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관 앰프 자작에 사용할 R-코어 트랜스포머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이 지난 2018년이었다. J-50이라 이름이 붙은 R-코어 한 조를 제이앨범(오디오퍼브의 소개 글 링크)에서 구입하여 총 두 차례에 걸쳐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아 보았다. 코어는 한 조인데 두 차례를 만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잠시 그 내력을 소개해 보겠다.
처음 출력 트랜스포머를 만들어서 지금은 사라진 6N1 + 6P1 싱글 앰플리파이어에 연결하여 쓰다가, 잠시 6LQ1 싱글 앰플리파이어에 적용하여 사용하였다. 그 뒤 다른 앰프(6V6GT 싱글)에 사용하기 위해 코일을 다 풀어내고 다시 감았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전동 드릴을 이용한 권선기를 만들어서 에나멜선을 감기도 했으니 그 수고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무나 손이 많이 가기에 다시 출력 트랜스포머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경험이지만 전원용 EI 코어 트랜스포머를 다 풀어서 코어를 한 방향으로 재조립한 뒤 싱글 출력용 트랜스포머로 개조해 본 일도 있었으니...
보빈에 에나멜선을 감기 전의 R-코어 모습. 원본 글은 2022년 11월에 작성하였다(링크). |
이렇게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만 6년에 걸쳐 R-코어 트랜스포머를 두 번 만드는 동안에도 이를 앰프에 고정하는 가장 적당한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기성품 트랜스포머를 쓴다면 다음과 같이 볼트를 사용하여 적당히 체결하면 그만이다.
6PQ8을 사용한 푸시풀 앰프. 모양은 허름하지만 드라마 촬영 시 소품으로 쓰였다. 미술팀의 요청에 따라 생활용품을 이용한다는 제작 콘셉트에 맞추어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드라마는 8회분(시즌 1) 촬영이 다 끝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앰프의 바닥에는 드라마에 출연한 주연 배우의 사인만이 남은 채로... |
구멍만 몇 개 뚫으면 트랜스포머 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성품은 이래서 좋다. |
R-코어 트랜스포머 역시 기성품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음 사진의 것은 전원용 트랜스포머(기성품)의 사례이다.
하지만 직접 코일을 감아서 만든 R-코어 트랜스포머라면? 도대체 어디 붙들어 맬 곳이라고는 없다. 아크릴판으로 상자를 만들어서 그 안에 넣고 실리콘 같은 것으로 고정하는 방법(제이앨범의 실제 사례)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 트랜스포머 2개를 고정해야 한다. |
계속 머리를 굴리다가 파이프를 고정할 때 쓰이는 새들이나 U볼트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를 아래 그림에 표현해 보았다.
먼저 반새들 아이디어. 이 방법의 문제는 위 그림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곳에서 새들과 보빈 사이에 간섭이 일어날지 여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호스 클램프가 사선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R-코어의 직경(대략 22 mm)보다는 큰 파이프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써야 하고, 한쪽에서만 고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PCB 서포트의 길이가 고정 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U볼트를 쓰는 두 번째 아이디어가 더 나아 보인다. 양쪽에서 M6 너트로 조이면 되니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문제가 없고 보빈이 으스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적절히 잘 조이면 된다. 실측과 계산으로 선정한 U볼트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규격(M6 x 48 x 68 mm)이라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고자 한다. 참고로 U볼트는 KS 규격이 따로 없어서 국내에서는 인치 규격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U볼트를 먼저 구입하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다음 고정용 구멍의 크기와 위치를 확정한 뒤 상판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