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2월 1일 토요일

실수로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다

서울 출신이지만 대전에서 산 기간이 더 길어진 나에게 서울은 출장이나 관광 목적으로 들르는 곳이 되었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설 연휴 마지막 날(어제), 국립중앙과학관에 차를 세워 놓고 근처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박물관 개장 시간부터 매우 많은 차량이 입구로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날은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특별전인 「푸른 세상을 빛다 고려 상형청자」를 둘러보았다. 원래 유료 전시지만 설날을 맞아 무료로 입장을 허용하고 있었다. 박물관에서 시간을 보낸 뒤 400번 시내버스를 타고 이태원으로 향했다.





가끔 들르던 쟈니 덤플링에서 점심을 먹고 앤트러사이트(Anthracite)에서 커피를 마셨다. 이 카페 1층에는 반려견을 끌고 들어오는 것을 허용하기 때문에 다른 카페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2층에 올라와 보니 이태원을 지나는 멋장이들은 여기에 다 모이는 것 같다. 앤트러사이트는 무연탄이라는 뜻이다. 왜 이런 이름을 카페(로스팅샵이라고 해야 하나?) 이름으로 택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로스팅한 커피가 마치 무연탄처럼 느껴져서 그런 것일까? 오래된 건물을 적절하게 리모델링하여 결코 과하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태원에 처음 왔을 때는 지금은 없어진 빌리엔젤을 자주 들렀었다. 2018년에 이태원 빌리 엔젤의 추억이라는 글을 쓴 일이 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리움. 고미술이 좋아진다는 것은 나이가 든다는 뜻일까? 나는 물고기나 기하학적 무늬가 그려진 분청사기를 특히 좋아하지만, 귀얄기법을 쓴 것도 좋아한다.







우리 딸아이와 같은 도자공예 전공자를 한숨짓게 했을 커다란 항아리.



다시 400번 버스를 타고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한다는 것이 그만 실수로 405번을 타고 말았다. 버스가 크게 회전을 하더니 잠수교로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오, 이런... 일단 반포한강공원·세빛섬 정류장에 내렸다. 이곳에 인공섬이 세 개가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언제 또 여기에 오겠는가 싶어서 세빛둥둥섬에 있는 카페에 들러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셨다.



이곳을 벗어나서 다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려니 마땅한 대중교통 이용 경로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일단 잠수교를 걸어서 건너기로 했다. 한강 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것은 서울 출신인 우리 부부 모두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날씨가 몹시 춥지 않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잠수교를 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역시  '서울'이란 선택받은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런 혜택을 누리는 것이겠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서울. 모두가 여기에 살고 싶어 하지만,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다. 아, 그렇지도 않구나. 어차피 수도권에는 인구의 약 절반 이상이 살고 있지 않은가. 두 아이 중 하나는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인가, 혹은 수도권 인구 집중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 것인가? 서울 출신 남녀가 만나 대전에 살면서 자녀 둘 중 하나를 서울로 보냈으니 인구 분산에 더 기여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더군다나 자녀 중 하나는 미국에 있으니.

서울이 부러운 것은 문화적 혜택 때문이다. 편리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많은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누릴 수 있다. 의료 혜택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비용이 따른다.   

대전으로 돌아온 나는 갑천변을 달리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잠수교를 달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약간을 달려서 1월 달리기를 마감하였다. 조금만 달리면 90 km를 채우는 것으로 1월을 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제도 뛰었으니 오늘은 가볍게 3 km만 채우고 싶었지만 아침에 빨아 놓은 운동화를 대신하여 고른 신발이 너무 불편하여 채 2 km도 달리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로써 달리기 반년째를 맞아서 가장 많은 거리를 달린 달이 되었다. 하루 걸러 하루씩 매번 6 km를 달린 셈이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한달에 100 km를 달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 페이스 단축은 달성하기 어려운 꿈이다!


2025년 1월 27일 월요일

미늘은 자연의 모방품인지도 모른다

낚싯바늘에서 '미늘'에 해당하는 구조를 영어로는 barb라고 한다. 철조망을 영어로 barbed wire fence라고 부른다. 파멜라 앤더슨 주연의 1996년 영화 '바브 와이어'가 생각이 난다. 실제로 이 영화를 본 일은 없다.

어제 여수시 웅천동 바닷가를 달리면서 이순신 마리나 근처의 주차장을 지나게 되었다. 맨땅에 만든 주차장 가장자리의 잡초 군락을 두어 차례 건너뛰어 지나면서 총 8 km를 달린 뒤에 숙소에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다가 무릎 아래부터 바짓단 끝까지 무엇인가 하나 가득 붙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운동화 끈도 마찬가지였다. 하나하나 뜯어내느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래 사진의 것은 바지 전체에서 뜯어낸 것의 아마 1/4 쯤일 것이다.



