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25일 토요일

쓸만한 국산 만년필은 없는 것일까

현재 만년필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사는 자바펜과 모나미 정도이다. 국산 만년필의 대명사였던 아피스는 거의 문을 닫은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라고 한다. 구글을 뒤져보면 부산의 공장까지 직접 찾아갔던 열성적인 사람들이 남긴 기록이 있다. 2018년도에 작성된 글을 보면 문이 당힌 공장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한다,

부산 아피스 공장 방문기(2014년)
아피스만년필 공장 견학 실패기(2018년)

모나미는 그 유명한 153 볼펜의 디자인을 계승한 153 네오 만년필을 최근 내놓았다. 컬러풀한 플라스틱 몸체를 보면 라미의 '사파리'를 경쟁상대로 겨냥하여 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매장에서 실물을 보기는 하였으나 중년의 남자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필기구라 여겨졌다. 사무실 책상 위 필통에 꽂아두고 손에 잡히는대로 가볍게 쓸 메모용으로 구입하는 것은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용도로는 이미 펠리칸의 트위스트가 자리를 잡은 상태이다.

모나미에서는 올리카라는 저가형 만년필도 만든다. 이것은 플래티넘의 프레피 만년필에 대적하기 위한 것일까? 일회용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모닝글로리의 캘리캘리펜/스마일캘리 등도 국산 만년필의 대열에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금속 본체를 사용한 본격적인 만년필을 만드는 국내 브랜드라면 자바펜뿐이다. 안타깝게도 닙은 수입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형 문구매장에 들었다가 자바펜의 최상위급 만년필인 로얄 플래티늄을 권장소비자가의 절반 가격인 35,000원에 세일을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황동 몸체를 백금으로 도금한 '고급' 제품이다.

출처: 자바펜 웹사이트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부담 없이 구입하여 써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제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진열장 위에 꺼내진 제품은 그러나 배럴의 도금상태가 좋지 않았다. 마치 길이 방향으로 길게 줄이 간 것처럼 도금이 제대로 되지 않은 흔적이 보였다. 진열품이라 그런가? 바로 곁에 쌓여있는 박스를 열어보았다.

너댓개 정도의 상자를 열어보았는데 놀랍게도 전부 배럴에 입혀진 은색이 균일하지 않았다. 쓰다보면 도금이 조금씩 벗겨지기야 하겠지만, 새 제품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구입을 포기하고 말았다. 예전에 자바펜의 저가 제품을 써 본 일이 있다. 몸체가 비교적 가늘어서 쥐기가 편하고 필기감도 좋은 편이었으나 래커 도장이 부풀면서 벗겨지는 일이 있었다. 그래도 국산품을 애용하겠다는 생각에 한번쯤은 자바펜의 고급 제품을 써 봐야겠다는 마음을 늘 품고 있었다.

요즘 주력으로 쓰는 만년필은 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핑크)이고, 필기하면서 분위기를 바꾸거나 강조할 부분이 있으면 파랑색 계열의 잉크를 채운 쉐퍼 VFM NT를 가끔 꺼내어 사용한다. 워터멘 Phileas는 장기 휴식 상태.

자작 SMPS에 사용할 고주파 트랜스포머를 감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1차쪽에 40 회 정도만을 감으면 되는 일이라서 아주 쉽게 생각했었는데 보빈이 매우 작고 에나멜선이 두꺼우니까 도대체 마음처럼 밀착이 되게 감기지를 않는 것이었다. 권선기를 쓰지 않고 완전 수작업으로 감으려미 몇 번을 감았는지 알기도 어렵다. 겨우 40 번 감으면서 몇 번 감았는지가 헷갈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다가 중간에 멈추고 에나멜선을 밀착하기를 반복하보면 그렇게 된다. 서너차례 감고 풀고를 반복하가다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의 아날로그 라이프는 이것으로 마감한다!

0.7 mm 에나멜선 감기. 다시 풀어버리고 말았다.


2018년 8월 24일 금요일

"교수님이세요?"

