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0월 20일 월요일

Nano Ardule 소개용 동영상 만들기

마이크 스탠드에 휴대폰을 거치할 수 있는 부품을 구입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은 Nano Ardule MIDI Controller의 소개용 동영상을 찍은 것이었다. 분량은 5분 57초. 좁은 책상 위에서 작업을 하느라 키보드 컨트롤러는 Korg X2를 쓰지 않고 AKAI MPK mini를 택했다. 컴퓨터 내 MIDI 신호의 라우팅(USB 키보드 -> 노트북컴퓨터 -> Mackie Onyx Producer -> Nano Ardule -> SAM9703 board)에는 고전적인 프로그램인 MIDI-OX를 사용하였다. MIDI-OX는 Windows 11에서도 여전히 잘 돌아간다! 2채널 아날로그 입력을 받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인 Mackie Onyx는 5핀 DIN 단자를 갖춘 MIDI 인터페이스를 갖고 있어서 매우 편리하다. 정말 잘 선택한 중고 오디오 기기이다.

위 이미지는 말 그대로 이미지이니 유튜브 동영상 링크(https://youtu.be/ZyeiwCxAJcU)을 클릭하시기를...


시놉시스를 먼저 만들고 촬영을 한 뒤 내가 직접 내레이션을 입힐까 생각했다가 자막으로 대체하였다. 만약 대사를 읽어서 녹음한 뒤 후편집을 하여 추가하였다면 분량이 훨씬 길어졌을 것이다. 

영상은 휴대폰으로, MIDI 사운드 모듈(SAM9703)의 출력은 Mackie 오디오 인터페이스로 녹음하였다(Audacity 사용). 오픈샷 비디오 편집기에서 두 자료를 싱크하느라 애를 먹었다. 갖고 있지는 않지만 슬레이트를 친다 하여도 SAM9703의 스테레오 오디오 출력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입력 채널을 전부 차지하고 있으니 휴대폰으로는 녹음이 되어도 Mackie 쪽으로는 그 소리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왼손 손가락으로 스냅을 튕기면서 오른손으로 건반을 세게 친다?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휴대폰 영상에 녹음된 소리는 삭제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스위치를 딸깍거리는 소리를 들어 보니 나쁘지 않아서 그대로 살렸다. 현재의 영상에서 설명을 더 길게 넣으려면(자막이든 음성이든) 비디오 클립 중간을 이미지로 export한 뒤 이를 길게 삽입해야 한다. 그러려면 영상은 이미지 삽입 위치에서 둘로 잘라야 할 것이다.

동영상 편집 작업을 하면서 오픈샷의 기능을 조금 더 익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번 시연용 동영상은 철저히 준비한 뒤에 만든 것고 아니고, 그 결과도 아주 만족스럽다고 할 수는 없다. 초점이 키보드에 맞는 바람에 Nano Ardule은 약간 흐릿하게 나왔다. 다행스럽게도 LCD의 글씨를 식별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막을 넣는 과정에서 'Edit thie caption...'이라는 안내 문구를 지우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러나 '너무 오래 준비만 하느라 시간을 소비하지 말고 적절한 순간에 빨리 공개한다'는 철학에 맞추어 일을 저질렀다. 어제 자정을 넘겨서까지 마무리 작업을 하느라 좀 피곤하다.

이 동영상을 편집하여 쇼츠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새로 촬영하는 것이 낫겠다. 세로 구도이므로 Nano Ardule과 건반을 어떻게 배치하는 것이 좋은지 고민을 좀 해야 한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휴대폰 고정용 크로스바가 배송되면, 보다 넓은 공간에서 Korg X2와 삼각대를 펼쳐놓고 다시 찍도록 하자. 3분 이내에 핵심을 뽑아라! 가능하다면 1분 이내로...

2025년 10월 19일 일요일

달리기를 재개하다

긴 연휴와 휴가를 이용하여 국외 여행을 다녀오느라 한동안 달리기를 하지 못하였다. 삼일 전에는 3km, 어제는 5km를 달리는 것으로 몸을 풀기 시작하였다.

어제는 밤 늦게 누워서 졸던 상태에서 이러다간 달리기를 빼먹을 것 같아서 9시 30분이 넘어서 집을 나섰다. 워밍업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라 몸이 풀리지 않아서 달리기 개시 300미터쯤 된 지점에서 너무 힘에 부쳤다. 중도 포기하려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빠르지 않게 달려서 5km를 채웠다.

갑쳔변에서 나를 가볍게 앞질러 가는 젊은이를 보면서 부러운 생각이 들었다. 달리기 입문 후 1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6분 대 페이스라니! '훈련'을 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뛰어야 이 벽을 넘을 수 있건만, 아직도 내 마음은 너무나 여유로운 것 같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파트 바깥쪽의 시골길 내음이 물씬 나는 곳에서 기록 사진을 남긴다. 영상 14도라서 가벼운 바람막이를 걸치고 뛰었으나 이내 땀에 절었다. 

