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6일 일요일

시계 이야기

새로운 손목시계의 구입, 갖고 있던 시계의 수선, 메탈 밴드 길이 조절 등의 이유로 꽤 많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발품도 많이 팔았다. 그러는 동안 대전 중앙시장 입구에서 전문적으로 시계 수리를 하는 분을 알게 되었고 현재는 안타까운 상태로 머물러있는 한국 시계 산업의 현주소도 알게 되었다. 식구마다 하나 내외의 시계를 차고 다니던 80년대에는 그렇게 흔하던 동네 시계 수리점이, 이제 일인당 몇개씩의 시계를 소유한 시대가 되었으나 오히려 찾기가 어려워졌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저렴한 시계 수리용 공구 세트를 팔기는 하지만 품질도 조악하거니와 일반인 수준에서는 위험 부담이 높다. 틈새를 벌려서 뒷뚜껑을 따는 도구는 시계에 상처를 내기 쉽고, 억지로 눌러 닫다가 유리를 깨먹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어제 백화점 매장에서 방금 구입한 시계줄을 줄이면서 얼마나 서툴게 작업을 하는지 곁에서 지켜보던 내가 다 불안할 지경이었다. 공구가 막 날아다니고...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줄 길이 조정(요령이 좀 필요하다) 말고는 더 높은 수준의 자가 수리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용기가 좀 더 생긴다면 배터리 교체까지는 도전해 볼지도 모르겠으나, 나이프 모양의 도구를 도대체 어느 틈새에 찔러넣어야 할지 아마 한참을 고민할 것이 뻔하다.

오디오와 시계 산업. 둘 다 80년대에 상당한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했던 국내 산업인데 시장의 변화와 중국산 제품의 공세에 이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이 몰락하니 생산된 제품의 수리를 책임지던 서비스 분야도 덩달아 몰락하고 있다. 고장난 제품을 고쳐쓰면 수리와 관련된 직종이 살아남지만, 버리고 새 물건을 사면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거대 자본만이 이윤을 남긴다. 무엇이 진정으로 바람직한 일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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