오늘은 국내 최고의 '생활문화기업'임을 자처하는 모 기업체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참석을 하였다. 친구로부터 이 행사에 관한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었지만 이미 사전 참가신청이 마감된 상태였다. 뒤늦은 참가 신청이 가능한지 게시판에 글을 남겼고, 현장 등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서 매우 고마운 마음으로 이틀째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른 출장길에 올랐다. 새벽 여섯 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각에 집을 나서야 했다.

철도와 시내버스를 통해 행사장 근처에 내리니 멋지게 지은 큰 규모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마침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쳐 가는 중이었지만 우려와 달리 세력도 많이 약해졌고 수도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지나고 있어서 비만 간간이 내릴뿐 매우 쾌적한 날씨였다. 상쾌한 마음으로 건물로 들어서니 분주하게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들, 제품 전시대, 이 기업 소유 브랜드의 매장(카페 및 헬스&뷰티 스토어) 등이 멋진 인테리어와 잘 어울러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등록 데스크를 향했다. 곳곳에 직원들이 배치되어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STAFF라고 적힌 명찰을 단 사람이 먼저 다가와서 나에게 물었다

"교수님이신가요?"

왜 그걸 묻는 것인가? 교수와 비(非)교수에 대한 대우가 다른가? 교수 자격으로 참가한 청중은 더 각별하게 모시라는 지시가 있었나? 내가 과연 교수인가? 굳이 따진다면 UST 겸임 교수이니 교수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이러한 점을 전혀 강조하지 않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몇 초간 생각하다가 '그건 아닌데요'라는 어색한 대답을 하고 말았다. 갑자기 내가 이등 시민으로 전락한 느낌을 받았다. 

언젠가 어떤 학술 행사 비슷한 것에 간 적이 있다. 식사가 제공되는 자리였는데, 진행자가 '교수님들은 앞쪽 테이블로 오시고, 학생·연구원은 뒷쪽으로 앉으세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그래, 난 연구원이지. 나는 뒷쪽 테이블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교수라는 직함이 갖는 사회적 지위는 엄청나다. 정부출연연구소에서 대학 교수로 옮기지 못한 연구'원'의 '신포도 이론'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능력과 기회가 된다면 다들 학교로 가고 싶어한다는 편견이 싫다. 난 권위와 위계 자체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고, 다음과 같은 표현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친구, 내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야(=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이야).
애들 다 어디갔어? 그런 건 애들 시키지 왜 직접 해?
출연연구소 안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리는데, 하물며 대학 안에서는 어떻겠는가? 지금은 많아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 대학 안에서는 전근대적인 요소가 많이 남아있다. 몇년 전이었던가, 어느 국립 대학교의 연구실을 잠시 방문했더니 학생을 시켜서 음료수를 내오는 모습이 너무나 불편하였던 기억이 있다. 한국 문화의 이런 특성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많이 내놓는 박노자 교수의 최근 한겨레신문 기고를 살펴보자.

[박노자의 한국, 안과 밖] '높으신 분' 없는 세상을 위하여!(2018년 8월 14일)

학부생은 약간의 소비자적인 입장에서 교수를 대하지만(비싼 등록금을 지불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교육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대학원생은 교수에게 영원한 '을'이다. 그리고 교수들은 사회적으로도 존경을 받으며 정치적 입김을 불어넣을 기회도 많다. 출연연 종사자들에게 왕처럼 군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교수들은 깍듯이 모시는 경우를 본 일이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해서 토론을 해 본 일이 있는데, 학교에서 교수로 있다가 공직에 오르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출연연 종사자들은 과학기술계의 공직에 오르기는커녕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요즘은 국민의 폭넓은 지지도 별로 받지 못해서 대덕넷에는 걸핏하면 출연연을 없애라는 댓글이 올라온다. 'PBS제도 이대로는, 과학기술 역량 추락 막을 수 없어'라는 대덕넷 기사에 달린 댓글 잔치를 보라. 이런 글을 볼 때마다 속이 상함은 물론이요, 가끔은 출연연 내부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자조적인 글을 올리는 것 같아서 더욱 안타깝다.

공부와 연구를 하는 집단은 교수와 학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연구원'이라는 이름으로 도매금으로 취급되는 집단에는 연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책임지며 주도하는 연구책임자(Principal Investigator, PI), 실무를 담당하는 연구자(학사·석사·박사 등 다양), 그리고 연수생 등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수가 그렇게 적은 것만도 아니다.

