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10일 수요일

부러진 전기 기타의 헤드-네크 재수리는 하지 않기로 하다. 내가 붙인 그대로~

기타의 수리에서 가장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고 수리비도 비싼 것은 도장과 관련된 작업이다. 기타를 새로 만드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부러진 네크를 붙이고 접합 부분을 갈아낸 뒤 재도장을 하는 비용은 기타의 원래 가격과는 상관이 없이 공평하다. 따라서 수리 비용이 기타의 구입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다면 수리를 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공장에서 양산하는 기타라면 규모의 경제를 이용하여 제조 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하지만,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인 수리는 그와 다르다.

수리가 불가능한 고장이나 손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악기의 소유자가 그 비용을 감당할 의사가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사전에 전화 상담을 하여 내가 원하는 수리, 즉 온전하게 도색을 하여 마무리하는 유형의 비싼 수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웹사이트의 정보를 보고 대전에서 기타를 들고 온 수고를 생각하여 직접 매장을 찾아가 보기로 하였다. 예를 들어 내가 직접 붙이느라 크게 단차(별로 좋아하는 낱말이 아님)가 난 헤드 전면부만 대충 갈아내고 부분 도색만 하는 등의 다른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문을 열고 들어간지 채 10분이나 걸렸을까? 나는 연습용 기타줄과 피크만 사 들고서 멋적게 매장을 나와야만 했다. 마감의 범위를 좀 줄인다든지 하여 좀 더 저렴한 수준의 수리 방법을 제안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매장 주인의 반응은 너무나 무뚝뚝하였다. 말 몇 마디 주고받고는 다시 작업대로 가서 연신 사포질을 할 뿐이었다. 

"셋업이나 좀 봐 주세요."

"최근에 기타 치시면서 불편하신 거 없으셨나요? 손이 아프게 줄이 너무 높거나 하지 않으면 됩니다."

줄자 비슷한 것으로 현 높이를 재 보고는 손을 볼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내가 10을 이야기하면, 3이나 4 정도의 반응이 돌아온다고 느꼈다. 몇 만원을 들여서라도 줄도 새로 갈고, 광도 좀 내고, 녹도 좀 닦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반응이 너무 냉랭하여 말을 붙일 엄두가 나질 않았다. 아니, 이러한 제안은 상점 주인이 먼저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먼지도 꽤 달라붙었고 금속 부품의 광택도 죽었으니 오랫동안 관리를 잘 하지 않은 기타임은 누가 보아도 명백하다. 삼익에서 만든 중저가 기타라서 그런가?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상점 주인이 바가지를 씌운 것도 아니고, 폭언을 한 것도 아니며, 불필요한 수리를 유도하거나 비싼 부품을 사게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나는 상점에 머무는 짧은 시간 내내 몹시 불편하였다. 내가 지금까지 경험한 상점의 친절도 순위에서 잘 해 보아야 하위 20% 정도 혹은 그 이하라고 평가를 하겠다.

프로페셔널 연주자, 이제 막 기타에 관심을 갖고 처음 사려는 사람, 학창 시절에 밴드에서 활동했던 추억을 되살리고자 그동안 방치해 둔 녹슨 기타를 들고 정비 차원에서 온 사람... 저마다 사연은 다를 것이다. 노련한 악기점 주인이라면 처렇게 몇 일 기타를 쳐 보려고 하다가 또 스탠드에 세워두고 말 고객을 미리 알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차피 며칠 치다가 말 사람이 뻔하니 난 상대하지 않겠소..가 되어서는 아니된다. 상점 주인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손님을 대하게 되고, 그중에는 까다롭고 유별난 손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객에게는 그것이 첫 경험이 될 가능성이 크며, 그때 경험한 것에서 재방문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구글에서 해당 수리점의 리뷰를 찾아 보았다. 기술력이나 철저한 서비스 정신에 대해서는 평이 좋지만, 너무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평이 제법 많았다. 싸구려 기타 하나를 사는데 20분이 넘게 세팅을 해 주는 모습에 감동했다는 리뷰도 있었다. 그럼 난 뭐지? 그 싸구려 기타는 최소한 에피폰 수준은 되는가? 최소한 70만원짜리 기타라도 하나 사야 서로 감정도 좀 트이고 진심이 오고 가게 되는가?

구글의 리뷰에는 기타 관리를 받고 새 기타가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는 글도 있었다. 관리 상태가 엉망인 내 기타에 대해서는 왜 '줄도 갈고 광택 좀 내 드릴까요?'라는 말 한마디 없었을까? 내가 요청을 하지 않았기에? 혹은 그럴 가치가 없는 기타 혹은 손님처럼 보여서? 혹은 바가지 씌운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 손님이 요청한 것이 아니면 절대로 먼저 제안하지 않는 방어적인 성미이신지?

허탈하고 속이 좀 상해서 집에 돌아온 뒤에도 기분이 쉬 가라앉지 않았다. 나야 다시 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이런 기분을 느낀 고객이 나 혼자만은 아니라고 하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겠다. 수리점 이름을 이 글에서 언급할까 잠시 생각했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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