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2일 월요일

Dell Inspiron 3668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다

2017년에 구입한 가정용 PC에 무슨 기대를 할 수 있으랴! 지금은 2024년, 이미 구입한 뒤 7년이나 지났고 무슨 이유인지 엄청나게 느린 속도 때문에 조만간 폐기를 하겠노라고 생각했던 바로 그 컴퓨터가 Windows 업데이트 뒤에 갑자기 정상에 가까운 속도를 내기 시작하였다. 전원을 넣고 뭘 좀 하려고만 하면 하드디스크만 주야장천 긁어 대면서 도무지 뜨지 않는 애플리케이션 창만 바라보면서 한숨을 쉬고는 했었다. 오늘은 ThinkPad 노트북 컴퓨터를 사무실에 두고 오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이메일 확인을 하기 위해 Dell Inspiron을 켜 보았다. 며칠 전에 Windows 업데이트를 하였더니 크롬과 백신 프로그램이 보이질 않아서 이들을 새로 설치한 것 외에는 특별히 한 일은 없었다.

2022년 1월에 이 컴퓨터의 사양 정보를 기록해 놓은 일이 있다(링크). Windows 11은 설치할 수 없는 낡은 하드웨어로 구성된 컴퓨터가 갑자기 회생의 기미가 보이다니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이유는 알기 어려우나 당분간 웹 서핑이나 문서 작성 용도로 쓰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이 해를 넘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 집에서 쓰는 모니터는 거의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구해다가 몇 년째 쓰고 있다.

항상 새로운 물건으로 주변을 채울 필요는 없다. 하지만 5월에 소규모 공연을 한다고 또 얼마나 많은 물건을 사다가 차곡차곡 쌓고 있는지... 패시브 스피커와 마이크 스탠드에 이어서 내일 새벽에는 XLR female to 6.35 mm TRS male 케이블이 배송될 것이다. 개인 연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첫 연습을 했던 오늘은 몹시 실망스러웠다. 다른 멤버의 탓을 하는 것이 아니다. 연습을 위한 음원은 겨우 준비를 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음향 엔지니어의 역할까지 해야 하는 입장임에도 불구하고 각 파트의 레벨 세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Backing track은 노트북 컴퓨터의 3.5 mm 스테레오 출력 단자로부터 믹서의 2-TRACK IN으로 넣었는데 다른 채널로 입력한 악기에 비하여 레벨이 너무 높았다. 이를 적절히 줄이는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컴퓨터에서 음량을 조절하거나, 레벨 조절 놉이 있는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중간에 경유하든지 또는 믹서의 정상 채널에 넣어 주어야 한다.  

기타용 케이블 중 일부는 접촉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 단 세 곡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도 정말 준비할 것이 많다.

2024년 4월 21일 일요일

생활 주변에 스며든 인공지능 서비스 - 이제는 피하기 어렵다

우연한 기회에 (주)켈라웨이브의 김은연 이사가 진행하는 온라인 워크숍 "ChatGPT를 활용한 언어 생성 기술의 이해 및 실제 적용 사례 분석"에 참여하게 되었다. 개최 시각은 토요일 아침이라서 집에서 Zoom 미팅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Wi-Fi 접속이 너무 불량하여 오디오 전송 상태가 나빠지다가 접속이 끊어지는 현상이 반복되어 전달되는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였다. 이것은 전적으로 우리집 인터넷의 문제이니 어쩔 도리가 없다. 지금 쓰는 이 글도 노트북 컴퓨터를 공유기에 유선으로 접속하여 작성하는 중이다. 앞으로 집에서는 이더넷 케이블을 쓸 일이 없을 것 같아서 전부 치워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다.

OpenAI가 개발한 ChatGPT 무료 버전을 크롬 익스텐션(확장 프로그램)으로 설치하여 잠시 써 본 일은 있었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정리된 답을 얻는 정도로 체험을 하면서 꽤 흥미롭다고 여기고 있었다. 이미 유료 버전을 쓰는 동료의 말을 빌리자면 영문을 작성하거나 이를 국문으로 번역하는 성능에서는 구글 번역보다 훨씬 낫다고 하였다. 

지금은 크롬 웹 스토어 검색창에 'ChatGPT'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너무나 많은 확장 프로그램이 나와서 도대체 뭘 설치해야 좋을지 어리둥절할 정도가 되었다. 오랜만에 OpenAI 웹사이트에 직접 로그인해 보니 텍스트로부터 비디오를 생성하는 Sora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광고하고 있었다. 이것이 더욱 발전하면 상세한 시나리오를 입력하여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게 될 것이다.

