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2일 수요일

[KORG X2 Self-Repair] 건전지로 양전원 만들어 테스트하기

따뜻한 봄날, 떨어지는 꽃잎을 맞으며 버스킹을 하고 싶은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해 보았다. 이번에는 픽사 스타일로 그렸다. 챗GPT를 너무 혹사시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어랏? 그리고 나니 오른쪽의 프로필 사진(기타치며 노래하는 오리 '튜브')가 떠오른다. 결국 이런 미래의 모습을 그리며 프로필 사진을 준비했었던 것은 아닌지.

원본 사진을 충실히 재현하도록 지시한 것.

위 이미지에 베이시스트(나)를 추가하였다.

Korg X2의 자가 수리에 관한 사항은 여기에 정리하고 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수리의 주요 목적은 잡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내가 보유한 synth/MIDI 관련 장비의 일람은 별도로 정리한 문서('My old synths and MIDI')에 있다.

X2의 전원공급보드 KLM-1649에서 나오는 +/-12V 양전원의 불균형(+11.78V가 나옴)이 잡음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SMPS(디지털 회로를 위한 +5V)와 9V 전지 2개를 이용하여 임시로 회로를 꾸며 보았다. 두 전원의 그라운드는 47옴 저항으로 연결하였다. 오늘따라 인두의 과열 정도가 심하고 납도 잘 붙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눈도 너무 침침하여 무척 애를 먹었다. 



아날로그 회로가 +/-12V가 아닌 +/-9V로 작동하는 셈이라 출력되는 사운드의 레벨이 약간 낮을 것이고,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오리지널 전원보드를 쓸 때에 비하여 분명히 나아졌다. 오리지널 전원 보드에서는 (1)화이트 노이즈 + (2)소리가 날 때에만 들리는 특유의 '쉿~'하는 잡음이 있었다. 심각하다고 느낀 것은 바로(2)였다. 그러나 오늘 사용한 실험 전원에서는 (1)화이트 노이즈만 남았다. 

실제로는 건전지를 넣어서 X2를 작동시키기는 곤란하다. 그래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12V용 리니어 전원 보드와 +5V SMPS 보드 및 커넥터를 이미 주문해 놓았다. 이것으로 전원부를 대체하면 자연스럽게 220V->110V 강압 트랜스포머를 쓸 필요가 없어진다. 단, 소용량 전원 트랜스포머는 필요하며, 전원부를 완전히 개조하는 셈이라서 내부에 약간의 가공을 해야 된다. 다음 사진에 보였듯이 오리지널 전원 보드는 알루미늄 부품 위에 고정된 상태이다. 원 보드는 제거하고, 알루미늄 부품에 적당히 구멍을 뚫어서 새로 구입한 보드와 트랜스포머 등을 고정해야 된다.


원래의 전원공급보드를 제거해 버리면 LCD 백라이트(EL sheet)에 전원을 공급하기 곤란해진다. 따라서 원 보드의 일부만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는 백라이트 대용물을 만들어서 직류 5V로 점등할 수도 있겠다. 망가진 휴대폰 액정에서 직류 저전압으로 작동하는 백라이트를 꺼내 잘라 쓰거나, 납작한 LED와 적당한 플라스틱판을 결합하여 사용하거나...

이것으로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보다 심각하게는 DAC나 op amp를 교체하는 끔찍한 시나리오까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SMD 부품을 무슨 수로 교체할 것인가? 실은 헤드폰 구동용 op amp인 M5216L(single in-line package)를 주문해 놓았지만 언제 도착할지는 모른다.


 


2025년 3월 31일 월요일

챗GPT에서 지브리풍 그림 그리기

챗GPT-4o에 그림이나 사진 파일을 올린 뒤 특정 스타일로 다시 그려달라고 하면 꽤 만족스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요즘은 일본 지브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이미지를 만들어서 소셜 미디어의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는 것이 인기라는데... 

오픈AI의 샘 알트먼이 "GPU가 녹고 있다"고 하면서 이미지 생성 회수를 하루 최대 3장으로 제한할 정도로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있다니 나도 동참을 해 보지 않을 수 없다(관련 기사 링크).

지난 주말의 우리 부부 모습과 딸아이 커플의 모습을 아주 예쁘게 만들어 주었다.



