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30일 금요일

TPA3125D2 앰프를 단일 채널(BTL)로 사용하려면

다음 그림과 같은 약간의 개조가 필요하다.


어제 장사동에서 구입한 삼미 6.5인치 우퍼를 구동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앰프에서 서브우퍼를 위한 출력단자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별도의 단일 채널 앰프만 있으면 서브우퍼의 구동이 가능하다. 원래 서브우퍼까지는 관심이 없었는데 자작 스피커의 저음이 너무나 부족하니 계속 새로운 방향으로 오디오 프로젝트가 가지를 펼쳐 나간다. 6.5인치라면 서브우퍼로는 그다지 바람직한 사이즈가 아님은 잘 안다. 하지만 나의 주된 목적은 영화를 보거나 비트있는 음악을 들으면서 온 집안을 바닥까지 '쿵쿵' 울리고자 함이 절대로 아니다. 3인치 유닛이 들어간 자작 2채널 스피커 시스템(용적은 아마 1리터가 채 안될 것이다)의 저음이 항상 부족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기에, 이를 조금이나마 보완하기 위함이다.

용산 전자상가에서 왜 국산 스피커 유닛을 구입해서는 지금까지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서브우퍼 유닛은 어디에 수납하는가?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일단은 두꺼운 종이상자를 가지고 테스트를 시작해 보겠다.

아세아전자상가(서울특별시 종로구 장사동 156) 수박 겉핥기 탐방

요즘 다른 국가적으로 중요한 이슈(임금피크제 강행, 국사교과서 국정화 논쟁, KF-X 사업 등)가 차고 넘치는데 일개 소시민이 무엇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즐기는 취미에나 몰두하는 것이 세상을 사는 시름을 잊는 길이다.

[사족: 위에 KF-X 사업과 관련하여 걸어 놓은 링크에는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글이 실려있다. '탐색 개발'을 국과연(국방과학연구소)이 한 것이 왜 잘못된 시작이었는가에 대한 논리가 눈길을 끈다.]

서울 출장 길에 볼일을 마치고 몇 가지 부품을 사러 아세아전자상가를 방문하였다. 체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고 방문하는 바람에 빼먹고 그냥 돌아온 것이 있다. 예를 들어 <한국에프엠>에서 볼륨 포텐셔미터(가변저항)를 사기로 해 놓고는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70~80년대에 청소년기를 보낸 남자 중 납땜 한 번 안해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바로 이 동네가 각종 부품과 키트, 자작 정보의 메카였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러한 열망이 매우 높았지만, 실제로 공작 활동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30대가 넘어서면서 연구실에서 장비를 만들기 위해 본격적으로 납땜질을 하게 되었고, 지금은 개인적인 취미로서 간단한 오디오를 만드느라 뒤늦은 나이에 꽃을 피우게 되었다고나 할까? 돌이켜 생각해 보니 10대 시절에 돌아다닌 미로같은 부품점 골목은 바로 아세아전자상가 1층이었고, 30대에 부품을 대량으로 구입하기 위해(대량이라 해 봐야 저항 커패시터 등 한 봉지 단위지만) 돌아다닌 곳은 아세아전자상가 2층이 아닌가 싶다.

어제 들른 곳은 아세아전자상가 1층이었다. 여기에서 구입한 것은 볼륨 노브와 삼미 스피커 유닛(CRW-165B50AT) 정도였고, 커넥터류는 세운상가 동편을 따라 난 골목에 즐비한 점포에서 구입하였다. 아세아전자상가 1층은 예전 기억과 마찬가지로 너무 좁고, 어둡고, 적당히 지저분(?)하다. 원래 목표로 한 가게에서는 사장님이 계시지 않아서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았다. 누가 오기를 기다리며 볼륨을 좀 골라볼까 했는데,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부품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커넥터나 기타 지원부품은 먼지가 좀 묻어도 상관이 없겠지만 볼륨은 좀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결국 발길을 돌려 다른 곳에서 구입을 하고 말았다. 문만 열어놓고 아무도 가게를 지키지 않는 곳이 너무나 많았다. 대략 쇼핑을 마치고 바로 옆의 예지동 카메라 골목을 가 보았다.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종로 4가의 세운스퀘어로 옮겼다는 안내문을 붙인 곳도 있었다. 필름 사진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면서 구형 카메라를 유통하던 많은 점포들이 쇠락하는 모습이 아쉽기만 하다. 종종 다니던 카메라점 태양사(10년 전 방문하여 찍은 사진은 여기에 있다. 나의 젊은 모습도 눈에 뜨인다.)는 굳게 셔터를 내리고 있다. 혹시나 하여 일부러 세운스퀘어를 가 보았다. 필름 카메라 수리점으로 꽤 알려진 보고사는 활발히 영업 중이었지만, 태양사는 보이지 않았다.

