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이 명관인가? 가끔은 그럴 때도 있다. 구관이 명관일 확률이 1/2이라면, 인류 역사에 발전이란 아예 없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양과 질의 문제가 전부 존재하므로, 수십 수백 명의 구관이 세상을 적당히 주무른 뒤 나타난 유능한 한 명의 신관(?)이 세상을 완전히 바꿀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라즈베리 파이 3B(구입 당시 글 링크)에 설치한 볼루미오를 쓰면서 점점 성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게 되었다. 주로 업데이트를 한 후가 그러했다. UI는 조금씩 나아지지만, Wi-Fi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정격 용량이 나오는 전원 어댑터를 구입하여 이전에 사용하던 휴대폰 충전기를 대체하고, 조금이라도 거실의 무선 공유기에 가깝게 놓으려고 라즈베리 파이의 위치를 바꾸어 보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버전인 볼루미오 3.224-2222로 업데이트한 뒤에는 아예 와이파이망 연결이 되지 않았다. 유선 랜으로만 라즈베이 파이를 써야 한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이번 주말에는 아예 작정을 하고 와이파이 불량 문제를 해결해 보기로 하였다. 최신 이미지를 마이크로SD 카드에 기록하여(balenaEtcher 사용) 몇 번이고 재설치를 하였으나, 여전히 무선 연결이 되지 않았다. 내장 무선 네트워크 어댑터에 이상이 생겼을까? 다이소에서 구입했던 USB 와이파이 수신기(802.11N)을 꽂아 보았다.
싸구려 USB 플래시 드라이브 위에 꽂은 싸구려 와이파이 수신기(구입 당시 글 링크) |
그러나 아무리 노력을 해도 와이파이 접속이 되지 않았다. 내장 무선 랜카드를 무력화하고 USB 포트에 꽂은 것이 우선하여 쓰이도록 설정을 바꾸어야 할까? 검색을 거듭하며 찾아낸 짤막한 정보를 바탕으로 아무리 설정 파일을 건드려 보아도 소용이 없었다.
토요일 아침 이른 몇 시간을 이렇게 날려 버린 뒤, 볼루미오의 이전 버전으로 돌아가 보기로 하였다. 볼루미오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2.917-2021-1006 버전('Volumio 2 download URL?' 링크; broken.pipe의 댓글 참조)을 구한 뒤, 마이크로SD카드에 기록한 다음 재설치를 시도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너무나 잘 작동하는 것이었다! 별도로 꽂은 USB 와이파이 어댑터에 자동으로 우선권이 부여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거실에 놓인 무선 공유기의 와이파이 설정을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가... 설치 후 첫 설정을 할 때 아예 이더넷 케이블을 연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볼루미오의 핫스팟 기능을 이용하여 휴대폰에서 접속·제어하는 것은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볼루미오 3에서는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하여 타이핑을 하면 글자가 잘 나타나지 않거나, 커서가 갑자기 사라지고, 심지어는 엔터를 쳤는데 커서가 다음 줄이 아니라 입력이 이루어진 바로 그 줄의 홈 위치고 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볼루미오 2 버전으로 되돌리니 그런 현상이 일절 없었다.
USB 와이파이 어댑터를 꽂으면 wlan0이었던 내장 무선 랜카드는 자동으로 wlan1이 된다. |
USB 와이파이 어댑터는 꽂은 상태 그대로 두기로 했다. 라즈베리 파이의 금속 케이스가 와이파이 수신을 다소 불량하게 만든다는 의견평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최근 몇 주 동안 나의 <네트워크 음악 재생기> 라즈베이 파이의 활용성을 현저하게 떨어뜨렸던 와이파이 접속 불량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 문제가 해결되어 버리니 오전 내내 여러 시도를 하면서 메모를 해 놓았던 것을 블로그에 기록할 필요가 없어졌다. 업데이트에는 항상 문제가 따를 수 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하겠다.
볼루미오 설치법
- 마이크로SD카드에 볼루미오 이미지(.img 파일)를 기록한다. 볼루미오를 PC에 설치하려면 다른 저장 매체가 필요할 것이다. 볼루미오는 라즈베리 파이, PC(X86/X64) 및 ASUS Tinkerboard에 설치할 수 있다.
- 마이크로SD카드를 라즈베리 파이에 끼우고 유선 인터넷 선을 연결한 다음 전원을 넣은 뒤 5분 정도 기다린다. 볼루미오의 핫스팟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유선 인터넷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 휴대폰이나 컴퓨터의 웹브라우저에서 http://volumio.local에 접속하여 web-UI를 이용하여 설정을 마친다. 와이파이 접속을 위한 SSID와 password 설정을 이때 하게 된다.
- 즐긴다!
볼루미오 공식 사이트는 https://volumio.com/en/get-started/이다. PDF 파일로 제공되는 quick start guide는 여기에 있다. 이미지 파일을 SD 카드 매체에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는 여러가지가 있다. 예전에는 balena etcher를 쓰라고 하더니 요즘은 Raspberry Pi Imager를 쓰라고 권장한다(2023년 1월 31일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