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개조를 마친 PCL86 싱글 앰프는 파워가 예전보다 더 크고, 험도 적어진 것 같다. 그러면 다 잘 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소리는 큰데, 듣기에 약간 거북하고 부담스러움도 느껴진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소리가는 크지만 거칠다고나 할까? '까실까실한 소리'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사용해 온 진공관 앰프가 대부분 싱글이었지만 부귀환 또는 UL 접속을 해서 왜곡을 억눌렀기에 그렇게 거칠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에 만든 PCL86 싱글 앰프에는 부귀환을 걸지 않은 아주 단순한 타입이다.
실용오디오의 오디오Q&A 게시판에 진공관앰프는 싱글이 PP보다 음질이 우수하다는 것과 삼극관이 5극관보다 좋다는 것이 사실인지요?라는 질문이 있다. 이에 대한 황보석 님의 댓글은 고개를 끄덕거리게 한다.
싱글앰프가 우수하다는 주장에는 거의 언제나 "현의 까슬까슬한 소리"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그 소리는 사실상 저역과 고역이 심하게 찌그러지는 소리입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과거 내 PCL86 앰프에서 쓰이던 12DT8 쌍삼극관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것 어디에 활용한다. 혹시 43 싱글 앰프의 드라이브단에 쓰이는 6N2P와 바꾸어 보면 어떻까?
'NEC'라는 마킹이 선명하다. PCL86 앰프에서는 소켓 고정 방향이 달라서 이런 글씨가 있다는 것을 그다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
이 앰프에서는 24V 직류 어댑터가 43 오극관의 히터에 전원을 가하는 동시에 DC-DC 스텝다운 컨버터를 통해서 6.3V로 바뀌어 6N2P로 연결된다.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컨버터의 출력 전압을 간단히 올릴 수 있다.
12.6이라는 숫자가 선명하다. |
데이터 시트에 나온 수치나 특성 곡선을 통해서 객관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내 귀가 더 낫다고 느낀다면 그 느낌을 따라서 행동하면 될 것이다. 다소 성급하게 앰프를 해체하고 다시 만드는 만행(?)을 저질렀으나 그 결과로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앞으로 오디오 기기 '자작 놀이'를 해 나가는 방식과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뭔가 확실한 기준을 만들었다는 자평을 해 본다.
약간의 혼란한 시기를 거쳐서 43 및 PCL86(=14GW8) 싱글 앰프는 전부 쓸 만한 상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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