강좌를 통해서 AIPRM, Google Gemini, Google Colab 등의 서비스를 접하면서 내가 잠깐 체험했었던 간단한 대화식 인공지능을 이제는 훨씬 뛰어넘는 기술이 주변에 즐비함을 깨닫게 되었다. 파워포인트 요약본(명령을 내리면 보다 상세한 내용을 써 내려갈 수도 있다), 시험문제 제출(모범답안 및 배점 가이드까지), 이미지 생성은 물론, 예전 '심심이'와 같은 기계와의 대화를 직접 구현할 수 있었다. 이는 Google Colab(hosted Jupyter Notebook)으로서 기계학습 관련 라이브러리를 설치하여 코딩을 하듯이 구현하면 된다. 선생님 혹은 교수님들의 숙제 검사가 한층 힘들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내 크롬 브라우저에서 설치된 확장 프로그램을 내려 보니 '구글의 채팅GPT 플러스'가 아직 남아 있었다. 오늘은 'AIPRM for ChatGPT'를 추가 설치하였다. 이 확장 프로그램은 선별된 프롬프트 템플릿 및 고급 기능을 추가해 준다고 한다.

이 글을 쓰면서 컴퓨터 화면 한쪽 끝 트레이에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Copilot 아이콘이 자리잡고 있음을 깨달았다. 'PRE'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아직 안정화가 되지 않은 서비스를 소개하는 것 같았다. 저 아이콘을 본지는 꽤 오래되었는데... 원래 'Bing' 어쩌고 하는 대화형 서비스가 자리잡고 있던 곳이 아니었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Copilot이 무엇인지 검색을 해 보니 Bing 채팅이 2023년 12월 1일에 리브랜딩된 것이라고 한다. 이를 클릭하여 창을 열고 ChatGPT가 무엇이냐고 물어 보았다.



흠, 제법인걸. 사실 구글 검색창에 뭔가를 입력하여 관련 웹문서를 찾아내는 방식으로는 내가 궁금해하는 낱말의 정확한 설명을 찾기가 어렵다.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하여 대답하는 대형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 Copilot의 설명에 의하면 수많은 파라미터를 가진 인공 신경망으로 구성된 언어 모델) 서비스가 전통적인 키워드 검색보다 만족스런 대답을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웹브라우저와 OS라는 자신의 제품 영역 내에서 소비자를 더 오랫동안 붙들어 두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이다.

Copilot에게 직접 정체를 물어 보았다.

Microsoft Copilot은 기존의 빙 챗 (Bing Chat) AI 챗봇을 기반으로 하는 챗봇, 가상 비서 및 생산성 도구입니다. AI를 사용하여 질문에 답변하고, 이메일 요약하거나 프레젠테이션 초안 작성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Microsoft 365 앱에서도 Copilot을 활용할 수 있으며, 비즈니스용과 개인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인공지능 기반 챗봇 서비스를 이용할 때 주의할 점이 몇 가지 있다. ChatGPT의 경우 2022년까지의 데이터로 학습을 했다는 것, 가끔은 거짓말을 한다는 것 등.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주는 결과물의 저작권에 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 같지 않다. 물론 이들이 데이터를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무료로(무단으로?) 가져다가 학습하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실존 인물에 대한 가짜 뉴스 또는 가짜 이미지는 이미 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Copilot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멋진 여자 기타리스트를 그려 줘'라고 주문을 하였더니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다음과 같이 1024 x 1024 픽셀의 이미지를 뚝딱 만들어 내었다.

프렛 포지션 마크의 위치가 정확하지 않다.

피크가 없네? 손가락으로 뜯을 수도 있는 거니까...

질문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바꾸어 보았다. '피크를 쥐고 검정색 깁슨 레스폴 커스텀 스타일의 전기 기타를 연주하는 멋진 흑인 여성 기타리스트의 그림을 그려 줘'라고... 생성된 이미지 중 내가 의도한 것과 가장 가까운 것을 골랐다.

그러나 이런 왼손 손톱으로는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왼손 손가락의 모습도 부정확하다.

