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9일 토요일

뒤늦은 9월의 독서 기록

지난 9월 중순에 독서기록을 미처 작성하지 못하고 반납 직전에 책 표지만 사진으로 찍어서 구글+에 올린 적이 있다.


늦었지만 책 제목과 저자 및 역자를 글로 기록해 두고자 한다. 그래야 나중에 블로그 안에서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가 독서 기록을 작성하는 이유는? 한 번 읽었던 책을 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팔과 다리의 가격 장강명 지음

누가 왜 기후변화를 부정하는가('거짓 선동과 모략을 일삼는 기후변화 부정론자에게 보내는 레드카드') 마이클 만, 톰 톨스 공저|정태영 역

플랜트 패러독스('우리가 건강해지려고 먹는 식물들의 치명적인 역습') 스티븐 R. 건드리 저|양준상 감수|이영래 역

모피아('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소설)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3] 부품 배치 결정

앰프 자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섀시(chassis)를 가공하는 일이다. 기성품은 매우 비싸고 가공도 쉽지 않다. 2~3 mm 정도의 알루미늄 판에 부품을 올리고 목재를 가공하여 바닥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 섀시 역시 상당한 수준의 가공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대전 Acme Somics의 최필선 대표 제작. 사진은 소리전자 장터 게시판에서 빌려온 것이다.

구멍을 수직으로 잘 뚫고, 톱질을 직각으로 하는 일 모두가 숙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단히 어렵다. 멋을 부리려면(= 비용을 많이 들여도 좋다면), CAD로 도면을 그려서 알루미늄판을 가공하고, 조각집에 맡겨서 글씨를 새기고, 샌딩 처리를 하고... 눈이 한 번 높아지면 쉽사리 만족하기 어렵다. 물론 나는 이런 단계에는 아직 이른 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제작은 최대한 간편하게 진행해 볼 생각이다. 나무판 위에 부품들을 늘어놓고 조립을 하여 테스트를 먼저 끝낸 뒤, 제대로 섀시를 갖추는 것은 나중에 검토하려는 것이다.

예전에 철천지에서 구입한 코팅 합판으로 건반(Fatar StudioLogic SL-990) 받침대를 만들었다가 도로 해체를 한 일이 있다. 오늘은 이것을 일부 잘라내어 앰프의 바닥판으로 쓰기로 하였다. 미리 그린 선을 따라서 절단면이 수직이 되게 손으로 톱질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최대한 똑바로 자르기 위하여 자르려는 합판 위 아래에 다른 합판을 가이드 삼아서 대고 톱질을 시작하였다.

아야! 길을 내기 위해 톱날을 당기는데 왼손 엄지손가락 위로 톱날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소독을 하고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 시작부터 왜 이런담.

동양의 톱은 당겨야 잘린다. 이를 인식하고 실제에 응용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리 그린 선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고 무난하게 톱질을 마쳤다.

앰프를 둘 곳은 침실의 오픈장뿐이라 앞뒤 폭을 충분히 주기가 어렵다. 잘라낸 합판의 크기는 360 mm x 250 mm 정도이다. 절단면을 대충 사포로 다듬은 다음 부품들을 올려 보았다. 프리앰프는 별도의 것을 쓸 예정이지만 전원 트랜스를 두 개나 쓰는데다가 출력 트랜스의 고정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공간 활용도도 떨어지고 모양새 또한 영 아름답지 못하다. R-core 트랜스는 음질도 좋고 자작도 쉬운데 고정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회로도를 확정하고 몇 번의 스케치를 거쳐서 하드 와이어링을 위한 실체 배선도 역시 확정을 하였다. 40 W 백열전구를 사용하여 B 전압이 어느 정도가 확보되는지를 측정해 두었는데 진공관을 연결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다음 주에는 6핀 소켓을 주문하여 본격 제작에 들어가야 되겠다. 이번에 만드는 앰프는 진공관 앰프의 기본을 익히는데 아주 좋은 교재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공관을 이용한 증폭 회로뿐만 아니라 '전력전자' 분야와 관계가 있는 부분 - SMPS, 전원장치, 돌입전류 대책 등 - 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편이다. 오늘은 유도성 부하에 전원을 넣고 끊을 때 스파크 킬러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를 공부하였다. 직류로 작동하는 회로라면 전원 스위치에 대하여 병렬로, 교류로 작동하는 회로라면 부하에 대해서 병렬로 연결해야 한다. PC용 파워 서플라이의 DPDT(double pole, double throw,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 전원 스위치에 왜 스파크 킬러가 그렇게 연결되었는지를 무심히 보고 지나쳤었는데 이를 오늘 비로소 이해하였다.

다른 기기에서 적출한 필름 캐패시터. 오디오 회로의 입력단에 위치하는 커플링 캐피시터로 쓸 수 있는 '오디오 그레이드'의 부품인가? 아니면 스파크 킬러로나 써야 하는가? 스파크 킬러를 자작하려면 여기에 직렬로 연결되는 저항의 와트 수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가?


2018년 9월 28일 금요일

1N5404 - 3.0 A rectifier와 돌입전류 제한 방법

내가 직접 돈을 주고 구입한 정류용 다이오드는 1N4007이 전부이다. 1.0 A, 1000 V를 흘릴 수 있는 매우 평범한 부품이다. 키트나 완제품 보드를 사면서 다른 종류의 정류용 다이오드를 접한 적이 당연히 여러 차례가 있었다. 그러나 부품의 형번을 직접 기억하면서 구입을 했던 다이오드는 1N4007이 전부였다.