구글의 이미지 검색 기능을 이용하여 어떤 식물의 씨앗(종자?)인지를 찾아 보았다. 이것은 주변에서 흔히 자라는 국화과의 야생식물로 도깨비바늘 종류 식의 열매인 것으로 추정된다. 도깨비바늘의 어린 잎은 나물로 먹거나 약용으로 사용한다. 확대해 본 열매의 모습은 다음과 같이 포크 모양이다. 뾰족한 바늘 모양의 것('관모(冠毛, pappus)'라 함)은 원래 3~5개 정도 있다고 하는데, 아마 옷에 붙은 것을 떼어내다가 두 개만 남은 것 같다. 이 자료에 의하면 도깨비바늘에도 여러 종이 있다. 

관모의 또다른 극단에는 민들레 씨앗의 솜털 구조물이 있다. 따갑고 성가신 도깨비바늘 열매, 반대로 낭만적 감정을 자아내는 민들레 씨앗... 둘 다 식물의 생존을 위해 진화한 구조물인 셈이다.

도깨비바늘의 열매는 포크를 닮았다. 사진에는 두 날만 남았지만 실제로는 더 많다. 전체 길이는 약 1.5 cm 정도.


미끈하고 뾰족한 바늘로 찌르기만 해서는 동물의 털이나 사람의 의복에 붙기 곤란하다. 손으로 만져보니 반대 방향으로 아주 가느다란 가시와 같은 것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사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블로그에 업로드하기 위해 처리를 거치면서 잘 보이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이는 낚싯바늘에서 '미늘'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미늘은 낚싯바늘, 화살촉, 작살촉 등에서 널리 쓰인다. 낚싯바늘과 화살촉은 거의 비슷한 시기인 약 8천년 전에 발명되었다고 한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이것이 박히면 잘 빠지지 않으므로 큰 손상을 입게 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신석기 시대에 미늘을 발명함으로써 큰 혁신을 이루었을 것이다. 어느 머리 좋은 선사시대인이 오랜 고민 끝에 생각해 냈을지도 모르지만, 도깨비바늘과 같은 자연물을 모방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당시에 돋보기가 있는 것은 아니니 그 구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모방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인류 최초 낚싯바늘이 불러온 혁신(2021년 12월 21일) - 결합식낚시(이음낚시)에 대한 설명은 여기를 참조해도 좋다.

나의 도메인명인 GenoGlobe가 표방하는 정신이 바로 '생명으로부터 배움(Learning from Lives)'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지금 챗GPT에게 물어보니 이는 다소 모호한 영어 표현이라서 이보다는 "Learning from living beings" 또는 "Learning from living creatures"가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나는 생명체와 삶 전부를 아우르는 다소 중의적인 표현을 의도했으니 그냥 두어도 될 것 같다.








여수 밤바다에서 8 km를 달리다

여수시 웅천동의 밤바다를 헤집고 달려서 8 km를 채웠다. 한번에 달린 거리로는 최장 기록이다. 페이스는 부끄러워서 말할 수준이 아니다.


모처럼 길게 주어진 설 연휴를 맞아서 가족과 함께 여수 여행길에 올랐다. 작년부터 미국에서 살고 있는 딸아이는 함께하지 못하여 아쉽다. 아마 올해 추석 무렵이나 되어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연휴를 즐기러 출국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국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소박한 심정으로 국내 여행을 택하였다.

차를 몰고 여수로 가는 길에 어디를 들르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진안 마이산을 택하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왔던 적이 있었다. 말 귀를 닮은 두 개의 산을 제외하면 기억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방문객이 제법 많았고, 입구의 식당도 성업 중이었다. 네이버에서 리뷰를 검색하여 찾아간 식당도 나쁘지 않았다. 비빔밥과 불에 구운 등갈비의 조화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올라가는 길에는 사양제라는 저수지가 있었다. 얼음이 얼어서 오리배는 한데 묶여 있었다. 마치 70~80년대의 유원지를 보는 느낌이었다.




마이산은 남쪽과 북쪽 양 방향으로 접근이 가능하다. 고속도로를 벗어나기 전 진안 휴게소에서 마이산의 봉우리가 보여서 IC만 벗어나면 금방 다다를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마이산 탑사를 가기 위해 남쪽 방면에서 접근하려면 꽤 먼 길을 돌아서 가야만 했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탑사로 가능 약 2 km 남짓의 고즈넉한 길이 마음에 들었다. 북측 지역은 더 가파르다고 하였다.

