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유전체 프로젝트의 실무를 맡은지도 올해로 벌써 9년째이다. 한가지 분야의 일에 오래 종사하다 보니 자잘한 노하우도 꽤 많이 축적한 셈이 되었다. 고속 시퀀싱 기술이 유행하고는 있지만 실제 자기 손으로 유전체 프로젝트를 다루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대학원이나 벤쳐 기업의 경우 인력의 이동이 잦다 보니 실무 경험을 가진 사람이 유지되기 어렵고, 정부출연연구소의 경우에는 정규직 연구원이 되고 나면 조금씩 실무에서 멀어지는 경향이 있어서 역시 그 기술이 유지되기 어려운 경우를 많이 보았다.
유전체 프로젝트는 수요가 꾸준하지만 막상 열의를 가지고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그동안 내가 후배들을 양성하지 못한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직접 사람들에게 전달할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면, 온라인을 통해서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입수했는가? 미력하나마 이제는 내가 정보의 제공자 역할을 할 때가 된 것 같다.
어제부터 AMOS 및 셀레라 어셈블러 활용 매뉴얼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서도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사실 미생물 유전체 해독 문제로 나에게 SOS를 치는 친구나 동료 과학자가 상당히 있다. 내 몸이 한개이니 이들이 원할때마다 방문하여 조언을 하기는 어렵다. 대신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려고 한다. 기밀이 필요한 연구 분야도 있지만, 내가 하는 분야는 그렇지는 않다. 이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자가 갖출 마땅한 자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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