가 필요한 작품을 만들 수는 없다. 채널 당 10와트 정도의 앰프 키트를 찾아보았다. TDA2616 또는 TDA1521을 사용한 one chip 앰프가 있다.

2 x 20W 오디오 전원앰프(명칭이 좀 이상하다. 아마 power amplifier를 직역한 것 같다)

Velleman의 K4003과 동일한 것으로 생각된다. 제조사에서 배포하는 매뉴얼은 여기에 있다. 조립된 상태의 제품은 다음과 같이 생겼다.



IC 칩을 제외한 부품 구성이 매우 단순하다. 이를 제작하여 앰프를 만드는 외국 동영상이 있었다. 처음 납땜을 하는 초보자를 위한 앰프 키트 제작 코스를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작 동영상

방열판을 제외한 기판의 크기는 70 x 50 mm로서 매우 아담하다. 문제는 전원 트랜스를 구하는 것. 2 x 12 Vac/2 A가 필요한데(50W transformer recommended), 퍼니키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기준으로는 이를 충족하는 용량이 없다.

그러면 아세아전원 같은 곳에서 주문 제작을 해야 하나? 참 난감한 일이다. 50W(=50VA) 급으로 12-0-12 볼트를 출력하는 기성품 트랜스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주문제작을 할 일은 없었다. 1상 노출형 트랜스는 높이가 68 mm(1.65 kg), 트로이달 트랜스는 높이가 33 mm(0.7kg)이다. 일반 트랜스를 사용해도 튜너 섀시에 가까스로 수납은 되겠지만 트랜스와 커버 사이에 공간이 너무 없으니 냉각을 위해 구멍을 뚫여야 되겠다. 조금 전 아세아전원에 가격을 문의하여 다음과 같은 답변을 얻었다.

  • 1상 복권노출형 AT1OD50-122S: 14,000원
  • 트로이달 트랜스 ATRD50-122B: 20,500원(꽤 비싸다!)
검색을 좀 더 해 보니 가격이 저렴한 8천원짜리 12V x 2, 2A (30W) 전원 트랜스가 있기는 하다. 파는 곳은 평강전자.

오디오용 파워트랜스이니 약간 사치스럽지만 트로이달 트랜스를 쓰는 것도 좋겠다.

안전을 위해서 퓨즈를 달고 싶다. 2차측에서 정격 2A가 나오면, 퓨즈는 얼마짜리를 다는 것이 안전하지?

Velleman 매뉴얼에 의하면 볼륨은 22 KOhm LOG 형을 쓰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중고 국산 리시버 혹은 인티앰프 하나를 구하는 비용(4-6만원)보다는 더 많이 들 것이다^^

  1. 앰프 키트 23,100원
  2. 트로이달 트랜스 20,500원
  3. 가격 선택의 폭이 가장 넓은 것은 볼륨이다. 4각 케이스에 들어있는 일제 ALPS 2련 볼륨은 무려 2만원이 넘는다! 볼륨 놉은 또 어떻게 하나...
볼륨과 관련한 간단한 팁이 있다. 일반 B형 볼륨에 저항을 하나 달면 A형을 흉내낼 수 있다고 한다. 관련 자료는 여기에 있다. 그러면 비용 절감을 위해서 적절한 B형 볼륨을 두 개 사서 개조한 다음, 좌우 채널을 별도로 조정하면 될 것이다. 저가형 2련 볼륨은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고 하니...

2014년 6월 28일 토요일

튜너를 위한 간단한 안테나 설치

침실의 튜너는 발코니 난간에 설치한 FM 전용 안테나에 접속되어 있다. 이번에 새로 구입하여 거실에 설치한 두번째 튜너에도 간단한 안테나를 달아주기로 하였다. 실내라서 막선을 연결한 것으로는 내가 즐겨듣는 KBS 청주 FM(102.1 MHz)이 만족스럽게 수신되지 않는다.