이갑룡 처사(1860-1957)은 어떤 마음으로 탑을 쌓았을까? 탑사는 현재 태고종 소속 사찰이지만, 이갑룡 처사 자신은 불교를 표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태고종에 사찰 등록을 한 것은 그의 손자 이왕선에 의한 것이라 한다.









비탈을 넘는 약간의 수고를 들이면 은수사에 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도 또 오겠노라는 생각을 담고 두 시간을 더 달려 여수 웅천동에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였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호텔 방에서 간편식으로 저녁을 먹은 뒤 달리기를 하러 바깥에 나갔다.


마리나 주변으로 평탄한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달리기에는 정말 좋은 여건이었다. 몇 번을 오가며 달려서 8 km를 채웠다. 중간에 갑자기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페이스가 흐트려져서 6분대를 간산히 유지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여행 이틀째인 오늘은 오동도와 돌산도를 둘러보려 한다.


2025년 1월 25일 토요일

백년가게 협신전자(IC114)에서 몇 개의 부품을 주문하다

온라인에서 전자부품을 주문할 때 IC114를 즐겨 이용한다. 엘레파츠나 디바이스마트보다 웹사이트 구성은 약간 소박하지만 배송이 빨라서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부품 주문을 위해 접속을 해 보니 2018년에 부산지역 최초의 백년가게 중 하나로 선정되었었다는 안내가 있었다(관련 기사 링크). 1973년에 창업하여 1999년이라는 이른 시기에 온라인 쇼핑몰인 IC114를 설립하였다고 한다.

[백년가게] 현대사회의 기초가 되는 전자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2023년) 

2018년의 어떤 기사에서는 권우현 대표의 사진을 실었다(링크). 주문을 완료하고 입금을 할 때 늘 보이는 익숙한 이름. 당시 74세라고 하니 절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이번에 주문한 부품은 6П6С(6P6S, equivalent to 6V6GT) 진공관 싱글 앰프 개작을 위해 사용할 조광형 시소 스위치와 퓨즈 홀더였다. 나무 수납상자에 얼기설기 만든 상태로 오랜 실험을 거쳐 음악을 들어 오다가 이제 제대로 된 집을 지어줄 때가 되었다고 느낀다.


상판 설계를 마무리하기 위해 여기에 고정할 부품의 정확한 외형 치수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IC114에서 기본적인 panel hole size를 제공하지만 다음에서 '?'로 표시한 부분의 폭을 정확히 나타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실물 부품을 받고 나서 제대로 측정을 한 뒤 다음과 같이 제대로 된 그림을 LibreCAD에서 그릴 수 있었다.



조광형 전원 스위치를 구입하여 상판 왼쪽에 고정하기로 했으니 다른 파일럿 램프를 달 필요가 없다. 원래 파일럿 램프는 중앙에 둘 예정이었다. 따라서 전원 스위치와 볼륨 폿 구멍만 내면 되므로 구멍 간격을 약간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에 따라서 구멍의 위치를 조절하였다. 


아직 도면을 점검할 일이 남아 있다. 상판에 올릴 부품을 고정하기 위한 구멍은 꼼꼼하게 설계하였으나, 상판 아래에 놓일 SMPS(히터 전원용)와 정류용 기판이 놓일 공간이 충분한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면을 최종적으로 점검한 뒤 설 연휴가 끝난 다음에 네이버 카페 사운드머신에 보내어 가공에 들어갈 예정이며, 나무틀도 직접 만들 생각이다. 이것이 바로 2025년 상반기의 오디오 DIY 목표이다.

정류용 기판은 매우 기이하게 만들어 놓았기에 많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원본 글은 2024년 3월 15일에 작성(링크).


2022년 11월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를 감는 준비부터 시작하여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조만간 나무상자 앰프는 재건축을 위해 발전적 해체를 겪게 될 것이다. 몇달 뒤면 다음의 모습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전면부에 붙인 손잡이를 떼어다가 새 앰프 상판에 붙여 볼까? 저 검정색 손잡이는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의 문고리닷컴에서 구입했었는데, 여기도 2024년 6월에 파산했다고 한다(관련 기사 링크). 어허...







런데이 앱을 이용한 달리기 - 누적 378 km를 달리다

어제도 5 km를 달렸다. '하루만 더 쉴까'하고 생각했다가 달리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올 때 느끼는 마약과 같은 개운함을 잊기 어려워서 다시 집 밖으로 나갔다. 기온은 영상 3도 정도라서 매우 적당하였다. 컨디션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니니 딱 30분만 뛰기로 하였다. 4.65 km, 6분 26초의 부끄러운 페이스. 과연 올해 안에 딱 6분의 페이스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다.