연구원이라고 뭉뜽그려서 부르는 집단 안에 전문성이나 직무에 따라 다양한 계층이 있고, 난 그 중에서 어느 수준 이상에 이르는 사람이니 구별해서 대우해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직책에 따르는 이름을 가지고서 사람을 이분법적으로 취급해서는 아니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행사는 매우 유익한 자리였고,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에서도 정말 열심히 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느끼게 되었다.

점식식사로 제공된 치킨가스. 제법 괜찮았다. 

2018년 8월 20일 월요일

SMPS를 이용한 진공관 히터 점화

메가헤르쯔 이상은 되어야 진정한 고주파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오디오 앰플리파이어를 다루는 사람에게는 가청 주파수 이상이면 고주파라고 이야기해도 수긍을 할 것이다. 고주파를 진공관의 히터에 연결하려는 시도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High-frequency filament supply(회로도를 아무리 보아도 어떻게 사인파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사인파를 만들었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직은 앰프에 SMPS를 실제로 연결하여 성공적으로 작동시킨 단계까지 오지는 않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 권선을 적당히 조절하여 실효값 6.3 V에 가까운 전압을 만들어 낸 것에 불과하다. SMPS의 장점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고주파 트랜스의 권선수를 조절하여 그때그때 필요한 전압을 얻을 수 있다는 점. 내가 사용한 회로의 주파수는 약 32 kHz이다.

주말을 기해서 IR2153과 MOSFET(IRF740)을 이용한 SMPS 실험에 겨우 성공을 한 상태이다. 고주파 트랜스의 2차에는 다음과 같은 반파 정류회로가 연결된 상태이다. 맨 끝에 +와 -를 가로질러 연결하고 있는 것은 5 와트 27 kOhm 시멘트 저항이다. 부끄럽지만  '발'로 그린 회로도이다. CircuitLab 사이트를 공부해서 멋진 회로도를 그려야 하는데... 이 회로는 높은 주파수로 작동하므로 일반 정류용 다이오드를 쓸 수 없다. UF4007과 같은 초고속 회복 다이오드를 써야만 한다.


오실로스코프를 이용하여 출력 전압을 측정해 보았다. C에 그라운드용 탐침을 연결하고 A와 B에 번갈아서 프로브를 대 보았다. 먼저 A지점을 측정한다. 전압이 급격히 오르고 내리는 위치에서 스파이크 비슷한 것이 보인다. 이것을 없애야 하나? 아니면 없앨 필요가 없는가?


다음은 정류회로를 거친 B 지점에서 측정한다.


지글거리는 스위칭 노이즈가 있지만 실용적으로 따지자면 귀에 들리는 주파수는 아닐 것이다. Square wave라서 정류 전후의 실효치에 큰 차이가 없다. 2차 권선은 18회 - 센터탭 - 18회를 감은 것이었다. 단순한 비례식으로 계산하니 세번 감으면 6.3 V 근처가 나올 것 같다. 다음은 실험 결과이다. 실효치 6.28 V가 나왔으니 일단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진공관을 몇 개 연결하면 전압에 변동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작동 중에 부하(히터)의 조건이 바뀌지는 않을테니 처음에 조건을 잘 잡으면 실용적으로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것을 진공관 히터에 연결하여 험(hum)이 정말 나지 않는지, 새로운 종류의 노이즈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실험을 해 볼 것이다. 만약 잘 작동한다면, 현재 사용하는 전원 트랜스의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이고(히터와 B 전원을 같이 제공해야 하므로), 그렇게 되면 전원트랜스에서 발생하는 떨림도 사라질지 모른다. 왜냐하면 히터를 연결하지 않으면 트랜스 떨림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21일 추가한 글

집에서 사용하는 6N1+6P1 싱글 엔디드 앰프에 사용하는 모든 진공관(3 개)의 히터에 SMPS에서 만든 ~32 kHz 고주파 전원을 연결한 뒤 음악을 들어 보았다. 평소와 다를바가 없이 소리가 잘 나고, 놀랍게도 험(hum)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만하면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2018년 8월 19일 일요일

IR2153 + IRF740을 이용한 SMPS 실험에 성공하다

어제 토요일을 맞아서 만능기판에 아주 간단한 회로를 꾸몄다. 다음 링크의 회로도를 참조하여 최초의 정류회로와 고주파 트랜스 사이에 들어가는 스위칭 회로를 만든 것이다.