산업 구조가 바뀌고 소비자의 취향도 바뀌니 과거 호황을 누리던 상가가 한산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세운상가에서 용산으로, 또 테크노마트 등으로 좀 더 현대적인 시장으로 계속 이동은 이루어지지만, 찾는 사람들이 그에 따라서 늘어나는 것 같지는 않다.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아세아전자상가 2층을 올라가보지 않은 것이 아쉽다. 2층에서 구해야 할 품목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울을 방문한 김에 취미 제작자로서 장사동 전자부품상가의 다양한 모습을 눈에 담아오지 못하다니. 내가 사는 대전시는 자작 취미를 가진 사람에게 그렇게 유리한 곳은 아니다. 그래도 이제는 지역 업체를 좀 더 이용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주말에는 오정동이나 대화동을 좀 더 찾아야 되겠다.

2015년 10월 28일 수요일

계륵(鷄肋)과 다름이 없게 된 앰프 보드 2장을 처분하다


LM1876과 YDA-138E.

이미 갖고 있는 다른 앰프들과 기능적으로 중복이 되는데다가 케이스를 만들어 씌워야 한다는 부담만 자꾸 느끼게 되는 앰프 보드 2장을 네이버 카페에서 처분하였다. 아침 9시 전에 판매글을 올렸는데 순식간에 답글이 달렸다.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은 뒤 입금을 확인한 다음 점심시간에 우체국에 들러서 판매자의 주소지인 청주로 보냈다.

화장실 문 보수작업의 기폭제가 된 소형 스피커도 아직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유닛이 고급이 아니어서인지 혹은 너무 작게 만든 인클로저가 문제인지...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도 없고 누구에게 보이기도 너무 부끄러운 물건이다.

부족한 저음을 보강하면 해결될 것인가, 혹은 다른 문제(혹은 총체적인)일까?

2015년 10월 27일 화요일

케이스가 있어야만 앰프인가

이렇게 명함통에 보드만 달랑 넣어도 충분히 책상 위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다.


갖고 있는 모든 칩앰프에 케이스를 씌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도록 하자. 특히 사진에서 보이고 있는 TPA3125D2 앰프는 매우 독특한 볼륨 포텐셔미터를 사용하고 있어서 기성품 케이스에 수납하기가 좋지 않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이 가장 능률적인 수납 형태일지도 모른다.

아직 몇 가지의 사소한 개선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가장 최근에 만든 LM1875 앰프의 볼륨 조절 놉을 약간 큰 것으로 교체하는 것과 브리즈 TPA3116 앰프의 신호선을 바꾸는 것 정도이다. 비용과 시간이라는 제한된 자원 하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경험해 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음원의 확보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나을 것이다.

2015년 10월 24일 토요일

TDA7297 앰프 보드를 스피커 속에 넣어버리다

내부의 앰프를 제거하여 패시브 스피커로 만들어 사용하던 T&V Vertrag에 TDA7297 앰프 보드(2x15W)를 넣어버렸다. 결국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면 왜 원래 액티브 스피커로 만들어진 기기에서 앰프를 제거한 것이었을까? 당시에는 앰프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었으므로 어떤 칩이 쓰였는지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었다. 같이 떼어낸 볼륨 놉과 방열판은 다른 용도로 아직도 잘 쓰이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다면 앰프의 출력을 바인딩 포스트를 달아서 바깥으로 빼 두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원하면 다른 앰프를 연결할 수 있고, 내장 앰프의 출력을 아예 다른 스피커에 연결할 수도 있다. 보통 액티브 스피커라면 앰프가 들어있는 스피커통 안에서 한쪽 채널은 직결해버리고 반대편 채널(보통 왼쪽)을 연결하는 단자를 노출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업을 하는 내내 이러한 단순한 구성을 따를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다가 최종적으로는 약간 겉모습은 복잡하지만 스피커와 앰프 조합의 자유도를 최대한으로 높일 수 있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LED는 달지 않았다. 아래 사진에는 다른 '형제' 칩 앰프들이 같이 포즈를 취해주었다. 여러가지 재활용 케이스와 식품용 밀폐용기를 전전하였지만 장기간(영원히?) 안주할 곳을 아직도 찾지 못한 상태이다.