이런 목적으로 챗GPT에게 지시하는 방법과 그 결과를 친절하게 설명한 글까지 발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GPT 4o 업로드 이미지 기반 그림 생성 기능 보기

이 글 자체는 챗GPT에서 이미지를 특정 스타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매우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약간 비틀어서 보자면, 인기를 끄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적절히 발췌하여 새로운 유튜브 영상이나 쇼츠를 만드는 실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챗GPT 유료 버전을 쓰고는 있지만 단지 재미를 추구하는 일에 이렇게 많은 자원을 쓰는 것이 옳은지 늘 염려스럽다. 산업화 시대의 초기에는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서 팔았다면, 지금과 같은 고도화 시대에는 생존 이외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것을 만들어 파는 것이 대세가 되었다. 생존은 거룩하고 재미의 충족은 천박한가? 그렇게 쉽게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원이 전부 한쪽으로 쏠려서 정작 필요한 곳에서 쓰지 못하게 된다면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전국을 강타한 산불에서 겨우 벗어났는데, 한국에서 3,400여 km 떨어진 미얀마에서는 대지진이 발생하였다. 동원할 중장비도 없어서 손으로 폐허 더미를 들추며 생존자를 찾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경북 지역으로 달려가서 복구 작업을 도와야 하나? 정부에서 결단을 내려서 조금이라도 남는 구조 인력을 인도적 차원에서 미얀마로 보내야 하나? 아니면 헌법재판소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서 목소리를 드높여야 하는가?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전해 들을 수 있는 지금, 이를 '남의 일'처럼 여기면서 재미만을 추구하는 것은 무척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 일에 대해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도...

2025년 3월 달리기 결산

달리기에 입문하여 이제 8개월을 마감한다. 3월에는 총 13회, 91.45 km를 달렸다. 평균 페이스는 6분 25초이다. 


최근 들어서 쉬는 동안에도 피로감이 빨리 가시질 않아서 어제의 마지막 달리기는 5.2 km를 목표로 하였다. 거의 이틀에 한 번 7.2 km를 빼놓지 않고 달렸는데 이를 감당하기에는 체력적으로 약간의 무리였을까? 근육이나 관절이 특별히 아프지는 않은데, 하루 종일 눈꺼풀이 무겁다. 예전에 자전거 출퇴근을 그만 둔 것도 이런 피로감 때문이었다.

나의 수준에 딱 맞는 달리기 빈도와 거리를 아직도 찾지 못한 것인가? 평균 페이스는 현재 수준으로 만족한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매달 아주 조금씩 빨라지는 것은 체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빈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거리를 6 km 미만으로 유지하면서 몸의 회복 상태를 관찰해야 되겠다. 거리를 8 km로 늘려 보려는 계획은 좀 뒤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2025년 3월 25일 화요일

[KORG X2 Self-Repair] amidi를 이용한 SysEx 전송

오늘의 글은 X2의 자가 수리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배터리 교체 후 설정을 복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아냈기에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X2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가 망가진 상태에서 설정을 복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SysEx 파일로 전환한 설정 내용을 MIDI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송하는 것뿐이다. 이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전부 Windows 3.x~9x 등 매우 오래된 운영체계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서 Windows 11이 설치된 최신 PC에서는 잘 작동하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실행은 된다 하더라도 데이터를 너무 빠른 속도로 보내는 바람에 X2가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나의 마지막 성공 경험은 Windows 7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이용했을 때였다.

그런데 이러한 작업을 꼭 Windows에서 하라는 법은 없다. 리눅스가 설치된 컴퓨터에서 USB 케이블형 MIDI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SoundCanvas SC-D70에 MIDI 또는 SysEx 신호를 전송한 일이 있다. 이때 사용한 프로그램은 alsa-utils 패키지의 일부인 amidi라는 것이다. X2에서는 아직 시도해 본 일이 없었다. 

우선 X2에 GM(General MIDI) 파일을 전송하여 재생해 보았다. Sequecer 모드로 진입해야 하므로 약간 번거롭다. 내장 메모리로부터 녹음이 되지 않은 곡을 하나 골라야 하는데, 단지 테스트를 수행할 목적이므로 첫 번째 곡(Song 0)을 선택하였다. Reference Guide 93쪽에 따르면 Song 9는 General MIDI 용으로 즉시 사용할 수 있다고 하니 기억해 두도록 하자.

Playing GM Songs. 자료 출처: X2/X3 Basic Guide.



GM 파일을 전송하였더니 아주 훌륭하게 재생이 되면서 선택한 곡이 변형되었다. 이를 되돌리기 위해 amidi에서 SysEx 파일, 즉 .SNG 파일로부터 X3File2Sysex로 전환한 것을 전송해 보았다. 작업 환경은 우분투 22.04가 깔린 낡은 컴팩 CQ61 랩톱 컴퓨터이다.