Simple non-regulated supply 2x35V 350W for audio amplifier

실제로 만든 것은 다음 사진에서 빨강 점선 상자로 둘러친 부분에 불과하다. 그 아래에 보인 IR2153 점검용 보드는 이번 제작에서 일등공신 역할을 하였다.



제작에 대한 모든 정보와 이미 만들어진 회로 및 부품은 제이앨범의 어느 친절한 회원으로부터 무상으로 얻은 것이다. 원래 여기에는 컴팩트형광등에서 적출한 기판을 개조한 발진회로가 들어있었으나 내가 잘못 건드려서 망가뜨리고 말았다. 고전압을 잘못 다루어서 조그만 사고를 친 것이었는데 부끄러워서 그 사연을 다 기록할 수는 없다.

그래서 IR2153과 IRF740을 이용한 아주 간단한 회로를 만들어 보았는데 전혀 작동을 하지 않았다. 사전에 실체 배선도를 그리고 이에 맞추어서 공들여 납땜을 했는데 고주파 트랜스의 2차에서 전압이 잡히질 않는 것이었다. 도대체 문제가 무엇을까. 일단 방바닥에 어지럽게 널린 '가내수공업'의 흔적을 모두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제 만든 기판을 앞뒤로 뒤집어가면서 도대체 무슨 실수가 있었는지 확인해 보았다. 범인은 아주 쉽게 잡혔다. IR2153에 전원을 공급하는 39 kOhm 저항을 100 uF 캐피시터에 연결하는 것을 빼먹은 것이었다.

납땜을 수정한 다음 220 V에 연결하기에 앞서서 안전을 위해서 220 V:26V 트랜스를 통해서 전원을 연결하였다. 전원 전압을 낮추면 조금이라도 더 안전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고주파 트랜스에서는 전혀 전압이 검출되질 않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전원을 넣은 채로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IR2153을 소켓에 꽂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 상태가 정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점검용 보드에 IC를 꽂아놓고는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지를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MOSFET에서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 방열판을 임시로 고정하느라 사용한 핫멜트가 다 녹아내릴 지경이었다. IR2153이 없는 상태였으니 말하자면 MOSFET의 게이트가 오픈된 상태에서 직렬로 연결된 드레인-소스 사이에 직류 약 36 볼트가 걸려있었던 것이다. IRF740은 드레인-소스 사이에 걸린 최대 400 V까지의 전압을 제어할 수 있지만 이는 게이트에 제대로 전압을 걸어 준 상태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재빨리 전원을 끊고 MOSFET을 식힌 뒤 디지털 멀티미터로 점검을 해 보았다. 다행히 정상이었다. 만약 IR2153을 소켓에 끼우지 않은 상태에서 220 V를 그대로 걸었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IR2153을 꽂은 뒤 다시 입력측에 AC 26 V를 걸어 보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에서는 전압이 거의 잡히지 않았다. 이건 또 왜 이런가? 다시 곰곰이 그 원인을 생각해 보았다. AC 220 V를 전원으로 공급하는 경우 정류를 거치면 300 V에 가까운 직류가 발생한다. 이를 IR2153의 전원으로도 공급해 주어야 하므로 수십 kOhm의 저항(나의 경우는 39K 2W)을 거쳐서 1번 핀에 접속이 된다. 하지만 전원으로 AC 26 V를 걸어주면 39K 저항을 거쳐서는 IR2153에 충분한 전압을 공급하지 못한다. IR2153을 사용한 12 V / 230 V 인버터 회로의 사례를 보라(링크). 직류 12 V가 그대로 1번 핀에 들어간다. 그러니 AC 220 V를 걸어야 할 곳에 AC 26 V를 거는 것으로는 회로의 정상 작동 여부를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종 점검은 결국 220 V를 연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런 일이 없기를 기대하면 조심스럽게 220 V를 연결하였다. 반도체 칩이나 전해 캐패시터가 터져나가는 일에 익숙해져서 이제는 전원을 넣을 때 일부러 고개를 돌린다. 터져나간 칩 조각이나 전해액이 눈에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노안이 와서 공작을 할 때에는 안경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조심스레 전원을 넣었다. 220 V에 연결한 1 A 퓨즈가 돌입전류에 의해 순간적으로 빨갛게 되었다가 식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3 A 정도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 회로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다. 고주파 트랜스 2차에 디지털 멀티미터를 대 보았다. 생전 처음 보는 표시다!


