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29일 토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3] 부품 배치 결정

앰프 자작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섀시(chassis)를 가공하는 일이다. 기성품은 매우 비싸고 가공도 쉽지 않다. 2~3 mm 정도의 알루미늄 판에 부품을 올리고 목재를 가공하여 바닥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진공관 앰프 섀시 역시 상당한 수준의 가공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이런 것. 대전 Acme Somics의 최필선 대표 제작. 사진은 소리전자 장터 게시판에서 빌려온 것이다.

구멍을 수직으로 잘 뚫고, 톱질을 직각으로 하는 일 모두가 숙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대단히 어렵다. 멋을 부리려면(= 비용을 많이 들여도 좋다면), CAD로 도면을 그려서 알루미늄판을 가공하고, 조각집에 맡겨서 글씨를 새기고, 샌딩 처리를 하고... 눈이 한 번 높아지면 쉽사리 만족하기 어렵다. 물론 나는 이런 단계에는 아직 이른 적이 전혀 없다.

그래서 이번 43번 오극관 싱글 앰프 제작은 최대한 간편하게 진행해 볼 생각이다. 나무판 위에 부품들을 늘어놓고 조립을 하여 테스트를 먼저 끝낸 뒤, 제대로 섀시를 갖추는 것은 나중에 검토하려는 것이다.

예전에 철천지에서 구입한 코팅 합판으로 건반(Fatar StudioLogic SL-990) 받침대를 만들었다가 도로 해체를 한 일이 있다. 오늘은 이것을 일부 잘라내어 앰프의 바닥판으로 쓰기로 하였다. 미리 그린 선을 따라서 절단면이 수직이 되게 손으로 톱질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최대한 똑바로 자르기 위하여 자르려는 합판 위 아래에 다른 합판을 가이드 삼아서 대고 톱질을 시작하였다.

아야! 길을 내기 위해 톱날을 당기는데 왼손 엄지손가락 위로 톱날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소독을 하고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 시작부터 왜 이런담.

동양의 톱은 당겨야 잘린다. 이를 인식하고 실제에 응용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미리 그린 선에서 크게 빗나가지 않고 무난하게 톱질을 마쳤다.

앰프를 둘 곳은 침실의 오픈장뿐이라 앞뒤 폭을 충분히 주기가 어렵다. 잘라낸 합판의 크기는 360 mm x 250 mm 정도이다. 절단면을 대충 사포로 다듬은 다음 부품들을 올려 보았다. 프리앰프는 별도의 것을 쓸 예정이지만 전원 트랜스를 두 개나 쓰는데다가 출력 트랜스의 고정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공간 활용도도 떨어지고 모양새 또한 영 아름답지 못하다. R-core 트랜스는 음질도 좋고 자작도 쉬운데 고정을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회로도를 확정하고 몇 번의 스케치를 거쳐서 하드 와이어링을 위한 실체 배선도 역시 확정을 하였다. 40 W 백열전구를 사용하여 B 전압이 어느 정도가 확보되는지를 측정해 두었는데 진공관을 연결하면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다음 주에는 6핀 소켓을 주문하여 본격 제작에 들어가야 되겠다. 이번에 만드는 앰프는 진공관 앰프의 기본을 익히는데 아주 좋은 교재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진공관을 이용한 증폭 회로뿐만 아니라 '전력전자' 분야와 관계가 있는 부분 - SMPS, 전원장치, 돌입전류 대책 등 - 에 특별히 관심이 있는 편이다. 오늘은 유도성 부하에 전원을 넣고 끊을 때 스파크 킬러를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를 공부하였다. 직류로 작동하는 회로라면 전원 스위치에 대하여 병렬로, 교류로 작동하는 회로라면 부하에 대해서 병렬로 연결해야 한다. PC용 파워 서플라이의 DPDT(double pole, double throw, 상세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 전원 스위치에 왜 스파크 킬러가 그렇게 연결되었는지를 무심히 보고 지나쳤었는데 이를 오늘 비로소 이해하였다.

다른 기기에서 적출한 필름 캐패시터. 오디오 회로의 입력단에 위치하는 커플링 캐피시터로 쓸 수 있는 '오디오 그레이드'의 부품인가? 아니면 스파크 킬러로나 써야 하는가? 스파크 킬러를 자작하려면 여기에 직렬로 연결되는 저항의 와트 수는 어느 정도가 되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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