사용한 명령어.

신호 전송 중. 컴퓨터에서 프롬프트가 뜰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생각보다 오래 걸린다.


이 작업을 통해 곡 데이터가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 따라서 PC에서 X2로 SysEx 설정을 전송하기 위해 낡은 컴퓨터를 찾을 이유가 전혀 없게 되었다. 앞으로의 과제는 내장 시퀀서를 적절히 활용하여 공연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컴퓨터나 휴대폰을 사용하여 backing track를 재생하는 것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장점이 있다고 믿는다. Reference Guide의 6장과 7장을 꼼꼼하게 읽고 실습을 해야 되겠다.

2025년 3월 23일 일요일

[KORG X2 Self-Repair] 번외편 - 강압 트랜스포머 수선하기

내가 갖고 있는 Korg X2 Music Workstation은 100V 모델이라서 소형 강압 트랜스포머가 필요하다. 소비 전력은 10와트에 불과하므로 큰 용량의 것을 쓸 필요는 없다.



이 전자악기의 오랜 동반자였을 강압 트랜스포머는 91년 5월에 제조된 것이다. 제조 후 34년이나 되었으니 상태가 좋을 수가 없다. 220V에 꽂는 플러그 하나는 내부의 고정부위가 깨졌는지 덜렁거린다. 용량은 75VA, 퓨즈 규격은 0.5A라서 X2에 쓰기에는 충분하다.



내다 버리고 새 것을 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새 집을 지어 주기로 하였다. 자작용으로 쓰려고 사다 놓은 밀폐용기를 가져다가 가공을 시작하였다. 사각 구멍을 뚫는 일은 항상 어렵다. 아트 나이프가 있어서 조금은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구멍을 뚫은 뒤 가조립을 한 상태. 원래의 것과는 달리 접지용 단자를 붙였다. 이를 위하여 접지가 달린 220V용 AC 파워 케이블을 잘라서 활용하였다.

테이프를 새로 감고...

단권 변압기를 사용한 매우 단순한 구조라서 별 어려움은 없었다. 110V 출력에 LED가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절연용 외피 안에 저항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뚜껑을 덮기 전. LED에 불이 들어왔다.


트랜스포머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무토막을 하나 넣었다.

접지 단자가 별도로 달린 110V 파워 플러그는는 이와 같은 형태의 콘센트에 끼울 수가 없다. 다음에 보였듯이 돌출된 접지용 핀이 들어갈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접지핀을 뽑아 버리면 접지부가 없는 강압 트랜스포머의 출력부에 꽂을 수는 있다. 그러나 X2의 금속 표면에서 기분나 쁜 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택한 최선의 방법은 다음과 같이 잘라버린 접지핀에서 선을 인출한 뒤 접지선을 악어클립으로 연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별로 아름답지는 않다.



이렇게 만든 기기의 뚜껑을 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안전을 위해 '위험하니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이거나, 또는 볼트와 너트를 써서 열리지 않게 조여 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2025년 3월 22일 토요일

[KORG X2 Self-Repair] 출력 단자와 tactile switch의 수리를 마치다

성공적으로 수리 작업을 마친 뒤 후회가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마음만 먹으면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왜 진작에 하지 않았었을까? 뒷판을 열었더니 안쪽에 이 중고 신시사이저를 구입했던 날짜(2004년 3월 14일)와 판매자의 이름 및 연락처가 적혀 있었다. 수리할 결심을 조금만 빨리 했더라면, 21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를 더욱 즐겁게 이용했을 것이다. 

스스로를 너무 나무랄 수는 없다. CD 플레이어 수리를 위해 택트 스위치를 교체하는 경험을 작년에 처음 해 보았으니 말이다. 진공관 앰프 제작을 하느라 납땜에 더욱 공을 들인 것도 몇 년 되지 않는다.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보면 어차피 이 일은 지금쯤에야 내 손으로 할 생각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무거운 악기를 보내어 믿고 맡길 수리업자를 찾느라 고심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수리의 일등 공신은 바로 맥파이의 3.6V 미니 전동 스크류드라이버(링크)였다. 이것이 없었다면 만성 통증이 있는 엄지손가락으로(불행히도 양 손이 다 그러하다) 드라이버를 돌리느라 무척 고생을 했을 것이다.

국내 브랜드인 맥파이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조를 시작한 독특한 연혁을 갖고 있다.