동축케이블을 발코니까지 뺀 다음, 구리 단선을 심선에만 연결하여 늘어뜨리는 방법을 쓰기로 하였다. 갖고 있던 동축케이블이 있어서 다음 사진과 같은 커넥터를 연결하려고 시도하였다. 커넥터는 전용 압착기가 필요한 것, 맨손으로 끼워넣는 것 등 몇가지가 있다. 사업체를 차릴 것이 아니라면 전용 공구를 살 필요는 없겠지만, 동축케이블의 종류와 커넥터, 그리고 연결 방법 등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에서 알아두는 것이 좋다.


내가 갖고 있던 동축케이블은 얼마나 굵은지 커넥터가 제대로 들어가지를 않는다. 흔히 쓰이는 것이 3C나 5C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보다 훨씬 굵은 것 같다. 버니어 캘리퍼로 외경을 측정해보니 무려 8 mm나 된다(나중에 외피에 인쇄된 글씨를 확인해 보니 5C-HFBT라고 되어있다. 5C가 맞다는 것 아닌가?). 왼쪽 타입은 손으로 밀어넣고(다 들어가질 않아서 절연 테이프로 고정), 오른쪽 타입은 니퍼로 외부 링을 집어서 고정했는데 역시 다 들어가질 않았다.

튜너의 75옴 단자에 동축케이블만 연결하면 전혀 수신이 되지 않는다(당연). 최소한 심선에 진짜 안테나에 해당하는 구리선(약간 두꺼운 단선이 좋음)을 75 cm 정도 연결해야 한다.

동축케이블 한쪽을 튜너에 연결하였다. 튜너쪽 단자가 PAL female이라서 예전에 용산전자상가(avcorea)에서 구입해 놓은 어댑터를 사이에 넣었다. 아래에 지나가는 흰 선은 앰프로 사용하는 아이와 AWP-ZX7에 연결된 실내안테나이다. 아이와의 내장 튜너는 이제 스테레오 수신이 되지 않는다. 들고 나가서 고치기도 귀찮다. 아마 이번에 구입한 중고 튜너(인켈 TX-858)의 가격인 2만원보다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것이다. 이것이 내가 두번째의 튜너를 사게 만든 핑계이다. 직접 고치려다가 망가뜨린 튜너를 감안하면 사실상 세번째 튜너이지만.


(흑, 동축케이블이 커넥터에 다 들어가질 않아서 부실 공사가 되었다)

거실 벽에는 에어콘 배관용 구멍이 이미 있기에 벽을 뚫는 수고는 할 필요가 없었다. 발코니 조명등에 케이블을 걸친 다음(사진에는 보이지 않음)... 


다시 동축케이블 연장용 어댑터를 끼운 뒤 구리선을 중앙에 꾹 찔러넣었다.


수직으로 세우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고정을 하기가 불편하여 이렇게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말았다. 실내에서 막선을 연결한 것이 비하여 잡음이 많이 줄었다. 

FM 전용 안테나가 이미 설치되어 있으므로, 혹시 전자부품점에 나가게 되면 분배기를 하나 사서 두 개의 튜너로 신호를 나누어 보내도 될 것이다. 단, 신호의 감쇄가 예상되기는 한다.

오늘 작업에 사용한 동축케이블은 수 년 전에 직장동료(최*행 박사)에게 얻은 실내용 TV 증폭안테나에 달려있던 것이다. 당시에는 튜너를 수선하면 된다는 것을 모르고 긴 막선과 포터안테나 등 엉뚱한 짓을 하고 있었다.

[추가 작성] 이 임시 안테나는 하루만에 철거되었다. RF 공유기를 구입하여 옥외에 설치된 FM 안테나의 신호를 분배하여 연결해 버렸기 때문이다.

2014년 6월 27일 금요일

2만원짜리 튜너를 고칠 필요가 있을까?

본 블로그를 통해 이미 고백한 일이지만, 올 초부터 이어진 중고 오디오 구입 러시 속에 내 품으로 들어온 2만원짜리 롯데 튜너 LT-6000을 직접 고치려고 하다가 완전히 작동 불능 상태로 만들고 말았다. 나의 실력으로는 원인을 알 재간이 없다.