배선을 다 마치고 뒷판을 닫은 뒤 전원 어댑터를 연결하였다. 볼륨을 높여도 아무런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건 또 무슨 일인가? TDA7297 칩이 망가졌나? 다시 뒷판을 열고 점검에 들어갔다. 전원 연결용 터미널 블록 납땜이 보드에서 살짝 떨어져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신호 입력용 3.5mm 스테레오 폰 잭 납땜상태도 엉망이어서 예전에도 보수를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조립 품질이 나빠서 어디 쓰겠는가. 이번 개조는 납땜 인두를 전혀 쓰지 않고 끝을 내려 했지만 그런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음악 감상 환경(거실, 침실, 사무실)에 따른 주력 기기들은 약 2년에 걸친 방황을 거쳐 거의 자리를 잡은 반면 호기심으로 만들고 구입한 고만고만한 칩앰프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음 주 중에 서울에 갈 계획이 있으니 필요한 부속을 구해서 마무리 작업을 하자.

2015년 10월 23일 금요일

생명과학 분야의 프리프린트 학술지

최근 3세대 유전체 염기서열 해독 방법의 하나인 MinION 기술과 관련한 논문을 검색하다가 bioRxiv.org라는 매우 생소한 시스템을 발견하였다. 많은 학술지가 이제는 온라인으로만 간행되는 시대라서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에서 주관하는 bioRxiv("bio-archive"라고 발음)도 그런 것의 일종이라 볼 수도 있겠다. 구글 검색 결과에서는 "The preprint server for biology"라고 소개가 되어있다.

프리프린트란 무엇인가? 일반적인 학술논문 출간 시스템에서는 하나의 논문이 정식으로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투고 후 지루한 peer review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간을 줄이기 위하여 리뷰를 거치지 않은 원고(프리프린트)를 공개하는 시스템이 1991년 이후로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arXiv.org는 물리학과 수학, 천문학과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일찌기 자리를 잡았다. 프리프린트로 먼저 연구 성과를 연구자 커뮤니티에 공개한 뒤, 의견을 수렴하여 다른 정식 저널에 출판을 해도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2014년도 PLoS Biology에 The Case for Open Preprints in Biology(PLoS Biol 11(5): e1001563. doi:10.1371/journal.pbio.1001563)라는 재미난 논문이 실렸기에 그 내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생명과학 분야의 문화에서는 프리프린트가 아직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그 이유는 (1)프리프린트를 통해 아이디어를 쉽게 빼앗긴다는 인식, 그리고 (2) 동일한 내용의 논문을 복수로 출판해서는 안된다는 소위 "Ingelfinger rule"의 준수 문제 때문이다. 프리프린트를 옹호하는 측은 다른 입장을 견지한다. 첫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아이디어를 도둑맞는 것이 아니라 한시라도 먼저 공개함으로서 우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프리프린트 시스템이 peer review를 거치는 정식 학술논문 출간 체계가 아니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저널들은 논문의 정식 출간 전에 프리프린트가 먼저 선보이는 것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어떤 저널은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프리프린트를 먼저 내보내려면 궁극적인 타겟으로 삼는 저널의 프리프린터 허용 정책을 먼저 살펴보아야만 할 것이다.