18650 리튬이온전지가 내부에 들어 있는 듯. 

그 다음 공신은 인터넷에서 찾은 X2 서비스 매뉴얼. 정확한 분해 순서, 각 보드의 이름, 제각기 다른 규격의 나사의 정확한 고정 위치 등이 있었기에 수월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뒷뚜껑을 열었다. 위쪽의 기판은 왼쪽부터 파워 서플라이 유닛 어셈블리, 메인 보드(KLM-939), 그리고 아날로그 보드(KLM-937). 


파워 서플라이 유닛 어셈블리. 구입 당시 전해 캐패시터가 터진 상태라서 직접 교체하였었다. '부르르~'하는 잡음이 나로 하여금 겁도 없이 뚜껑을 열게 하였었다.

아날로그 보드를 분리하여 납땜면을 살펴 보았다. 헤드폰 잭과 출력 1번 및 2번 단자의 납땜이 살짝 떨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납땜을 보강하였다. 다음으로는 두 개의 보드에 걸쳐 장착된 37개의 택타일 스위치를 전부 새것으로 바꾸는 본 작업이 남았다. 단순하지만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다리 수가 두 개를 넘어가면 디솔더링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므로. 네 다리에 납을 조금씩 더 붙인 뒤 인두를 대고 녹인 다음 흡입기로 빨아내었다. 그 다음 기판 반대편에서 롱노우즈 플라이어로 부품을 떼어내면 된다. 무리하면 동박 패턴이 같이 뜯겨 나갈 수가 있으니 요령이 필요하다. 납이 어느 정도 남아 붙어 있으므로 손가락으로 부품을 떼어내기는 어렵다. 너무 많이 납이 남아 있으면 인두의 힘을 빌려야 한다. 솔더링 윅을 대고 녹여내는 방법도 있지만 나는 부품을 제거한 뒤 구멍 주변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에만 이를 사용하였다.

택타일 스위치를 전부 제거한 왼쪽 패널 보드(KLM-1647).

새 스위치로 전부 교체!

마찬가지로 작업을 마친 오른쪽 패널 보드(KLM-1648)

LCD 보드도 찍어 주었다. 

이번 수리 작업을 하는 동안 하네스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실은 보드에서 안전하게 분리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건반쪽 회로와 메인 보드를 연결하는 것(아래 사진의 빨간색 커넥터) 두 쌍, 그리고 LCD 유닛과 전원 보드를 연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손을 대지 않았다.

하얀색 하네스는 뽑기가 두렵다. 플라스틱 재질이 오래 되어 부스러지거나, 혹은 케이블만 쏙 빠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덩달아 이 부품도 꺼내어 깨끗이 청소를 해 주었다.

탈거한 택타일 스위치. 많기도 하다!

오늘 작업에서는 CR2032 배터리 홀더를 하나 더 납땜해 놓았다. 전지를 교체한 뒤 시스템 설정 상태를 SysEx로 보내어 되돌리는데 실패할 수도 있다. 따라서 여분으로 병렬 설치한 홀더에 새 배터리를 끼운 뒤 보드의 배터리를 교체한 다음, 여분 홀더의 것을 빼면 전압이 전지를 교체하는 중에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날로그 보드의 전해 캐패시터를 나중에 일괄 교체할 경우를 대비하여 어떤 것들이 쓰였는지 조사해 두었다. 내압은 전부 16V이다. 그런데 진정 re-capping이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날로그 보드에는 220uF x 1, 22uF x 10(이상 짙은 파란색), 그리고 100uF x 5, 10uF x 1(이상 밝은 파란색)의 전해 캐패시터가 있다.

작업을 마치고 전원을 투입해 보았다. 교체한 스위치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하였다.

납땜 인두를 들고 여러 시도를 하면서 괜한 자신감에 우쭐한 적도 있었고, 좌절감에 휩싸인 순간도 많았다. 오늘은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해 보고 후회하자!' 그리고 시도하기 전에는 충분한 준비를 하자. 좋은 공구를 갖추고 자료를 찾아 보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기록을 위해 아날로그 보드의 사진도 남겨 둔다.

2025년 3월 21일 금요일

제프 베이조스가 정말로 그런 말을 했을까? 제35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바이오 패권경쟁')에서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란 한국의 미래에 커다란 밑그림과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해 온 비전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창조적 지식국가 건설을 위해 매일경제가 추진하고 있는 범국민 실천 운동입니다(출처).

