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시작한지 6개월째를 맞는 사이 해가 바뀌었다. 겨울 날씨(특히 기온)에 따라서 옷 입는 방법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히 쌓았다. 결론은 간단하다. '뛰면 덥다.'
1월 들어서는 하루 건너 하루 뛰기를 철저히 지키고 있다. 특히 최근 3회의 달리기에서는 매번 7 km를 채웠다. 소요 시간은 대략 45분으로, 페이스로 환산하면 6분 26초에 해당한다. 현재의 내 수준으로는 45분 내내 6분 30초 정도의 페이스를 유지하려면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평균적으로는 이 페이스가 되지만, 고르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운동량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로가 누적되거나 다리에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좀 과하다 싶으면 하루는 5~6 km 정도로 목표를 줄여서 뛰면 될 것이다.
작년 8월 달리기를 시작하던 당시를 떠올려 본다. 처음 며칠은 근육통이 와서 며칠을 고생했고, 그 뒤로 몇 주는 숨이 차서 힘들었다. 초보자는 천천히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터벅터벅' 느리게 뛰면 관절에 더욱 많은 체중이 실리게 되니, 보다 바람직하게는 케이던스를 올리되 좁은 보폭으로 시작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몇 개월이 지난 다음이었다.
어젯밤에는 비로소 엉덩이의 근육을 써서 뛴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은 주로 종아리 근육을 써서 종종걸음을 걷듯이 뛰는 편이었다.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앞발을 멀리 착지하는 오버스트라이드(overstride)는 좋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속도를 올리려면 땅을 힘차게 밀면서 허벅지를 높이 들어 올려야 한다. 드디어 어제 이런 자세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요즘 유튜브 등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달리기 전 고관절 워밍업(사례)'를 눈여겨 본 것도 도움이 되었다. 6개월이 되면서 몸이 스스로 더 효율적인 달리기의 방법을 체득해 나가는 것 같다.
보통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는데, 실제로 운동 전후 스트레칭이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운동후 몇 시간 뒤에 나타나는 통증을 줄이려면 스트레칭보다는 맛사지가 더 낫다는 논문 소개를 본 일이 있다. 달리기 전에 해야 하는 것은 몸을 깨우는 워밍업이다. 요즘 나는 고관절을 풀고 간단히 어깨 돌리기 등을 한 뒤 기록을 재기 시작하는 출발점까지 약 300 미터를 가볍게 뛰는 것으로 워밍업을 대신하며, 달리기를 마친 뒤 액 5분 정도 걸으면서 쿨 다운을 한다.
체중은 아직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이다. 너무 달리기를 많이 하면 근손실이 오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별도로 하거나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달리기에 의한 체중 감소나 근손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한다(2024년 2월 13일 메디컬투데이기사 링크). 달리기는 대표적인 지구력 운동이다. 이 논문의 시사점은 달리기만으로도 정상적 기능에 필요한 근육량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별도의 근력 운동이 꼭 필요한지 고민하던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물론 기록 단축을 강렬하게 원한다면 하체 운동을 별도로 해야 될 것이다.
Frontiers 저널에 실렸다고 하는 핀란드 연구자 논문의 원문을 찾고 싶어서 챗GPT에게 기사 내용을 준 뒤 원문을 찾아달라고 해 보았다. 기사는 단순히 '지구력 운동과 근력 운동이 체중, 근육량, 체지방량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결과가 ‘프론티어(Frontiers)’에 실렸다.'라고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챗GPT가 제시한 링크는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쯤에서 메디컬투데이의 기자는 실제 Frontiers 논문을 찾아보고 기사를 쓴 것이 아니었음을 진작에 눈치챘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논문 원문을 찾을 수 있을까? 운동 의학 분야는 잘 모르니 여기에서 쓰는 용어에는 익숙하지 않다. 기사 첫머리에 나오는 '달리기가 일정 수준 이상의 체중이나 근육량 감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를 영어로 번역하게 한 뒤 여기에 저널명이 Frontier를 넣어서 그대로 구글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상단의 [Search Labs | AI 개요]에서 몇 개의 링크를 제시하였다.
맨 위의 것을 클릭해 보았다. 영국에서 발간하는 Medical NewsToday라는 미디어의 기사('Running has limited benetits for weighting loss, but it can help prevent weight gain')가 나온다. 논문의 링크는 아니라서 실망을 하였는데, 가만히 보니 메디컬투데이의 기사는 이것을 가져다가 그대로 번역하여 요약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에 나는 메디컬투데이가 Frontiers 저널에 실린 '논문'을 보고 국내에 소개할만 하다고 생각하여 기사를 낸 것이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아니라 국외 미디어에 실린 '기사'를 보고 번역해서 냈을 것 같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기사를 너무 쉽게 쓰는 것이다. 다른 미디어의 기사를 참조했다고 언급했어야 옳을 것 같다.
Medical News Today의 기사를 챗GTP에게 요약하게 하였다.
- 달리기는 단기적으로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체중 유지에는 더욱 효과적입니다. 핀란드 유바스큘라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달리기는 체지방 증가를 방지하는 데 유용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달리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운동 생리학자인 사이먼 워커 박사는 주당 2-3회의 지구력 운동(예: 달리기)과 저항 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주 4-6회의 규칙적인 운동이 체지방 감소에 더욱 효과적이며, 일주일에 두 번 집중적으로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고 합니다.
- 연구진은 20-39세의 젊은 남성과 70-89세의 고령 남성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 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지구력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낮은 체지방률을 유지하면서도 근육량이 감소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달리기가 근육량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 그러나 고강도의 장거리 달리기는 근육량 증가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균형 잡힌 운동 프로그램이 중요합니다. 또한, 충분한 칼로리 섭취가 필요하며,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주당 150분의 중등도 강도의 신체 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 결론적으로, 달리기는 체중 유지와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유익하지만,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저항 훈련과 균형 잡힌 식단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매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기사를 살펴보니 이런 문장이 있었다.
Researchers from the University of Jyväskylä in Finland have published these findings in the journal Frontiers.
어라? 여기에는 Frontiers 저널의 논문 원문 링크가 있네?
Body composition in male lifelong trained strength, sprint and endurance atheletes and healthy aga-matched controls. Front. Sports Act. Living, 31 October 2023 | Volume 5 - 2023 | https://doi.org/10.3389/fspor.2023.1295906 (PMID: 38022768)
논문의 제목을 보라. 메디컬투데이의 기사를 보고 이 분야의 비전문가(내가 아무리 생명과학자라고 해도 스포츠의학이나 운동생리학을 꿰뚫고 있지는 못하다)로서 적당한 영문 키워드를 생각해 낸 다음, 이를 PubMed 검색창에 넣어서 기사의 소스가 된 논문의 원문을 찾아낼 수 있었겠는가? 오늘의 경험에 의하면 구글이 실험적으로 서비스하는 AI를 이용하여 겨우 가능하였다? Abstract를 보아도 비전문가가 단순한 키워드 검색을 통해 PubMed에서 이 논문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결론은 이러하다.
- 달리기는 이제 완전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계속 달리자.
- 국내 온라인 매체의 기자는 기사를 너무 쉽게 쓴다.
- 잘 아는 분야가 아니라면 논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으며, AI가 그 과정에서 도움을 준다(챗GPT가 최고인 것은 아니다).
- sarcopenia(노화와 영양 결핍 등으로 인한 근감소증)라는 용어에 관심을 갖자. 어차피 누구나 늙는다. 노화를 극복하거나 최대한 늦추고 건강한 삶을 살려면, 이 분야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나오는지 계속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한 연구 성과로부터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것을 찾아낸다면 더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