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19일 금요일

삼성 피처폰 - 노리폰


딸아이가 쓰다가 버린(?) 피처폰. 10-20대 여성을 겨냥하여 출시되었던 작고 아기자기한 휴대폰이다. 과연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얼마나 스마트하게 살고 있나? 전화기는 영리하게(smart) 진화했지만 이를 쓰는 나는 더 dumb해진 것이 아닐까? 

중간고사 준비를 하다가도 친구와 쉴 새 없이 카카오톡을 날리는 딸아이를 보면서, 어쩌면 저 세대들에게 스마트폰이 더 필요한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아이패드가 생기면서 스마트폰의 활용 빈도는 많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실험으로서, 서랍 속에서 잠자고 있던 노리폰에 유심칩을 꽂았다. 아직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Wi-Fi가 잡히기는 하는데 정작 인터넷 연결은 되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초기화를 한번 하고 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하였기에 설정 상의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하드웨어 불량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하게 살기 위해 일부러 피처폰을 사용하기로 한 이상(100% 결심을 한 것은 아니지만), 무선인터넷에 미련을 가질 필요가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 보면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강박증일지도 모른다. 이메일이란 batch 처리를 위한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이메일을 보내 놓고 두어 시간 만에 응답을 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지나치다. 외근 중에도 항시 이메일을 확인하고 답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두가(아니,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을 이미 사용하고 있고, 또 이를 통해 즉시 이메일 응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에, 일반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은 경쟁에 뒤쳐지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휴대폰 없이는 동네 수퍼마켓에 우유 한 팩을 사러 나가지도 못할 정도라면 문제가 있다. 왜 상시적으로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운전을 목적지를 찾아가지 못하라는 법이 있는가? 

자신의 판단력을 믿고, 상황을 믿고, 인간적인 소통을 즐기도록 하자. 스마트 기기는 생활을 편리하게 보조해 주는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료들과 같이 간 커피숍에서 다들 스마트폰을 꺼내 화면을 바라보고 또 문지르고 있다. 바로 앞에 있는 사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노리폰은 의외로 쓸만하다. 화면 해상도가 다소 낮고 밝기가 자동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서비스 센터에 가서 4,500원을 주고 좀더 남성스런(?) 배터리 커버로 바꾸어 볼 생각도 하고 있다. 현재는 분홍색이다 :)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