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7일 토요일

Smart한 세상, dumb한 인간

늘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몸이 만들어내는 각종 수치를 측정하고 전송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돌아다니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스마트폰은 이제 더 이상 특별한 도구가 아니라 신체의 일부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마치 안경이나 속옷처럼 말이다.

'귀하는 오늘 간식으로 350 kcal를 초과 섭취하였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50분간 걸으십시오. 바깥 기온이 다소 높으므로 마실 물을 챙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제 열렸던 ICT Convergence Korea 2015에서 헬스케어 분야의 미래 서비스 산업 전망에 대한 한 기업체의 발표를 들으면서 느낀 일이다. 참으로 멋진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일상 생활을 늘 감지하면서 건강 관리에 관한 조언을 해 주는 서비스가 이루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아직 기술적으로 어려운 일이 남아 있기는 하다. 예를 들어 먹은 음식을 사진으로 찍는다 해도 정확한 칼로리를 알기가 어렵다. 음식의 분량, 양념, 조리상태 등을 이미지만으로 판정하기는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일들은 전부 웨어러블 혹은 스마트 기기에 맡겨놓으면 인간은 좀 더 편안한 생활을 누리고, 또한 더욱 창조적이고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될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 발표를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귀하는 현재 사회적 활동이 부족합니다. SNS에 접속하셔서 3개 이상의 글을 올리시고 부모님께 전화하여 3분 이상 통화하십시오. 지적 활동도 부족한 상태이니 앞으로 1주 동안 철학 분야의 책 2권을 읽으십시오(책 제목도 함께). 주말에는 지역 친목 모임에 나가서 신입회원 2명과 사귀시기 바랍니다. 이번 달 안에 동해안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를 권합니다.'

어떤가? 자기 생각이나 주관은 없이 그저 부모의 의지에 의해 학원을 뱅뱅 돌고 있는 우리의 자녀와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건강하고 바람직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최첨단 기기와 로직, 서비스가 늘 주변에서 우리를 코치한다고 생각해보라. 그리고 이를 위한 기준은 각종 빅데이터를 통해 자동적으로 수립되고 최적화된다고 생각해 보라. 인간적인 요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측정하지 못하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것이 인간 생활 모든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까? 가령 행복도라든가 우정, 사랑, 지역 사회에 참여하면서 누리는 만족감 등등. 혹시 최신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사회 현상을 계량적인 방법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이 글을 통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려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하고 산업을 일으키는 것은 좋은 일이나 우리가 직접 고민하고 자유의지에 따라서 처리해야 할 일을 너문 외부에 맡기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 그것이 사람(예를 들어 컨설턴트)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ICT 기술에 기반한 것일 수도 있다. 두번째, 개선이라는 미명하에 모든 것을 다 측정하고 수치화하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 어떻게 보면 개선은 하나의 핑계이고 한국이라는 경쟁이 극심한 사회에서는 단지 사람들을 줄세우기 위한 방안일 수도 있다. 건강과 같이 물리적이고 외형적이며 객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측정을 통한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심리적이고 무형적인 세계까지 이런 '서비스'가 치고 들어올까봐 걱정이 된다.

어제 있었던 에피소드를 하나 소개하겠다. 차를 수리하느라 서비스센터에서 좀 오래된 차를 빌려주었다. 당연히 헤드라이트가 자동으로 꺼지지 않는다. 이를 모르고 라이트가 켜진 채로 차를 세웠다가 배터리가 방전이 되어 애를 먹었다. 차를 내릴 때 '전조등이 켜져 있습니다' 혹은 '주차 브레이크를 채우지 않으셨습니다' 등의 음성 경고를 해 주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사소한 일에 신경을 쓰는 것이 귀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소한 일을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함으로써 '남는' 시간에 더 의미있는 일을 하게 될까?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 사소해 보이고 반복적이며 지루한 일을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고 스마트한 기계에 맡기는 순간, 우리는 점점 더 둔해지고 멍청해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2015년 3월 6일 금요일

DIY를 위한 9핀 진공관 소켓 어댑터

웹을 검색하여 이런 물건을 파는 곳을 알아냈다.

9Pin to 9Pin Vacuum tube adapter socket converter



이 물건이라면 앰프 내의 회로에 손을 대지 않고도 히터 배선 변경 등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것이 문제다. 이런 물건이 있다는 것만을 기억해 두자.

