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6일 금요일

[독서] 메이커스(Makers) - 크리스 앤더슨

서울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읽은 책이다. 저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Wired의 편집장으로 12년간 근무했으며 내가 수년 전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 <롱테일 경제학>을 쓰기도 하였다. 과거에는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이를 시장에 내놓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제품을 만들어낼 공장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투자를 결정하려면 수익이 보장되어야 하고,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기 위해서 조정을 거치는 과정 중에 원초적인 아이디어는 점차 변질되고 만다.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고안자는 결국 투자자와 공장 설비를 갖춘 제조자 사이에서 힘겨운 협상과 서류작업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세상이 달라졌다.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를 인터넷에 올려서 다른 사람들의 공동참여를 통해 개선안을 도출할 수 있고, DIY를 통해서 제작이 가능하다. 과거에는 전문가를 수소문하는 것이 큰일이었지만,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서 기술을 갖춘 프리랜서 기술자가 많으며, 이들은 금전적 보수보다는 자발적 참여를 통해 보상을 받는다. 3D 프린터를 이용할 수도 있고, 캐드 도면만 인터넷에 올리면 가장 매력적인 가격에 제작을 해 주는 업체가 널려있다. 유통에 대해서도 크게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 매장을 갖추면 재고 걱정도 없고 물건을 미리 만들어 둘 필요도 없다. 자금이 문제라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위험부담 없이 참여자를 모을 수 있다(클라우드가 아니다). 설계도는 인터넷에 공개를 함으로써 누구든지 개선의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꽁꽁 감춰놓을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설사 중국에서 모조품이 나온다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누군가 모방을 한다는 것은 자기의 제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것이고, 저변을 확대하는 결과를 빚으며, 결국은 동반자가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모델이 규격화된 제품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하는 분아에는 어차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필요한 예술작품이나 다른 제작품의 공급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줄 수 있다. 즉 롱테일의 영역인 것이다.

모두가 대기업에만 들어가고 싶어하고, 새로 생기는 식당은 대부분이 프랜차이즈점인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독창적인 아이디어, 건전한 기업가 정신, 그리고 자발적 참여를 위한 성취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미국이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탄탄한 제조업 기반을 잃지 않았다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경쟁력이 아니겠는가? 원래 이런 말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이를 'garage 정신'이라고 부르고 싶다. 집안에 간단한 공구를 갖추고 직접 수선을 하거나 뭔가를 만들어내고, 이를 사업과도 연결시키려는 마음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공작물뿐 아니라 자가 제작한 음반이 대상일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국민이 좁은 아파트에 살아야 하고 위아랫집 소음 문제로 뭔가를 집에서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우리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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