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경험했던 몇 가지 일을 돌이켜 보면 나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를 하는데 무척 서투른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자신을 적극적으로 내세우려면 지금과는 다른 뇌 구조를 갖고 있어야 할 것이다. 블로그에 잡다한 글을 수시로 올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적극적인 사회성이 필요한 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내세우는데 익숙하려면 가치관의 전환과 별도의 열정이 필요하다.
- 등록대에서 명찰을 수령한 뒤 VIP 대기실에 가서 서성이면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아는 체를 했어야 하나?
-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할 때 단상에 올라갔어야 하나?
-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비록 서투른 영어라 할지라도 외국인 참가자들에게 접근했어야 하나?
- 업무와 상관이 없는 어떤 문화 행사를 준비하는데 내가 바로 리더라고 말하고 나섰어야 하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는 특히 리더에게 흔히 기대되는 덕목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조직 내부와 외부에 보이는 방법일 수도 있다. 이는 내부 구성원들로 하여금 리더를 우러르며 질서를 잡게 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리더에게 기대되는 또 하나의 덕목은 약간은 싸움꾼 같은 성격일 것이다. 외부와 싸워서 무엇인가를 쟁취해 와야 조직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매우 서투르다. 과거보다는 아주 약간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하든 원치 않든 나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행위에 꽤 익숙해질 무렵이면 현재 몸담은 조직에서 내가 할 역할은 이미 끝난 상태가 될 것이다. 정해진 3년의 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1년차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실 준비된 상태에서 이 조직에 와서 기여를 해야 하는데, 많이 부족한 상태로 와서는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수업료를 내지 않고서... 이 조직이 나를 선택한 것에 대한 기회비용을 지불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앞으로 달라지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임감이나 의무감 때문에 본성을 바꾸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나에게는 꽤 심각한 철학적 고민거리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