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1일 일요일

대전시민천문대를 찾다

르누아르(1841-1919)의 전성기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리크 천문대에 설치된 36인치 굴절 망원경이 세계 최대 규모였다고 한다. 망원경으로 태양을 관측하는 아내의 모습을 르누아르 화풍으로 다시 그려 보았다(ChatGPT) 


출퇴근을 하면서 매일 대전시민천문대로 오르는 길 입구를 스쳐 지나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마지막으로 가 본 것이 언제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한때 월평동에 망원경을 파는 상점이 있었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하늘은 점점 밝아지고, 스마트폰 속에 구경거리가 가득한 요즘 세상에 별을 올려다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려운 살림에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구입한 스카이워처의 12인치 막스토프 카세그레인 경통을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장식작에서 꺼내어 삼각대 위에 얹어 본 것도 벌써 12년 전이다. 추적장치에 납축전지를 다시 연결하면 과연 움직이기나 할지 알 수가 없다.

망원경 거풍시키기(2013년 8월 18일에 쓴 글)

토요일 외출에서 이른 귀가를 하는 도중 대전시민천문대에 들러 보았다. 매일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천문대로 오르는 길로 진입할 수 있도록 별도 좌회전 신호를 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장애인 차량만 근처에 주차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산 정상 가까이 있었던 시설물을 정비하고 없애고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얼마만에 만나는 관측실의 천체망원경인가. 8월이 다 끝나가도록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의 광구와 흑점을 보았다. 기대한 것보다 흑점이 훨씬 많고 컸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올해는 태양의 활동이 매우 활발한(따라서 흑점도 많은) 극대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을 주기로 극대기와 극소기를 반복한다.

내년 강력한 '태양 폭품' 예보...흑점 20년 만에 가장 많을 듯(한겨레 2024년 6월 29일)




칼 자이스의 광학식 플라네타리움은 MEGASTAR-Neo라는 디지털 방식의 것에게 자리를 내어 주고 천문대 건물 바깥에서 전시된 상태였다. 별을 깨끗하고 선명한 점으로 표현하는 성능은 구식(광학식)이 더 나았던 것 같다. 

태양을 관측한 뒤 천체 투영실에서 오후 4시에 시작하는 영상물 관람 및 별자리 해설 프로그램에 참석하였다. 소요 시간은 25분 정도. 우주선에서 태양의 활동을 점검하는 동영상을 먼저 보았다. 타이틀에 표시된 'Made possible by NASA'라는 표현이 흥미로왔다. 코로나 질량 방출(CME, corona mass eject)라는 용어도 동영상을 통해서 접했다. 대부분의 CME는 흑점 집단과 같이 태양 표면의 활성 구역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이러한 강력한 '우주 기상'은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다행스럽게도 자기장과 대기권 덕분에 우리는 안전한 일상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리고 극지에 가까운 곳에서는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여름 밤하늘의 별자리 해설에서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별 이름을 되새길 수 있었다. 베가(거문고자리) - 데네브(백조자리) - 알타이르(독수리자리)라는 1등성 3개로 이루어지는 여름의 대삼각형! 최근 비가 매우 많이 내려서 광해가 심한 도시의 천문대에서 보기 어려운 뱀주인자리를 간혹 볼 수 있다고 한다. 가을로 접어들면 동쪽 하늘에서는 페가수스가 떠오를 것이다.

MEGASTA-Neo 플라네타리움(링크). 직경 5~15m의 돔에 적합한 성능이라고 한다

대전광역시의 지원과 내부 카페 운영 수익만으로 대전시민천문대를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을지 걱정이 된다. 

한때 망원경을 만들거나 구입하는 것은 돈이 꽤 많이 드는 취미였다. 친구와 함께 선두과학이나 계룡광학을 다녔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반사경을 연마하던 대가들은 하나 둘 활동을 접거나 세상을 떠나고 있고, 관측 장비의 디지털화(특히 촬영용 장치)가 심화되면서 아마추어 천문 활동은 저변도 상당히 줄고 소수 매니아의 것으로 그 범위가 좁혀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안시관측을 하거나, 스케치로 기록을 남기는 일은 요즘 거의 보기 어려운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한국 (아마추어) 천문학계의 주요 인물은 천문우주기획의 대표이기도 한 이태형 님, '성도'로 유명한 조상호 님(직접 만난 일은 없음), 그리고 대학교 시절 같이 활동했던 신명근 박사. 이외에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고수가 있을 것이다. 

지자체의 지원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카페 수입만으로는 대전시민천문대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홈페이지(링크)도 한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어린 자녀가 있을 때에만 잠깐 오는 곳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시민이 과학하는 마음을 품고 즐겁게 찾을 수 있는 놀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마음은 국립중앙과학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는 없을까? 50이 훌쩍 넘어서 요즘 이렇게 취미 수준의 납땜과 코딩에 몰두하고 있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꿈이었던 아마추어 천문에 제대로 입문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유전체'나 인간이 만든 '데이터'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광대한 지구 밖 세상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보잘것 없는 존재인지를 깨달아야 한다. 태양이 조금만 심술을 부려서 물질과 에너지를 쏟아내면, 당장 인류의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멀리 보이는 오노마 호텔 또한 천문대 입장에서는 관측에 어려움을 주는 '광공해 유발' 건물일 것이다. 따라서 광역시 중심가 가까운 곳에 위치한 천문대의 관측 대상은 한정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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