-1. . .

이게 뭐지? 수십 kHz의 고주파라서 그런가? 그렇다면 2차측을 정류하여 나오는 전압을 측정해 보는 수밖에 없다. 고주파 트랜스 1차는 총 70회, 2차에는 18회 - 중간탭 - 18회가 감긴 상태이며, 전파정류회로가 2차에 연결된 상태이다.


정류회로를 거친 최종 출력단에는 DC 36.1 V가 검출되었다. 성공이다! 그동안의 좌절이 보람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다음의 숙제가 남았다.

  • 고주파 트랜스를 직접 감아서 원하는 DC 전압 만들기
  • 인턱터를 2용한 2차 출력 필터 만들기(PC용 파워 서플라이에서 원하는 부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고주파 교류를 직접 진공관 히터에 공급해 보기(교류 6.3 V 실효치에 해당하는 출력을 얻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2018년 8월 17일 금요일

MinION을 사용하기 위한 컴퓨터 준비

꼭 일 년 전에 MinION을 테스트한 일이 있다. 계획은 원대하였으나 lambda control DNA를 시퀀싱하여 de novo assembly를 하는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당시에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 Xeon CPU E5520(4 cores, 2.27 GHz)가 장착된 Supermicro X8SAX 보드 조립 서버에 우분투 14.04를 설치한 다음 MinKNOW와 Albacore(base caller)를 깔아서 사용했었다. 메모리는 겨우 16 GB. MinION 구동을 위한 컴퓨터의 최소 사양은 다음과 같다(MinION IT requirements version 1.0.0 링크).

  • Windows - 7, 8, 10
  • OSX - Sierra, High Sierra
  • Linux - Ubuntu 14.04 or 16.04
  • Memory: 16 GB RAM
  • CPU: i7 or Xeon with 4+ cores
  • Storage: 1 TB internal SSD
  • Ports: USB3

다시 MinION을 본격적으로 사용할 일이 생겨서 어제 오후부터 최신 MinKNOW(2.1 v18.05.5)를 설치하였다. 그런데 application list에서 MinKNOW가 보이질 않는다. 원래 프로그램 아이콘이 나타나야 한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우분투 버전을 14에서 16으로 바꾸어 보고(이미 둘 다 깔려 있어서 grub로 전환하여 부팅), 아예 DVD 매체를 이용해서 우분투의 각 버전을 새로 설치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고나서 MinKNOW를 다시 설치하기를 반복하였으나 여전히 프로그램 아이콘은 어디에도 없다. 참고로 이 글 역시 현재 작업을 진행 중인 우분투 서버에서 작성하고 있다.

좌절의 기분이 슬슬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일 년 사이에 내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프로그램이 고도화된 것일까? 성과 없이 뒤늦은 퇴근을 하고 다시 아침을 맞았다.

어쩌면 NanoPore community에 뭔가 힌트가 있을지도 모른다. 로그인하여 질문과 답을 뒤져보았다. 내가 겪은 것과 동일한 문제에 대한 질문과 답이 있었다.

Installing MinKNOW on linux - Can't find executable

질문이 언제 작성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답변은 7월 26일에 올라온 것으로 봐서 매우 최근에 불거진 문제로 보인다. 답변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 해결이 시급한 문제임에 틀림이 없다.
This is being worked on and will be addressed ASAP.
해결책으로는 /opt/ui/MinKNOW를 터미널 창에서 직접 실행하는 것이었다. 그  다음  문제는  instance manager라는 것이 연결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systemctl 명령으로 실행하라고 하였다.

sudo systemctl daemon-reload
sudo systemctl enable minknow
sudo systemctl start minknow

이것은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우분투 14.04에는 systemctl 명령이 없기 때문이다. 없으면 설치하면 된다.

sudo apt-get install systemd 

Configuration test cell을 장착한 MinION을 USB 3.0 포트에 끼우고 MinKNOW를 실행하였다.