여기에서 다루어진 주제가 정부의 정책과제로 채택되기도 하였으니 상당히 공을 들여 시의적절한 아젠다를 개발하여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2022년 5월에 열렸던 제32차 국민보고대회의 주제는 '용산 Renaissance'였으니(링크), 요즘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참으로 묘한 기분을 느낀다.

3월 19일에 열렸던 제35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의 주제는 '바이오 패권경쟁 - 대한민국 재도약의 갈림길'이었다. 이와 관련한 몇 개의 기사 링크가 있고, 매일경제 웹사이트에서 '제35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에 대한 AI 검색을 실시하면 다음과 같은 요약문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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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는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진행되었습니다:

## 개요

  • 2025년 3월 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
  • 매일경제 창간 59주년을 기념하여 열림
  • 주제: "바이오 패권경쟁"

## 주요 내용

  • K바이오 산업의 현주소 진단 및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 제시
  • 블록버스터 신약 확보 전략, 화이트·그린바이오 성장 정책, 항노화 산업 육성 방안 등 '액션플랜 V4' 발표
  • 글로벌 컨설팅사 PwC·Strategy&와 함께 K바이오 필승전략의 경제적 효과 분석 결과 공유

## 주요 제안

  • 의료 데이터 활용 확대
  • 혁신 신약 개발
  • 바이오와 타 산업 융합
  • 항노화 분야 개선
  • 아시아 통합 임상 주도권 확보를 위한 '바이오 원아시아' 이니셔티브 제안

## 전망

  • K바이오 산업 규모가 2034년 244조원으로 성장해 반도체 산업(24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
정치권과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K바이오 산업 육성에 대한 지지와 협력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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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결과물은 총 15개의 참고자료를 제시하였고, 그 중에서 매일경제의 정식 기사에 해당하는 것만 정리하면 다음의 3개이다.

이 행사와 관련한 모든 기획기사 모음은 여기에 있다. 2026년이 되어 제36차 국민보고대회가 열리면 이 목록은 또 바뀌게 될 것이다.

바이오 산업의 혁신 및 데이터 개방과 활용에 관한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요즘 분위기로 보아서는 적절한 시기에 만들어진 행사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세계 최초의 바이오(데이터)거래소 구축에 관한 제안(링크)는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각기 성격은 다르지만, 이미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이나 K-CURE 및 이제 막 발자국을 뗀 국가통합바이오빅데이터구축사업이라는 것이 있다. 이러한 사업이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에서 데이터를 가져다 쓰는 것이 어렵다면, 그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이날 행사에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발표용 자료를 입수하여 음미하다가 서론 부분에서 이런 글귀를 발견하였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아마존을 떠나 항노화 벤처기업에 투자하면서 "생명체가 죽음을 피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자율적인 존재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정말로 이런 말을 했을까? 정식 기고문이나 인터뷰 등에서 한 말일까? 어떤 맥락에서 한 말일까? 나는 지난해 말에 왜 측정해야 하는가? 아니, 측정을 정말 해야 하는가?라는 글을 통해서 유명인이 한 말이 잘못 전파되는 사례를 언급한 일이 있다. 악의적인 용도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정보 과잉 시대에는 잘못된 정보가 많은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일이 많기에 매우 조심해야 한다.

자, 그러면 제프 베이조스가 했다는 말의 출처를 찾기 위해서 챗GPT와 대화를 시작하였다. 챗GPT의 첫 대답은 2024년 월 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실려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알려준 URL로 접속해 보니 '404 not found'였다. 챗GPT에게 재차 물었다.

이 URL에 접근하니 "404 not found"라고 나옵니다. 더욱 정확한 결과를 알려 주세요.

챗GPT는 이 링크가 현재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하였다. 이 URL이 정말로 존재한 일이 있었는지 약간 의심이 들기 시작하였다. 챗GPT의 대답은 다음과 같은 제안으로 끝났다.



나는 "좋습니다. 마지막에 제안한 대로 다시 검색해 주세요."라는 요청을 하였다. 이번에는 2024년 3월 게시된 Business Insider 기사를 알려 주었는데, 이것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발언의 맥락과 요약을 다음과 같이 천연덕스럽게 제시해 주었다.


도대체 챗GPT는 무엇을 근거로 이렇게 글을 써 내려간 것일까? 현재 존재하는 출처에서 직접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가능한 시나리오는 '잘못 인용된 출처, 삭제되었거나 비곡개 전환된 기사, AI 또는 인터넷 커뮤니티 기반 허위 발언'일 것이라고 하였다. 

