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0일 월요일

진도항에 다녀오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은 날짜를 이날 전으로 돌리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만약 그날 모두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다면, 아이들이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우리 사회가 좀 더 성숙한 상태였다면, 그러면 이런 참사는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지난 겨울, 전국을 달구었던 촛불 집회에 한번도 참석하지 못한 소심한 가장으로서 이 사회를 움직이는데 필요한 소리를 내지 못한 부끄러움을 안고 그러한 대신 다른 이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나누고자하는 뒤늦은 생각에 아들과 함께 차를 몰고 진도항으로 향했다. 대전에서 호남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려 약 4시간 가깝게 운전을 한 끝에 진도 끝자락 진도항(구 팽목항)에 도달하였다. 진도항은 한시간에 한번 정도로 인근 도서를 오가는 배편이 서는 작은 항구였다. 관광객이 시끌벅적 모이고 어선이 분주히 드나드는 그런 항구가 아니었다. 가건물로 만들어진 분향소와 미수습자 가족 숙소 사이로 삼삼오오 추모객들이 오가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수학여행을 떠나온 아이들은 곧 닥칠 자기들의 운명도 알지 못한채 선실에 그대로 있으라는 어리석은(아니, 추악한!) 어른들의 방송만을 믿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왜 그래야만 했나? 어른들의 말에 순종하라는 당연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그 말을 너무나 착실하게 들었고 배를 책임져야 할 못난 어른들이 빠져나오는 동안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가라않고 말았다. 그들은 배를 서둘러 빠져나오면서도 휴대폰을 챙기고 바닷물에 젖은 지폐를 말릴 여유는 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아니, 사람이 맞나? 왜 아이들이 타야 할 배편이 황급히 바뀌고, 다른 배들은 다 출항을 취소하는 나쁜 날씨에도 불구하고 왜 세월호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야만 했나? 제대로 된 구조는커녕 왜 윗선에 보고할 생존자 숫자놀음이나 했어야 했나? 왜? 왜?


방파제를 따라 세워진 솟대는 멀리 동거차도를 바라보고 있다. 오늘은 돌아올 수 있을까? 또 오늘은 돌아올 수 있을까? 벌써 사고가 난지 만 3년이 지나고 있다. 이제야 인양을 한다니 도대체 그동안은 뭘 했단 말인가. 안타까운 사연을 담고 펄럭이는 노랑 깃발과 리본은 거센 바닷바람과 햇볕에 점점 낡아져 가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동거차도 산꼭대기에서는 인양 작업을 감시하는 미수습자 가족의 힘겨운 하루가 저물고 있을 것이다. 기다림의 의자는 오늘도 남은 아이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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