좀 더 큰 규격의 진공관에 대해서는 아예 베이스만을 따로 팔기도 하지만 MT관은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2015년 3월 5일 목요일

소련제 진공관을 찾으면서

이제는 해체된 '소련'의 옛 군수품이 전세계를 상대로 팔리고 있다. 그 중에서 하나가 오디오용으로 사용처를 찾은 진공관이다. http://www.rutubes.com/처럼 진공관만을 파는 러시아 회사의 웹사이트도 쉽게 찾을 수 있고, 아예 http://soviet-power.com은 아예 Russian Military Surplus Store라는 명칭을 내걸고 옛 군복이나 장비와 더불어 진공관을 독립 카테고리로 판매하는 곳도 있다. http://ussr-tubes.com/도 눈에 뜨이는 곳이다.

이것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물론, 군사문화 자체와는 거리가 멀다. 옛것을 아끼고 활용하려는 알뜰한 마음일 뿐이다.

수십년 전에 만든 재고가 영원히 남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언제쯤이면 이것들이 다 소진될까? 그 전에 내 진공관 앰프의 교체용으로 좀 더 구입해 두어야 하지 않을까? 가격이 2달러도 채 하지 않으니 3호기, 4호기를 만들지 않는 이상 10개 정도 사다 놓으면 꽤 오랫동안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전에 귀의 수준이 높아져서 더 좋은 관을 쓰는 앰프로 방향을 바꿀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서 자장면을 이제 처음 먹어보고는 다른 중국음식은 아직 한번도 맛보지 않은 상태에서 평생 자장면만 먹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오디오의 세계는 너무나 큰 폭의 스펙트럼을 품고 있다. 해외 직구를 통해 단돈 4달러에 불과한 칩앰프 모듈을 구입할 수도 있고, 성능과 가격이 비싼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정말 한계가 없다. 이러한 큰 세계를 놔두고는 당장 싸게 구할 수 있는 MT관으로 만들어진 소출력 싱글 앰프로만 평생의 오디오 경험을 한정지으려는 것은 측은한 일일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일이다. 내가 취미로 일렉트릭 기타를 치고 있지만(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최근 몇년간은 기타에 쌓인 먼지만 털고 있지만), 죽기 전에 꼭 정품 펜더나 깁슨을 갖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국산 모델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다. 오디오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내가 관심을 둔 모든 분야, 특히 취미 활동에 대해서 꼭 최고급 수준까지 오르기 위해 발버둥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결국 대부분의 오디오쟁이들은 여러 장비를 배회하다가 특정 삼극관의 싱글 앰프와 빈티지 풀레인지 스피커로 간다는 말도 있다. 그 특정 삼극관은 일본 오디오파일들이 선호하는 것인데 우리가 너무 이것에 동조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일반적인 경향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것이다.

결론은 이렇다. 그래, 나는 자장면만 먹고 살테다.




2015년 3월 4일 수요일

12DT8 대신 6N2P를 쓰기 위한 히터 전압 변경 아이디어[4] - 실험 완료

앰프 내부에 스위치를 단다, 실험용 소켓을 단다... 핵심 아이디어는 전원트랜스에서 공급되는 12.6 V에 두 개의 진공관 히터를 직렬로 연결하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앰프에는 일절 손을 대지 않는 간단하고도 게으른 방법이었다.




한쪽 6N2P는 4번 핀을, 다른쪽은 5번 핀을 구부려서 서로 연결한 다음 그대로 소켓에 장착한다. 처음에는 납땜을 하려 했으나 핀에 납이 잘 붙지 않아서 구리 단선을 둘둘 감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진공관 핀은 생각보다 매우 유연한 재질이라서 잘 구부러진다. 섀시와 사용하지 않는 소켓 구멍에 접촉이 일어나지 않도록 절연테이프를 작게 잘라서 붙였다. 핀 하나를 구부려 놓았기에 진공관을 소켓에 끝까지 밀어넣지 못한다.

소리를 들어보았다. 약간 강하고 거친 듯한 소리. 험도 조금은 더 크게 들린다. 히터 전압을 반분하여 쓰게 되므로 초단관 하나의 히터는 접지를 하지 못한 상태이다. 그것 때문인지, 혹은 사진처럼 부실하게 접속을 해서인지를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적당한 거리에서 음악감상을 하기에는 별 문제가 없다. 에이징을 거치면 좀 더 순화된 소리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

방금 앰프에서 뽑아낸 12DT8과 새로 자리를 잡은 6N2P를 같이 세워놓고 한 컷. 12DT8 표면에 NEC라는 마킹이 선명하다.


