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5일 화요일

1602 LCD 모듈에 I2C 통신모듈 납땜하기

EZ Ardule MIDI Controller의 초기 설계에서는 2004 LCD 모듈을 디스플레이로서 사용하려고 했었다. 제어용 핀 수를 절약하기 위해 I2C 통신모듈이 붙은 형태의 부품을 구입해 놓고 한참을 방치하다가, 보다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두이노 스타터 키트 구입 당시에 들어 있던 1602 LCD 모듈을 쓰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다루는 MIDI 채널의 수도 당초 4개에서 2개로 줄였다. 그래서 명칭은 Nano Ardule MIDI Controller로 바꾸었다. Nano는 작다는 뜻도 있지만 아두이노 나노를 쓰고 있음을 밝히는 뜻도 있다. 설계 요약 문서는 내 위키에 정리해 나가고 있다(링크).

처음부터 갖고 있던 1602 LCD에는 I2C 통신모듈은 붙어있지 않다. 그래서 쿠팡에서 당일 배송 가능한 I2C 통신모듈을 따로 구입하여 납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핀 헤더를 떼어내는 것이 약간 까다로워 보였다.


유튜브에서 납땜 실력자의 동영상을 보면서 핀 헤더를 떼는 요령을 참조한 뒤 실제 작업에 들어갔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구멍 하나의 패드가 떨어져 나갔다. 인두의 용량이 높은 편이고(40와트), 핀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긴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핀을 뽑은 뒤 남은 납을 처리하다가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흡입기, 솔더윅... 오늘따라 어느 하나 마음에 들게 작동하는 것이 없다. 차라리 I2C 1602 LCD 모듈을 새 것으로 구입했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체형 부품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아서 절약한 비용보다 내가 들인 노력(납땜에 따른 실내 공기 오염 효과까지)이 더 큰 것 같다. ICBANQ에서는 배송비는 별도지만 부가세 포함 2,585원이면 구입 가능하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더 저렴할 것이다.

초록색 솔더 마스크를 칼로 살살 긁어서 망가진 패드로 연결되는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패턴의 동박을 드러나게 한 뒤, 전선 조각을 덧대어서 핀 홀 주변에 남은 패턴과 납땜을 하였다. 하지만 I2C 모듈의 핀은 보드 반대편 패드와 납땜을 해야 한다. 전선 조각을 조금 길게 남겨 자른 뒤 반대편 패드에 확실하게 붙여버렸다.

이게 뭐란 말인가.

어설프게 수선을 했지만 16개나 되는 모든 접점이 제대로 납땜으로 이어졌는지 확신을 하기가 어려웠다. I2C로 LCD를 제어하는 간단한 코드를 만들어 테스트해 보았다.



다행히 LCD는 잘 작동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온도 조절이 되고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가느다란 팁을 꽂을 수 있는 고주파 인두를 갖고 싶어진다. 또는 USB-C 전원으로 작동하는 충전식 인두가 요즘의 대세인지도 모른다. GVDA GD300이라는 제품의 평이 좋은 것 같다.

줘버린 AI, 소버린 AI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정말 뜨겁다. 중장기 계획도 아닌, 연구소의 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마치 역적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소버린(sovereign, 주권 또는 자주적인) AI'라는 신조어도 그런 인기 있는 용어 중 하나이다. 챗GPT에 물어보니 이 용어는 2024년 NVIDIA 블로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What is sovereign AI?

이후 NVIDIA 젠슨 황이 이 개념을 적극 퍼뜨리면서 홍보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자사 제품을 많이 사 주어야 소버린 AI를 갖게 된다는 것 아닌가. 기가 막힌 마케팅 전략이다.

NVIDIA CEO: Every country needs sovereign AI

각 나라가 글로벌 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 데이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AI(~'지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NVIDIA의 제품을 더 많이 사 주어야 한다.