정상적인 기타 연주자의 손톱 모양이 나오도록 몇 차례 질문을 구체적으로 바꾸어서 올려 보았지만 100% 만족할 수준의 이미지는 나오지 않았다. 생성형 AI가 사람의 손을 정확하게 그려내지 못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내가 시도하여 그린 기타리스트 이미지 중에서는 엄지손가락의 안쪽에 손톱이 붙어 있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다음 요청 사항은 '멋진 한국인 남자 기타리스트'이다.

훌륭한데? 앨범 자켓으로 써도 충분할 수준이다. 왼쪽 뒤에 세워진 악기는 첼로 같은데 줄감개가 5개! 드물지만 5현 첼로도 있다고 한다.


이런 요청을 할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GPU는 돌고 있을 것이며, 전력도 소모할 것이다. 인터넷 저편으로 날리는 엔터 한 번이라는 행위가 A4 용지 서너 장에 연필로 줄만 죽 긋고 구겨서 버리는 행위와 같은 수준으로 자원을 소모한다면(실제로 계산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자제하게 되지 않을지 모르겠다.

그림을 그려주는 DALL E-3은 역시 OpenAI의 생성형 AI 서비스이다. 원래 유료 버전($20/월)인 ChatGPT-4에서 사용 가능한데,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따라서 지금은 Copilot)에서 사용 가능한 것이다. 약간의 기능 제한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는 Copilot이 ChatGPT보다 편리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적으로 찾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Copilot은 검색을 통해서 최신 정보를 찾아주는 것까지 겸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Copilot에게 보스톤의 현재 기온을 섭씨로 알려달라고 물으면 충실하게 답변을 제공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이 ChatGPT(3.5)는 그렇지 못하다.

Sure! To find out today's weather in New York City in Celsius, you can check a reliable weather website or app. As of now, I don't have real-time access to current weather data. You might want to try checking websites like Weather.com, AccuWeather, or the National Weather Service for the most accurate and up-to-date information.

앞으로 '인간의 힘으로 공들여' 만든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은 이렇게 AI가 만든 논리정연한 내용과 화려한 그림에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 아직도 스마트폰/스마트워치를 안 쓰세요?
  • 아직도 카카오톡을 안 쓰신다구요?
  • 아직도 종이 통장을 쓰세요?
  • 아직도 파워포인트에서 도형을 그리세요?
  • 아직도 손으로 글씨를 쓰세요?
  • 아직도 손으로 타이핑을 하신다구요?
  • 아직도 AI 서비스 구독을 안 하신다구요?
  • ...
  • 아직도 직접 요리를 하세요?

이러다가 '아직도 직접 숨을 쉬세요?'라고 묻는 시대가 오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 미처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다. 그저 재미있고 신기하다고만 생각했던 기술을 이제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면 도태되는 시기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새로운 기술이나 눈 앞의 이득에 대해서는 늘 철학적 고민이나 판단이 필요하다.

2024년 4월 18일 목요일

연습실 또는 노래방 만들기

하나 둘 사서 모은 음향장비를 차에 싣고 출근하여 내가 근무하는 건물 지하 1층에 설치하였다. 가장 마지막에 구입한 것은 오늘 아침 배송된 카날스의 T자형 마이크 스탠드. 따져보니 두 종류의 스탠드(마이크와 스피커)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고품을 구입한 것이다.


블루투스 수신기를 믹서에 연결해 놓았기에 누구든 휴대폰을 연결하여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마이크만 잡으면 바로 노래방이 된다.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붙여 놓았다. 같이 인쇄해 놓은 QR 코드를 찍으면 별도의 위키 문서로 작성한 상세한 기기 사용법(링크)으로 연결된다. 점심 시간을 이용하여 찾아온 동료들과 잠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문어발처럼 케이블이 복잡하게 연결된 믹서를 일반인이 접할 일은 별로 없다. 나도 익숙해 지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린 것을 잘 알기에, 되도록 간단하게 사용법을 기술하려고 노력하였다. 아날로그 믹서 + 파워앰프의 조합보다 더 단순한 장비가 많다. 휴대용 앰프가 그렇고, 오디오 인터페이스 역시 그렇다. 하지만 내가 사용하는 이런 고전적인 장비를 통해 정말 배우는 것이 많다.

욕심을 부리자면 지금 보유한 장비에 대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특히 믹서의 경우 채널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balanced output을 지원했으면 좋겠고(파워앰프에서 balanced input을 지원하므로), PFL(pre-fader listen) 버튼이나 이펙터가 내장되어 있으면 좋겠고... 그런 믹서는 아마 Behringer의 10채널 미만 믹서에는 없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쓰는 장비는 아마추어를 위한 것이니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하도록 하자.