개운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2025년 10월 18일 토요일

나도 국민 삼각대 TMK-244B를 갖고 있었다 - 취미의 통섭(通涉, consilience)

사진촬영을 전부 휴대폰으로 하는 요즘, 장식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카메라와 렌즈류를 바라보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수동 초점을 쓰는 SLR부터 고만고만한 DSLR까지... 일부 기기는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이다. 별도로 카메라를 휴대할 필요가 없고, 보정도 알아서 해 주는데다가 구글 포토에 자동으로 백업까지 되니 구식 DSLR을 꺼내 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요즘 재미를 붙인 유튜브 업로드용 영상 촬영 또한 전적으로 휴대폰을 쓰고 있다. 다만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서 촬영할 카메라 거치대가 마땅한 것이 없어서 적당한 액세사리를 없는지 찾아보았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볼헤드를 갖춘 삼각대와 탁상용 마이크 스탠드. 집구석 어딘가 팽개쳐 둔 삼각대를 찾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언제 구입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꺼내고 보니 '국민삼각대'라고도 불리던 에이스포토의 TMK-244B였다. 일단 쿠팡에서 휴대폰용 삼각대 마운트를 하나 구입하였다. 두 축을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어서 단순히 1/4인치 나사 구멍만 뚫린 염가형 거치대보다는 나을 것이다. 

볼헤드와 삼각대 본체를 체결하는 볼트는 3/8인치가 아니고 1/4인치였다. 즉 카메라 본체의 바닥면에 뚫린 나사 구멍과 호환된다. 요즘도 에이스포토에서는 동일한 모델명인 TMK-244B 제품을 시판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던 것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고, 볼헤드 고정용 나사도 3/8인치로 바뀌었다고 한다. 따라서 구형 삼각대의 볼헤드를 교체하려면 부쉬어댑터가 필요하다.

삼각대에 갖추어진 1/4인치 나사를 이용하여 휴대폰을 거치하면 각도는 조절할 수 있지만 작업대 위에 놓인 피사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듯이 비추기는 어렵다. 삼각대의 윗부분에 장착할 '크로스 바'와 같은 물건이 하나 더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몇가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이런 용도의 촬영용 스탠드가 판매되고는 있지만 기존에 갖고 있던 물건에 필요한 부품을 추가하여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더 흥미가 있다.

구글에서 '항공샷 삼각대'로 검색한 결과. 원래 항공샷(aerial shot 또는 aerial view)은 드론이나 항공기 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넓은 공간을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을 뜻한다. 기껏해야 1미터도 되지 않는 높이에 카메라를 위치시키고 아래를 향해 촬영하는 기법을 전부 항공샷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부속은 마이크 스탠드에 쓰이는 3/8인치 나사를 1/4인치로 바꾸어 주는 것이다.


탁상용 마이크 스탠드의 끝부분. 3/8인치이다.

이렇게 하면 휴대폰을 수평으로 고정하여 작업물을 편하게 찍을 수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연장봉을 주문해 두었다. 이 사진은 아래에서 소개한 캐논 EOS 500D를 정말 오랜만에 사용하여 찍은 것이다. 이 휴대폰 거치 장치를 이용하여 DIY 미디 컨트롤러 소개 영상을 찍어 올렸다(유튜브 링크).


내가 갖고 있는 낡은 카메라 중에 1080P(FHD, Full HD)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먼저 2014년에 스탠다드 줌키트로 구입한 펜탁스 Q10이 있다. 개성이 가득한 렌즈 교환식 카메라인데 인터넷에는 이 기기에 대한 정보가 별로 많지 않다. 

  • 일본어 리뷰를 번역한 것을 발견하여 그 링크를 소개한다(촬영감독 나종광).
  • RICHO IMAGING의 Q10 공식 웹사이트는 여기에 있다(매뉴얼).

이 카메라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 쓰라고 내 주었다가 렌즈캡과 충전기가 사라진 상태이다. 충전기를 새로 사서 전원을 넣기 전에는 과연 작동이 되는지 알기가 곤란하다. 스트랩에 꿰매어 덧댄 미끄럼 방지 레이어가 삭아서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본체의 커넥터 부위를 덮는 고무 덮개도 손을 대자마자 '경첩'에 해당하는 부분이 끊어졌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2012년 출시된 Q10의 스트랩은 이렇게 삭았다. 전부 벗겨 버렸다. 

Q10용 배터리(D-LI68)와 충전기(D-BC68P)의 호환품은 아직 구할 수 있는 것 같다. 알리익스프레스에 주문을 해 놓았다.


또 하나는 2021년에 첫 당근마켓 거래로 구입했던 캐논 EOS 500D(매뉴얼)이다. 이 카메라는 당시의 보급형 DSLR 중에서는 최초로 FHD 동영상 촬영 기능을 탑재했다고 한다. 

배터리(LP-E5)를 재충전하여 전원을 넣어 보았다. 날짜 설정은 2009년부터. 매뉴얼을 살펴보면서 처음부터 다시 작동법을 공부해야 한다.


이상의 두 기종이 현재의 스마트폰에 비해 동영상 촬영 성능이 더 좋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다. 다음은 챗GPT에 이를 질문하여 얻은 대답이다.