다음 그림은 며칠 전에 만든 배전압 정류 모듈이다. 말 그대로 hard-wiring 작품이다. 전원 트랜스포머의 13 V 출력을 높여서 히터에 25 V를 공급해야 하는 진공관(43 power pentode)을 작동시키기 위하여 만들었다. 배전압 회로를 거치면 히터를 연결해도 25 V를 훨씬 넘는 전압이 걸리므로 어떻게든 저항을 넣어서 전압을 낮추어야 한다.


빨강 삼각형 위치에 2 Ohm 저항을 넣으면 출력부에 저항을 추가하지 않고 23.5~23.9 V가 얻어진다. 저항 양단에 걸리는 전압은 2.59 V이므로 2.59 / 2 = 1.295 (A)가 흐른다. 저항에서 소모되는 전력은 3.35 W이다. 1 Ohm 저항을 삽입하면 히터에는 27.5 V가 걸린다(110%). 1.5 Ohm이면 딱 좋을텐데!

위에 보인 회로도에서 보통 빨강 삼각형 자리에 돌입전류(inrush current)를 제한하기 위한 저항을 넣게 된다. 그러나 이 위치에는 내가 보유한 아무리 작은 용량의 저항 - 4.1 Ohm까지 테스트 - 을 넣어도 전압이 너무 많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류회로의 출력단에 합성 저항을 연결하여 원하는 전압을 얻는 데에는 성공을 하였다.

1500 uF 캐패시터라면 적은 용량이 아니다. 저음 전기가 들어올 때 돌입 전류가 발생할 것은 당연하다. 그러면 1N4007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 이보다 더 높은 전류를 허용하는 정류 다이오드를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1N5404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1N5404는 3.0 A, 400 V를 견디는 다이오드이다. 1N5407(800 V)를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보다 정격이 더 높은 다이오드는 6A10이라는 것이 있다. 6 A, 1000 V를 견디는 막강한 다이오드인데 가격은 월등히 비싸다.

(엘레파츠 1개 가격) 1N4007: 20원, 1N5404: 70원, 6A10: 140원

1.0 A/3.0A/6.0 A는 IF(forward current)를 의미한다. 다이오드가 견딜 수 있는 순간 전류에 해당하는 정격은 아니다. 이에 해당하는 것은 무엇일까? IFSM(peak forward surge current)가 이에 해당할 것 같다. 이 파라미터는 파형의 종류와도 관계가 있다. 60 Hz(8.3 ms)의 사인파를 견디는 각 다이오드의 능력을 데이터시트에서 찾아보았다. Square wave에는 좀 더 높은 수치를 견딘다.

IFSM 1N400X: 30 A, 1N540X: 200 A, 6A0X: 400 A

가녀린 다이오드라고 생각했는데 1N400X도 무려 30 A를 견딘다. 맨 위에서 소개한 회로도에서 30 A를 넘는 돌입 전류가 발생할 것 같지는 않다(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 다시 생각을 해 보니, 돌입 전류는 정류 다이오드가 아닌 회로의 다른 곳에 트러블을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 이 경우에는 복잡한 논리회로가 아니라 진공관의 히터가 연결되는 것이 전부이다. 별로 문제가 발생할 여지는 없다.

돌입전류를 설정치 이하로 줄이기 위해 삽입할 저항의 크기는 다음의 사이트에서 계산할 수 있다. 저항이 전혀 없을 때 돌입 전류는 얼마나 흐를까? 이것은 내 지식으로는 계산하기가 너무 어렵다.

https://www.ametherm.com/inrush-current/calculators



돌입 전류를 10.6 A이하로 제한하려면 2 Ohm 저항을 넣으면 된다. 오늘 구입한 5 W 시멘트 저항 중 가장 작은 값의 것에 해당한다.

실험 결과 - 25 V 만들기

정류 후 전류를 목표치로 낮추기 위하여 저항을 삽입하는 경우라면 전원 트랜스포머와 배전압 정류회로 사이에 넣는 것이 돌입 전류의 제한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다. 실험을 해 본 결과 이 위치에 1.5~2 Ohm 정도의 저항을 넣으면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문제는 발열이다. 2 Ohm/5 W 저항 하나를 쓰는 경우 계산 상으로는 3.35 W를 소모하게 되는데,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시멘트 저항은 일종의 권선 저항으로서 사용온도 범위는 -40°C~ +155°C라고 한다(바로전자 웹사이트). 5 W 저항의 경우 120% 구동 조건에서는 최대 90°C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주변에 열에 민감한 부품이 배치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출처: 바로전자

발열에 신경이 쓰인다면 와트 수가 높은 저항을 택하면 된다. 또는 여러개의 저항을 연결하여 같은 저항값이 나오게 만들면 발열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2 Ohm 저항을 두 개 병렬로 연결한 것을 두 개 만들어서 이를 직렬로 연결하면 합성 저항은 2 Ohm이 되고, 저항 하나의 발열량은 1/4이 된다. 실제로 이렇게 해 보았는데 모양새가 좀 우스웠다.

2018년 9월 27일 목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2] 히터 점검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출근을 하였다. 지난주 미국 출장을 나가 있는 동안 사무실로 배달된 43번 5극관을 오늘 드디어 만나게 된 것이다. 구입한 물량은 총 4 개인데, 두 개는 제이앨범 관리자에게 보냈다. 25A6과 25L6이라는 잘 알려진 진공관의 직계 조상에 해당하는 관이라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Silvertone이라는 브랜드의 두 개를 챙겼다. 유리면에 붙어있는 딱지에는 검사일로 추정되는 날짜가 찍혀 있는데 '1941' 혹은 '1947'로 보인다.


