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5일 일요일

자작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고정하기 위한 마지막 아이디어

진공관 앰프 자작에 사용할 R-코어 트랜스포머를 처음으로 만들었던 것이 지난 2018년이었다. J-50이라 이름이 붙은 R-코어 한 조를 제이앨범(오디오퍼브의 소개 글 링크)에서 구입하여 총 두 차례에 걸쳐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아 보았다. 코어는 한 조인데 두 차례를 만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잠시 그 내력을 소개해 보겠다.

처음 출력 트랜스포머를 만들어서 지금은 사라진 6N1 + 6P1 싱글 앰플리파이어에 연결하여 쓰다가, 잠시 6LQ1 싱글 앰플리파이어에 적용하여 사용하였다. 그 뒤 다른 앰프(6V6GT 싱글)에 사용하기 위해 코일을 다 풀어내고 다시 감았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전동 드릴을 이용한 권선기를 만들어서 에나멜선을 감기도 했으니 그 수고란 이루 말할 수 없다. 너무나 손이 많이 가기에 다시 출력 트랜스포머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부끄러운 경험이지만 전원용 EI 코어 트랜스포머를 다 풀어서 코어를 한 방향으로 재조립한 뒤 싱글 출력용 트랜스포머로 개조해 본 일도 있었으니...

보빈에 에나멜선을 감기 전의 R-코어 모습. 원본 글은 2022년 11월에 작성하였다(링크).


이렇게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무려 만 6년에 걸쳐 R-코어 트랜스포머를 두 번 만드는 동안에도 이를 앰프에 고정하는 가장 적당한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하였다. 기성품 트랜스포머를 쓴다면 다음과 같이 볼트를 사용하여 적당히 체결하면 그만이다.

6PQ8을 사용한 푸시풀 앰프. 모양은 허름하지만 드라마 촬영 시 소품으로 쓰였다. 미술팀의 요청에 따라 생활용품을 이용한다는 제작 콘셉트에 맞추어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그 드라마는 8회분(시즌 1) 촬영이 다 끝나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방송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앰프의 바닥에는 드라마에 출연한 주연 배우의 사인만이 남은 채로...

구멍만 몇 개 뚫으면 트랜스포머 고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성품은 이래서 좋다.


R-코어 트랜스포머 역시 기성품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다음 사진의 것은 전원용 트랜스포머(기성품)의 사례이다.



하지만 직접 코일을 감아서 만든 R-코어 트랜스포머라면? 도대체 어디 붙들어 맬 곳이라고는 없다. 아크릴판으로 상자를 만들어서 그 안에 넣고 실리콘 같은 것으로 고정하는 방법(제이앨범의 실제 사례)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이 트랜스포머 2개를 고정해야 한다.


계속 머리를 굴리다가 파이프를 고정할 때 쓰이는 새들이나 U볼트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를 아래 그림에 표현해 보았다.



먼저 반새들 아이디어. 이 방법의 문제는 위 그림에서 빨간색 원으로 표시한 곳에서 새들과 보빈 사이에 간섭이 일어날지 여부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호스 클램프가 사선으로 지나가기 때문에 R-코어의 직경(대략 22 mm)보다는 큰 파이프를 수용할 수 있는 것을 써야 하고, 한쪽에서만 고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PCB 서포트의 길이가 고정 강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U볼트를 쓰는 두 번째 아이디어가 더 나아 보인다. 양쪽에서 M6 너트로 조이면 되니 균형을 맞추는 데에도 문제가 없고 보빈이 으스러지지 않을 정도로만 적절히 잘 조이면 된다. 실측과 계산으로 선정한 U볼트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규격(M6 x 48 x 68 mm)이라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구입하고자 한다. 참고로 U볼트는 KS 규격이 따로 없어서 국내에서는 인치 규격으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U볼트를 먼저 구입하여 문제가 없는지 확인한 다음 고정용 구멍의 크기와 위치를 확정한 뒤 상판 설계 작업을 마무리하는 순서로 진행하면 될 것이다. 

