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3일 일요일

네이버 초등학교 동창 밴드 - 일주일을 보내며

현재는 글이 너무 많아서 동창 밴드의 새글 혹은 답글에 대한 푸시 알림을 해제해 놓은 상태이다. 가끔씩 필요한 때에만 앱을 열어서 필요한 것만 읽고 있다. 그래도 밴드를 쓰기 이전보다는 휴대폰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아내는 가뜩이나 '혼자 놀기' 좋아하는 남편을 빼앗겼다면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모바일 공간과 PC를 통한 전달은 약간 다르다. 글을 짧고 함축적이어야 한다! 구글 플러스는 개인적인 공간이므로 아무리 길고 복잡한 글을 써도 상관이 없지만, 밴드는 멤버를 통해 공유된 공간이라서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친구들이 있다. '시조' 한 편을 쓴다 생각하고 정리된 사상을 기록해 올린다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간혹 글로만 의사를 전달하게 되면 더욱 감정적으로 흐르고 오해를 사기 쉽다. 만약 서로 대면을 한 자리에서 장난삼아 '야 이 새x야'라 해도 별 문제는 없지만, 모든 회원이 다 조회할 수 있는 게시판에 이런 글을 남기면 당장 설전이 벌어질 것이다. 설전이 아니라 손가락전이 맞겠다.

데이터를 많이 쓰게 만드는 것도 문제다. 평소에는 메일 확인이나 가끔 할 뿐, 모바일 웹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데 밴드에 가입한 이후에는 친구들이 올린 사진을 별 거리낌 없이 보게 되니, 평소보다 월등히 많은 데이터를 쓰게 된다. 이는 어쩌면 통신사의 꼼수일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유의할 점은, 내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이 정말 내가 기억하고 있는 그 친구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실명 인증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로 해당 학교를 그 해애 졸업했는지 사전에 인증하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프로필 사진만 하나 구해서 타인 행세를 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일인이역을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이를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또한 개인 정보를 알아낸다거나 자기 영업을 위해 회원들을 이용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 모두 인터넷이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진 획기적인 서비스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의식은 새 기술을 좋은 면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 같다. 아이러브스쿨은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 되어 버렸고, 불륜 조장(?)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으며, 싸이월드 역시 예전만 같지 않다. 이러한 좋은 기술을 좀 더 바람직한 면으로 쓸 수는 없는 것일까?

동창밴드의 활용은 특정 모임을 만든 회원들의 철학과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공식 동창회일 필요도 없고, 오프라인 모임을 강요하거나 일괄적으로 휴대폰 번호나 직업과 거주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모으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서로 온라인 상에서의 예의를 지키는 자유롭고 유쾌한, 구속됨이 없는 공간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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