이 진공관를 점화하려면 25  V. 0.3 A가 필요하다. 13 V, 2.3 A가 나오는 전원 트랜스에 배전압 정류회로를 달아서 두 개의 히터를 병렬로 연결해 보았다. 부하가 없는 상태에서는 약 38 V가 출력이 되는데, 진공관 히터를 연결해도 전압은 30 V를 훨씬 넘은 상태였다. 8.2 Ohm 5 W 시멘트 저항을 삽입하여 히터를 연결한 다음 히터 양단의 전압을 측정해 보았다. 27.4 V로서 정격 전압 25 V에 대하여 9.6% 초과한 상태이다. 저항 양단의 전압 강하(5.4 V)로부터 회로 전체에 흐르는 전류를 측정하니 0.66 A가 나온다. 계산 상으로 저항에서 소모되는 전력은 3.56 와트이고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진다. 10~12 Ohm 10 W 정도의 저항으로 바꾸어 최종 테스트를 하면 될 것이다.

오늘 실험을 통해서 내가 보유한 전원 트랜스로 43번 5극관 두 개에 충분히 히터 전원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8년 9월 26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 전원부 설계

올 봄에 탁상용 6J6 푸시풀 앰프를 구입한 것도 나에게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집과 사무실에서 각각 사용할 앰프를 충분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호기심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어서 6J1+6P1 싱글 앰프, R-core 출력 트랜스, SMPS 자작에 이어서 '고전관(vintage tubes)'에 속하는 43 5극관을 이용한 앰프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43번 진공관은 1930~50년대 라디오의 음성 출력관으로 널리 쓰이던 것이다. 히터용 트랜스를 별도로 쓰지 않고 여러 진공관의 히터를 직렬로 연결하여 가정용 전원에 그대로 꽂도록 만든 것이라서 표준적인 6.3 볼트가 아니라 25볼트가 필요하다. 캐소드-애노드 사이에 걸 수 있는 최대 전압은 160 볼트이고 최대 스크린 그리드 전압은 135 볼트이다.

요즘 기준으로서는 전원부 설계가 매우 귀찮은 진공관이다. 히터 전압은 높고, B 전원은 낮고... 그런데 왜 이런 '구닥다리' 43번 관을 다음번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는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좌부터 MT관 (12AU7),GT관 (5AR4),ST관 (2A3)
[출처] 2 진공관의 형태|작성자 phil7724
  • ST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 중에서 43번 오극관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였다.
  • 이미 만들어 놓은 5K:8 출력 트랜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제작에 참고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출처: Radiomuseum
캐소드 캐패시터의 용량을 계산하는 식이 너무 복잡해서 대충 100 uF/50 V를 달아 본 다음에 튜닝을 하면 될 것이다. 캐소드 저항도 360R이나 390R에서 적당히 고르면 될 것이다. 초단/드라이브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손을 줄이기 위하여 별도로 갖고 있는 12AU7 headphone amplifier/preamplifier를 사용할 것이다. 이는 자체 전원 어댑터를 갖고 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긴다면 DC 12 V로 작동하는 프리앰프 제작을 시도해 보고 싶다. 참조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만약 애노드 전압 160 볼트(바이어스 전압 18 볼트를 더하면 178 볼트의 B 전원이 필요)를 43번 진공관의 작동 조건으로 한다면 전원 회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1. SMPS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IR2153과 MOSFET을 사용하여 원하는 DC 전압을 얻는 장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단, 회로를 꾸미는데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 불편한 점이다. "진공관 앰프에 노이즈가 지글거리는 SMPS라니 말도 안된다!"라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지난 여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음악 감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SMPS 실험 끝내기).

2. PC용 파워 서플라이 + DC-DC boost converter

PC용 파워 서플라이는 매우 높은 용량의 직류 전압(5 V 및 12 V)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DC-DC 고전압 부스터를 이용하면 B 전원을 공급하는데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음의 물건을 구입하여 배달을 기다리는 중이다(단가는 5.52 달러). 최대 출력 전류는 0.2 A인데 입력 전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러면 히터용 DC 25 V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컨버터는 고전압 출력이 가능한 대신 전류 용량이 매우 낮다. 43번 관의 히터에는 0.3 A가 필요하므로, 히터를 병렬로 연결하면 총 0.6 A는 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요즘 매우 흔한 DC-DC step up converter를 사용하면 어떨까? 파워 서플라이에서 나오는 12 V를 입력하면 될 것이다.

3. 고전적인 방법 - 트랜스포머 사용하기

43번 오극관을 사용한 라디오 수신기는 가정용 전원(110 V 교류 혹은 직류 - 당시 미국에서는 직류 전기도 공급이 되었던 모양이다)을 그대로 정류해서 쓰도록 만들어 졌었다. 따라서 110~120 V가 2차에 출력되는 전원 트랜스(25 V도 포함하여)를 주문 제작하면 가장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 그런데 돈을 추가로 들이기가 싫다. 갖고 있는 트랜스를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작고 가벼운 앰프를 만드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위 사진을 보자. 모두 220 V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원 트랜스이다. 2차 전압은 왼쪽 것이 13 V x 2(2.3 A), 오른쪽 것은 0-9-12-15-18 V(1.2 A)이다. 두 트랜스를 2차끼리 연결하면 절연된 ~110V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는 제이앨범에서 얻은 적이 있다. 단, 220 V에 연결되는 첫번째 트랜스의 용량이 충분히 커야 한다.