2015년 3월 3일 화요일

아르테미스의 RefSeq 레코드(GenBank 포맷) 읽기 실수

다음의 스크린샷을 보라. 실험실에서 늘 가지고 노는 대장균 K-12 MG1655의 RefSeq record를 GenBank 포맷으로 받아서 artemis로 열었다.



CDS feature 안에는 stop codon('|'으로 표시)이 난무하고 염기서열에는 NNN이 떡칠이 되어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염기서열의 첫위치를 가 보자. CNNTNGNNN... 이게 도대체 뭐지?

용의자를 색출해 보자. feature table의 끝과 염기서열이 시작되는 부분에 단서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CONTIG      join(U00096.3:1..4641652)
ORIGIN
        1 agcttttcat tctgactgca acgggcaata ....

"CONTIG"로 시작하는 라인이 artemis에게 생소할 수도 있겠다. 이게 바로 CNNTNG 아니겠는가? 이 줄을 지워버렸다. 역시 예상한 바와 같이 깔끔하게 표시된다. 앞에 '#'을 달아서 주석 비슷하게 만들어도 효과는 같다.

"CONTIG"로 시작하는 라인은 같은 유전체의 GenBank 레코드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은 왜 artemis에서 서열과 feature가 이렇게 깨어져 나오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해서 몇달을 고민했었다. 원인은 너무나 간단하였다.

러시아에서 배달온 진공관 6N2P

오랜 기다림 끝에 과거 소비에트 연방 시절 군용으로 생산된 진공관 6N2P 8개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판매자는 ebay의 nixiestore이다. 6N2P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자료 링크는 위키백과에 잘 나와있다. 러시아어로는 6Н2П라고 기록된다. 눕혀진 맨 오른쪽 진공관에 찍힌 OTK란 글씨는 군용을 의미한다.


별다른 문제없이 잘 작동하는 진공관 앰프의 초단 12DT8을 대체해 보겠다고 엉뚱한 생각을 품고서 값싼 구 소련제 진공관을 구입하다니... 배송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막상 히터 회로를 개조하려니 조금씩 귀찮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었는데 오늘 이렇게 물건을 받고 보니 이 과거의 유물(아직도 생산은 되고 있다)을 가지고 많은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다시 끓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안될 일이 뭐가 있겠는가? 점점 구하기 힘들어지는 값비싼 명관으로 꾸며진 훌륭한 진공관 앰프를 평생 손에 넣지 못한다 하여도 저렴한 미니어쳐관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많다.

2014년에는 최초의 주문제작 앰프를,
2015년에는 최초의 자작 앰프를(비록 PCB 버전의 공동제작이지만...)!

그 다음에는?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2015년 3월 1일 일요일

12DT8 대신 6N2P를 쓰기 위한 히터 전압 변경 아이디어[3]

국제우편물 추적 결과 러시아를 떠난 6N2P 튜브는 지난 금요일 대전까지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늦어도 금주 화요일에는 내 손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된다.

원래 앞서 포스팅한 내용처럼 앰프 내부를 개조하여 히터전압을 바꿀 수 있는 스위치를 달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12.6V의 전압을 두 개의 6N2P에 배분하여 걸어서 6.3V씩을 걸어준다는 내 아이디어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두 초단관의 히터 전부를 접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확실한 결과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소중한 오리지널 배선을 똑똑 끊어내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소켓을 두 개 구입하여 앰프와 6N2P 사이를 그대로 중계하되 4, 5번핀만 다음 그림 같이 소켓 상에서 배선하여 앰프로 연결한다. 즉 L(eft) 5와 R(ight) 4번을 소켓 상에서 연결하고, 앰프의 소켓에는 L 4와 R 5를 연결한다. 나머지 핀들은 소켓과 앰프 사이를 그대로 연결한다. 실험용 소켓과 앰프상의 소켓은 적당한 구리 단선을 사용하여 연결해 보자.


그런데... 실험용 소켓과 앰프 본체의 소켓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구리선은 너무 가늘다. 망가진 MT관을 깨서 핀이 붙어있는 베이스를 확보하여 사용한다? 망가진 진공관은 하나밖에 없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핀 접속을 할 것인가?

종이 클립을 펴서 소켓에 꽂아보니 잘 들어간다. 그러면 클립을 니퍼로 잘라서 끝을 잘 다듬어 둥글게 한 뒤 실험용 소켓에 전선으로 납땜을? 9개의 핀을 한 다발로 고정할 수는 없겠지만... 실제로 해 보니 클립에는 일상적인 방법으로 납땜이 잘 되지 않는다. 아마도 스테인리스라서 그런 것 같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것 아닌가 모르겠다. 진공관 값보다 내 인건비가 더 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