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16일 일요일

동향을 잘 안다는 것

최근 한 회의 자리에서 기획/정책 파트에 있는 분으로 부터 이런 코멘트를 받았다.

"다들 논문도 보시고 연구도 하시잖아요. 그런데 동향을 잘 모르세요?"

학위를 소지하고 있고, 그 분야의 연구개발직으로서 종사하고 있으니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당장 시급하고 필요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구글링을 하고 논문을 찾아 읽고는 있지만, 한 것음 뒤로 물러서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사회적 의미를 찾는데는 소홀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늘 하고 있다.

자기가 밥을 벌어 먹고 있는 분야의 동향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추가적인 노력과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변명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따로 노력을 해서 그 분야의 동향을 잘 파악하는 것은 미덕인가 혹은 필수적인 자격인가? 여기에는 약간의 이론이 있을 수 있다.

나는 NGS 데이터를 늘 다루고 있으므로, 어떤 회사에서 어떤 장비를 만들어 내고 있으며 또 이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는 어떤 성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질문을 조금 바꾸어서 던져보자.

"시퀀싱 비즈니스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대용량 유전체 데이터가 진정으로 바이오헬스/IT 융합 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 낼 것인가?"
"아주 최근에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유전자 특허에 대한 소송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 사건의 의미를 아는가?"

이는 'PacBio RS의 시퀀싱 결과가 기술적으로 어떠한가?'라는 질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향하여 항상 열려있는 눈과 귀가 필요하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생존을 위해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먹고 있는 밥이 제대로 되었는지, 쉬지는 않았는지(최소한 독이 들지는 않았는지) 숟가락을 들기 전에 잠시 배고픔을 참으면서 관찰하고 고민하고 궁리해 봐야 하는 것이다.

결론을 내리자면 더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최윤섭의 Healthcare Innivation"이라는 블로그 사이트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단한 열정, 그리고 지식의 깊이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저자는 기업체에 근무하는 사람이고, 사업화라는 착색된 안경(비난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일 것이다.

사업과 자본주의라는 것이 세상을 더욱 행복하게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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