실제 내가 검색한 사례를 보자. 환자의 혈장 샘플로부터 바이러스 감염체의 게놈을 MinION 기술로 실시간 검출한 논문(Rapid metagenomic identification of viral pathogens in clinical samples by real-time nanopore sequencing analysis)이다. 이것은 bioRxive.org에 먼저 실렸고, 동일한 내용이 Genome Medicine에 실렸다. bioRxiv 사이트에서는 다른 저널에 정식 출판되었음을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논문의 수(임팩트 팩터와 저자 자격을 복잡한 공식에 대입하는 수준을 넘어서 이제는 피인용수까지 산입하려 한다!)가 연구자의 평가에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나라에서는 이러한 프리프린트를 악용할 가능성이 아주 조금은 있을 것 같다. 즉 bioRxiv에 한번 내고, 내용은 거의 같지만 제목만 살짝 바꾸어서 정식 학술지에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논문 성과의 수를 불기에는 좋다. 물론 bioRxiv는 SCI(E) 등과는 무관하므로 비 SCI(E) 학술지에 출간한 논문은 성과로 치지 않는 평가 시스템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을테지만 말이다. 그러나 프리프린트 서버(저널이라고 하기에는 영 어색하므로 서버라고 하겠다)를 잘 모르는 허름한 학교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이를 연구성과를 부풀리는데 한두번 악용을 할 수는 있겠다.

연구 기술이 워낙 발전하고 있어서 짧은 시간에도 대량의 데이터가 쏟아져나오는 세상이다. 이를 잘 정제하고 가공하여 리뷰를 통과한 소량의 논문만이 진정한 가치를 지니는가? 당장 보기에는 어설퍼 보일지 모르나 나중에 재발견되는 논문이나 데이터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를 적시에 공개하기 위한 프리프린트 시스템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때 Genome Announcements가 논문이냐는 소모적인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새 기술, 새 시대는 논문 출간에 대해서도 혁신적인 사고를 필요로한다. 시대적 변화가 요구하는 연구성과 발표 시스템에 대해서 이제는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다.

2015년 10월 18일 일요일

LM1876 앰프에 파일럿 LED 램프를 달기 위한 저항값을 계산하다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LED를 점등하기 위해 직렬로 달아야 하는 저항을 계산하는 사이트를 흔히 만나게 된다. 12 V의 직류전원으로 LED를 점등한다고 가정해 보자. LED에 약 2 V가 걸리면 저항의 양단에서 10 V의 전압 강하가 있어야 한다. 구동 전류를 15 mA라 가정하면 저항값은 옴의 법칙에 의해 10 V/0.015 A = 666.7 ohm이다.

LM1876 앰프에서 파일럿 LED를 달기 위한 직류 전압을 어디에서 구할까? 기판의 동박 패턴을 살펴보았다. 평활용 콘덴서와 연결된 곳에 3P 단자를 납땜할 수 있는 구멍이 나 있었다. 아마도 직류를 필요로 하는 다른 보드에 연결하라는 배려인 듯. 테스터로 찍으니 +23 V/0 V/-23 V가 나왔다. 한림 3P 커넥터를 연결하고 필요한 저항값을 계산해 보기로 했다. 센터를 제외하고 양 끝단자를 사용한다면 46 V라는 꽤 높은 전압에 LED와 저항을 달아야 한다.

부품통에 있는 3파이 적색 고휘도 LED의 구동 조건은 전압 2 V(최대 2.6 V), 전류 20 mA이다. LED 저항 계산기에 수치를 넣으면 2.2 Kohm이 나온다. 저항 양단의 전압 강하는 44 V, 흐르는 전류는 20 mA이니 이를 곱하면 0.88 W이다. 최소한 1 W급의 저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품통에 있는 저항은 1/4 W뿐이다. 이 계산 결과가 정말 적당한 것인지 궁금하여 네이버 DIY 오디오 앰프 제작 카페의 앰프 제작 사례를 찾아보았다.


  • 게인클론: +/- 32 V에 대하여 15 Kohm
  • 100W/8옴급 파워앰프: +/- 50 V에 대하여 10 Kohm
  • 50W all TR 파워앰프: +/- 15 V에 대하여 3.9 Kohm 2개
내 계산에 의하면 46 V에 대해 700옴이 채 되지 않는 값이 나왔는데, 실 사용되는 앰프 회로도를 보니 저항값이 무척 높다. 이래서 LED를 구동할 충분한 전류가 나올지 자신이 없다. 의심이 가면 실험을 해 보자. 계산값은 667 ohm이었지만 18 Kohm을 직렬로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놀랍게도 충분한 밝기가 나왔다. 테스터로 LED 양단을 찍으니 정확히 1.7 V가 나왔다. 그러면 전류는 도대체 얼마가 흐르는 것인가? (46 - 1.7)/18000 = 2.5 (mA)이다.  이렇게 적은 전류로도 LED가 점등된단 말인가? 그렇다면 1/4 W급 저항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 된다(44.3 V x 2.5 mA = 0.11 W). 그래도 발열이 걱정되어 48 Kohm을 3개 병렬로 연결하여 15.7 Kohm을 만들었다. 아래 사진은 그 결과이다.


