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28일 수요일

행정ㆍ공공기관 웹사이트 정비, 잃는 것은 없을까

2014년 기사를 하나 인용해 보겠다.

인기없는 정부부처 홈페이지 폐쇄된다

이제는 정부대표포털에서 일괄적으로 정보를 서비스하고, 소위 '웹사이트 총량제' '웹사이트 일몰제''웹사이트 품질관리제'를 운영한다는 것. 이용률(접속자 수, 이용자에 의한 정보 업데이트 수 등)에서 일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웹사이트는 퇴출 대상이 된다.

안전행정부가 주체가 되어 이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기본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대상은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정부출연연구소도 예외는 아니다.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사후관리가 잘 되지 않는 웹사이트가 계속 남아서 관리 비용이 계속 들어가고, 유효하지 않은 정보로 인해 혼란을 야기하며(정보 현행화가 되지 않는다고 표현), 이로 인해 공공기관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웹사이트에 대한 총량 단위의 규제를 하고 최소한의 품질이 확보되도록 품질검증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제 공공 웹사이트의 대대적인 통합 내지는 폐합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한 기관에 대해서 웹사이트를 통한 모든 서비스는 예를 들어 "portal.도메인명/서브디렉토리"의 형태로 통일화하고, UI까지도 일치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못하는 웹사이트는 폐쇄해야 하고, 계속 유지하는 경우 그 사유를 적시해야 한다. 별도의 도메인을 사용하는 경우 당분간은 리다이렉트를 허용하지만 그 이후에는 체계화된 URL을 따라야 한다.

대국민 정보 서비스를 해야 하는 행정부나 정부의 웹사이트는 이렇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문제는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되는 정부출연연구소까지 이런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한다는 것. 출연연의 홈페이지는 기관 현황이나 정보 서비스의 역할을 일정 수준 감당해야 하니 이러한 취지의 웹사이트 관리 개선 방안을 따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연구자들을 위한 전문연구정보 공개를 위해 접속자 수가 그다지 많지 않은 웹사이트가 생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생명과학 분야 저널에 어떤 논문을 실었을 때, 인쇄된 논문으로는 다 수용하지 못하는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생명정보 분야의 경우 프로그램의 배포 등을 위해 웹사이트를 이용하는 것이 필수적인 경우가 많다. 어떤 아이디어를 구현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검색이나 분석 등 부가 기능을 포함한 웹사이트를 만들고, 이를 논문을 통해 공개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이트는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연구자들이 주로 접속하게 되므로 접속자의 수가 많지 않고, 업데이트의 개념도 필요없는 경우가 많다. 국민 참여 건수라는 것도 아예 무의미하다. 오류 보고나 업데이트를 위한 피드백 수준을 넘는, 컨텐츠 제공 수준의 참여가 일어나기가 아예 곤란한 것이다.

생명정보 분야의 저널에서는 논문에 제시한 사이트를 통해 독자가 정보를 서비스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예: 2년)을 요구하기도 한다. 출판된지 몇년이 넘은 논문을 읽어보고 그와 관련한 데이터 혹은 프로그램을 입수하기 위해 논문에 나온 사이트를 방문하고자 했으나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서 낭패를 겪는 일을 막기 위함이다.

도메인은 일종의 브랜드와 같다. 공공 연구소이므로 abc.re.kr이라는 도메인 체계를 따르는 것이 좋겠지만,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 .org나 .net과 같은 독립 도메인에 이러한 정보를 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웹사이트 운영 효율화 방안에 따라서 웹사이트 주소를 반강제적으로 바꾸게 되면 오직 논문을 통해서 해당 사이트를 접속하려는 독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잘 알려지지 않은 어떤 생물종의 유전체 정보 서비스를 정부출연연구소가 주도한 과제에서 웹사이트 형태로 오픈했다고 가정하자. 월 페이지뷰 2만건, 방문자 수 5천건을 충족할 정도의 연구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는 어렵다. 그 정도의 주목도 받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왜 공공기관에서 주도해서 하느냐고 묻는다면 물론 할 말은 없다.

웹사이트의 기능 중복을 계산한다는 것도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본 제도의 취지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지만, 대국민 서비스가 아닌 전문 연구 정보 제공을 위한 사이트에 대해서는 이러한 엄격한 제한을 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구 관 기관의 웹 주소 체계 하에 들어오도록 편제를 꾸미고, 오류 없이 서비스되는 기간과 관리자를 명시하여 철저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웹사이트에 대해서는 이용률을 통한 일률적인 통제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록 당장의 사용자는 많지 않더라도, 연구자들의 자발적이고도 창의적인 정보 제공 욕구를 저하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한다. 이러한 방안을 수립한 사람들이 '참 할 x도 없네'라는 소리를 듣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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