구분펜탁스 Q10캐논 EOS 500D최신 스마트폰
Full HD (1080p) 지원가능성 있음 (30fps 단서 있음)가능 (1080p 20fps)보통 1080p 60fps 이상, 경우에 따라 4K 이상
영상 부드러움 / 프레임률제한적다소 낮음 (20fps)매우 우수 (60fps 이상)
노이즈 처리 & 영상 보정제한적오래된 센서, 노이즈와 롤링셔터 등 약점 있음고성능 ISP, 보정 기술 제공
부가 기능 (손떨림 보정, 자동 초점, HDR 등)제한됨거의 없음매우 다양하고 고도화됨

위 비교를 보면, 캐논 EOS 500D조차도 1080p 촬영은 가능하지만 프레임률이 낮고, 노이즈 처리나 현대적 촬영 보정 기능이 부족합니다. 펜탁스 Q10은 일부 문헌에서 1080p 30fps 촬영이 가능하다는 정보가 있으나, 공식적인 안정성이나 실제 영상 품질 면에서는 불확실성이 큽니다.

반면, 최신 스마트폰은 영상 특화 기능이 매우 발달되어 있으므로, 영상 촬영 목적으로 본다면 스마트폰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충전기 재구매 등 약간의 투자를 통해서 예전의 장비를 다시 쓸 수 있게 된다면, 그것 역시 즐거운 경험이 아니겠는가? 

펜탁스 Q10(왼쪽)과 캐논 EOS 500D. 넓고 시원한 광학식 아이레벨 뷰파인더(OVF)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재미, 그것이 SLR을 쓰는 이유가 된다.


유튜브 쇼츠에 입문하면서 취미의 '통섭(通涉, consilience)'이 이루어지고 있다. Nano Ardule MIDI controller라는 자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영상을 찍어야 되겠다고 다짐을 했던 일이 미국 여행을 거치면서 여행 기록을 공개하기 위한 쇼츠 작업으로 발전을 했다가, 과거에 한참을 몰두했던 사진(기) 취미와 다시 연결되었다. 이 모든 것은 납땜(DIY)과 음악이라는 내 취미의 양대 산맥을 모드 아우르는 과정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누가 또 알겠는가? 육체 활동을 동반하는 취미, 즉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과거)가 여기에 또 들러붙을지...

2022년에 쓴 글 뻘짓의 지평을 넓혀야 인생이 풍부해진다 - 자전거 이야기가 생각난다. 기술은 계속 변하겠지만. '손끝의 감각'과 '소리의 기쁨'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2025년 10월 22일 업데이트

카메라(휴대폰) 거치대를 고정할 수 있도록 나사산 처리가 된 연장봉(10cm 및 30cm)가 배송되었다. TMK-244B 삼각대에 연장봉을 고정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서 끈으로 묶어 보았다. 인터넷을 뒤지면 적당한 클램프를 찾을 수 있겠지만 당장 추가적인 지출을 하기는 싫다.



마이크 스탠드에는 직접 체결할 수 있지만 30cm 연장봉의 경우 무게 균형이 맞지 않아서 쓰러지게 되므로 적당히 무게를 주어야 한다.


2025년 10월 16일 목요일

2025년 가을의 미국 여행 기록

2025년 가을의 미국 여행 기록은 14편의 유튜브 쇼츠(동영상 목록)로 남았다. 추가 작업을 통해서 2편 정도의 쇼츠를 더 만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여행의 종합적인 결론과 느낌은 별도의 글인 우연이라는 바람을 품은 여행길로 남겼다. 사진과 설명을 더 곁들여서 이 글을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쇼츠를 만드느라 너무 진이 빠져서 당장은 힘들 것 같다.

미국 입국은 뉴저지의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EWR)을 통하였다. 갈 때에는 인천공항에서 떠나는 델타 항공을 이용하여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환승을 하였다. 입국심사를 하고 나서 찾은 짐은 바로 근처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에 다시 얹기만 해면 된다. 델타 항공의 허브 공항이라서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 것 같다. 정비 문제로 인천공항 이륙이 한 시간 정도 늦는 바람에 환승할 시간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다. 작년에 보스턴 로건 국제공항에서는 짐을 전부 찾아서 환승을 위해 다른 터미널로 이동을 하느라 매우 불편했었다.

돌아올 때에는 에어 프레미아를 이용하였다. 좌석 간격이 넓은 편이라 좋았다. 에어 프레미아는 EWR에 취항하면서 국내에서는 뉴욕 직항이라고 마케팅을 하고 있어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왜 ‘에어 프레미아’는 ‘뉴저지 취항’하면서 ‘뉴욕 취항’이라고 허위광고를 할까? 2025년 4월 9일

이번 항공 여정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만약 다음에 또 뉴욕 근처에 갈 일이 있다면 올해 이용한 항공편을 또 이용할 의사가 있다. 물론 환승은 하지 않을 수록 좋겠지만.

EWR 공항 터미널에서 에어 트레인을 타고 기차역까지 나간 뒤 NJ Transit으로 원하는 곳까지 가는 방법도 알게 되었고, 딸이 살고 있는 저지시티의 Journal Square 역에서 PATH를 타고 맨해튼으로 나가는 것도 익숙해졌다.

도착하여 이틀 동안은 공항 근처의 호텔에서 묵었다. P4라는 주차장과 Holiday Inn Newark International Airport 호텔을 왕복하는 24시간 무료 셔틀이 있다고 하였는데, 터미널에서 P4까지 가려면 무료 셔틀이나 Air Train을 타야만 했다.

에어 트레인에서. 같은 호텔에 묵었던 한국인 관광객 가족이 찍어 주었다.