파일럿 램프로는 매우 적당한 밝기이다. 전면 패널에 구멍을 뚫고 LED용 브라켓을 달았다. 선재는 과거 486 PC의 ISA slot에 꽂아 사용하던 콘트롤러 보드에 딸려있던 것이다.


조립을 완료하였다. 이제 제대로된 앰프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볼륨 폿을 고급품으로 교체하기 전까지는 이제 당분간 뚜껑을 열 일이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외국 사이트로부터 LED 구동용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도 찾을 수 있었다. 토로이달 트랜스 주위에 에나멜선을 25-28회 정도 감아서 교류 1.5-2 V 정도가 나오게 맞춘 뒤 직접 LED를 연결하라는 것. 교류라 해도 관계는 없다. 처음에는 이 방법이 매우 참신해 보여서 트랜스에 동선을 감으려했다가 에나멜선보다 저항 3개의 가격이 더 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현재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12일에 걸친 LM1876 앰프 제작 과정이 이제 끝났다.

2015년 10월 17일 토요일

하이파이(Hi-Fi)? 누더기-파이!

진화는 독창적인 설계자가 아니라 서투른 땜쟁이라는 말이 있다. 어떤 큰 밑그림을 가지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개선'이나 '복잡화'는 진화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 생존에 더 적합하게 변화한 것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지속적인 시행착오의 결과라는 뜻이다.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오디오 역시 마찬가지이다. 풀레인지(Full-range) 스피커란 하나의 드라이버(유닛)를 이용하여 모든 대역을 골고루 재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족스런 음악 감상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좋은 품질의 드라이버를 골라야 할 터이다. 저가의 소구경 드라이버와 어설프게 만들어진 인클로저를 가지고서는 고음도, 저음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 이것을 보충하기 위해 고음 스피커와 저음 스피커를 하나둘씩 달다 보면 애초에 풀레인지 스피커를 추구했던 의미가 전부 사라지고 만다. 지금 이게 나의 모습이다.


위 사진은 오늘 찍은 거실용 음악감상 시스템이다. 검정색 AIWA 미니 컴포넌트 오디오는 FM 스테레오 수신이 잘 되지 않아서 나중에 구입한 중고 튜너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AIWA 시스템의 제 스피커는 이미 자작 앰프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상태이다. 자작나무 합판으로 직접 만든 스피커는 원래 풀레인지를 지향했지만 - 결코 그러한 목적으로 제대로 만들어진 유닛이 아니다 - 고음이 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트위터를 추가로 연결하였다. 그러나 미관만을 고려하여 지나치게 작게 만든 인클로저로는 저음도 충분히 재생하지를 못한다. 만약 사무실에서 옆방에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조용히 실내악만 들을 용도라면 나쁘지는 않지만, 집에서는 워낙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으니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AIWA 오디오의 음질은 최근에 만든 LM1876 앰프보다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이를 거실에서 퇴출시키지 않는 이유는 CD 플레이어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오디오에 프리 출력이 있으면 이를  LM1876 앰프에 연결하겠지만.

제 스피커를 LM1876에게 내 주었으니 AIWA는 어설픈 풀레인지+트위터의 몫이 되었다. 저음은 여전히 부족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궁리 끝에 AIWA의 서브우퍼 출력을 LM1876 앰프에 연결하여 보았다. 서브우퍼의 단일 채널을 두 개 채널로 분배하기 위해 간단한 커넥터 납땜 작업을 하였다.

AIWA 오디오에는 고음과 저음 조절 기능이 있다. 이를 적당히 조절하고 LM1876 앰프쪽의 음량을 키워 보았다. 비로소 빈약한 저음이 풍성히 채워지게 되었다. 오늘의 작업을 마치고 나니 그 꼴이 참으로 우습다. 짐을 줄이겠다고 일부러 작은 여행가방을 선택해 놓고서는 배낭과 보조가방을 들고 이것도 부족하여 머리에 짐을 이고 있는 꼴이다.

