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사진에서 노랑색 네모로 둘러친 것이 바로 어제 받은 인켈의 AM/FM 스테레오 리시버 RX-878이다. 진공관 앰프와 거의 비슷한 크기이다. 싱글 엔디드 진공관 앰프를 사용하면서 왜 다시 Tr 앰프를 들였는가? 이미 두 세트의 오래된 Tr 앰프를 처분하지 않았는가? 그렇다. 신혼때 구입한 인켈 AX-9300 세트(스피커 포함), 그리고 처가에서 가져온 인켈 RV-7050R 리시버 앰프(이퀄라이저 포함)는 최근 몇달 동안 모두 퇴출되었다. 여기에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었으니 도저히 들을만한 음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덩치가 너무 크고 무겁다는 것도 이유가 되었다.
이 제품은 2001년쯤 출시된 인켈 P878이라는 미니 콤포넌트 시스템의 리시버 앰프부이다.
스피커의 능률이 대단히 나쁜 것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방 크기에서 채널 당 10~20 W의 앰프로 충분한 음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버렸고, 이에 따라서 앞으로는 10 kg를 넘나드는 대출력 앰프(전력 소모도 상당할 것이다)를 쓰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마 수년 내에 또 다른 Tr 앰프를 사게 된다면 나는 손바닥만한 T-class 앰프를 살지도 모른다. 왼편의 진공관 앰프 출력은 4 W + 4 W에 불과하다.
거실에 아이와 일체형 오디오가 있기는 하나 이제 FM이 스테레오로 잡히질 않는데다가 음질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Tr 앰프가 하나도 없으니 허전하기도 하고, 진공관 앰프로는 사진상으로 보이는 인켈 스피커를 그런대로 울리기는 하지만(89 dB) 음악 장르에 따라서 박력이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러면 고능률의 풀레인지 스피커를 언젠가는 구해야 한단 말인가? 고민을 나름대로 하다가 내린 결론은 단 하나뿐인 진공관 싱글에 모든 주변 기기를 맞추지 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장터 검색을 통해 저렴한 중고 Tr 리시버 앰프를 수소문하여 구입하게 된 것이다. 워낙 작고 가벼워서 나중에 사무실에 들고 나와서 이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사용 설명서는 인켈 홈페이지에 잘 게시되어 있다. 리모콘이 없어서 방송 프리셋을 쉽게 바꾸기가 나쁘다는 것, 버튼이 작고 생각보다 세게 눌러야 한다는 것 정도 외에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 FM 스테레오 수신도 나쁘지 않고, 음질도 만족스럽다. 이 앰프를 진공관 앰프와 같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한다면 과연 내가 이를 구별할 수 있을까?
Function 버튼을 누르면 '딱 딱' 릴레이 소리가 들린다. 스피커 보호를 위해 릴레이가 들어있는 앰프는 많이 보았지만, 소스 셀렉터에 릴레이가 연동된 것은 처음 경험한다. 내가 경험해온 인켈 앰프와 달리 전원을 투입했을 때 정상 작동이 되기까지 약간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물론 진공관 앰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렇게 하여 중고 소스들과 앰프, 소출력 진공관 앰프로 나의 음악 감상용 기기 라인업이 다 갖추어졌다. 옥외 안테나를 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잡음을 타는 KBS 클래식 FM의 수신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 남은 숙제가 되겠다. 다른 방송은 너무나 깨끗한데 왜 대전 및 청주 KBS FM(98.5 MHz 및 102.1 MHz)만 이 모양인지...
[2014-06-01] 인켈 RX-878에서 약간의 문제점 발견. 전원을 넣은 직후, 혹은 펑션 선택을 바꾼 직후 볼륨이 낮은 위치에 있을 때(대략 9시 혹은 그보다 낮은 레벨) 좌우 밸런스가 좋지 않다. 볼륨을 올렸다가 내리면 괜찮아진다. 이때 볼륨을 돌리면 약간의 지지직하는 잡음이 들리기도 한다. 볼륨 자체의 접촉 불량인가? 웹 검색 및 판매자와의 통화 결과 릴레이의 접점이 불량해져서 그렇다고 한다. 교체 혹은 세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반품을 하는 것으로 결정으로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