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Ardule MIDI Controller의 초기 설계에서는 2004 LCD 모듈을 디스플레이로서 사용하려고 했었다. 제어용 핀 수를 절약하기 위해 I2C 통신모듈이 붙은 형태의 부품을 구입해 놓고 한참을 방치하다가, 보다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두이노 스타터 키트 구입 당시에 들어 있던 1602 LCD 모듈을 쓰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다루는 MIDI 채널의 수도 당초 4개에서 2개로 줄였다. 그래서 명칭은 Nano Ardule MIDI Controller로 바꾸었다. Nano는 작다는 뜻도 있지만 아두이노 나노를 쓰고 있음을 밝히는 뜻도 있다. 설계 요약 문서는 내 위키에 정리해 나가고 있다(링크).
처음부터 갖고 있던 1602 LCD에는 I2C 통신모듈은 붙어있지 않다. 그래서 쿠팡에서 당일 배송 가능한 I2C 통신모듈을 따로 구입하여 납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핀 헤더를 떼어내는 것이 약간 까다로워 보였다.
유튜브에서 납땜 실력자의 동영상을 보면서 핀 헤더를 떼는 요령을 참조한 뒤 실제 작업에 들어갔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구멍 하나의 패드가 떨어져 나갔다. 인두의 용량이 높은 편이고(40와트), 핀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긴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핀을 뽑은 뒤 남은 납을 처리하다가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흡입기, 솔더윅... 오늘따라 어느 하나 마음에 들게 작동하는 것이 없다. 차라리 I2C 1602 LCD 모듈을 새 것으로 구입했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체형 부품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아서 절약한 비용보다 내가 들인 노력(납땜에 따른 실내 공기 오염 효과까지)이 더 큰 것 같다. ICBANQ에서는 배송비는 별도지만 부가세 포함 2,585원이면 구입 가능하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더 저렴할 것이다.
초록색 솔더 마스크를 칼로 살살 긁어서 망가진 패드로 연결되는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패턴의 동박을 드러나게 한 뒤, 전선 조각을 덧대어서 핀 홀 주변에 남은 패턴과 납땜을 하였다. 하지만 I2C 모듈의 핀은 보드 반대편 패드와 납땜을 해야 한다. 전선 조각을 조금 길게 남겨 자른 뒤 반대편 패드에 확실하게 붙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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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란 말인가. |
어설프게 수선을 했지만 16개나 되는 모든 접점이 제대로 납땜으로 이어졌는지 확신을 하기가 어려웠다. I2C로 LCD를 제어하는 간단한 코드를 만들어 테스트해 보았다.
다행히 LCD는 잘 작동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온도 조절이 되고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가느다란 팁을 꽂을 수 있는 고주파 인두를 갖고 싶어진다. 또는 USB-C 전원으로 작동하는 충전식 인두가 요즘의 대세인지도 모른다. GVDA GD300이라는 제품의 평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