LM1876 앰프는 제작 완료 후에도 거의 매일 뚜껑을 열게 된다. 어제는 볼퓸 포텐셔미터의 본체를 그라운드선에 연결하여 험을 줄였고, 오늘은 파일럿 LED를 달기 위해 기판에 커넥터를 연결하였다. 마침 LED와 브라켓을 갖고 있던 것이 있어서 전면 패널에 파일럿 LED 장착을 마칠 생각이었지만, 보드에서 따낸 직류 전압(46 V)에 맞추자니 갖고 있는 저항의 용량이 너무 작다.  LED를 2 V, 20 mA로 구동하려면 저항에는 44 V가 걸리게 되고, 따라서 44 V x 20 mA = 0.88 W를 감당해야 한다. 잘 쓰지도 않을 1 W급의 저항을 사느니 차라리 네온 램프를 220 V에 직접 연결하여 쓰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될 것이다.


2015년 10월 15일 목요일

LM1876 앰프의 케이스 작업

저녁식사를 마치고 두 시간 정보면 거뜬히 끝날 것으로 생각했던 작업은 자정이 거의 다 되어서야 끝났다. 플라스틱 케이스는 대전에 자리잡고 있는 업체 케이스포유의 한정 판매품인 ACE2520L이다.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문제는 앰프 보드에 장착된 볼륨 포텐셔미터를 그대로 쓰느냐 마느냐였다. 이를 그대로 사용하면 배선은 매우 간단해지지만 보드 고정의 자유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 만약 외부에 볼륨을 달려면 보드에 있는 볼륨은 어떻게 하는가? 보드의 볼륨은 제거하고 동박 패턴을 직접 이어주는 것이 정석일 것이다. 하지만 너무 귀찮아서 보드의 볼륨을 최대 음량으로 돌려서 그대로 둔 채 집에 굴러다니던 싸구려 50Kohm B형 볼륨 폿을 달아버렸다. 기판용이라서 가느다란 끄트머리에 납땜을 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입력은 기판용 RCA 2조 단자를 이용하였다. 셀렉터 스위치와 볼륨, RCA 단자를 연결하는 그림을 대략 그려놓고 배선을 하였다. 연결을 잘못하여 납땜을 떼어내기도 다시 붙이기도 하였다. 셀렉터 스위치를 후면 패널에 고정하려는데 와셔는 왜 이렇게 많지?

파워 소켓은 휴즈 및 스위치가 일체로 되어있는 것인데, 스위치를 켜도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분명히 조광 타입으로 알고 구매했는데 말이다. 전원을 올려도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릴레이가 '딱' 붙는 소리 외에는... 파워 소켓 고정을 위한 구멍은 드릴로 구멍을 여러개 뚫은 뒤 니퍼로 끊어내어 다듬었다. 패널이 플라스틱이라서 가공하기는 매우 좋았지만 파워 케이블을 꽂을 때 약간 휘어진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업이었다. 마음에 안드는 납땜을 다시 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억누르며 뚜껑을 덮고 볼트를 조여버렸다. 전면부에 위치한 볼륨은 너무 오른쪽으로 치우쳐서 보기가 싫다. 전원과 소스를 연결하고 셀렉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였다. 볼륨 놉을 돌려보았다. 중간쯤에서 험이 들린다. 케이스 작업을 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것이었다. RCA단자-외부 볼륨-보드로 이어지는 긴 케이블을 통해 교류 험이 유입되는 것일까? 케이스는 전체가 플라스틱이니 특별한 접지 대책이 있을 수가 없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개선할 사항을 나열해 보자.

- 전면 패널에 네온 파일럿 램프 달기
- 볼륨 폿을 조금 더 양질의 것으로 바꾸기
- 전후면 패널 보강하기(어떻게?)


