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30일 금요일

IRIS 성과 입력 마감일에 불확정성의 원리를 생각해 보다

얼핏 비슷해 보이는 두 낱말, 결과성과는 같지 않다. 이 둘의 차이를 검색을 통해 알아보았다.

--- 여기부터 ---

성과(Performance/Outcome)는 목표 달성 여부와 영향력을 중시하는 고객·가치 중심의 개념인 반면, 결과(Result/Output)는 단순히 일을 수행하여 나온 1차적 산출물을 의미하는 공급자·실행자 중심의 개념입니다. 성과는 "무엇을 이루었는가"에 초점을 맞추며, 결과는 "무엇을 했는가"에 초점을 둡니다. 
  • 성과 (Outcome/Performance):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에 대한 가치나 영향력입니다. 고객 만족이나 조직의 비전 달성 등 의도된 바람직한 최종 상태를 의미합니다.
  • 결과 (Output/Result): 일을 수행함으로써 발생한 1차적인 결과물이나 수치입니다. 과정의 결과로 나타난 산출물 자체를 의미합니다. 
핵심 차이점:
  1. 방향성: 성과는 목적지(목표)에, 결과는 이동한 경로(행위)에 가깝습니다.
  2. 관점: 성과는 고객/상급자 지향적(무엇을 달성했나?)이고, 결과는 실행자 지향적(무엇을 했나?)입니다.
  3. 성격: 성과는 목적 지향적이며 성패를 평가하지만, 결과는 원인에 의해 야기된 모든 산출물을 포함합니다. 
즉, 100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결과'이며, 그 보고서를 통해 계약을 따낸 것은 '성과'입니다. 일을 열심히(결과) 하는 것을 넘어, 원하는 목표를 달성(성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여기까지 ---

오늘, 즉 2026년 1월 30일은 2025년도에 발생한 국가연구개발과제의 성과 정보를 IRIS, 즉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에서 입력하는 마감일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과제 개시 이후에 발생한 성과만이 해당 과제의 것으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 

연구재단에서 배포한 2025년도  성과입력 매뉴얼은 여기에 있다. 무려 230쪽! 빽빽한 문서가 아니라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그나마 다행인데, 성과의 종류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체계를 만든 연구재단, 그리고 IRIS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KISTEP은 정말 수고가 많으심은 잘 알겠다.



논문은 가장 객관적이면서 증빙하기도 쉬운 성과라고 볼 수 있다. PMID만 넣어서 정보를 당겨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다. 모든 저자의 과학기술인번호를 입력해서 확인을 해야 하고(단순 입력도 가능한 것은 정말 고마운 노릇임), 사사(acknowledgement)에 따른 기여율도 퍼센트로 입력해야 한다. 논문의 시작과 끝 페이지를 입력하는 방법도 복잡하다. 요즘은 온라인으로만 출판하는 저널도 많기 때문에 페이지 번호가 별로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주 친절하게 정보입력 매뉴얼에 적혀 있다.

후! 나라는 인간이 지금까지 성장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몇 %나 기여했을까? 그것을 합 100%라 되게 산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원래 논문 작성에 도움을 준 사람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시작된 사사는 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어 이 연구성과에 기여한 연구과제를 적시하였는지 파악하는 근거가 되었다.

물론 이렇게 된 데에는 연구자의 책임도 크다. 대충 이름만 얹어서 논문의 공저자로서 출판을 하고, 'defense'를 해야 하는 연구과제가 여기에 기여했다고 역시 대충 쓰는 일이 너무 잦아지니 이렇게 연구자를 옭죄는 구조가 된 것 아니겠는가?

몇 가지 불평을 늘어 놓자면, 우선 IRIS 시스템의 안정성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초장기에는 로그인에만 30분이 걸리고, 마감 연장을 한다는 공지가 뜨고, 늦게 제출한 것은 구제 불가라면 연장은 또 뭔지 불만이 가득하고... 이런 상황은 많이 좋아진 것으로 안다.

다만 너무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과제책임자가 입력해야 하는지 그 효율성에 의문이 간다. 사실 성과라고 별도로 입력할 것이 아니라, 과제 보고서에 그 내용을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운영이나 저변 확대와 같은 과제라면 행사나 언론홍보 자체가 '결과'일 수 있고, 보고서에 넣으면 된다. 그런데 이를 '성과'라는 다른 말로 포장하여 보고서와 별개로 그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니 답답하기만 하다.

정보 입력을 위한 매뉴얼도 너무 방대하다. 이 책자가 두껍고 상세하다는 것 자체가 IRIS 성과 입력 시스템이 지능적이고 고도화되었음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일하는 조직에서도 이러한 자료 입력 매뉴얼을 자주 만들어 배포하는데, 혹시 우리도 서비스 공급자 입장에서만 일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일이다.

결국 모든 것은 우리 삶의 곳곳에 스며든 '평가'를 어떻게 진행하고 또 받아들일까 하는 데서 기인한다.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들어갔으니 어떤 성과를 창출하였는지 평가를 받는 것은 타당한 일인데, 이러한 측정과 평가라는 것이 과정과 결과의 많은 부분을 왜곡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거시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양자역학 세계에서 일어나는)와 매우 닮았다. 관찰(대충 측정이나 평가와 비슷한 일이라고 해 두자)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나의 버전으로 고쳐 말하자면 평가는 행위의 의도나 결과에 영향을 주고, 심지어 왜곡까지 일으킨다.

성과를 측정하려는 제도가 연구의 방향을 바꾸고, 연구의 방향이 다시 성과의 정의를 바꾸는 순환에 들어간다. 성과가 좋았다고 최종 평가를 받아야 생존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성과를 기록하는 것인가, 성과를 만드는 것인가? 이보다 현실 세계에서 훨씬 무서운 것은, 일선 공무원의 영향력이다... 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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