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microarray data, 그리고 RNA-seq data를 다루기 위해 R을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초보용 가이드를 처음 내려받아 인쇄하여 보기 시작한 것이 2011년이었고, 작년부터는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 강좌를 시간이 나는대로 열심히 들었다.
실제로 내 데이터를 가지고 몰두 한 총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단지 요즘 몇 주 동안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려움이 점차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고, R 특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merge와 apply 계열의 함수의 막강한 위력을 체험하고 있다.
쓸 줄 아는 언어는 인간의 언어 이외에는 Perl이 유일한데, 올해로 거의 13년째 Perl을 쓰고 있지만 수준은 여전히 그 바닥을 넘지 못하고 있다. Perl과 R은 물론 많은 면에서 다르고 서로 보충적인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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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아름다운 데이터 조작법인가! for loop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R style"이다. 좀 더 복잡한 논리적인 계산이나 데이터 조작, 그리고 텍스트 처리에서는 Perl을 따라갈 언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단 행렬 형태로 데이터를 전환시켜 놓으면 R이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더욱 멋진 것은 publication-ready 수준의 다양한 그림을 그려 준다는 것. 내장되어 있는 통계 분석 기능은 또 어떠한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열심히 공부하세...
2013년 9월 13일 금요일
2013년 9월 8일 일요일
사생활 보호의 문제
아내는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주변 사람들과 일상 생활의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사용하는 환경은 전국민 앱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대부분의 가정 주부들이 자녀들의 사진을 많이 올리지만, 내 아내는 워낙 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 주기에 자기의 모습을 카카오스토리에 종종 공유하고는 한다.
카카오톡은 친구 리스트에 들어 있어야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친구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사진을 엿볼 수 있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어떤 경로로 유입되었는지는 모르나, 아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중년 남자가 아내의 카카오스토리 사진에 자기 전화번호와 같이 댓글을 남겨 놓은 것이다. '**씨가 더 예쁘시네요' '카톡친구합시다'라는 내용으로.
아내는 이 일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며 덧글을 지웠다. 나는 개인적인 사진을 올리는 일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문득 나도 요즘 구글 플러스에 점점 이상한 사람들(+영양가 없는 글들)의 출현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각종 SNS의 범람으로 사실상 사생활은 이제 없다는 공공연한 말을 듣게 된다. 나 역시 비교적 적극적으로 인터넷 공간에 내 존재를 알리는 편이다. 내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해도,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기자의 손을 거쳐서 내 사진과 실명, 소속이 이미 몇 건 인터넷에 뿌려져있다. 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블로그 문화가 활발한 일본에서는 실명이나 기타 인적사항을 노출하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도 구글 플러스나 사진 공유는 없애고, 비실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옳을까?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이다.
대본 없는 삶
요즘은 오락 프로그램이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는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의 조건, 꽃보다 할배, 그리고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꽤 오랫동안 방송되고 있는 1박2일 등.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서 마치 일상 생활을 담듯이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이 카메라에 기록된다. 특히 인간의 조건처럼 출연자의 생활을 거의 하루 종일 밀착해서 담는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는 묻어 나오게 되므로, 이를 통해서 새로운 평가(대개는 긍정적인)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어디서부터가 대본에 의한 것일까?
방송 제작자가 아니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꽃보다 할배의 경우 대본이 출연자들의 행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황금기를 다 보낸 원로 배우들이고, 이제 왜서 새삼스럽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해 색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연예인이란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철저히 계산되고 만들어진 것이란 뜻이다. 문화 소비자에게 드러나는 것은 배우 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카메라 시야에 나오지 않는 바깥쪽에는 방송국 소속 혹은 배우 개인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성 오락 프로그램이 무서운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실제 연기자의 참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든 말든 일관성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품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만들어진 이미지, 그리고 대본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 소비자들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거대 자본이 전달하고자 하는 선전이 아닌 실체를 보아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대본 없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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