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21일 일요일

자유활달하고 유쾌한 '이상(理想) 공장'의 건설

오늘의 제목은 소니(SONY)의 전신인 도쿄통신공업주식회사의 설립 취지서(1946년)에 담긴 글을 인용한 것이다. 

"자유활달하고 유쾌한 이상(理想) 공장의 건설"

그리고 경영방침 제1항에는 쓸데없이 규모의 크기를 쫒지 않는다는 글도 들어 있다고 한다. 

퇴근 후의 자유로운 일상을 꿈꾸는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꺼내기 힘든 말이다. 직장은 거쳐 가는 곳이고, 이직을 준비하기 위함이 지금 직장을 다니는 유일한 이유라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나의 재능과 열정을 쏟아부을 곳이 바로 현재 근무하는 곳이 아니라면, 도대체 이 현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히라이 가즈오의 책 『소니 턴어라운드』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였다. 1960년생인 그는 소니의 계열사였던 CBS소니(현재의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소니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이다. 오늘 글의 제목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4,550억 적자라는 최악의 상황에 사장이 되어 소니를 부활시키고 20년 만에 최고 이익을 이끌어낸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소니라고 하면 사람들은 고품질의 전자제품을 먼저 떠올리지만, 그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었다. 이는 그를 공격하는 좋은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히라이 가즈오는 음악이나 게임과 같이 소니의 주류에서는 약간 벗어난 길을 걸어 왔지만, 이렇게 '이단'의 삶을 살아온 것이 오히려 리더로서 철학의 기반이 되었다고 한다.  

노스탤지어와의 결별은 매우 중요하다. VAIO를 매각하면서 원로들로부터 많은 충고가 전해졌다고 한다. 전자(電子)를 경시할 수 없다는 의견은 매우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과거의 명성에 안주할 수는 없다. 당시 그는 이런 면담 요구를 전부 거절했다고 한다. 그 후 다소 유연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2013년 히라이 가즈오가 요시다 켄이치로를 소니의 매니지먼트 팀으로 불러 들였을 때, 그를 파트너로 확신하게 만든 대화가 있었다고 한다.

  • (요시다) "저는 예스맨은 되지 못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사람입니다만,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 (히라이) "당연합니다. 바로 그게 내가 부탁하고자 하는 겁니다."

요시다 켄이치로는 2018년 소니의 회장 겸 CEO가 되었다. 그는 장기적 관점의 경영과 목적 중심의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한다. 히라이 가즈오가 소니의 사장을 맡는 6년 동안 전 세계 거점을 돌며 가진 타운올 미팅에서 KANDO('감동'), 즉 소니는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모두 함께 만들어 내자고 역설하였다. 이 정신은 요시다 켄이치로에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즉, '창의성과 기술의 힘으로 세상을 감동으로 채운다'는 일명 'KANDO'은 소니의 존재 이유가 되었다.

우리는 가장 큰 회사가 아니라 아티스트와 작곡가에게 가장 친화적인 음악 회사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의 실시간으로 플랫폼에서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고 있는지 알려주는 디지털 플랫폼을 아티스트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출처: 차우진의 엔터문화연구소)

요즘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판권을 소니 픽처스가 넷플릭스에 팔아넘긴 것에 대해 안목이 부족했다고 비아냥거리는 글을 종종 보게 되는데, 모든 사업이 다 대박을 터뜨릴 수는 없으며 소니 픽처스 역시 이런 결정을 내린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보다는 소니가 창작자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나는 엔지니어도 아니고 퇴직 후 취미생활을 발전시켜 뭔가 수익사업을 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도 아니다. 집에서 뭔가 만들려고 뚝딱거리는 모습을 제조업에 비유한다면, 나 자신이 공급자이자 유일한 고객이 되는 셈이다. 다만 이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의미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하는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물론 ChatGPT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지만—시간과 노력을 적게 들이는 최적의 방법을 찾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는 도중에도 진정한 배움이 있었으면 한다.

Nano Ardule MIDI Controller 개발은 과연 유쾌한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이루어지고 있을까? 일요일이었던 오늘만 해도 ChatGPT를 통해 총 13번의 기능 요청 및 컴파일을 하였다. 이제 설정을 EEPROM에 써서 저장하거나 복원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일이 남았다. 오늘까지 개발한 스케치는 단계별 코딩 로드맵 단계6의 v20250921로 공개해 놓았다.

처음에는 SD카드에 format 0 MIDI file을 저장하여 재생 또는 드럼 루퍼로 작동하는 기능까지 추가하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으나 근본적으로 메모리 부족 문제에 부딪쳤고, 설상가상으로 SD카드에서 MIDI file을 안정적으로 읽어들이는 것이 썩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냥 순차적으로 파일을 읽어서 재생하는 것은 그런대로 되는데, 별도의 인덱스 파일을 경유하여 접근하려고 하니 자꾸 에러가 발생한다. 원래 이것도 메모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시도한 편법이었는데 말이다.

작동 동영상을 빨리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직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지금은 드럼 루퍼의 경우 MIDI 파일을 쓰지 않고 48 스텝(2 마디 단위) 그리드 형태의 데이터를 만들어서 코드 내에 저장하거나 EEPROM에 저장한 뒤 불러서 재생하는 형태로 바꾸어 보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MIDI 파일에 비해 데이터의 크기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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