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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4일 목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4] 조립 및 테스트

글 제목을 결정하기에 앞서서 약간의 고민을 하였다. '완성'이라고 할까, 아니면 '가조립'이라고 할까? 매우 간단한 5극관 전력증폭회로의 이해와 실습을 겸한 이번 프로젝트는 애초에 멋진 섀시를 꾸미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현재의 상태로도 충분히 '완성'이라고 말해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무판 위에 대충 올려진 부품들을 보면 - 완벽한 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하여도 - 언젠가는 싫증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후속 작업이 있을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기 위해 '조립'이라고만 하였다. 먼저 회로도를 소개한다. 오른쪽 위에 보인 5극관 전력증폭회로의 기본 모양은 Harry Lythall의 웹사이트("Valve basics")에서 빌려온 것이다.


전력증폭회로 앞에는 소위 초단 혹은 드라이브단에 해당하는 회로가 있어야 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이미 내가 갖고있던 프리앰프를 쓰기로 했기에 이렇게 간단하게 앰프를 꾸미는 것으로 충분했다. 실제로 이 회로에 튜너를 직접 연결했더니 스피커(89 dB SPL/W/m)에서 미약하게 소리는 남을 확인하였다.

전원부를 미리 만들어 두었었기에 개천절 휴일 오전을 투자하여 조립을 마쳤다. 너무나 간단한 회로라서 오배선을 할 여지가 없었고 소리가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43번 5극관 두 개의 특성이 똑같지는 않아서 같은 고전압을 걸었지만 그리드와 플레이트에 배분되는 정도가 다르다. 그리드 전압은 대충 -13 ~ -15 V 수준이 나왔다. 플레이트 전압은 105 V 정도였다. 아마 출력은 1 와트 내외가 될 것이다.

저녁때에는 튜닝(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도 부끄럽지만...)을 하여 만족할만한 소리를 내게 만들었다. 오전 작업 때에는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아무런 캐패시터를 연결하지 않았더니 '웅~'하는 소리가 매우 심하게 나는 것이었다. 험(hum)인가? 아니면 발진인가? 고전압부의 정류 및 평활회로를 다른 것으로 바꾸어도 소용이 없었다. 초크 코일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고 생각하기는 싫었다. 제이앨범을 비롯한 다른 웹사이트를 방문한 기억을 되살려 스크린 그리드와 접지 사이에 47 uF 캐패시터를 삽입하였더니 이 잡음은 상당한 수준으로 줄어들어서 실제 음악감상에는 별 문제가 없을 수준으로 되었다. 아주 잘 만든 진공관 앰프의 배경 잡음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취미 수준으로 만드는 앰프에서는 참을 수 있는 정도라고나 할까?



차마 보이기 부끄러운 배선 모습.



광활한(?) 합판을 이렇게 비능률적으로 사용하다니, 배선 모습을 보이기에는 너무나 부끄럽다. 데스크탑 앰프로 쓰기에는 너무나 크다. 물론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별로 갖고 있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일이 남았는가? 우선 전원 계통의 배선은 아직 악어 클립으로만 연결한 상태이므로 확실하게 납땜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원 스위치(스파크 킬러를 넣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도 설치해야 한다. 그리고 프리앰프부를 이렇게 두지 않고 다른 실험을 할 수도 있다.

라디오에 널리 쓰이던 골동품 수준의 진공관을 사용하느라 히터 전압을 만들기 위해 전원부가 예상보다 복잡해졌다. 그러나 HV 자체가 ~120 V 수준으로 별로 높지 않아서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 및 개조를 할 수 있다.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기획부터 실행 완료까지 걸린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 않았다. 연말까지는 더 이상 일을 벌이지 말아야 되겠다.

2018년 9월 26일 수요일

43번 오극관(43 power pentode) 싱글 앰프 프로젝트 - [1] 전원부 설계

올 봄에 탁상용 6J6 푸시풀 앰프를 구입한 것도 나에게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미 집과 사무실에서 각각 사용할 앰프를 충분히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공관 앰프에 대한 호기심은 그 이후로도 계속되어서 6J1+6P1 싱글 앰프, R-core 출력 트랜스, SMPS 자작에 이어서 '고전관(vintage tubes)'에 속하는 43 5극관을 이용한 앰프를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43번 진공관은 1930~50년대 라디오의 음성 출력관으로 널리 쓰이던 것이다. 히터용 트랜스를 별도로 쓰지 않고 여러 진공관의 히터를 직렬로 연결하여 가정용 전원에 그대로 꽂도록 만든 것이라서 표준적인 6.3 볼트가 아니라 25볼트가 필요하다. 캐소드-애노드 사이에 걸 수 있는 최대 전압은 160 볼트이고 최대 스크린 그리드 전압은 135 볼트이다.