5월 중순에 간단한 공연을 하기로 했다. 주말에는 선정된 곡을 분석하고 개인 연습을 좀 해야 되겠다. 악기는 2-3인이 연주하고 나머지는 backing track으로 채우는 방식의 공연을 생각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공연할 곡을 찾아서 녹음한 다음 각 악기별로 분리하는 작업을 시도해 보는 중인데, 의외로 AI 기반의 무료 서비스가 놀라운 수준의 결과물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내가 요즘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국내에서 개발한 GAUDIO STUDIO라는 것이다. 처리 품질도 매우 만족스럽고, 다른 사람에게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링크도 제공한다. 웹 인터페이스에서 각 악기 기준으로 솔로 및 뮤트를 설정하여 재생도 할 수 있다.

Gaudio Studio가 음악을 처리한 뒤의 화면. 그 자체가 플레이어이다.


이런 작업을 최근 며칠 동안 하면서 스템이라는 새로운 개념도 알게 되었다. DAW에서 말하는 트랙과 유사하지만 유사한 악기 단위로 묶었다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스템은 이러한 방식으로 제공되는 음악 파일의 포맷이기도 하다. Native Instruments의 설명(링크)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이를 다루기 위한 전용 컨트롤러도 존재하는 모양이다.

A Stem file is an open, multi-channel audio file that contains a track split into four musical elements – bass, drums, vocals, and melody for example. With each element available independently, you can mix in ways that just weren’t possible until now.

참 놀라운 세상이다. 음악을 만들기에 정말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기술이 발달하였다. 그만큼 창작은 더 쉬워진 것일까, 혹은 어려워진 것일까?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4·10 총선 이후 - 다시 안보(安保, security)를 생각하다

22대 총선이 끝나고 개표도 완결되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출구조사 결과가 실제 결과와 매우 다르다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전투표에 대해서는 조사를 금지하기 때문에 차이가 난 것이라면 그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투표소를 나서면서 조사원에게는 일부러 자신이 기표한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것일까? 아마도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예측한 결과가 실제로 뒤집어졌을 때 통쾌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사회는 대단히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침 출근길에는 교차로에 서서 당선 인사를 올리는 특정 당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국내 정치는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까? 그 결과는 바람직한 곳으로 흘러가게 될까?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이다.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국외 상황은 더욱 불투명하다. 장벽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서로 자유롭게 교역(물자와 정보를 전부 포함)을 하는 세상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바이오안보 이슈와 관련해서 보다 더 자세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국가안보전략연구원(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 한국바이오협회(민감정보 해외이전 규제)에서 상세한 분석 자료를 공개하였으니 이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납땜질이나 하고 공연용 스피커를 구입하겠다고 그렇게 검색을 해 대면서도 정작 바깥 세상이 돌아가는 일에는 너무 관심을 갖지 않고 있었다. 적절한 세계관과 철학을 지닐 나이가 이미 한참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순진한 것 같다. '안보'는 한물 간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실질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은 매우 적지만, 항상 '적'이 있다고 믿는 것(혹은 믿게 만드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지도? 촌충을 일부러 자기 장 속에서 3년 동안 기르면서 더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했다는 일본 과학자의 유명한 이야기도 있다. 이것은 믿음이 아니라 실제의 문제였다.  

얼마든지 길게 쓸 수 있는 무거운 주제이나, 오늘은 논문을 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겠다. 

시큐리티(security)는 어떻게 '안보'가 되었을까? '안전', '안전보장', '안보'로의 전환 과정을 중심으로. 국제정치논총  제60집  4호  (2020),  41-77. 원문 링크, doi: 10.14731/kjir.2020.12.60.4.41

2024년 4월 10일 수요일

소규모 공연에 사용할 스피커(FdB CX8)를 구입하다

흩날리는 벚꽃잎을 보면서 문득 마음에 맞는 사람을 한두 명 모아서 건물 앞에서 '벚꽃 엔딩'을 부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를 실행에 옮기려면 이미 벚꽃은 다 진 다음에나 가능할 것 같고, 어쩌면 내년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 이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다가 5월 중순에 뭔가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멤버를 섭외하기 시작하였고, 아직 참여에 대한 아직 확답은 듣지 못한 상태이다. 잘 성사된다 하더라도 나를 포함하여 2명에서 3명 정의 미니 팀이 될 것이고, 각자 악기를 하나씩 연주한다고 하여도 backing track은 반드시 별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행사 주최측에서 장비 대여 등 비용을 지원할 가능성은 전혀 알 수 없으니 일단 내가 모든 것을 준비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220V 전원이 있는 곳에 장소를 마련하기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에 상황은 나쁘지 않다. 마이크로폰, 믹서, 파워 앰프는 전부 개인적으로 갖고 있지만 문제는 적당한 라우드스피커가 없다는 것.