자,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 이를테면 GPGPU farm을 구성해서 연구자나 기업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은가, 또는 수요자가 알아서 하도록 놔 두는 것이 좋은가? OpenAI는 현재 미국 정부와 많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창립 초기에는 직접적인 정부 보조금 없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다만 Open Philanthropy Project에서 3년에 걸쳐 3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이것은 바로 'grant'이다. Grant는 투자도 아니고 주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수준의 자금이 나올 곳은 별로 없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자. AI는 민간(기업을 포함하여)이 잘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미국처럼 민간 재단-결국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가 그동안 번 돈을 이용하여 설립한 자선 재단-에서 지원금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한국에서 기대하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정부 주도의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줘버린 AI'라는 말이 떠올랐다. 민간(기업)이 잘 한다고 하니, 꽉 막힌 규제만 잘 풀어주고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알아서 할 수 있게 놔두면 어떨까? 그래도 GPGPU farm은 일종의 공공재이니 정부에서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질문 답변
정부가 GPGPU farm을 조성해서 기업이 쓰게 하는 것, 옳은가? ✅ 가능하나 조건부로만 정당화
핵심 쟁점 공공성과 시장 공정성의 균형
권장 모델 공공 인프라 + 민간 접근 허용, 단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 필수

보통 '○나 △나 줘버려!'는 책임 회피나 관심 없음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개나 소나 줘버려!'는 너무 거칠고 냉소적인 표현이라 조금 점잖게 써 보았다. 줘버린 AI란 신조어는 지나친 간섭 없이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버린 AI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만든 신조어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정부가 너무 나서거나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AI 시대의 자연스러운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5년 8월 4일 월요일

EZ Ardule MIDI Controller 프로젝트는 용두사미로 끝나다

아두이노를 사용하여 볼륨 외에는 별다른 조작장치가 없는 SAM9703 모듈을 제어하는 장치인 가칭 EZ Ardule MIDI Controller를 만들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링크). 기부금을 내고 Fritzng 소프트웨어까지 다운로드하여 아두이노 나노 기반 장치의 회로도까지 다 그리고 필요한 부품을 다 사서 모았으나...

결국 게으름으로 인하여 중도 포기에 이르렀다. 계속 주말에 다른 스케쥴이 생기면서 본격 제작에 착수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케이스 가공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브레드보드에 대충 부품을 꽂아 만들어 두었던 MIDI IN 신호 처리 및 SAM9703 초기화 회로를 만능기판으로 옮기고, 본체 안에 MAX4410 헤드폰 앰프 보드를 넣는 것으로 계획을 대폭 수정하였다.

이번 작업의 의미는 크림핑 툴을 사용하여 커넥터를 직접 만들어 달았다는 것에 있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페놀 기판에 되는대로 부품을 붙여 나갔는데, 배선 실수 없이 잘 끝났다. 그러나 뒷면에는 점퍼선이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만능기판 뒷면의 배선용으로 예전에 사다 둔 다음 사진의 단색전선을 쓰고자 하였다. 

사진 출처: IC114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납이 도무지 붙지를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으로! 어쩔 도리 없이 적당한 연선의 피복을 벗겨서 배선재로 사용하였다. 납땜 작업은 일주일만 쉬어도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40와트짜리 납땜인두가 너무 뜨거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큰 소켓이나 트랜스포머에 납땜을 하기에는 좋지만, 페놀 만능기판에서 이 인두를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면 과열로 인해 패드가 꼭 한두개씩 떨어지는 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너무 흉하게 작업을 마쳐서 다시는 뚜껑을 열기가 싫을 정도이다. 추가 작업을 한다면 기기 전면부에 MIDI activity를 보이는 LED를 달고 MIDI THRU 회로를 넣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Ardule 컨트롤러 프로젝트는 이와 같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차라리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하여 이를 구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워낙 천재들이 많아서 Zynthian이라는 라즈베리 파이 기반의 오픈소스 디지털 신디사이저 프로젝트가 있다. 무대에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출처: https://zynthian.org/


라즈베리 파이와 아두이노를 조합하면 훨씬 다채로운 기능의 물건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두이노 하나를 써서 만드는 것도 귀찮아서 이렇게 주저앉았는데, 과연 그런 '거대'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시간을 오래 두고 추진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Fluidsynth, Yoshimi, Pure Data를 이용한 SF2 연주 및 감산합성용 통합 기기라면 중장기 프로젝트로서 상당히 매력이 있다. 고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