NJ Transit을 타고 뉴욕 펜실베이니아 역으로 나가는 길. 맨해튼 메이시스 백화점 근처에서 일하는 딸을 만나서 같이 점심을 먹었다.  

이번 여행은 기간이 비교적 길었기 때문에(출발-도착일 기준 약 2주) 그렇게 무리하여 돌아다니려고 애쓰지 않았다. 딸의 집에서 PATH를 타고 20분 정도면 맨해튼 남쪽의 World Trade Center 역으로 갈 수 있고, 다른 노선을 선택하면 33rd Street까지 간다.

PATH 노선도(출처: 위키피디아)

작년까지만 해도 딸이 뉴욕에 거주했기 때문에 주요 박물관에 대해서 본인은 물론 동반 2인까지 Pay-What-You-Wish로 매우 저렴하게 입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소지가 저지 시티로 바뀌면서 더 이상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래서 몇 곳의 무료 박물관을 이용하거나 또는 무료로 개방하는 시간을 선택하였고, 구겐하임 박물관의 경우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Pay-What-You-Wish 입장권을 재빨리 구입하여 관람하였다. 이 입장권은 오후 4시부터 5시 반까지만 이용 가능하므로 사람이 무척 많았다. 이번 여행에 방문한 박물관(또는 미술관)은 다음과 같다.

  • National Museum of the American Indian - 상시 무료
  • Museum of the City of New York
  • The Museum of Moden Art
  • Museum at the FIT (Fashion Institute of Technolgy) - 상시 무료
  • American Folk Art Museum - 상시 무료

배터리 파크와 캐슬 클린턴도 괜찮았다. 스태튼 아일랜드로 가는 무료 페리를 타지 못한 것은 아쉽다. 원래 무료 페리는 마지막 일정으로 남겨 두었었는데, 날씨가 너무 나빠져서 WTC 근처의 식당을 가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딸과 함께 찾은 식당은 호주식 음식을 파는 Two Hands, 그리고 787 Coffee. 






딸 부부가 특별 이벤트로 준비해 준 Circle Line Cruise는 정말 좋았다. 추석 전날 일몰 직후 뉴욕의 화려한 마천루를 배경으로 꽉 찬 달을 보는 즐거움이란... 배를 타고 있는 내내 크리스토퍼 크로스의 Arthur's Theme(Best that you can do)의 코러스 부분 가사가 떠올랐다.

When you get caught between the moon and New York City 
I know it's crazy, but it's true 
If you get caught between the moon and New York City 
The best that you can do 
The best that you can do Is fall in love








우리나라의 역사가 오래 되었다고는 하나 대부분의 건축물은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뒤 세워졌거나 또는 급속한 도시화를 거쳐 최근에 만들어진 것이 전부이다. 아파트를 짓고 30년만 지나면 재건축을 논의하는 분위기에 워낙 익숙하다 보니 뉴욕에서 건축 후 100년이 지난 건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SOHO에서 만난 이 건물에는 1873년이라는 연도가 새겨져 있다.

시민과 관광객이 평온한 휴식을 즐기는 공원을 거닐어 본 것도 큰 수확이었다. 센트럴 파크는 두 번이나 횡단을 하였고, 호보컨의 시나트라 공원, 메이시스 백화점 옆의 헤럴드 스퀘어, 매디슨 스퀘어 공원, 스프링 스트리트 공원 등도 저마다 규모는 다르지만 특색이 있었다. 














여행이 남기는 즐거운 추억거리 중 음식은 가장 중요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뉴욕의 물가는 대단히 비싸고, 또 원하는 음식을 자유자재로 주문할만큼 나의 영어가 능통한 것도 아니다. 팁을 따지는 것도 두렵고, 샐러드 하나를 주문하려 해도 식재료의 이름을 속속들이 알지 못하니 이것 역시 쉬운 노릇이 아니다. 사실 바쁘게 출근하는 딸 부부에게 한번이라도 더 집에서 식사를 챙겨주려는 것이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적이었으므로 그렇게 자주 외식을 하지는 못하였다.

시나트라 파크에 위치한 이탈리아 식당인 Blue Eyes에서 내가 고른 요리는 영 실패작이었다. 이것은 미국인 사돈이 산 것이었는데... 차라리 익숙한 파스타를 선택할 것을. 유람선을 탄 뒤 찾은 태국 음식점 Hey Thai는 마음에 들었다. Dig과 치폴레 멕시칸 그릴도 기억에 남는다. 졸리비와 아니타 젤라또 역시 즐거운 미식 경험이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단단한 빵.

졸리비에서. 필리핀에서 시작된 패스트푸드점이라고 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만, 이번 여행의 느낌은 꽤 오래 지속될 것 같다. 먼 타국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딸과 사위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긴 여행 뒤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운동하기

9월 28일부터 나의 런데이 앱 달리기 기록은 멈추어 있다. 9월 말에는 날씨와 제주 출장, 그리고 10월 들어서는 추석 연휴를 이용한 긴 휴가로 달리기를 하지 못하였다. 미국 딸의 집에서 보낸 긴 휴가에서 어제 새벽 비행기로 돌아와 인천공항 장기주차장에 세웠던 차를 몰고 곧바로 대전으로 돌아온 뒤 집에서 샤워만 하고 그대로 늦은 출근을하였다. 덕분에 하루가 지난 현재 무난히 시차를 극복하여 정상 상태로 돌아왔다. 