아예 앞으로도 이런 일이 종종 벌어질 것을 감안하여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도록 앰프 + 스피커 일체형 앰프를 구입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하였지만 초기 투자 비용이 적지 않았다. 케이블 연결 등 세팅의 불편함이 따르지만 내가 보유한 인터엠 R150 Plus에 직접 물리도록 적당한 패시브 중고 스피커를 알아 보기로 하였다.

우퍼 직경은 얼마나 큰 것을 고를 것인가? 하나만 살 것인가, 또는 한 쌍을 살 것인가? 브랜드는? 신품과 중고 사이에서 어느 것이 좋을까? 예산이 많지 않으니 며칠에 걸쳐 고통스런 검색을 피할 수 없었다.

Behringer의 8인치 액티브 스피커인 PK108A를 거의 마지막까지 고려 대상에 놓고 고민을 하다가 결국 선택한 것은 중국 브랜드인 FDB의 CX8(중고)를 개인 거래로 주문하였다. 

사진 출처: 사운드파워(FDB Audio 공식 대리점)


제품 카테고리는 live portable speaker이다. 실은 같은 회사의 12인치 우퍼 채용 제품인 중고 CX12를 구입할 생각도 했었다. 8인치를 넘는 우퍼를 써 본 일이 없기 때문에 대구경 스피커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렉트릭 베이스를 가끔 연결하여 연주할 것을 생각하면 저음을 더 잘 내어 줄 12인치급이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CX12 무게가 15.3 kg이나 되어 들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고 크다. 반면에 CX8은 6.6 kg에 불과하여 휴대하기에 적당하다. 휴대 편의성을 고려하여 이와 같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하기로 했다. 흥미롭게도 FDB 공식 웹사이트의 CX 시리즈 정보에서는 CX8이 보이지 않고, 10/12/15인치 모델에 관한 정보만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CX8이 널리 판매되고 있다. CX8/10/12/15의 사양 비교표(국문)는 여기에 있다.

CX8의 사양은 다음과 같다.

"선스크린 하우징 및 방수가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 Frequency resonse: 55~18 KBz
  • Drivers: 8인치 및 1인치(컴프레션 드라이버) 각 하나씩
  • Rated power: 100와트(RMS), 400와트(피크)
  • Sensitivity: 92 dB(1W/1m)
  • Maximum SPL: 112 dB continuous, 118 dB peak
  • Impedance: 8옴
  • Dispersion(-6 dB): 90 x 60도
  • Crossover: 2.8 kHz passive
  • ConnectorsL 2 x Speakon NL4
  • 6.6 kg, 296(W) x 415(H) x 230(D) mm

Maximum rating은 인터엠 R150 Plus를 bridged mono로 설정했을 때 잘 어울린다. 이를 적당한 스탠드에 올려도 좋을 것 같다. 

국내 브랜드인 Leem(임산업)에서도 정확히 같은 모델명인 CX8/CX-8(다나와)이라는 8인치 우퍼 채용 패시브 스피커를 판매하는데, 인클로저의 재질은 나무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동일 회사의 유사 제품은 SR8/SR-8(다나와)이다. 인터엠의 오래된 모델 SC-28(월드음향)도 Leem CX8과 유사하게 나무로 짜여져 있다. 그런데 유독 FDB의 CX8는 다른 회사의 동등한 제품보다 유난히 국내 판매 가격이 높은데 왜 그러한지 자세한 사연은 알 수가 없다. 

만약 한 곳에 설치해 두고 쓸 용도라면 목재 인클로저가 더 나은 소리를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에서 소개한 Leem 및 인터엠의 스피커는 오래전에 나온 것이라서 제품 카탈로그 최신판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요즘 소규모 야외 공연에서 쓰이는 스피커의 대세는 별도의 서브우퍼를 채용한 다음과 같은 스타일의 것이 아닐까? 앰프는 서브우퍼에 내장되어 있다.