왼쪽 트랜스의 2차 중 하나(13 V)를 오른쪽 트랜스의 2차에 연결해 보았다. 여기에는 13 V 탭은 없으므로 12 V 혹은 15 V에 연결해야 한다. 마침 PC용 파워 서플라이 기판에서 도려낸 정류부(EMI noise filter 포함)가 있어서 최종적으로 얼마의 직류 전압이 나오는지를 측정해 보았다. 모두 부하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이다.
  • 12 V 탭에 연결할 경우: 126 V, 정류 후 171 V
  • 15 V 탭에 연결할 경우: 101 V, 정류 후 137 V
두번째의 트랜스포머에서 전류를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첫번째 조건이 괜찮아 보인다.

그러면 히터용 전원(25 V)을 공급하는 문제가 남았다. 첫번째 트랜스포머 2차의 나머지 13 V를 활용해 보자. 배전압 정류를 하면 충분히 높은 전압이 나오지 않겠는가?

곁에 놓인 것은 하드와이어링으로 꾸민 배전압 정류회로.
다음과 같은 회로를 꾸며서 측정을 해 보았다. 정류 다이오드 직전의 8R2 저항은 돌입전류를 제한하여 다이오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부하 저항을 전혀 걸지 않으면 무려 38 V의 직류가 나온다. 여기에 220R 저항을 연결하니 26.5 V 수준으로 떨어졌다. 43번 진공관 두 개의 히터를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압이 너무 낮아지지는 않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2차에서 2.3 A를 뽑을 수 있는 트랜스포머이므로 너무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검정 삼각형은 B-전원을 생성할 두번째 트랜스포머의 연결 포인트이다.
컴퓨터로 회로도를 그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CircuitLab에 잠시 감동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시간 제한이 있는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파워포인트로 일일이 부품 심벌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시 조사를 해 보았다. Edraw Max라는 것도 꽤 괜찮은데 기능 제한이 없는 30일 free trial 기간이 지난 후에는 구입을 해야 한다. 

Edraw Max 맛보기.

완전히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검색을 해 보니 Fritz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감을 잡고 싶다면 다음 글을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것으로 오디오 앰프의 회로를 그릴 수 있을까? 설치를 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다가 다시 웹 검색을 해 보았다.


여기에서 제시한 소프트웨어들을 검토한 뒤에 결정해야 되겠다.

2018년 9월 25일 화요일

흐트러진 9월의 질서 바로잡기 - 독서 기록을 포함하여

9월 하순하고도 벌써 25일에 접어들었다. 닷새만 지나면 벌써 10월이 되는 것이다. 한 달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가 하고 놀랄 것이 아니라 2018년도 이제 3/4이 지났다는 반성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이번 달에는 목표했던 블로그 포스팅 횟수를 달성하려면 아직도 많은 글을 써야 한다. 이렇게 된 이유는 일주일 동안 국외 출장(2018 LAMG, Lake Arrowhead Microbial Genomics Meeting)을 다녀온데다가 추석 연휴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만 공부를 한 나와 같은 사람에게는 국외 학회 출장이란 매우 큰 도전이다. 강연을 듣고 포스터 발표를 하는 것은 어느 정도 대비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LAMG처럼 social/mixer 활동의 비중이 큰 학회는 솔직히 말해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수천명 이상이 모이는 대규모 학회에서는 동시에 열리는 심포지움 세션 중 필요한 것만 골라 들으면서 비교적 수동적으로 일정을 보내도 큰 문제가 없다. 쉽게 말해서 내 존재는 수많은 참가자 사이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LAMG는 160명 정도의 사람이 작은 공간에 모여서 바글거리며 4박5일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산속 호숫가에 자리잡은 컨퍼런스 센터에서 적은 수의 참석자들은 숙소를 같이 쓰면서 늘상 서로 마주치고, 식사시간에는 테이블에 둘러앉아 서로를 소개하고 쉴 새 없이 와글와글거리며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다. 서로 간단히 통성명을 하고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연구를 하는지 소개를 하자마자 금세 친한 친구가 된 것처럼 분위기가 바뀐다. 영어에 능통하지도 않고 이러한 사교적인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은 동양인에게는 어찌보면 견디기 힘든 경험이 되기도 한다. 표면적으로는 소통의 도구(언어)가 불비하다는 장벽에 가려져 있지만 더 깊은 속으로 들어간다면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이런 와중에서도 어렵사리 몇 명의 외국인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번 LAMG(2016; 2년 간격으로 개최)에서는 한국인은 고사하고 아시아에서 직접 참석한 동양인은 나 하나뿐이어서 더욱 적응이 쉽지 않았었지만 이번에는 연세대학교에서 4명, 그리고 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ius에서 온 한국인 post-doc이 있어서 비교적 소외감(?)을 덜 수 있었다.

국외 학회에서 한국인을 만나거나 동행하는 것은 장점과 단점이 다 있다. 장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단점은 한국인끼리만 몰려다니면서 오히려 새로운 사람과 교류하는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무엇이든 한쪽으로만 치우치면 좋을 것이 없다. 

이번에도 미생물 유전체학에 대한 새로운 동향, 기술, 그리고 인맥이라는 성과를 안고서 돌아왔다.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출장 보고서를 남기는 일이 남았다.

일주일 동안의 외유와 그에 이어지는 추석 연휴가 일상적인 생활의 질서를 잠시 흩뜨렸다고는 하나 나의 지적 활동을 완전히 쉬게 만든 것은 아니다. 독서에도 열중하였고...

유발 하라리의 책은 이제 읽기 시작하였다. 밀린 독후감은 언제 쓴담?