원하기만 했다면 뉴저지주 저지시티(Jersey City)에서 달리기를 할 수도 있었겠지만... 반바지를 가지고 가지 못했다는 핑계를 대 본다.

1년이 넘게 주기적으로 하던 운동을 두 주가 넘게 빼먹었으니 체중이 늘어날 것으로 걱정을 했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뉴욕 거리를 쏘다니느라 매일 약 12,000보 이상을 걸어서 적절히 칼로리 소모를 했던 때문인지 체중은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아주 약간 줄어들었다. 

설마 근 손실은 아니겠지!

이번 미국 여행에서 만난 사위의 남동생(카메론)의 우람한 어깨를 보니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근육이 자꾸 사라지기 전에 지켜야 할 것 같다. 카메론은 구급차를 몰면서 환자를 나르고 응급처치를 하는 등 직업적으로도 몸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일부러라도 근력 운동을 해야 할 것이다.

간밤에도 가을을 재촉하는 많은 비가 내렸다. 오늘은 비가 그쳐서 퇴근 후에 다시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년 동안의 달리기가 신체적으로 나에게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었듯이, 보름 동안 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할 것이 아니라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될 것이다.

근력을 기르기 위해 간간이 5kg 아령 세트를 이용하여 팔운동을 하고는 있으나 그렇게 체계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는 않다. 꼭 1년 전에 아령을 다시 찾아 이용하게 된 이야기를 블로그에 적은 일이 있다(2024년 10월 13일).

뜻하지 않은 부상(상완골 근위부 골절) 후 꼭 1년이 지나다 - 상체 근력 운동의 필요성

1년이 지난 지금, 골절이 있었던 오른팔 어깨 부위는 매우 많이 나아졌다. 특히 제대로 하지도 못했던 '래터럴 레이즈(lateral raise)'는 왼팔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챗GPT에게 50대 중년 남자가 아령을 활용하여 간단히 집에서 할 수 있는 근력 운동을 제안해 보라고 하였다. 상체와 하체 및 코어로 나누어서 매우 합리적인 루틴을 제안하였다. 여기에 소개해 본다.

50대 중반 남성을 위한 **집에서 가능한 근력운동 루틴(아령 포함)**을 아래와 같이 제안드립니다.
목표는 전신의 기본 근력 강화 + 관절 보호 + 근육 유지 및 균형 감각 향상입니다.


🏠 기본 조건

  • 준비물: 2~5kg 덤벨 1쌍, 요가매트, 의자 1개

  • 빈도: 주 3~4회

  • 세트 구성: 각 동작 10~15회 × 2~3세트

  • 휴식: 세트 간 30~60초


🔹 1. 준비운동 (5분)

  • 제자리 걷기 또는 가벼운 줄넘기 2분

  • 팔 돌리기, 어깨 돌리기, 허리 회전, 무릎 돌리기 등 스트레칭 3분


💪 2. 근력 루틴 (30~40분)

(1) 상체

① 덤벨 숄더 프레스 (어깨)

  • 의자에 앉아 덤벨을 어깨 높이에서 머리 위로 밀어 올림

  • 자세: 허리 곧게, 복부 살짝 긴장

② 덤벨 로우 (등)

  • 허리를 45도 숙이고 덤벨을 몸 쪽으로 끌어당김

  • 허리 말리지 않게 주의

③ 덤벨 체스트 프레스 (가슴)

  • 바닥이나 벤치에 누워 덤벨을 가슴 위로 천천히 올렸다 내림

  • 천천히, 팔꿈치가 바닥에 닿기 전 멈추기


(2) 하체

④ 스쿼트 (허벅지, 엉덩이)

  • 손에 덤벨을 들거나 맨몸으로 실시

  • 무릎이 발끝을 넘지 않게, 엉덩이를 뒤로 빼듯이 앉기

⑤ 런지 (허벅지, 균형감)

  • 한 발 앞으로 내디딘 후 무릎을 90도로 굽힘

  • 좌우 교대로 10~12회씩

⑥ 카프 레이즈 (종아리)

  • 의자나 벽을 잡고 발뒤꿈치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내림


(3) 코어

⑦ 플랭크 (복부, 허리)

  • 팔꿈치와 발끝으로 몸을 지탱,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 유지

  • 20~40초 유지

⑧ 덤벨 러시안 트위스트 (복근, 옆구리)

  • 바닥에 앉아 무릎을 세우고 상체를 뒤로 기울인 채 덤벨을 좌우로 비틀기


🔸 3. 마무리 스트레칭 (5분)

  • 허벅지, 종아리, 어깨, 등, 가슴 순으로 천천히 스트레칭

  • 각 부위 15~20초 유지


✅ 주간 구성 예시

요일내용
전신 루틴 A (상체 + 코어)
휴식 또는 가벼운 산책
전신 루틴 B (하체 + 코어)
휴식
전신 루틴 A
주말자유 (가벼운 스트레칭, 걷기 등)

💡 팁

  • 체력이 약하면 한 세트만 해도 충분합니다.

  • 덤벨이 무거우면 **물병(1~2L)**로 대체 가능.