그림 출처: 임산업


파워앰프와 스피커의 연결은 스피콘 커넥터를 구입하여 직접 선을 연결한 뒤 사용하기로 하였다. TPA3116D2 앰프 보드(링크)는 비상시에 사용하면 될 것이다.

보컬 2(메인과 보조), Hi-Z 악기 2대, 백킹 트랙(또는 건반)을 포함하는 것으로 하여 5~6 채널로 구성한다면 내가 갖고 있는 Behringer Xenyx 802 믹서를 꽉 채워야 한다. 어쩌면 기타 두 대는 마이크로 믹서로 묶은 뒤 DI 박스를 거쳐서 802 믹서로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겉으로 보기에는 듀엣이나 트리오에 불과하지만 - 악기 연주는 2인이 도맡아서 함 -  공연은 실전이다. 많은 것을 경험하며 배우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24년 4월 14일 업데이트

스피커를 받은 뒤 프로 오디오 영역에서나 쓰이는 스피콘 단자에 케이블을 연결한 다음 들어 보았다. 스테레오 2 채널이 필수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스피커 뒷편에는 다른 명판이 붙어 있었던 것 같다. 

스피콘 단자는 처음 사용해 본다. Bridged mono 모드를 사용하려면 스피콘 단자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스테레오 모드에서는 +1과 -1 단자만 이용하면 된다.

InterM R150PLUS 매뉴얼에서 작동 모드에 따른 스피콘 단자 연결 방법을 살펴보았다. 앰프 뒷편의 모드 셀렉터 스위치를 채널 1쪽, 즉 'bridged'로 전환하면 1번 채널에 들어온 신호가 크게 증폭되어 1번 및 2번 채널의 (+)핀 사이에 걸린다. 스피콘 단자에서는 2+/2- 단자를 쓰면 되며, 내부적으로 서로 연결이 되어 있어서 이 경우에는 어느 채널에 스피커를 연결해도 상관이 없다.

Stereo(위) 및 bridged mono(아래) 작동 모드의 출력 연결 방법.

회로도를 보면 bridged mono 모드에서 스피콘 단자를 사용할 경우 어느 출력 채널에 연결을 해도 상관이 없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엠 R150PLUS 앰프를 bridged mono 모드로 사용할 경우 8옴 부하에서 150와트(THD 0.05%)가 나온다. 집에서 스테레오 모드(8옴 부하, 50W + 50W)로 음악감상을 하든, bridged mono 모드로 전환하여 바깥에서 소규모 공연을 하든 충분한 출력이다. 전원 트랜스포머를 사용한 고전적인 앰프라서 요즘의 class D 앰프와 비교하면 덩치가 크고 무겁다는 한계는 있지만 말이다.


2024년 4월 15일 업데이트

이것도 일종의 믹서다! 라인 레벨의 스테레오 신호를 하나로 합쳐서 bridged mono 모드로 작동하는 R150PLUS 앰프의 1번 채널에 입력하기 위한 목적으로 직접 만들었다. 케이블이 너무 두꺼워서 6.35 mm TS 플러그에 넣기 위해 외피를 칼로 깎아내야 했다.



2024년 4월 8일 월요일

바쁜 4월 초순을 보내며

벌써 4월 9일이다. 

봄이 더디게 오면서 예년보다 매우 늦게 벚꽃이 피었다. 아내와 함께 주말에 들른 KAIST는 벚꽃을 즐기러 온 인파로 유원지를 방불케 하였다. 태울관 퀴즈노스에서 주문한 간식거리가 나오기까지 한참을 기다리면서, 외부인으로서 무분별한 방문을 하여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졸업생에게는 출입을 조금 자유롭게 해 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시절에는 정문에서 출입 자체를 차단당했었으니 말이다. 약간의 연간 회비를 지불하면서 출입 제한을 조금 풀어주는 졸업생용 신용카드 겸용 멤버십 카드 같은 것을 만들어 주면 안될까?

고 이정오 학장(1932~2007)께서 수백 그루의 벚나무를 황량한 KAIST에 심도록 하신 것이 벌써 30년도 훨씬 넘은 오래전의 일이 되었다. 원장으로 재임하던 기간은 1986년부터 1988년까지. 학장(현재는 총장)으로 일하시던 당시에 심은 것인지, 혹은 물러나신 뒤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4년 2월 25일 KAIST 신문에 실린 기사를 캡쳐해 보았다.