요즘 기준으로서는 전원부 설계가 매우 귀찮은 진공관이다. 히터 전압은 높고, B 전원은 낮고... 그런데 왜 이런 '구닥다리' 43번 관을 다음번 실험 대상으로 선정했는가?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좌부터 MT관 (12AU7),GT관 (5AR4),ST관 (2A3)
[출처] 2 진공관의 형태|작성자 phil7724
  • ST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을 한번은 써 보고 싶었다.
  • 고전관 중에서 43번 오극관의 가격이 매우 저렴하였다.
  • 이미 만들어 놓은 5K:8 출력 트랜스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제작에 참고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출처: Radiomuseum
캐소드 캐패시터의 용량을 계산하는 식이 너무 복잡해서 대충 100 uF/50 V를 달아 본 다음에 튜닝을 하면 될 것이다. 캐소드 저항도 360R이나 390R에서 적당히 고르면 될 것이다. 초단/드라이브단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손을 줄이기 위하여 별도로 갖고 있는 12AU7 headphone amplifier/preamplifier를 사용할 것이다. 이는 자체 전원 어댑터를 갖고 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긴다면 DC 12 V로 작동하는 프리앰프 제작을 시도해 보고 싶다. 참조할 회로는 다음과 같다.

만약 애노드 전압 160 볼트(바이어스 전압 18 볼트를 더하면 178 볼트의 B 전원이 필요)를 43번 진공관의 작동 조건으로 한다면 전원 회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1. SMPS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

IR2153과 MOSFET을 사용하여 원하는 DC 전압을 얻는 장치를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단, 회로를 꾸미는데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 불편한 점이다. "진공관 앰프에 노이즈가 지글거리는 SMPS라니 말도 안된다!"라고 할 사람이 많겠지만 지난 여름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음악 감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SMPS 실험 끝내기).

2. PC용 파워 서플라이 + DC-DC boost converter

PC용 파워 서플라이는 매우 높은 용량의 직류 전압(5 V 및 12 V)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여기에 DC-DC 고전압 부스터를 이용하면 B 전원을 공급하는데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는 다음의 물건을 구입하여 배달을 기다리는 중이다(단가는 5.52 달러). 최대 출력 전류는 0.2 A인데 입력 전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그러면 히터용 DC 25 V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컨버터는 고전압 출력이 가능한 대신 전류 용량이 매우 낮다. 43번 관의 히터에는 0.3 A가 필요하므로, 히터를 병렬로 연결하면 총 0.6 A는 공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요즘 매우 흔한 DC-DC step up converter를 사용하면 어떨까? 파워 서플라이에서 나오는 12 V를 입력하면 될 것이다.

3. 고전적인 방법 - 트랜스포머 사용하기

43번 오극관을 사용한 라디오 수신기는 가정용 전원(110 V 교류 혹은 직류 - 당시 미국에서는 직류 전기도 공급이 되었던 모양이다)을 그대로 정류해서 쓰도록 만들어 졌었다. 따라서 110~120 V가 2차에 출력되는 전원 트랜스(25 V도 포함하여)를 주문 제작하면 가장 깔끔하게 해결이 된다. 그런데 돈을 추가로 들이기가 싫다. 갖고 있는 트랜스를 이용할 방법은 없을까? 작고 가벼운 앰프를 만드는 것은 포기하기로 한다.


위 사진을 보자. 모두 220 V에 연결하여 사용하는 일반적인 전원 트랜스이다. 2차 전압은 왼쪽 것이 13 V x 2(2.3 A), 오른쪽 것은 0-9-12-15-18 V(1.2 A)이다. 두 트랜스를 2차끼리 연결하면 절연된 ~110V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는 제이앨범에서 얻은 적이 있다. 단, 220 V에 연결되는 첫번째 트랜스의 용량이 충분히 커야 한다.

왼쪽 트랜스의 2차 중 하나(13 V)를 오른쪽 트랜스의 2차에 연결해 보았다. 여기에는 13 V 탭은 없으므로 12 V 혹은 15 V에 연결해야 한다. 마침 PC용 파워 서플라이 기판에서 도려낸 정류부(EMI noise filter 포함)가 있어서 최종적으로 얼마의 직류 전압이 나오는지를 측정해 보았다. 모두 부하를 연결하지 않은 상태이다.
  • 12 V 탭에 연결할 경우: 126 V, 정류 후 171 V
  • 15 V 탭에 연결할 경우: 101 V, 정류 후 137 V
두번째의 트랜스포머에서 전류를 얼마나 뽑아낼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지만 첫번째 조건이 괜찮아 보인다.

그러면 히터용 전원(25 V)을 공급하는 문제가 남았다. 첫번째 트랜스포머 2차의 나머지 13 V를 활용해 보자. 배전압 정류를 하면 충분히 높은 전압이 나오지 않겠는가?

곁에 놓인 것은 하드와이어링으로 꾸민 배전압 정류회로.
다음과 같은 회로를 꾸며서 측정을 해 보았다. 정류 다이오드 직전의 8R2 저항은 돌입전류를 제한하여 다이오드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부하 저항을 전혀 걸지 않으면 무려 38 V의 직류가 나온다. 여기에 220R 저항을 연결하니 26.5 V 수준으로 떨어졌다. 43번 진공관 두 개의 히터를 병렬로 연결했을 때 전압이 너무 낮아지지는 않는지를 확인하는 일이 남았다. 2차에서 2.3 A를 뽑을 수 있는 트랜스포머이므로 너무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검정 삼각형은 B-전원을 생성할 두번째 트랜스포머의 연결 포인트이다.
컴퓨터로 회로도를 그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CircuitLab에 잠시 감동을 했었는데 알고보니 시간 제한이 있는 유료 프로그램이었다. 파워포인트로 일일이 부품 심벌을 그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시 조사를 해 보았다. Edraw Max라는 것도 꽤 괜찮은데 기능 제한이 없는 30일 free trial 기간이 지난 후에는 구입을 해야 한다. 