  • 매달 한 번씩 강도를 높이거나 횟수를 늘리세요 (예: 10회→12회).

  • 운동 중 무릎, 허리 통증이 있으면 즉시 중단하세요.

여성에게도 이 운동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단 중량과 반복 및 회복시간을 조절하는 것을 권장하고, 코어 중심으로 운동을 하면 좋다고 한다. 

👩‍🦰 여성에게 특히 좋은 보완 루틴

  1. 글루트 브리지 (엉덩이 근육 강화)

    •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운 뒤,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내리기

    • 15회 × 3세트

  2. 사이드 플랭크 (옆구리 안정성)

    • 한쪽 팔꿈치와 발 옆으로 몸을 지탱

    • 각 20초 유지, 좌우 2회

  3. 덤벨 데드리프트 (허리·햄스트링)

    • 허리를 곧게 유지하며 덤벨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올리기

    • 척추 주변 근육과 하체 후면에 좋음

가능하다면 아내와 함께 시니어 그룹 PT를 받는 것도 좋지 않을까? 개인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기는 곤란하니 때로는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2025년 10월 13일 월요일

[논문 소개] 숏폼의 미학과 시간성, 나의 영상은 어떠한가?

이번 여행을 통해 기록한 사진과 비디오를 유튜브용 쇼츠로 남기기 위해 매일밤 적지 않은 시간을 소비하였다. 처음에는 세로 포맷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영상을 편집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 기술적 측면에만 집중하였다. 참조할 만한 영상물을 찾고자 하였으나 '직장 그만두고 쇼츠 올인', '이런거 하면 망합니다', '구독자 늘리는 방법', '알고리즘이 왜 이래요' 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 중에서 그나마 쓸만한 것은 최종 영상을 공개하였을 때 제목이나 자막이 가리지 않는지 반드시 확인하라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료 템플릿을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나는 다음 이미지와 같이 투명 영역이 있는 이미지를 어제부터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건 단지 가이드 이미지일 뿐, 템플릿이라 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타이틀의 위치를 제대로 잡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내가 만든 짧은 영상물이 과연 참다운 가치가 있을까?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 수준의 고유한 창작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내가 올리는 영상이 저장되고 전송되는데 내가 돈을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전산 자원의 비용을 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쇼츠 하나를 올리고 누군가가 볼 때 나는 보람을 느끼겠지만-수익 창출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그 뒤에서는 '탄소 발자국'이 남고 있을 것이다. 

영상의 포맷(세로화면 및 3분 이내의 길이)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디오나 영상의 품질이 일정 수준은 되어야 하고,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적당히 편집하여 만드는 일은 없어야 되겠다. 그리고 내가 진정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늘 고민하면서 양질의 창작물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6일에 썼던 글 <세로 화면의 영상에 익숙해지기>에서는 세로 화면 구도로 만들어지는 영상이 결코 기존의 주류 포맷에 비해 진지함이 결여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글을 소개하였었다. 이번에는 숏폼 영상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현실에서 우리가 어떤 서사 경험을 하고 디지털 자본주의의 생활 양식이 어떻게 강화되는지를 알아본 박미영의 논문 <숏폼의 미학과 시간성 : 유튜브를 중심으로>를 소개하고자 한다. 2022년 8월 씨네포럼 제42에 실렸던 이 논문의 원문은 KCI(한국학술지인용색인)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논문의 원문을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다른 소개 기사를 먼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짧은 영상이 편의점에서 파는 인스턴트 음식이라면, 기존의 영화는 가스불에 냄비로 밥을 짓는 것과 유사하다. 쌀을 씻어서 정해진 시간 동안 불리고, 불에 올린뒤 끓어 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잘못하면 밥물이 끓어 넘쳐서 주변이 엉망이 되고, 이어서 불을 조절하지 않으면 설거나 타기 때문이다. 불을 끄고 뜸을 들일 때에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냄비밥 만들기를 위해서는 '개입'이 필요하지만, 화면을 쓱 문질러서 멈추거나 다음 화면으로 넘기는 방식의 개입은 결코 아니다. 주의 집중과 관찰 결과에 따르는 판단,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멍하니 화면과 자막만 바라보는 수동적 몰입과는 다르다. 

김밥을 싸기 위해 머그잔으로 4개나 되는 쌀로 밥을 지었다. 전기밥솥을 쓰지 않은 것은 그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서이다.

챗GPT에게 논문 PDF 전체를 제공한 뒤 공백 포함 약 1천자 분량의 요약을 요청하였다. 미학적 저항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결론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이 논문 〈숏폼의 미학과 시간성〉(박미영, 씨네포럼 제42호, 2022)은 유튜브를 중심으로 숏폼(short-form) 콘텐츠의 미학적 형식과 시간성을 탐구한다.


1. 연구 목적

저자는 숏폼을 단순히 ‘빠르고 가벼운 영상’으로 보지 않고, 디지털 모바일 스크린 환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서사 경험의 양식으로 해석한다. 영화(롱폼)가 관객을 서사 속 과거로 초대하는 장치라면, 숏폼은 **현재적 자기 현전(presence of self)**을 강조하는 **촉각적 시각성(tactile visuality)**을 기반으로 한다.