이리저리 웹 검색을 하다가 다음의 블로그를 발견한다.

[박태수님의 블로그] 내 마음대로 하는 이야기

망가진 고물 수준의 오디오를 직접 수리하시는 글들을 보고 다시 용기를 가져 보았다. (아직 초보 수준이지만) 오디오장이에게 납땜인두와 테스터를 다룰 줄 안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2만원짜리 튜너는 아직 중고장터에 널리고 널렸다. 이걸 되살린답시고 애쓰다가 어쩌면 3만원, 4만원이 들지도 모른다. 그래도 오기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아직 그 블로그의 주인장과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희망을 잃지 않고 도전해 보련다.

박태수님의 글을 읽다 보니 이런 포스팅이 있었다.

인켈 미니시스템

내가 어제 택배로 받은 세번째 중고 튜너 인켈 TX-858의 친구인 TX-858V 아닌가. 이런 물건 사지 말라는 충고의 글^^  하지만 옛날 라디오 수준의 소리면 뭐 어떠랴. 중고품을 사는 것은 그런 재미가 아니겠는가.

세번째 중고 튜너 인켈 TX-858


이러다가 저가 중고 튜너 수집이 새로운 취미가 될지도 모르겠다.

거실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네이버 중고나라를 통해 구입한 인켈 튜너 TX-858이다. 핌코 858이라는 "HiFi" 미니콤포넌트의 구성품이었던 튜너이다. TX-858V라는 후속(?)모델도 있는데, 차이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위 사진에서는 아이와 미니오디오가 인켈 튜너를 머리에 이고 있지만 현재는 옆으로 나란히 놓은 상태이다. 공간 제약 문제로 이보다 큰 표준 사이즈의 튜너를 거실에 놓기는 힘들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봐도 사용 설명서는 찾아지지 않는다.

전원코드를 연결하였다. 표시창에는 00:00이 깜빡깜빡... 전원선을 넣고 아무리 버튼들을 누르며 애를 써도 시간을 맞출 방법이 없다. 아마 앰프+리모콘 없이는 시계 설정이 안되는 모양이다.

또한 방송국을 기억시키는 방법을 모르겠다. MEMO라는 버튼을 누르면 표시창에 P(아마도 프리셋)가 뜨고 위아래 화살표를 눌러서 0~30까지의 숫자를 조정할 수가 있지만, 이를 현재 선국된 방송국에 할당하거나 또는 나중에 불러오는 방법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아마 리모콘 없이는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다시 전원을 올리면 가장 마지막에 선택한 방송국으로 맞추어져 있다. 이건 그나마 다행이다. 내가 망가뜨린 롯데 LT-6000은 전원을 내리기만 해도 메멘토처럼 모든 기억이 지워지는 상태였으니. 그러나 TX-858의 경우 전원선을 뺐다가 다시 끼운뒤 전원을 넣으면 87.5 MHz가 표시된다. 메모리 백업용 콘덴서의 용량이 매우 적거나(아마 충전지는 아닐 것이다), 혹은 항상 전원케이블을 꽂은 상태로 사용할 것을 기대하고 만든 제품으로 생각된다.

작동불능상태가 된 두번째 중고 튜너 롯데 LT-6000보다 전체적인 음량은 약간 작다는 느낌이다. 인켈 TX-5400과는 큰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케이스를 열어보니 정말 시원스럽게 텅텅 비었다!

중고 2-3만원대의 튜너라는 것이 다 고만고만한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물건들은 본체에 버튼만 몇 개가 있어서 리모콘이 없으면(세트로 되어있는 앰프에 수신부가 있으니 튜너 단품만 있어서는 어차피 소용이 없지만) 다루기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것은 선국/프리셋 모드를 전환할 수 있지만... 근래의 중저가 튜너에서는 대부분 사라진 LOCAL/DISTANCE, HI-BLEND, MUTING 등의 기능은 아예 바라지도 않는다.

튜너의 고급 기능에 대해서는 [튜너입문] 튜너의 기능 설명을 참고하도록 하자.