작년 8월에 시작하여 약 반년 동안 달린 거리는 반올림하여 이제 겨우 378 km이다. 이게 도대체 얼마나 되는 거리인가? 구글을 찾아보니 자동차로 서울을 출발하여 통영까지 가는 거리라고 한다.



1월 내에 3-4회를 더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월 한달에 90 km 정도는 채우는 셈이 된다. 만약 약간 무리를 해서 6 km 이상을 4회 달리면 100 km를 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요즘은 런데이 앱에서 '시간 달리기 도전'과 '거리 달리기 도전'을 섞어서 쓰고 있었다. 거리 달리를 예로 들자면 3, 5, 7 km와 같이 목표가 정해져 있어서 가령 6 km를 달리고 싶다면 7 km로 목표를 설정한 뒤 중간에 멈추어야 했다. 그런데 아직 선택하지 않은 운동 플랜 중에 '자유 달리기'라는 것이 있었다. 이것이라면 원하는 대로 그날 달리기의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쉬지 않고 한 시간을 달릴 때까지, 5분대 페이스를 진입하는 그날까지, 열심히 달려 보겠다. 올해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되겠지...

2025년 1월 23일 목요일

아침에 만난 어떤 자전거

한때 로드용 자전거의 규격을 줄줄 외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웬만한 자전거 정비용 공구를 다 갖추고 있었고, 쉴 새 없이 도싸, 발바리, 파크툴 등의 웹사이트를 들락거렸다. 2006년 미국 보스턴에 장기 출장을 갔을 때에는 Harris Cyclery에 꼭 가 보고 싶었으나 그 꿈을 이루지는 못하였다. 자전거 기술 정보에 관련하여 세계 최고의 웹사이트라고 할 수 있는 Sheldon Brown's Bicycle Technical Info도 오늘 오랜만에 들러 보았다. 여기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얻었었나! 다시 한번 셸든 브라운(1944-2008, 위키백과, 생전에 유지했던 개인 이야기 링크)을 추모한다. 셸든 브라운은 Harris Cyclery의 웹마스터이자 'general Tech Guru'였다. 

70년 동안 가족 소유 기업이었던 Harris Cyclery는 아쉽게도 2021년 6월 13일 폐업하였다(관련 글 링크, 이에 관한 reddit의 언급 링크). 사람들의 관심이 바뀌고, 자전거를 소유하는 것보다 대여해서 쓰는 일이 더 많아지니(특히 두 바퀴를 지닌 전기 충전식의 탈것) 일반 소비자 대상의 부품 판매나 서비스로는 지속적인 경영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전거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담은 웹사이트가 유지되는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서 자가 정비와 개조에 몰두하던 시절은 벌써 약 20년 전의 과거가 되고 말았으며, 다른 취미가 내 정신세계 깊숙하게 자리잡으면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사라졌다.

블로그에 가장 마지막으로 올린 자전거 관련 사진과 글 '뻘짓의 지평을 넓혀야 인생이 풍부해진다 - 자전거 이야기'(2022년)을 소개한다.

오늘 문득 자전거 이야기를 써야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침에 출근버스를 기다리다가 편의점 앞에서 접한 어느 국산 브랜드의 700C 하이브리드 자전거 때문이었다.

출근길에 우연히 만난 어떤 하이브리드 자전거. 지금은 알톤으로 넘어간 코렉스 브랜드의 R21로서 단종된 모델이다. 


내 자전거는 알루미늄 프레임이라서 전통적인 로드 자전거보다 튜브 직경이 크다. 알루미늄을 쓴 프레임의 경우 30 mm를 넘는 것이 많다(Bike Frame Design - the influence of tubing diameter and wall thickness). 대충 top tube의 직경을 측정해 보니 32.4 mm(1.28인치)에 해당하였다.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는 직경 28.6 mm(1 1.8인치)의 강철(고급품이라면 크로몰리라고도 불리는 크롬-몰리브덴 스틸) 튜브를 써서 프레임을 구성하되 top tube는 수평으로 뽑아낸다. 저가품 자전거는 경우 하이텐(high tensile steel)을 쓰는데 강도가 높지 않아서 가느다란 튜브로 뽑아내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위 예전에 '철티비'로 불리던 자전거가 이런 재료를 쓴다.