Edraw Max 맛보기.

완전히 무료로 쓸 수 있는 것은 없을까? 검색을 해 보니 Fritzing이라는 것이 있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하는 프로그램인지 감을 잡고 싶다면 다음 글을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것으로 오디오 앰프의 회로를 그릴 수 있을까? 설치를 해서 잠시 고민을 해 보다가 다시 웹 검색을 해 보았다.


여기에서 제시한 소프트웨어들을 검토한 뒤에 결정해야 되겠다.

2018년 9월 8일 토요일

좀 더 다양한 진공관을 경험하고 싶다면? (two digit types)

S.Ito라는 일본인의 웹사이트에서 가져온 그림을 하나 소개한다. 1972년부터 아마추어 무선을 시작한 사람으로서 진공관 및 전자회로 DIY에 관한 정보를 많이 수록하고 있다. 아마 인터넷에서 진공관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이나 혹은 S.Ito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본 일이 있을 것이다. 우람한 어깨를 자랑하는 ST(shouldered tube), 중간의 GT(glass tube), 그리고 가장 작은 MT(miniature tube). 물론 이와 다른 모양의 외형을 지닌 것도 많다. 이 그림이 수록된 Vacuum tubes for beginner에는 참조할만한 좋은 정보가 많다.

Types of tubes. 출처: http://www.atatan.com/~s-ito/vacuum/vacuum.html

내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경험해 본 진공관은 다음이 전부이다. 위 그림에서 보이는 MT에 해당한다.

  • PCL86 (=14WG8)
  • 12DT8
  • 6N2P
  • 12AU7
  • 6N1
  • 6P1
  • 6J6

MT는 진공관 역사에서 가장 마지막에 위치한 것이고, 가장 발전한 형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른 진공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제조시기가 늦은 편이라서 품질이 좋은 NOS(new old storck) 관이 많이 남아있다고 보아도 좋다. 유리와 열팽창률이 같은 핀 재료를 사용하게 됨으로써 별도의 베이스를 쓰지 않게 되었다.

진공관 오디오의 재미는 그 특유의 음색도 있지만 빨갛게 빛나는 진공관을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다. 33 kHz 정도의 고주파을 이용해서 필라멘트를 가열했더니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푸른 빛이 보인다. 마치 어두운 도시 거리에서 고풍스런 옛날 건물을 보는듯하다.


그래서 짧은 진공관 경험이지만 MT가 아닌 다른 유형의 관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조금씩 들기 시작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직열 삼극관 2A3).

2A3. Radiomuseum

이런 관을 쓴 앰프를 한번 정도는 경험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가격이 그렇게 싸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슈광 제품이 하나에 거의 80 달러 가까이 하니 말이다. 심심풀이로 오디오파트의 "빈티지출력관" 카테고리에서 가장 싼 진공관을 찾아보았다. MT관을 제외하니 41, 43이라는 단순한 숫자만으로 이름이 붙은 진공관이 보였다. 이것은 어떤 진공관일까? 구글을 뒤지니 다음과 같은 웹문서가 나왔다.

Two Digit Types From 1 to 100

이에 의하면 41(데이터시트, Radiomuseum)부터 43(데이터시트, Radiomuseum, The National Valve Museum)까지는 power pentode이다. Hi-Fi 기준으로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오디오용으로 만들어진 진공관으로서 아마 라디오의 최종 출력단이나 극장용 오디오 앰프에 쓰였을 것이다. 43 pentode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자. 히터 전압이 25 V나 되는 것은 동일한 진공관 여럿을 직렬로 연결하여 트랜스포머 없이 그대로 상용 전원에 연결하기 위했던 것이다.
The Type 43, is an audio output pentode that is designed for use in receivers with a series heater chain. It is electrically identical to the IO based 25A6. The valve is rated for use in low power single ended output stages.
한때는 현재에 재생산되는 진공관만을 사용해서 앞으로의 자작에 이용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수고를 들여서 검색을 하면 아직도 구입 가능한 NOS관이 많이 있으며, 오디오 회로가 아닌 다른 용도의 고주파 회로(예: TV)를 위해 만들어졌다가 재고가 된 진공관을 오디오용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

출력 트랜스의 임피던스가 조금 높은 것을 제외하면 오디오 증폭용 회로를 만들기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을 위한 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조금씩 자료를 모아 보겠다.

출처: https://www.radiomuseum.org/tubes/tube_41.html

이렇게 많은 진공관을 모은 사람도 있다(링크). 도저히 흉내도 낼 수 없는 수준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