2. 디지털 인터페이스와 감각의 전환

모바일 스크린은 시각적 관조의 대상이 아닌 **터치 제스처(탭, 스와이프, 스크롤 등)**을 통한 상호작용의 장이다. 이러한 체화된 감각은 관객이 스크린 속 인물에 동일시하기보다 자신의 행위와 반응에 동일시하게 만든다. 이는 벤야민의 ‘지각의 분산(distraction)’과 맞물리며, 사용자가 끊임없이 현재에 머무는 나르시시즘적 몰입을 형성한다. 숏폼의 짧은 지속성은 바로 이 ‘현재성’의 반복적 경험을 강화한다.


3. 롱폼의 변환과 두 가지 리뷰 형식

유튜브의 영화·드라마 리뷰는 요약형분석형으로 나뉜다.

  • 요약형 리뷰는 자막·음성·효과음을 중첩시켜 하이퍼 읽기(hyper-reading)를 유도하며, 이미지를 깊이 있게 읽기보다 정보의 흐름 속에서 주목을 지속시킨다. 이는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 분석형 리뷰는 저작권 회피를 위해 저화질 이미지나 배우 사진을 사용한다. 이러한 **‘빈곤한 이미지(poor image)’**는 기존 영상의 상품적 가치에 대한 저항이자, 정보 과잉 속에서 사색의 멈춤을 가능케 하는 미학적 장치로 제시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러한 비공식 리뷰 역시 긱 경제 체계 속에서 자발적 노동자로 기능한다.


4. 1분 코미디와 ‘깊이없음의 미학’

유튜브 숏츠의 〈편의점 고인물〉, 〈1분 뮤지컬〉은 20대의 일상을 소재로 한 1분 코미디 숏폼이다. 세로 프레임과 클로즈업 중심의 구성, 과장된 표정·제스처는 깊이감을 제거하며 반복적 웃음을 생산한다. 이러한 ‘깊이없음(depthlessness)’은 프레드릭 제임슨이 말한 후기 자본주의의 문화 논리로, 현실의 비판적 인식을 망각의 스펙타클로 전환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피상성 속에서 삶의 시간성에 대한 새로운 사유와 저항의 잠재력을 내포한다.


5. 결론

숏폼은 속도와 쾌락의 경제를 반영하는 주목의 미학이자, 자기 현전의 시간성을 생성하는 디지털 시대의 감각 구조이다.
요약형과 분석형, 그리고 1분 코미디 숏폼은 각각 주목-분산-망각의 회로를 통해 인지 자본주의를 강화하지만, 동시에 그 내부에서 멈춤·침묵·사색을 통한 미학적 저항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요약은 여기까지이다. 인지자본주의란 상업자본주의, 산업자본주의를 잇는 제3기 자본주의라고 하였다. 인지노동의 착취를 주요한 특징으로 삼는 자본주의이다. 기존의 노동이라고 하면 주로 근력을 사용하는 육체노동이었지만, 현대의 고도로 연결되고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지각, 지식, 감정, 욕망 등을 끊임없이 투입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 비록 그것이 생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재미로 시작한 것이라 해도 말이다. 논문의 원문에서는 '숏폼은 끊임없이 주목을 발생시켜 인지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서사 양식으로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삶의 모든 측면을 자본주의 형식으로 포섭하지만(영국 문화비평가 폴 메이슨), 저항의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최근 화제가 되는 영화 같은 것을 유튜브에서 찾는다고 가정하자. 제작사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이 아니라 자막으로 범벅이 된 요약형 리뷰 영상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레이션과 자막의 중첩은 이미지에 대해 설명하면서 대사의 부재를 음성및 문자 정보로 채우고 침묵과 지루함을 제거한다. 이 중첩의 재현 전략은 이미지에 대한 사색보다는 분산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의 읽기를 요청한다....요약형 영상이 보여주는 자막이 재현된 이미지의 깊이감 대신 이미지 위의 자막의 평면성으로 집중을 이동시키면서 하이퍼 읽기를 요청하면서 주목 경제에 이바지한다는 점을 고려할때, 숏폼은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디지털 시대 주목의 경제에 대응하는시간성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을 위임받지 못한 분석형 리뷰 영상들은 요약형 영상들과는 달리 개인의 추론과 의견을 드러내는 비평적 읽기와 소통을 가능하게 하면서도 구독과 좋아요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프리랜서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한다. 이들은 요약형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이용자이자 긱 경제(gig economy)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는 무료 노동자들이다. 


인지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도 유익한 영상을 만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겠지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어떤 성중립 화장실의 안내문

뉴욕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편함은 공중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찾았다 해도 아래가 뻥 뚫린 구조는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청소가 쉽다고는 해도 마음을 집중하여(?) 일을 치르기가 쉽지 않다. 센트럴 파크를 지나면서 어떤 화장실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바깥을 멀찍이 지나면서 남자 화장실쪽을 쳐다보니 변기에 앉아서 볼일을 보는 사람들의 발이 적나라하게 다 보이는 것이었다. 출입구 문까지 열려 있는 상태이니 시선을 피할 방법이 없다. 반면 여자 화장실은 그런 구조가 아니었다. 아니, 기왕이면 비슷하게 만들지 왜 남자들 칸만 진열장처럼 만들어 놓은 것인가.