공연을 위한 20미터 스피콘 케이블 만들기

밴드 공연이 약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정식 공연이라 할 수는 없고 연구원 창립 40주년 기념식을 마치고 곧바로 이어서 진행하는 약식 공연이라 연주할 곡은 몇 개 되지 않는다. 엄숙한(?) 기념식이 끝나자마자 몇 분 안에 후다닥 장비를 설치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공연이 아무리 메인 이벤트가 아니라 해도 이렇게 진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강당 무대 옆의 대기실에서 몇 차례 연습을 해 오다가 시무식이 있었던 날 오후에 처음으로 무대 위로 모든 장비를 꺼내 놓고 소리를 맞추어 보았다.

나는 무대 왼쪽에서 빨간색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베이스 줄을 퉁기면 스피커와 스탠드를 통해서 무대 바닥면이 울리는 것이 느껴진다.


강당의 관객석은 단층이며 약 280석 정도가 된다. 음향장비까지 제대로 대여할 수준으로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서 드럼까지 마이킹을 할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을 내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600와트급 파워드 믹서(Samson XML610)와 12인치급 PA 스피커로 다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관객석에서 소리를 들어보니 부족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별도의 사운드 엔지니어가 없어서 모든 것을 우리 멤버가 알아서 해야 하는 상황이다. 무선 송수신 시스템으로 무장한 기타리스트가 이런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 직접 기타를 치면서 관객석까지 내려가서 사운드를 체크할 수 있으므로.

600와트급이라 해도 4Ω 기준이므로 좌우 채널로 따지면 각각 최대 150와트 정도로 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연습을 위한 백킹 트랙까지 믹스하여 소리를 크게 내면 레벨미터에 피크가 가끔 들어온다. 관객석에 사람이 있으면 소리가 차단되므로 더 큰 파워가 필요할 것이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라면 락 밴드 공연용으로는 2킬로와트 정도 되는 앰프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 어쿠스틱 악기 위주의 공연이라면 같은 장소에서 이 음향장비로 충분할 수도 있다. 보유한 장비 이외의 것을 대여하기도, 사전 리허설을 하기도 매우 곤란한 상황이라서 일단은 이것으로 어떻게든 최초(?)의 공연을 진행해 봐야 한다. 

막상 무대 위에 스피커를 배치해 보니 5미터로 맞추어 만든 케이블이 너무 짧았다. 그래서 20미터로 새로 선을 만들기로 하고 50심 스피커 케이블 100미터 뭉치를 하나 주문하였다. 80심이냐 50심이냐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다가 비용 문제로 인하여 50심으로 결정하였다. 만약 100심 원형 케이블에 더 좋은 스피콘 커넥터를 조합하여 20미터 한 조를 만들려면 그 가격이란...

100미터! 앞으로 스피커 케이블을 또 살 일은 없을 것 같다. 


기존의 것을 해체해 보니 30심짜리를 쓰고 있었던 것 같다. 굵기에 상당한 차이가 난다.

왼쪽 케이블이 새로 구입한 것이다. 좌우 채널용 케이블을 구별하기 위해 한쪽 쌍에는 흰색 수축튜브를 잘라서 끼웠다.

작업 끝.

이런 종류의 케이블은 가지런하게 둘둘 말아 놓기나 나쁘다. 5미터 정도의 마이크/악기용 케이블을 꼬이지 않게 감는 방법은 겨우 익혔는데, 내가 사용하는 스피커 케이블의 외피 재질은 그런 기법을 사용하기가 아주 좋지 않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스태프들은 나름대로 방법을 터득하고 있으리라.

오후에는 6.12 km를 달렸다. 하루 걸러 하루 달리기는 신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이제 6개월차에 접어드는 달리기 덕분에 체력이 현저하게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힘이 펄펄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활력이 넘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페이스는 여전히 부끄러운 수준이고 특별히 나아지고 있지는 않다. 운동 때문에 늘 피곤한 것도 물론 아니다. 단지 땀을 잔뜩 흘리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느끼는 개운함이 너무나 좋고, 외출을 해서 오래 걸어다닐 때 다리가 예전보다는 덜 아프다는 정도이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체중 감소이다. 체지방과 근육량이 각각 얼마나 변했는지 인바디 측정을 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