베이조스가 했을지도 모르는 발언인 'If a living being doesn't actively work to avoid death, it's not automonous.'라는 문장을 그대로 구글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그랬더니 비로소 진실에 근접해 나갈 수 있었다. 이 말은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떠나면서 투자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CEO 연례 서한('2020 Letter to Shareholders')에 들어 있었다고 한다. 작성은 2020년에 한 것이니 요즘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인공지능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은 당연히 아닐 것이다. 베이조스는 이 편지의 'Differentiation is Survival and the Universe Wants You to be Typical"이라는 제목의 섹션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눈먼 시계공(The Blind Watchmaker)>를 인용하였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것은 생물학의 기본적인 사실이라고 덧붙이면서.

“Staving off death is a thing that you have to work at. Left to itself – and that is what it is when it dies – the body tends to revert to a state of equilibrium with its environment. If you measure some quantity such as the temperature, the acidity, the water content or the electrical potential in a living body, you will typically find that it is markedly different from the corresponding measure in the surroundings. Our bodies, for instance, are usually hotter than our surroundings, and in cold climates they have to work hard to maintain the differential. When we die the work stops, the temperature differential starts to disappear, and we end up the same temperature as our surroundings. Not all animals work so hard to avoid coming into equilibrium with their surrounding temperature, but all animals do some comparable work. For instance, in a dry country, animals and plants work to maintain the fluid content of their cells, work against a natural tendency for water to flow from them into the dry outside world. If they fail they die. More generally, if living things didn’t work actively to prevent it, they would eventually merge into their surroundings, and cease to exist as autonomous beings. That is what happens when they die.”

이 글에 대한 챗GPT의 국문 번역은 다음과 같다.

"죽음을 막아내는 것은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그저 내버려 두면—그리고 그 상태가 바로 죽음인데—몸은 주변 환경과 평형 상태로 되돌아가려는 경향이 있다. 온도, 산도, 수분 함량, 전위차 같은 어떤 수치를 측정해보면, 살아 있는 몸에서는 주변 환경과 뚜렷하게 다른 값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우리의 몸은 일반적으로 주변보다 더 따뜻하며, 추운 기후에서는 이 온도 차이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우리가 죽으면 이러한 '작업'은 멈추고, 온도 차이는 사라지기 시작하며, 결국 우리는 주변과 같은 온도가 된다. 모든 동물이 주변 온도와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애쓰는 건 아니지만, 모든 동물은 이와 유사한 노력을 한다. 예를 들어, 건조한 지역에 사는 동물과 식물은 세포 속 수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는 물이 자연스럽게 마른 외부 환경으로 빠져나가려는 경향에 맞서는 일이다. 이 노력이 실패하면 생명체는 죽는다. 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살아 있는 존재가 이러한 변화에 맞서 적극적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결국 주변 환경과 하나로 섞이게 되고, 자율적인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잃는다. 이것이 바로 죽음일 때 일어나는 일이다."

편지 원문에서 이 인용문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글을 꼭 읽어보기 바란다. 베이조스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러하다. 도킨스의 글이 비록 은유(metaphor)로 쓰인 것은 아니지만, 이 내용이 모든 기업과 조직 및 각자의 삶에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비록 많은 노력(에너지)이 든다 하더라도 당신이 평범해지도록 수천 가지 방식으로 끌어당기는 세상에 순응하지 말고 당신의 독창성(특별함)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이것은 생명체의 당연한 속성이기도 하다. 이 글은 딱히 노화에 저항하라는 의미로 쓴 글도 아니고, (더 큰 이윤을 남기기 위해) 항노화 기업 투자의 정당성을 설명하기 위해 한 말도 아닌 것이다. 

편지 원문을 제대로 인용한 CNBC의 기사 제목은... Jeff Bexos in his final letter as Amazon CEO: 'The world wants you to be typical. Don't let it happen'(링크). 이 글을 제대로 읽으려면 웹브라우저에서 광고차단기를 거둬 내야 한다. 오늘 쓴 글의 제목을 뽑으라면 아무런 주저함 없이 이 기사의 제목을 선택하리라.

오늘의 글은 매일경제의 행사의 성격이나 약간은 기대 이하였던 챗GPT의 정보 처리 능력을 에둘러 비판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인용문을 쓰려면 원래의 맥락을 되새기면서 정확하게 옮기고, 나의 인용 의도 및 (재)해석이 원본의 그것과 많이 다르다면 이를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