독서 목록

  1. 4차 산업혁명이라는 유령('우리는 왜 4차 산업혁명에 열광하는가): 홍성욱·홍기빈·김소영·김우재·김태호·남궁석 공저
  2. 투자자가 된 인문학도('금융위기와 버블을 동반하는 산업혁명기의 경제독해법') 조현철 지음
  3. 인간은 양파다('나를 사랑하게 되는 마음의 기술'): 오가와 히토시 저|이정은 역
  4. 反기업 인문학('인문학은 어떻게 자본의 포로가 되었는가?': 박민영 저
  5.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반프랑스 혁명에서 현대 일본까지'): 우노 시게키 저|류애림 역
  6.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유발 하라리 저|전병근 역
이번에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 외에도 두 권의 책을 새로 사서 읽었다. '반기업 인문학'과 '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이 그것이다. 


43번 power pentode를 이용한 싱글 엔디드 앰프의 제작 구상도 마친 상태이다. 이에 관한 글은 앞으로 연속하여 작성해 나갈 것이다.

이 물건은 내가 ebay에서 구입한 것이다(링크).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새로운 만년필, Waterman

Waterman의 제품으로는 Phileas에 이은 두번째 경험이다. 모델명은 Expert II일 것으로 추정된다. 카트리지에 병잉크를 넣어서 써 보았다. 손에 잡히는 느낌, 필기감 모두 좋다.


만년필을 세 자루나 필통 속에 넣어서 다니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잉크 색은 전부 다르다. 아마도 맨 왼쪽의 Sheaffer 만년필이 곧 서랍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만 같다.


형이 쓰던 것이라 뚜껑에 이름 각인이 새겨진 상태였는데 검정색 매니큐어를 덧발랐다. F닙을 채용하여 매우 적절한 굵기로 글씨를 쓸 수 있다. 이러다가 주력으로 쓰던 파커 IM 프리미어 배큐매틱까지도 밀어내게 될지도 모르겠다. 유튜브의 동영상 클립을 소개한다.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하다

나에게 판교라는 곳은 성남시 분당구에 사시는 어머니를 방문하러 갈 때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는 곳이라는 의미 이상을 갖지 못하였었다. 지난 일요일, 판교에 있는 진단 관련 회사의 관계자를 방문하기 위해 SRT(수서역 하차)와 버스를 이용하여 '판교 테크노밸리'를 방문했을 때, 이곳의 규모와 활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지도 서비스의 이미지를 캡쳐하였다. 내가 방문한 곳은 아래 그림에서 D-1-2 지구쯤에 해당하는 건물이었다. 점심을 먹은 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밖으로 나와보니 아마도 근처 기업에 근무하는 것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거리를 메우고 있었다. 마침 날씨가 좋아서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지만, 젊음과 하이테크가 어우러진 멋진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카페의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아서 노트북 컴퓨터 혹은 인쇄한 회의 자료(게임의 바탕 화면이었음)를 들고 무엇인가를 논의하기에 바빴다. 첫눈에 보기에도 IT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 보였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바이오 관련 기업도 많이 입주해 있다고 하였다.

내가 방문한 곳은 유스페이스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대덕연구단지(대덕'밸리'라는 이름을 붙인다고 해서 이미지가 좋아지지는 않는다)의 모습과 비교가 되었다. 인프라는 일찍 조성되었으나 활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연구단지 내의 주요 도로는 출퇴근 시간에만 반짝 붐빌 뿐이지 사람들의 자연스런 교류가 눈에 뜨이지 않고, 주말에는 썰렁함이 감돈다. 지역 매체에 나온 기사를 인용해 본다.
얼마전 대덕을 다녀간 도시생태계 전문가의 말이 아프게 다가온다. "대덕은 소통 슬럼가, 유령도시 같다."
과학기술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멋진 곳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인재는 수도권으로 떠나고, 별 의미 없는 쇼핑센터·주상복합건물 건설 공사만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이 입구에 디딤돌 플라자를 만들어서 소통의 공간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엔씨소프트 R&D센터. 신분당선을 타기 위해 판교역까지 내려오는 길에 찍었다.
수도권은 이렇게 사람과 돈을 빨아들이고 있는데 반하여 나머지 지역은('지방'이라는 말을 쓰기 싫다)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할 것인가?

2018년 9월 8일 토요일

좀 더 다양한 진공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two digit types)

S.Ito라는 일본인의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그림을 하나 소개한다. 1972년부터 아마추어 무선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진공관 및 전자회로 DIY에 관한 정보를 많이 수록하고 있다. 아마 인터넷에서 진공관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나 혹은 S.Ito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는 ST(shouldered tube), 중간의 GT(glass tube), 그리고 가장 작은 MT(miniature tube). 물론 이와 다른 모양의 외형을 지닌 것도 많다. 이 그림이 수록된 Vacuum tubes for beginner에는 참조할만한 좋은 정보가 많다.

Types of tubes. 출처: http://www.atatan.com/~s-ito/vacuum/vacuum.html

내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경험해 본 진공관은 다음이 전부이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MT에 해당한다.

  • PCL86 (=14WG8)
  • 12DT8
  • 6N2P
  • 12AU7
  • 6N1
  • 6P1
  • 6J6

MT는 진공관 역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것이고, 가장 발전한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른 진공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조시기가 늦은 편이라서 품질이 좋은 NOS(new old storck) 관이 많이 남아있다고 보아도 좋다. 유리와 열팽창률이 같은 핀 재료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별도의 베이스를 쓰지 않게 되었다.

진공관 오디오의 재미는 그 특유의 음색도 있지만 빨갛게 빛나는 진공관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다. 33 kHz 정도의 고주파을 이용해서 필라멘트를 가열했더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푸른 빛이 보인다. 마치 어두운 도시 거리에서 고풍스런 옛날 건물을 보는듯하다.


