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변화는 내다 버릴 위기에 처해졌던 인켈 더블우퍼 스피커 시스템인 SH-950(89 dB/W/M)이 진공관 앰프의 짝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원래 친구가 인수해 가려 했으나 운송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진척이 없던 상태였다.
흔히들 진공관 오디오에 입문을 하는 경우에는 제발 '사용할 스피커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추어 놓고 오디오를 구비하라'는 말을 듣게 된다. 대출력 PP 앰프라면 기존의 스피커로도 큰 문제는 없겠으나, 채널 당 2 W 내외의 소출력 싱글 엔디드 앰프의 경우 스피커의 능률이 대단히 중요한 요소가 되고, 고능률 스피커는 결국 풀레인지 스피커라는 범주 내에서 고르는 것이 속이 편하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능률이어야 하는가? 수치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는 8와트짜리 앰프가 고능률 스피커를 통해 극장을 꽝꽝 울렸다고 하니...
집에 쌓여있는 잡다한 스피커 중 덩치가 가장 큰 SH-950은 당연히 내 진공관 앰프 1호기와 별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둘 자리가 없어서 앰프와는 연결도 하지 못한채로 거실과 발코니를 오락가락한 것이 벌써 몇년이던가. 그러던 중, 속는 셈 치고 연결을 해 보기로 했다. 그랬더니 꽤나 박력이 있는 소리가 나온다! 삼미 8인치급 풀레인지 유닛('하늘과 바다' 아닌 저렴한 제품)을 가지고 뭔가 새로운 공작을 해야 진공관 소출력 앰프에 잘 맞는 소리가 나오지 않으려나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가지고 있는 물건 만으로 만족할 소리가 나온다는 것이 너무 반가웠다. 물론 이는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이다. 진정한 고급품의 소리를 들어본 바가 없으니, 지금 갖고 있는 시스템이 최적의 소리라고 믿는 것도 우스운 노릇일 수 있다.
큰 스피커를 다시 방으로 들이게 되어, 대신 요즘 잘 건드리지 않는 건반(Korg X2 Music Workstation)은 공간 확보를 위해 벽 한켠에 세워두기로 하였다.
이제 우리집의 오디오 배치는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거실: AIWA AWP-ZX7.
침실[1]: 외부 FM 안테나 + 인켈 AX-9300 + 패시브로 개조한 T&V Vertrag 2CH 스피커
침실[2]: 진공관 앰프 1호기 + 인켈 SH-950(대만족!!)
그러면 인켈 AX-9300과 원래 짝이었던 스피커 ISP-3000은? 그리고 늘 잡음(험?)으로 말썽을 부리는 인켈 돌비 프로로직 리시버앰프 RV-7050R은? 도무지 용도를 찾지 못하는 테이프 데크와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수리할 의사가 없는 AX-9300용 CD 플레이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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