가느다란 탑튜브가 수평으로 지나가는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는 보기에도 아주 멋지다. 드롭바, 림 브레이크, 다운튜브 시프터... 이런 것이 고전적인 로드 자전거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평 탑튜브는 키가 작은 사람이 제 몸에 맞지 않는 사이즈의 프레임을 택했을 때 상당한 불편을 초래한다... 유럽 출장을 갔을 때, 큰 키의 서양인들이 엄청나게 큰 프레임 사이즈의 자전거를 타고 일상적인 복장으로 도로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확실히 우리나라의 자전거 문화와는 매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출처: Reddit


내 자전거에 이런 전통적인 밴드 고정형 downtube shifter를 달고 싶다는 욕망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지만 실은 다운튜브 직경이 너무 커서 불가능하다. 

1세대 시마노 Dura-Ace 다운튜브 시프터(출처 링크)


그래서인지 28.6 mm 튜브 직경의 자전거를 보면 무척 반갑다. MTB 스타일의 유행이 지나가고, 픽시나 로드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더 늘어나서 그런지 주변을 돌아다니는 자전거의 형태가 좀더 다양해진 것 같다. 만약 이런 자전거가 하나 있다면, 구식 부품들을 하나씩 달아서 개조를 할 수도 있으리라. 

지금 나의 자전거는 아파트 계단 난간에 묶인 상태로 몇 년이 지났다. 요즘은 방화문을 닫아놓고 지내고 있으니 자전거가 어떤 상태인지 확인도 잘 되지 않는다. 튜브 바람도 다 빠지고 아마 지금쯤 림에 눌려서 타이어도 변형이 되었을 것이다. 중고로 구한 부품으로 교체한다고 얼마나 많은 수고를 했었는지 모른다. 페달 클립(클릿 + 전용 슈즈가 아님)을 달아서 쓴 일도 있었고. 

다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면서 바람을 가르고 싶다. 요즘 관심을 갖는 달리기나 자작 진공관 앰프 및 밴드 연습 수준으로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겠지만. 그러려면 정비를 해야 할 것도 많다. 


참고 - 자전거 브레이크 레버의 위치

내 자전거는 왼쪽 브레이크 레버가 뒷바퀴,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가 앞바퀴를 제동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2010년부터는 행정안전부의 고시로 인해 이것이 바뀌었다. 요즘 생산되는 자전거는 오른쪽 브레이크 레버가 뒷바퀴를 제동하게 만들어진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왼손으로는 수신호를 하기 위함이다. 만약 한 손으로만 제동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 대상이 하필 앞바퀴라면? 뒷바퀴가 들리면서 앞으로 홀라당 넘어가는 사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자전거 핸들 브레이크 위치는 왜 바뀌었을까?

2025년 1월 19일 일요일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것이 아니라던데, 악기용 케이블은...

밴드 멤버들이 모여서 합주 연습을 시작하려고 분주하게 장비를 세팅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악기(베이스 기타)에서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파워드믹서의 8개 채널 스트립 중 잘 써 왔던 어느 하나가 갑자기 망가질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테스트를 해 보니 악기와 DI box를 연결하는 6.35 mm TS 케이블이 문제인 것 같았다. 일단 다른 멤버의 여분 케이블을 얻어서 연습을 마쳤다.

문제의 케이블은 오래전부터 쓰던 기타 케이블의 커넥터를 직접 납땜하여 교체한 것이었다. 집에 케이블을 들고 와서 커넥터를 돌려서 열어보니 신호선쪽이 끊어져 있었다.

단선이 일어난 신호선 끄트머리를 관찰해 보면 커넥터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단선이 일어난 뒤 알지 못한 이유로 수축이 일어난 것인지, 또는 내가 서툴게 납땜을 하여 신호선에 장력이 가해진 상태로 마무리가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이 케이블은 내가 처음으로 전기기타를 샀을 때부터 쓰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건 80년대 후반의 일이니 아마 케이블 내부의 심선이 많이 '썩은' 상태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시 납땜을 하기 위해 피복을 벗겨 냈더니 그라운드선의 색깔이 좋지 않았다. 선 끝을 조금 잘라내면 조금 더 온전한 선이 나올까 싶어서 몇 번을 더 끊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심선은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

나의 경험으로는 구리선이 검게 변색되면 납땜이 잘 되지 않는다. 솔더링 페이스트의 힘을 빌려볼까? 그러나 어디에 보관해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대충 납땜하여 쓰기로 했다.

과연 현명한 수리였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음질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프로 음악가라면 아마 진즉에 내다 버렸을 것이다. 몇 개 되지 않는 케이블이 사라지지 않고 제자리에 있는지 수시로 세어보는 소심한 방구석 음악인이자 DIYer인은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행방이 묘연한 6.35 mm TS 케이블 하나가 어디로 갔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