그래서 짧은 진공관 경험이지만 MT가 아닌 다른 유형의 관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직열 삼극관 2A3).

2A3. Radiomuseum

이런 관을 쓴 앰프를 한번 정도는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가격이 그렇게 싸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슈광 제품이 하나에 거의 80 달러 가까이 하니 말이다. 심심풀이로 오디오파트의 "빈티지출력관" 카테고리에서 가장 싼 진공관을 찾아보았다. MT관을 제외하니 41, 43이라는 단순한 숫자만으로 이름이 붙은 진공관이 보였다. 이것은 어떤 진공관일까? 구글을 뒤지니 다음과 같은 웹문서가 나왔다.

Two Digit Types From 1 to 100

이에 의하면 41(데이터시트, Radiomuseum)부터 43(데이터시트, Radiomuseum, The National Valve Museum)까지는 power pentode이다. Hi-Fi 기준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오디오용으로 만들어진 진공관으로서 아마 라디오의 최종 출력단이나 극장용 오디오 앰프에 쓰였을 것이다. 43 pentode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히터 전압이 25 V나 되는 것은 동일한 진공관 여럿을 직렬로 연결하여 트랜스포머 없이 그대로 상용 전원에 연결하기 위했던 것이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한때는 현재에 재생산되는 진공관만을 사용해서 앞으로의 자작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수고를 들여서 검색을 하면 아직도 구입 가능한 NOS관이 많이 있으며, 오디오 회로가 아닌 다른 용도의 고주파 회로(예: TV)를 위해 만들어졌다가 재고가 된 진공관을 오디오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출력 트랜스의 임피던스가 조금 높은 것을 제외하면 오디오 증폭용 회로를 만들기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조금씩 자료를 모아 보겠다.

출처: https://www.radiomuseum.org/tubes/tube_41.html

이렇게 많은 진공관을 모은 사람도 있다(링크).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 아니겠는가!

2018년 9월 6일 목요일

Nanopore sequencing 결과물의 조립(de novo assembly)

대장균에서 유래한 미지의 박테리오파지 - 염기서열을 얻어서 NCBI에서 blast를 해 보니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 의 유전체를 Oxford Nanopore Technologies(ONT)의 방법으로 해독하였다. Rapid sequencing kit을 사용하여 시퀀싱 라이브러리를 만드는데 30분 이내, 그리고 MinION에 꽂은 flow cell에 반응물을 주입하여 러닝하는데 24 시간, 만들어진 140만 개 이상의 read를 fastq file로 전환(basecalling)하는데 약 5일!

사실 컴퓨터의 코어 수가 충분하다면 basecalling에 걸리는 시간은 충분히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 MinION을 구동하는데 사용한 낡은 Xeon E5520(2.27 GHz)에서 basecalling을 그대로 진행하느라 이렇게 된 것이다. 이 CPU는 코어 4 개를 갖고 있어서 동시 실행 스레드는 8 개에 불과하다. 따라서 local basecalling을 해서는 소용이 없고 /var/lib/MinKNOW/data/reads/tmp 아래에 저장된 백만 개 이상의 raw fast5 파일을 코어가 많은 다른 서버로 복사한 뒤 albacore(실제로는 read_fast5_basecaller.py 스크립트)를 수행해야 한다. 복잡한 디렉토리 구조 하에 파일이 존재하므로 rsync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행히 read_fast5_basecaller.py는 recursive하게 실행되므로 fast5 파일을 한 곳에 옮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파일의 확장자(.fast5.tmp)는 .fast5로 바꾸어야 한다. 파일 이름의 맨 끝에 있는 .tmp를 어떻게 recursive하게 한꺼번에 제거할 것인가?
$ find tmp -name "*.fast5.tmp" -type f | while read filedomv ${file} ${file%.tmp}done
 세번째 줄은 ${file%%.tmp}라 해도 이번 경우에서는 똑같은 결과가 된다. Bash string manipulation examples - length, substring, find and replace(링크)에서 풍부한 사례를 맛볼 수 있다.

24 시간의 러닝 타임 동안 3만 개가 조금 못되는 fast5 파일(이 경우에는 basecall이 완료된)과 8개의 fastq 파일이 생겼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분량이므로, PacBio 데이터를 다루면서 가장 익숙하게 사용해온 de novo assembler인 canu를 사용하여 조립을 해 보았다. Contig는 총 2 개가 생성되었으며 각각의 크기는 2G, G + r이다. G는 예상되는 genome size이고 r은 redundant한 서열이다. 이는 circle 형태의 DNA를 대상으로 시퀀싱 라이브러리를 만들어서 염기서열을 만든 뒤 조립하면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Circlator를 실행하니 작은 contig는 큰 것에 병합이 되었다. 하지만 redundant한 서열은 없어지지 않았다. 남은 contig(size = 2G)를 가지고 gepard로 자체 dot plot을 그려 보았다.


이것은 무슨 의미인가? 서열 단위가 tandem하게 반복됨을 뜻한다(=====>======>). 원래 circlator는 이를 알아서 처리하여 하나의 반복 단위(즉 1G = genome size에 해당하도록)로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작은 contig를 큰 contig에 병합하는 것 말고는 원형화('circularize')를 시키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cross_match 결과는 다음과 같다.