불편함을 주는 문화적 차이가 있는 반면, 성중립 화장실 앞의 안내문을 보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 정체성은 내면의 성 정체성이고, 성 표현은 외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 둘은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분의 성 정체성이나 성별 표현과 가장 밀접하게 일치하는 화장실을 이용하실 수 있도록 환영합니다. 성별 이분법 화장실은 오른쪽에 있습니다.

We welcome you to use the restroom that most closely aligns with your gender identity or gender expression. Gender binart restroom is located to your right.

David Geffen Hall(뉴욕 링컨센터)의 성중립 화장실. '성별 표현(gender expression)이라는 말을 보고 매우 참신하고 적절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화장실을 쓰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므로 여성 화장실 앞에 길게 줄을 늘어선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나 역에서 이러한 모습을 종종 접한다. 성별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화장실을 쓰도록 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한때 (여성 변기 수) ≥ (남성 대+소변기 수)라는 규정을 두었었던 것 같다. 즉, 대기 시간의 평등을 추구한 것이다. 지금은 특정한 시설에 대해서만 적용되지만, 이러한 규정을 원리원칙대로 지키려면 남자 화장실의 변기를 일부 뜯어내면 된다. 그러나 이게 과연 올바른 접근 방식일까? 

모든 화장실을 방과 같은 구조로 만들고 남녀 구분 없이 쓰게 하는 것, 즉 성중립 화장실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공평한 방법일 수 있다. 사실 집에 설치된 모든 화장실은 성중립 화장실이다. 이러한 성중립 화장실은 성 소수자도 쓰기에 부담이 없으며, 이미 항공기에서는 보편적으로 쓰이는 구조이다. 그러나 일반 건물에서는 효율성 면에서 약간의 문제가 생긴다. 좌변기와 세면대를 설치해야 하니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는 것. 여객기는 아예 공간을 최소한으로 만들어 두었으니 예외로 한다. 성평등 화장실은 신축 건물에는 시도할 수 있지만 기존의 화장실 구조를 성중립 화장실로 개조하기는 매우 어렵다. 

효율성 외에도 몰카를 설치하려는 사람들이 성중립 화장실에는 제한 없이 접근하여 불순한 목적으로  이용하기 쉽다는 문제가 있다. 나도 사실 이 문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나무위키의 성중립 화장실 설명을 보고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없어서는 안되고, 그러나 너무 드러나도 안되는 화장실의 고단함이란! 물론 그러면서 깨끗함도 갖추어야 한다.


 

  

2025년 10월 9일 목요일

탄산음료 속 단맛 전쟁—사탕수수 설탕이냐 고과당 옥수수 시럽이냐

어쩌다가 음료수에 사탕수수로부터 제조한 진짜 설탕(cane sugar)가 쓰였다고 강조를 하는 시대가 되었을까? 이는 단맛을 내기 위해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Fructose Corn Syrup, HFCS, 또는 액상과당)을 쓰지 않았음을 뜻한다. HFCS은 옥수수 전분을 효소(α-amylase 등)로 처리하여 포도당(glucose)을 만든 후, 다시 효소(glucose isomerase)를 사용하여 포도당의 일부를 과당(fructose)로 만든 것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HFCS가 널리 쓰이게 된 주된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액상이라서 분말 형태인 설탕보다 취급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옥수수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기술의 발전으로 사탕수수를 이용하여 만드는 기존의 설탕보다 더욱 값싸게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식품 산업에서 널리 쓰이게 되었다. 1970년대 후반 쯤 우리나라에서도 '과당'이라는 이름의 요리용 당이 판매되기 시작한 것을 기억한다. 과당이 나오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단맛을 내기 위한 전통적인 재료는 꿀, 설탕(비록 사탕수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지는 못하지만), 그리고 엿이나 조청이 전부였다.   

설탕(sucrose)은 과당과 포도당이 1:1로 결합된 이당류이다. 과당은 인슐린 분비를 거의 자극하지 않아서 혈당 조절이 어렵고 포만감을 덜 느껴서 많이 섭취하기 쉽다고 한다. 물론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완전히 검증된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설탕보다 HFCS가 해롭다는 인식이 꽤 널리 퍼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대한 논란 자체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카콜라가 미국에서 설탕(cane sugar)를 넣은 콜라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간의 합의나 법적 약속은 확인되지 않았다. 국민 건강을 목표로 한 발언이라고 해도 이를 현실화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미 기반이 잘 갖추어진 미국내 옥수수 재배 농가와 HFCS 제조 기업의 반발이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트럼프 1기 당시에 멕시코산 설탕에 대한 수입 장벽을 마련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설탕 산업 경쟁력을 위해 추가적으로 관세 장벽을 강화한다는 것도 쉽지는 않다.

원래 자연에서 단맛은 과일이나 벌꿀과 같이 매우 제한적으로 존재했으며, 긴 진화 과정을 통해 인류가 단맛을 선호하게 된 것은 분명히 생존을 유리하게 하는 이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정제당이 넘쳐나면서 이 본능이 오히려 건강을 위협하게 되었다. 혀와 뇌를 달콤한 맛으로 만족시키면서 몸에도 좋은 그런 것은 없다. 단 것을 통한 칼로리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고 꾸준히 운동을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열쇠이다. 식품 산업과 인터넷이 만들어 내는 가짜 정보를 경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