앞으로는 중고 튜너를 살 경우 숫자키가 없는 모델이라면 불편함을 각오해야 되겠다. 선국/프리셋 선택 기능이 있다면 다행이고.

[추가글] 다음과 같은 글이 있었다.

미니오디오의 튜너만 사서 쓰는 분들이 많은데, 튜너 하나만으로는 프리셋 선국이 안되거나 전원공급이 안되는 모델이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켈 TX-858은 본체에서 '프리셋 기억'은 되는데 '프리셋 이동'은 앰프와 리모컨이 있어야 가능하다.

출처: https://twitter.com/girllim/status/413570787115692033

아하! 그렇구나... 결국 위아래 버튼으로 방송국을 찾아가야 한다는 뜻이 된다.

2014년 6월 24일 화요일

바이오 데이터의 국내 등록 활성화를 위한 제언

이 글은 그동안 생각하던 바를 정리하여 2014년 6월 24일에 최초로 쓴 것이다. 앞으로 여러차례에 걸쳐서 수정될 것이다.

자료가 모이고 적절한 검색 시스템이 수반된다면 그 활용 가치가 한층 높아진다. 만약 유용한 분석 도구가 같이 존재한다면 금상첨화이다. 그러나 자료가 모여서 힘을 발휘하려면 일정 분량 이상으로 몸집이 커져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GenBank/DDBJ/EMBL은 정말 부러운 자원이 아닐 수 없다. GenBank에는 전 세계의 생명정보가 다 모인다. 바이오 분야의 연구자들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는 서비스이다. 미국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미국 기준으로 국외의 사용자에게 비용을 물리지는 않는다. 이런 정책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작년엔가 미국 연방정부의 shutdown 사태가 일어났을 때, NCBI 사이트가 잘 업데이트되지 않아서 약간의 불편을 겪었던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바이오 연구자들은 대부분 정부 연구비의 수혜를 받고 있다. 물론 이 돈은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다. 국가연구개발과제로 산출된 성과물은 국가적 자산이므로 이를 기탁(실물) 혹은 등록(정보)하여 공공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를 강제하는 제도 역시 마련되어 있다. 이것을 규정하는 현행 법률은 아마 두 개 이상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 성과물(정보)의 자발적인 등록은 매우 부진한 것이 현실이다. 서열 정보를 수록하는 논문을 출간하려면 공공 DB에 이를 등록하여 Accession Number를 받아야만 한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논문 출간을 위해 당연히 NCBI의 GenBank에 결과물을 등록한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법이 규정하는 연구성과물의 자발적인 등록은 사실상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제재조항이 없고, 또한 이를 전담하는 기관인 KOBIC에서 아직 편리한 등록 시스템을 서비스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등록을 위한 창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역으로 GenBank에서 한국인이 등록한 정보를 검색하여 현황을 정리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국의 국가연구개발비로 산출된 바이오 관련 정보물을 한데 모은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차피 GenBank에 가면 다 있는 것 아닌가?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다. 논문을 내기 위해 GenBank에 등록을 해야 하는데, 또다시 국내 특정 사이트에 등록을 하는 것은 너무나 성가시다고 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숫자에 강하다. 국가적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상황실이 생기고 피해 현황을 집계한다. 집계에 착오가 있거나, 통계치를 누가 물었을 때 재빨리 대답하지 못하면 무능한 일꾼으로 전락하기도 한다. 대관(對官)업무(상당히 어려운 용어로서 나도 최근에야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관계 부처(대개는 ‘甲’에 해당한다)에서 수치를 포함하는 현황 자료를 요청했을 때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얼마나 곤혹스런 일이 생기는지 아마도 잘 알 것이다. 더욱 중요한 본질은 다른 곳에 있는데, 영혼이 빠진 숫자에만 집착하는 일은 누구에게도 즐겁지 않은 일이다. 가령 whole-genome assembly와 뼈빠지는 finishing 작업을 통해 만들어진 어떤 생명체의 완성본 유전체 서열 하나와 4천만개의 NGS read로 이루어진 fastq file을 성과로서 합치면 40,000,0001건인가?