약 49 kb의 단위가 두 차례 반복되지만 서열이 100% 동일하지는 않다. Phage genome이 원래 이렇게 생겼을 가능성은 극히 적고, 아마도 long read sequencing 고유의 error 문제일 것으로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다른 assembler를 사용하면 한번에 깔끔한 결과가 얻어질까? ONT의 공식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Pomoxis를 써 보기로 하였다. 나는 GitHub의 클론을 만들어 설치하지 않고 각 구성 프로그램(minimap2, miniasm 및 racon)을 별도로 설치하였다. 실제 실행 방법은 University of Washington의 Genome Assembly - minimap/miniasm/racon overview 페이지(링크)를 참조하였는데, 여기에 약간의 오류가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그러면 각 단계를 살펴보도록 하자.

1. minimap2로 long read를 자체 비교하기

minimap2 -t 16 -x ava-ont ont-reads.fastq ont-reads.fastq > ovlp.paf
Self-overlap을 검출하기 위해서 하나의 read file이 연속해서 인수로 주어졌다. PAF 파일은 base-level alignment가 없는 approximate mapping 결과물이다. Reference sequence에 read를 매핑하거나 spliced alignment를 할 경우, 그리고 결과물을 SAM으로 얻으려면 각각 이에 맞는 옵션을 주어야 한다. Read file이 여러 개라면 하나로 합쳐야 한다. PacBio read를 사용하는 경우 -x ava-pb 옵션을 적용한다.

2. miniasm으로 조립하기

miniasm -f ont-reads.fastq ovlp.paf > miniasm_reads.gfa

3. FASTA file 추출하기

 awk '$1 ~/S/ {print ">"$2"\n"$3}' miniasm_reads.gfa > miniasm_reads.fasta

4. Contig 서열에 다시 read를 매핑하기(minimap2)

이는 racon 단계에서 필요한 overlap 정보 파일(HMAP/PAF/SAM)을 얻기 위함이다.

minimap2 -t 16 miniasm_reads.fasta ont-reads.fastq > ovlp2.paf

5. racon으로 consensus 추출 

racon -t 16 ont-reads.fastq ovlp2.paf miniasm_reads.fasta > consensus.fasta

miniasm 결과는 길이 48328 bp의 contig 하나였고, racon 교정 후에는  49546 bp가 되었다. 혹시 이 contig 서열의 양 끝에서는 더 이상 정돈할 것이 없을까? 이것이 남은 숙제이다.

2018년 9월 5일 수요일

[Ubuntu 14.04 LTS]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후 application list에 보이는 것이 없다!

우분투가 깔린 컴퓨터에서 Oxford Nanopore 시퀀싱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 년 전과 비교하면 웹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프로토콜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져서 한결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작년에는 프로토콜과 동영상을 보아도 flow cell의 밸브를 여닫고 용액을 주입하는 방법이 약간 혼동스러웠었다.

심혈을 기울여 flow cell에 시료를 주입하는 이수현 연구원.

Rapid sequencing kit를 사용한 반응물을 주입하고 24 시간 running을 실시하였다. MinKNOW 프로그램에서 local basecalling으로 설정을 하였으나 러닝이 끝날 때까지 겨우 2% 밖에 진행이 되지 않았다. 만들어진 read는 140 만 개가 넘으며 추정되는 염기쌍은 무려 10 Gb! 1 년 전에는 48 시간 표준 러닝에서 1 Gb 정도가 얻어질 것이라 하였는데 이제 throughput이 얼마나 올라갔는지 놀랍기만 하다.

포어 하나를 DNA가 통과하면서 획득된 모든 정보는 하나의 fast5 파일에 저장된다. 이것이 basecalling을 거치면 내부에 염기정보가 수록된 fast5 파일과 fastq로 각각 저장된다. fastq 파일은 4,000 개의 서열이 차곡차곡 담긴 상태이다.

러닝 중에 추출된 겨우 8개의 fastq 파일만으로도 de novo assembly를 하기에 충분하였다. 평균 길이는 6.1 kb, total length는 98 Mb이다. 추정되는 genome size는 50 kb 정도이므로 이미 2,000x나 된다. 일단 이것으로 canu assembly를 하였고, circlator를 거치니 하나의 contig가 나온다. 그러나 교정이 충분히 되지 않아서 그런지 서열 시작과 끝 부분의 redundancy를 제거하지는 못하였다(circular genome으로 추정). 이는 Racon으로 polishing을 하여 다시 circlator를 실행하면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MinKNOW를 실행하던 중에 우분투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메시지가 나타났다. 시퀀싱을 마치고 하루가 지난 다음 이를 적용하여 재부팅을 했더니 application list에서 프로그램 아이콘이 하나도 보이질 않았다(새로 만든 파일은 보인다). 이건 또 무슨 버그인가? 터미널 창을 열 수가 없다! 파일 매니저를 열고 프로그램이 있는 디렉토리로 이동하여 xterm 혹은 gnome-terminal을 여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구글을 검색해 보니 우분투에서 발생하는 버그라고 한다.

Newly installed applications do not show in the dash

실행 중인 프로세스 중에서 unity-scope-loader를 죽이면 된다고 한다. 이를 따라서 했더니 프로그램 목록이 잘 보인다. 재부팅을 하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

수정 후 정상 작동하는 대시보드.

