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20일 일요일

최근 시계를 수리하면서 느낀 점

최근 한달 동안의 주요 관심사는 잠시 오디오를 떠나서 손목시계에 머물러 있었다. 덕분에 아내와 내가 갖고 있었던 손목시계들을 점검하고 수리를 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는 즐거운 경험을 하였다. 아내와 나는 결혼예물 시계 외에 1999년도에 처제가 결혼할 때 덩달아서 (삼성 세이코) 돌체 시계를 한 세트 구입하여 착용해 왔는데, 지난 달 아내의 시계에 전지를 교체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가다가 마는 것을 발견하였다. 전지를 교체한 동네 금은방에 갔더니 수리가 필요하다면서 비용이 좀 들 것 같다고 하였다. 어차피 동네 금은방 겸 시계점은 직접 수리를 하는 곳이 아니니, 시내의 전문 수리점에 가져가면 비용면에서 더 나을 것이라 생각하여 일부러 시간을 내어 시내(중앙시장 근처)에 나갔다.



시내에서 발견한 수리점은 역사도 꽤 오래되고 신문 기사 등을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사장님은 수리 기술에 대해서는 자긍심이 매우 높으신 분이었다. 몇 개의 유리단지에 그득히 담겨있는 시계줄 부속을 보니 그동안의 역사를 충분히 짐작할 만하였다. 사장님의 진단에 따르면 무브먼트 교체가 필요한 상황인데, 우리가 생각한 것과 비교하여 수리비가 좀 높았다. 제시하신 수리비용의 반 값에 포체 손목시계(세일 중)를 며칠 전 구입했던 터라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주일 뒤 수리를 포기하고 그냥 찾아가지고 돌아왔다. 대신 다른 시계의 금속 줄을 손보고, 숫자판에서 떨어져나간 장식을 수리하였다.

마음에 드는 저렴한 패션 시계를 종종 구입하여 쓰다가 버릴 것인가, 혹은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했던, 나름대로 의미가 담긴 시계를 계속 수리해 가면서 쓸 것인가를 놓고 일주일 가까이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택하였다.

다시 인터넷을 뒤져 보았다. 둔산에 위치한 어느 대형 상가에 입점해 있는 명품 시계 수리점을 발견하였다. 30년 기술력을 자랑한다는... 여기에서는 시내의 수리점에 비해 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했으므로, 인터넷 검색과 발품을 판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은 셈으로 치고 시계를 맡겼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수리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로 어제 토요일, 정오가 다 되어서 시계를 찾으러 갔다. 분명히 문 여는 시간은 11시라고 되어 있는데 셔터가 내려져 있다. 평소에 일부러 찾아오는 상가가 아니었기에 다시 찾을 수고를 하니 정말 난감하였다. 남겨져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더니 사정이 있어서 30분쯤 뒤에 열 수 있다고 하였다. 마침 딸아이가 근처 학원에 있었기에 조금 기다려서 점심을 먹고 거의 한시간이 지나서 다시 상가로 왔다. 여전히 문은 닫겨 있었다. 약간 짜증이 나려고 하였다. 다음에 다시 오게 되면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생각하고 돌아서서 주차장으로 향하였다. 아내와 딸아이가 화장실에 간다고 잠시 기다리는 사이 헐레벌떡 가게 주인이 내 앞을 뛰어 지나간다. 만약 1분만 일찍 그 자리를 지나쳤다면 나중에 방문하여 시계를 찾아야만 했었을 것이다.

나는 우리를 직접 응대했던 사람이 이 수리점 홈페이지의 사진에 나와있는 사람과 동일인(30년 경력)이라는 확신은 갖지 못하였다. 다만 이 수리점이 직접 수리를 하는 곳으로서 대전권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는 글들을 보고 믿고 맡겼던 것이다. 그런데, 수리 비용을 치르면서 수리 내역을 물어보니(단순히 분해 청소를 한 것인지, 진짜 무브먼트를 교체한 것인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 시계를 접수하고 가게 문을 여닫던 그 사람은 직접 시계를 수리한 장본인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홈페이지의 광고 내용이나 즐비한 장비를 보면 직접 수리를 한다고 되어 있고, 그렇기에 명품 시계를 갖고 있는 고객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손님을 응대하는 사장(직원?)은 수리 내역을 모른다? 그러면 창업자로 생각되는 수리 기술자는 따로 있나? 어쩌면 우리가 만난 사람은 단순히 접수만 받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수리만 잘 되었으면 누가 수리를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맛집으로 알려진 식당에 갔더니 정작 직접 요리를 하지 않고 외부에서 음식을 사갖고 와서 손님에게 제공한다고 생각해 보라. 지나치게 투명성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 이러한 문제와 관련이 있기는 하다), 의구심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어제는 다른 손님이 있어서 더 이상 캐묻지는 못했지만,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이 시계, 여기서 직접 수리한 것 맞으세요?"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사장님(기술자?)이 본인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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