2015년 10월 6일 화요일

LM1876 amplifier가 배송되다

일반 우편으로 배송이 되는 중이라서 아직 1주일은 넉넉하게 더 기다릴 각오를 하고 있었던 LM1876 앰프 보드(2장)가 덜렁 배달되었다. 앰프 완제품을 만들기 위한 부속품은 전원 트랜스 외에는 아직 하나도 갖추질 못한 상태이다. 기판 납땜면을 살펴보니 플럭스 제거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다. 사무실에 굴러다니는 8자 파워코드에 전원 트랜스 1차선을 찔러넣어 연결한 뒤 콘센트에 꽂아 보았다. 잠시 후 '딱' 소리와 함께 릴레이가 연결되고 LM1876 칩에서 약간의 열이 발생한다.


집에 가지고 와서 소리를 들어보기로 하였다. T&V Vertrag 스피커에서 앰프부를 떼어내면서 남겨둔 방열판이 기판의 가로 크기와 잘 맞는다. 이 제품에 포함된 LM1876 칩은 절연 처리가 되어있어서 방열판에 그냥 고정해도 된다. 열전도를 돕기 위한 그리스를 바르는 것이 좋을까? 묵직한 방열판이 칩에만 고정되어 있으니 약간의 덜렁거림이 있다. 케이스에 조립해 넣을 때 튼튼하게 고정하는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케이스도 없는 칩앰프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은 마치 앰프들의 '난민촌'같다. 굴러다니는 선들을 이용하여 튜너와 스피커를 연결하였다. 볼륨을 최대로 해도 잡은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매우 깨끗하고 탄탄한 소리가 난다. 대단한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만족스럽다. 자질구레한 class D 앰프들을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약간은 고급스런 class D 앰프와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진공관 앰프를 항상 계획하고 있었지만, LM1876 앰프로 인하여 그런 호기심과 욕심이 전부 사그러드는 순간이었다. 물론 이러한 결심이 며칠을 갈지는 모르겠지만... 주말에는 앰프 케이스로 사용할 적당한 밀폐용기를 찾아봐야 되겠다.

2015년 10월 5일 월요일

세대간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

경제문제, 교육문제, 노동문제... 하나같이 우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무거운 문제들이다. 원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해결 방안을 내놓은 것은 더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적절한 비난의 대상이 수면으로 떠오르면, 이는 특정 집단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된다. 요즘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임금 피크제 역시 그러하다.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에 대해서 이를 강행하고자 한다. 물론 공무원은 예외이고, 공공기관 중에서 IBS, 무슨무슨 과학기술원(너무나 종류가 많아졌다), 고등과학원등도 적당한 이유를 들어 임금피크제를 피해가고 있다. TV에서는 정년을 앞둔 사람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듯한 광고가 나온다. 출연연은 IMF 구제금융 시절 줄어든 정년도 억울하고 여기에다 임금피크제까지 수용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는 정부의 호통이 당혹스럽다. 그러나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는 '정년 환원'은 말도 꺼내기 어렵다.

직장을 떠나야 할 철밥통 '어르신'들이 빨리 나가 주어야 우리 청년들이 취업을 하고 생활을 할 것 아니냐?

세대간의 감정을 건드리기 딱 좋은 말이다. 격한 감정이 고조되면, 이제 청년 세대와 정년(을 앞둔) 세대간에 자발적인 싸움이 시작될 것이다. 싸움에 불을 당긴 자는 이제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싸움이 커지길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자칫하다가 선배세대는 악인이 되기 딱 좋은 구도이다. 적절한 여론 몰이를 통해서 '선배' 세대를 옥죄어 나가면 된다.

약간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이지만, 출연연은 언제나 '비정상'적인 조직으로만 비쳐진다. 대학은 항상 혁신의 아이콘이고, 기업체는 산업과 경제를 일구어내는 주역이다. 대학이나 기업 연구소와 다른 그 무엇으로 자리매김을 하라고, 투입 대비 성과가 무엇이냐고 항상 지적만 받는다. 대학이나 기업에서 '하지 아니하는' 일로 스스로 차별화를 하려니 너무나 옹색하다. 언제부터 출연연이 틈새나 노리는 집단이었나? 그런 눈치 볼 것 없이 당당하게 자리매김을 하면 안될까? 이제 출연연도 출범한지 40년이 넘어가는 동안 제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왔으니 과거 성장시대를 일구어 온 정부주도의 R&D 파라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앞두고 일몰형으로 체제를 바꾸어야 하나?

답답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