2018년 9월 3일 월요일

SMPS 실험 끝내기

약 한 달에 걸친 SMPS 실험을 어제 날짜로 모두 마쳤다. 이번 실험의 목표는 SMPS를 사용하여 진공관 앰프의 B 전원 및 히터용 전원을 전부 공급하는 것이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실험을 모두 마쳤다고 하였었으나 글을 작성하던 당시에는 SMPS를 앰프 섀시 안에 넣기 전의 상황이었다. 그런데 주말을 맞아 최종 작업을 하다가 너무나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모듈화된 각 기판을 연결하면서 선을 잘못 연결하였고, 이를 바로잡고 난 다음에는 출력 전압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모든 테스트를 다 마치고 앰프 섀시에 넣는 과정에서 전혀 작동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했으니 말 그대로 '멘탈 붕괴'에 빠지고 말았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 소자는 정상적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수동 소자가 망가졌단 말인가? 그래봐야 저항과 캐패시터가 전부인데, 어디가 터져 나가거나 탄 흔적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부품을 점검하느라 테스터봉을 찍고 부품을 탈착하는 과정에서 또 애꿎은 반도체 부품만 여러개 날려버렸다. 처음부터 다시 회로를 꾸며야 하는 것인가? 이제 남은 부품이 없는데? 그동안 만든 것을 전부 잡동사니 상자에 넣어버리고 잊어버릴까?

실수와 좌절로 토요일 하루를 다 보내고 말았다. 이렇게 간단한 회로 하나도 제대로 꾸미지 못한단 말인가. 한 달 동안의 노력이 고스란히 들어간 프로젝트에서 이대로 좌절할 수는 없다! 다시 스위칭 회로 기판을 들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을지를 꼼꼼하게 확인해 보았다. 스위칭 회로의 출력과 고주파트랜스의 1차 코일을 연결하는 납땜이 영 부실해 보였다. 전날 오배선으로 인하여 발생한 전기적 충격 때문인지 고주파 트랜스쪽으로 연결된 부실한 납땜이 거의 떨어진 상태인 것을 확인하였다. 이를 단단히 납땜을 하고 도통 테스트를 한 뒤 전원을 넣어 보았다.

출력 전압이 나온다! 다행이다.

나머지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고정되지 않은 상태로 바닥면에 그냥 놓여있었던 자작 R-core 출력 트랜스도 세워서 흔들리지 않도록 확실하게 고정을 하였다.


섀시 내부에 SMPS를 넣었다. 왼쪽의 전원 트랜스들은 실직 상태가 되었다.

조립을 전부 마치고 수 시간 동안 튜너를 연결하여 음악을 들어보았다. 고주파 트랜스에서는 그다지 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스피커에 귀를 바싹 대고 온 신경을 집중하였으나 잡음은 실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음질은 어떠한가? 트랜스를 이용한 전원회로를 사용하였을 때보다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노력이 헛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 기회가 아니었으면 SMPS의 원리를 배울 기회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나를 SMPS 자작의 길로 인도하신 제이앨범의 회원 '고야'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복습을 하는 의미에서 이번에 만든 SMPS의 실제 모습을 상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이전의 포스팅에서도 이미 소개하였었지만 내가 참조한 회로는 이미 인터넷에 널리 공개가 된 것이다(링크1, 링크2; 두 회로는 사실상 동일). 참조 회로와 내가 꾸민 SMPS가 가장 다른 점은 250 V 이상의 DC를 얻기 위해서 배전압 정류회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위칭 동작을 위한 핵심 부품인 IR2153의 정상 동작 여부를 확인하는 회로(IR2153 칩 점검을 위한 간단한 회로)를 자작하여 사용함으로써 훨씬 일손을 덜 수 있었다.

1번 회로기판(노랑 박스)는 고야님이 직접 만들어서 보내주신 것이다.
교류 220 V가 1번 회로로 들어가면 노이즈 필터를 거친 뒤 브리지 정류를 통해 280 V 정도의 직류가 얻어진다. 이는 직렬로 연결된 저항 양단에 공급되어 반분된다. IR2153는 입력된 직류를 30 kHz 정도의 고주파로 전환하여 트랜스로 공급한다. 트랜스 2차 권선은 B 전원과 히터용 권선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히터용은 0.7 mm 에나멜선을 단 두 번 감은 것인데, 특별한 정류를 거치지 않고 고주파 그대로 사용한다. 고주파는 일반적인 디지털 멀티미터로는 정확한 전앖값을 측정할 수가 없다. 따라서 3번 정류회로 기판을 거쳐서 나온 값으로 확인하였다. 3번 정류회로에서 쓰인 다이오드는 고속회복형인 UF4007이다.

3번의 최종 정류회로는 고전압을 얻고자 약간의 꼼수를 부린 것이다. 겉모습만으로는 매우 일반적인 다이오드 브리지 정류회로에다가 고주파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한 초크 코일을 단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사용하려면 노랑 원으로 표시한 두 곳에 교류를 입력하면 된다. 그런데 이 중 하나(사진에서 8.2 ohm 저항이 연결된 것)와 평활용 캐패시터를 연결한 중앙에 교류를 공급하면 배전압 정류회로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류 다이오드 중 뒤쪽의 두 개는 쓰지 않는 셈이 된다. 

약 250~280 V 수준의 높은 출력 전압이 얻어지지만 실제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에서 필요로 하는 전류는 120 mA 수준이라서 단순 계산으로 32.2 W면 충분하다. 싱글 엔디드 앰프이므로 입력 신호의 크기에 관계없이 늘 일정한 전류가 흐른다. 히터쪽에서는 역시 단순 계산으로 17 W 미만의 전력이 필요하다(교류이므로 단순히 전압과 전류를 곱해서 전력을 계산할 수는 없다). 따라서 SMPS 입장에서는 50~60 W 정도를 안정적으로 출력할 수만 있으면 되는 것이다. 전원 변동에 따른 보상이나 단락에 대한 보호 등 복잡한 기능은 하나도 넣지 않은 대단히 단순한 SMPS이지만 진공관 싱글 엔디드 앰프라는 부하의 특성과 소전력만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구성만으로도 실용상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호기심, 좌절, 보람, 그리고 성취감으로 범벅이 된 지난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