자료 출처: 링크


이 기사가 실린 꼭 20년 전에 나는 순수하고 철없는(?) 계약직 선임연구원으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입사 2년차의 봄을 맞고 있을 때이다. 아마도 Hahella chejuensis의 유전체 해독을 하느라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24년 4월의 첫 며칠은 PacBio 아시아-태평양 지사에서 개최한 학술행사인 Population Genetic Forum에 참석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시간을 보냈다. 여권을 살펴보니 마지막으로 다녀온 국외 여행 - 공무 및 사적인 것을 전부 포함하여 - 은 2018년이었다. 당시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22차 Lake Arrowhead Microbial Genomics Conference(LAMG)에 포스터 발표를 위해 다녀왔었다.

최근 수년 동안은 외부 파견 근무를 많이 다녀오는 바람에 국내외를 막론하고 학술대회를 다니지 못하여 많은 목마름이 있었다. 국외 출장지에서 모처럼 공부도 많이 하였고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다.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던 태국(첫 방문)에 대해서 좋은 인상도 많이 남겼다.



이것은 가네샤?



이것이 SMRT cell이다!

PacBio의 Revio.


PacBio 공동 설립자인 Jonas Korlach와 전산생물학 분야 부사장 Michael Eberle. 




평생 먹어 본 과일 주스 중 이보다 달고 시원한 것은 없었다. 너무나 더웠기 때문이리라.



2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사이에 나는 어떻게 변했나? 주름도 많이 늘고 노안이 심해졌으며, 머리에도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어깨에 지워지는 책임과 부담감은 점점 늘어나는데 머릿속 총명함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되었다. 

사람은 이렇게 익어 가는 것이다.

2024년 3월 31일 일요일

단일 채널 앰프 보드(TPA3116D2)를 활용할 길이 없을까?

2년 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헤드폰 앰프 보드를 사면서 TPA3116D2칩을 사용한 class D 앰프 보드를 산 일이 있다. 당연히 스테레오 입출력을 지원한다고 생각했는데 단일 채널용 앰프였다. 사용할 곳을 찾지 못하다가 오늘 문득 야외 공연용 앰프로 사용하면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20V 상용 전원을 끌어올 수 없는 환경이라면, 배터리를 사용하면 되지 않겠는가?

스테레오 입력은 470R을 직렬로 연결한 뒤 하나로 합쳤고, 전원은 일단 노트북용 어댑터를 사용하였다. 어제 주방 조명을 LED 모듈로 바꾸면서 떼어낸 안정기(고장)에서 전선을 잘라내어 악어클립을 납땜하였다.



일렉트릭 기타 연습용 앰프의 스피커 단자에 물린 뒤 소리를 들어 보았다. 와, 이건 영 아니다. 중음만 너무 강조되어 마치 AM 라디오를 듣는 것 같았다. 기타용 앰프라서 목적에 가장 잘 맞는 스피커를 사용했을 것이라 여겨지지만, 외부 소스 기기 또는 마이크로폰을 연결하도록 만든 기타 앰프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다. 

마침 야외에서 굴려도 문제가 없을 스피커가 한 조 있다. 꽤 오래전에 체리사운드에서 인클로저를 주문 제작한 뒤 풀레인지 유닛을 넣었다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방치해 둔 것을 연결해 보기로 했다(링크). 여기에 들어간 유닛은 삼미스피커의 HA-165B60(6.5인치).

2016년 10월에 촬영한 HA-165B60(링크).

스피커로 음악을 재생하는 동영상을 업로드해 보았으나 용량 제한 때문인지 블로그에서 보일 수가 없어서 매우 안타깝다.

전문 음악 감상용 스피커는 아니지만 기타 앰프보다는 훨씬 좋은 소리를 내 주었다. 동영상 촬영에 동원된 스피커는 콘지가 찢어져서 목공용 본드로 대충 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소리에는 별 문제가 없다. 인터넷 최저가는 5천원 정도에 불과하니 보기 싫으면 새로 사다가 교체하면 된다.

자, 야외에서 220V 상용 전원 없이 사용 가능한 앰프와 스피커는 이렇게 만들었다고 치자. 만약 보컬이나 다른 악기를 추가하려면 믹서는 어떻게 하겠는가? 배터리로 구동되는 Leem 마이크로 믹서로 어떻게든 해 볼 수 있겠지만, 마이크 프리앰프는 또 어떻게 하고?

일단 여기에서 중단하고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내일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