얼마나 오랜만에 만나는 화면인가! Anaconda를 이용하여 python 3.6 환경을 만든 뒤 albacore도 설치를 완료하였다.

2018년 8월 14일 화요일

IR2153 칩 점검을 위한 간단한 회로

인버터는 직류로부터 교류를 얻어내는 회로이다. SMPS에 쓰이는 IR2153 "self-oscillating half-bridge driver" 칩을 이용하면 이것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다음은 12V 직류를 230V 50Hz의 방형파를 만드는 인버터 회로이다. 가정용 전기와 같은 사인파가 아니므로 파형에 민감한 기기는 연결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백열등이나 전열기라면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기기 내부에서 직류로 정류를 한다면 문제가 없지 않을까?

출처: http://danyk.cz/menic230_4_en.html

MOSFET는 디지털 멀티미터를 이용하여 점검하는 방법을 알아냈지만 IR2153 칩은 정상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SMPS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 아니면 MOSFET를 쓰지 않고 LED를 점등시키는 회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IR2153의 2-3번 핀 및 3-4번 핀에 연결되는 oscillator timing resistor(RT) 및 capacitor(CT)의 값을 바꾸면 작동 주파수를 바꿀 수 있다(값이 커지면 주파수가 낮아진다). 다음은 유튜브에서 찾은 IR2153 동작 점검 회로의 활용 사례이다.


회로도는 다음과 같다. Gate driver output(7번: HO, 5번: LO)에 330 Ohm 저항을 통해 직접 LED를 점등한다. 갖고 있는 부품만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다.

출처: https://drive.google.com/open?id=0B6D-TEuZKf4hLW81bEYzWlZWN28
RT 및 CT의 변화에 따른 작동 주파수 변동 특성은 다음의 그래프를 참고하라.

자료 출처: Infineon(링크)
갖고 있는 부품의 형편에 맞추어 실제 구현은 다음과 같이 하였다.

  • RT: 20 kOhm(B) 가변저항
  • CT: 10 uF 50 V 전해 캐패시터
  • LED 전류 제한용 저항은 1 kOhm 1/4 W
  • LED는 IC114에서 구입한 HSP10RW-ADJ(링크)
  • 전원은 DC 12 V 300 mA 어댑터 사용(무선전화기용 어댑터 재활용)
정말 오랜만에 만능기판에 납땜 작업을 하였다. 브레드보드는 취향에 잘 맞지 않는다. 가변저항은 갖고 있는 것이 2련뿐이라서 아깝지만 그것을 사용하였다. LED 역시 샤시용이라서 이렇게 쓰기는 좀 아깝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작동 동영상


그동안 망가뜨린 칩(2018년 8월 30일 업데이트)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은가? 이 글에서 소개한 IR2153 점검용 보드가 없었다면 SMPS 작동 이상의 원인을 찾기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2018년 8월 13일 월요일

SMPS 실험의 나아갈 방향

작은 브레드보드에 IR2153을 비롯한 몇 가지 되지 않는 부품을 끼워넣고 전원을 넣었다. 퓨즈에서 불이 번쩍. MOSFET은 무사할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디지털 멀티미터(소위 '테스터')를 이용한 점검법을 참고하여 IRF740을 체크하였다.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다시 회로를 점검하여 보았다. 배선 오류를 하나 발견하였다. IR2153의 6번 핀에서 두 개의 MOSFET으로 이어지는 배선을 빼먹은 것이다. 이 실수가 문제를 일으킨 것으로 생각한다.

핵심 반도체 부품이 없으니 더 이상 실험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IR2153과 IRF740은 어디에서 판매할까? IC114에 재고가 있어서 일단 몇 개를 주문하였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훨씬 싼 값에 판매하지만 여기에 주문을 하면 족히 2~3 주일은 걸릴 것이다.

SMPS 실험에서는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 300 볼트를 넘기는 전압을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백열전구를 이용하여 평활회로용 대용량 캐패시터를 방전시키는 기구를 만들도록 하자. 안전 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