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5일 금요일

반찬통 앰프 안의 부품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불심이 깊은 석공이 돌부처를 조각할 때에는 돌덩이에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몇날이고 몇달이고 돌덩이를 바라만 보고 있는다고 하였다. 그러면 어느날 드디어 돌덩이 안에 있는 부처님의 모습이 보이게 되고, 그 모습 그대로 돌을 쪼아 나가면 된다는...

깡통 앰프를 반찬통 앰프로 바꾸기로 결심을 하고 케이스를 구비해 놓고는 계속 바라만 보고 있다. 깡통 앰프에 들어있던 앰프 기판을 꺼내어 반찬통 안에 담아서 이쪽으로 붙였다 저쪽으로 밀었다를 반복한다. 또 단자들은 어느 면으로 뺄 것인지를 고민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보드에 붙어있는 전원 어댑터 잭과 입력 잭(3.5 mm 스테레오)를 그대로 쓸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깡통앰프에서는 케이스에 단자를 별도로 달고, 선과 플러그를 다시 달아서 보드의 잭에 연결하였다. 외형상으로는 깔끔하고, 중간에 가변저항을 넣을 수도 있었다.

보드를 반찬통 한쪽 벽면에 밀착하고 잭이 닿는 옆면에 구멍을 크게 뚫으면 외부에서 전원 어댑터와 입력 케이블을 직접 연결할 수 있다. 배치는 한결 단순해진다. 그대신 볼륨 조정의 문제가 남는다. 철저히 소스 기기의 음량에 의존해야 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프리앰프에 대한 호기심이 드디어 발동하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처음은 아니다. 지금은 처분한 Tapco Mix60 콘솔 믹서에 마이크 프리앰프가 들어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 경우는 용도가 다르다. 라인 레벨의 입력신호이므로 증폭 자체는 크게 필요가 없고, 아마도 임피던스 매칭이 중요한 용도가 될 것이다.

별도의 프리앰프를 쓰면,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놓은 상태로 연결하여 음량 조절용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한 간단한 실험을 해 본 일이 있다.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하고 아이패드를 연결하면 잡음은 들리지 않는다. 이번에는 브리즈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한 상태에서 외부에 가변저항을 하나 단 뒤 그 전단에 소스를 연결하였다. 중간에 삽입한 가변저항을 돌리면, 최소와 최대에서는 괜찮지만 중간 영역에서 잡음이 발생한다. 브리즈 앰프의 자체 볼륨만을 사용할 때와 같은 증세다. 결국 중간 부분에서 단순한 음량 조정 기능 이상의 역할을 하는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Yuan-Jing 전자에서 NE5532를 이용한 보드 형태의 프리앰프를 판매한다. 가격은 $16.50이며, 알리익스프레스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 게인은 3이다. NE5534를 사용하는 좀 더 고급품도 있다. 진공관을 사용하는 거창한 프리앰프는 싫다.

친구 집에서 프리앰프에 연결하여 가능성을 먼저 확인한 다음, 추석 이후의 프로젝트로 생각해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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