집계표 상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렇게 모인 정보가 얼마나 쓸모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데이터 저장소가 쓸모가 있는 곳이라 판단이 선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데이터를 등록하게 될 것이다. 요즘 일부 사업단에서는 자체 정보센터에 데이터를 등록해야만 성과로 인정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것도 나름대로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다만 모인 데이터가 생기있게 움직이고 활용될 수 있도록, 적절한 검색 및 활용 시스템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어차피 우리가 GenBank와 같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도 정부 연구비로 산출된 성과물을 국내에 모아서 서비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해야 연구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등록하고 유용하게 쓸모를 찾을지 궁리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첫 번째는 유전체 자료를 연구관리기관에서 일종의 성과물로서 의무등록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현되고 있지 않다. 예를 들어 과제 신청 시점에 이 연구과제가 등록 가능한 바이오 데이터를 생산하는지의 여부를 확인시키고, 과제 평가 시점에 등록 여부를 체크하는 것이다. 연구재단의 과제 성과 입력 페이지를 들여다보면 논문이나 특허, 언론 홍보 등은 중요한 성과로 입력하게 되어 있지만 GenBank Accession이나 GEO 또는 SRA Accession을 입력하는 양식은 아직 본 적이 없다.

두 번째 아이디어는 특정 목적으로 생산된 정보를 해당 커뮤니티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만 폐쇄적으로 공개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제아무리 GenBank에 등록을 했어도 공개 요청을 하지 않으면 인류 사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국내에서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된 사이트에 정보를 등록하게 한 뒤 여기에 종사하거나 관심이 있는 회원들에게만 공개하여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2년 정도를 유예기간으로 삼아서 이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오픈을 한다. 이와 동시에 사이트 운영자는 외부(예를 들어 GenBank)에 등록을 대행해 주고, 국내 오픈 동시에 국외에서도 오픈이 되게 하는 것이다.

세 번째 아이디어는 바이오 데이터 생산을 활발하게 하는 연구단과의 협조를 통해서 데이터를 일괄적으로 가져오는 것이다. 공개 정책은 연구단 혹은 사업단과 협의를 하면 되고, 검색 시스템이라든가 고급 분석 등의 기능을 유인책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현실적인 걸림돌이 되는 것이 바로 인체 유래 데이터이다.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인간 유전체 데이터는 생명윤리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같이 적용되는 대상인 모양이다. 우리나라의 법률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서 유전체 제공자가 연구용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를 했다 하더라도 제3자가 이를 가져가서 재가공 후 공개하는 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 공부가 부족한 관계로 일단 이 정도에서 마무리를 하겠다. 마지막으로 연구성과물과 과제정보의 연계가 매우 중요한 것이기는 하지만 자발적인 등록을 막는 족쇄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고자 한다. 최근 NCBI에 바이오프로젝트를 등록하러 가 보니 필수는 아니지만 입력해야 하는 항목이 점차 많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기에는 연구비(grant)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자, KOBIC에서 서열 정보를 등록하려면 관련 과제 정보를 같이 넣어야만 한다. 이 서열 정보를 생산하기 위해 어느 정부연구과제의 재료비 혹은 시험분석료를 사용했는가? 주판알을 두드리는 입장에서는 당연히 따지고 들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연구 현실을 조금만 들추어보자. 나에게 ‘갑’이라는 흥미로운 생명종(혹은 샘플)이 있는데 이것과 관련된 연구비는 아직 없다. 그래서 A라는 과제에서 재료비를 조금 할애해서 시퀀싱을 했다고 치자. 어차피 요즘의 NGS는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지 않는다. 당장은 분석할 인력이 없어서 데이터를 묵혀두고 있다가 1년쯤 뒤에 ‘갑’과 관련한 연구비 수주(B과제)에 성공하여 인력을 채용하고 데이터 분석을 실시했다고 치자. 그러면 ‘갑’에서 생산된 데이터(문제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하여 raw data와 분석을 마친 가공 데이터 두 종류가 있다고 가정하자)를 성과 등록 사이트에 입력하려면 과제 정보를 무엇이라고 하여야 하나? 논문을 쓸 때 과제 사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법칙대로만 따른다면 내가 ‘갑’ 샘플을 A 과제에서 시퀀싱한 것은 옳지 않다. 어쩌면 앞으로는 넓은 의미의 연구부정행위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어떻게 보면 선행연구결과를 요구하는 연구신청 프로세스에서는 완전히 금지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예비데이터 없이 연구비 신청이 가능한가? 지나치지 않은 범위에서 현재 수행중이 과제와 완벽하게 관계가 있지는 않더라도 조금은 미래를 위한 예비 데이터 생산을 하지 아니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시 말하자면 잠시 연구비를 가지고 딴 짓을 하는 것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연구를 앞으로도 영영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A 부처의 B 과제를 관리하는 사이트에서 바이오데이터 등록을 일종의 성과물로서 등록한다면 당연히 B 과제를 사사할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과제관리기관과는 관계없이 바이오데이터를 등록하는 서비스를 제3의 기관에서 만든 경우(예를 들어 KOBIC), 이 데이터가 어느 과제에서 생산되었는지를 필수적으로 입력하지는 않도록 조금의 여유를 주자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과제 관리 기관에서 연차 평가시 성과 입력을 하는 시스템에 바이오데이터를 반드시 넣도록 하는 장치가 자리를 잡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2014년 6월 22일 일요일

돋보기 안경과 지포 라이터


사진을 찍고 나서 생각해 보니 대단히 위험한 연출이었다! 불조심...

돋보기 안경과 지포 라이터. 전혀 상관이 없는 두 가지 물건이지만 나에게는 나이가 듦을 의미한다. 나도 이제 중년이고, 잔 글씨를 보는데 점차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평소에 안경을 쓰지 않았기에 처음으로 안경을 쓴다는 것, 게다가 노안으로 인한 돋보기를 쓰게 된다는 것에 저항감을 상당히 갖고 있었다. 그러나 불편함을 어쩌랴. 아내와 함께 시내에 나갔다가 안경점에 들러서 큰 고민 없이 가장 낮은 도수의 제품을 하나 골랐다. 도수가 정해진 기성품은 의외로 가격이 저렴하였다. 막상 써 보니 이렇게 편할 수가!

그런데 왜 갑자기 지포라이터 기름을 살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나는 담배를 피지 않으므로 당연히 제대로 된 라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여름에 집에서 모기향을 켜려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시내 뒷골목에 즐비한 노점에 진열된 라이터 기름을 보면서 내가 지포 라이터-아버지께서 남긴 유품-를 갖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냈다. 은행동 에스닷에 필요한 문구를 사러 들어간 김에 혹시 지포 라이터 기름이 있냐고 물어보았더니 놀랍게도 있다고 한다.

기름을 채우고 불을 붙여본다. 옛 추억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나의 아버지는 그렇게 자상하시지도 않았고 잔소리가 심하셨으며 몹시 작은 몸집에도 불구하고 늘 무섭게만 느껴지는 그런 분이었다. 말년에는 간경화-간암으로 고생을 하시면서 간성 혼수로 혼미한 상황에서 돌아가셨다. 10년이 넘게 병수발을 드느라 곁에서 고생을 하시던 어머니와 함께 새벽녂 병상에서 임종을 지키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는 무척 손재주가 많으신 분이셨다. 재봉틀을 돌려서 직접 옷을 고치시고, 솜씨있게 모르타르를 바르시고, 합판을 톱질하고 난로 연통을 펴서 멋지게 개집을 만드시고, 도배와 마룻바닥 바니쉬칠을 손수 하시고, 수십개의 화분을 가꾸면서 때가 되면 분갈이를 하시고... 문과 출신의 사무직 생활을 하시면서도 어떻게 이런 기능을 익히셨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건강 때문에 담배는 끊으셨지만 아마 이 라이터는 등산을 즐기시던 아버지에게 취사를 위해 매우 요긴한 도구였을 것이다.

새로 산 물건, 그리고 아버지께서 남겨주신 옛 물건을 통해 나도 이제 아버지와 같이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