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이용하여 세로 포맷으로 찍은 동영상은 아마추어의 전유물인가? 꼭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름 시절, 나는 얼마나 많은 포트레이트 구도의 인물 사진을 찍었던가. 요즘 휴대폰으로 찍은 짧은 동영상을 편집하여 유튜브 쇼츠(Shorts)로 올리는 연습을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진지한 관심을 갖기로 하였다.
먼저 기술적인 사항. 쇼츠 포맷은 9:16의 세로 비율에 최대 3분 길이이며, 권장 해상도는 1080x1920(FHD)로서 모바일 환경에서 시청하기에 가장 적합하다. 유튜브 앱에서 쇼츠 작업을 하려면 별도로 준비한 오디오를 쓰기가 어렵다. 촬영한 영상에 녹음된 것을 그대로 쓰거나, 또는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음원만을 써야 하는 것 같다. 오디오를 별도로 입히려면 내가 쓸 줄 아는 편집기는 Open Shot Video Editor이 유일한데, 여기에서 세로 영상을 편집하려면 약간 번잡하다. 편집작업 후 세로 영상으로 내보내기를 위한 별도의 프로파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Reddit의 설명을 참고하기 바란다(링크). 가로로 촬영한 영상을 세로 포맷으로 만들려면 약간의 수고를 더 거쳐야 하는 것 같다. 어찌되었든 쇼츠를 만들기 위해 장비나 편집용 소프트웨어에 크게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휴대폰 하나만 가지고 다 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나는 삼성 갤럭시 S23을 쓰고 있는데, 동영상 촬영 시 상당한 수준의 안정화 기술이 적용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손으로 휴대폰을 편하게 잡고 촬영을 하려면 짐벌 정도는 있으면 좋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영상미학 및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쓴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브런치에 오른 구재모 님의 글 세로 화면 비율에 대한 이론적 고찰(1편, 2편)을 챗GPT로 요약하여 보았다. 세로 화면 증후군(Vertical Video Syndrome, VVS)라는 신조어는 세로로 찍은 (동)영상에 대한 비판 또는 조롱을 위해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한다. 참고문헌을 포함한 상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기 바란다.
오늘날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환경에서 영상의 세로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같은 숏폼 플랫폼은 모두 세로 화면비율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편의성’의 문제를 넘어 미디어 미학, 시각 경험, 사회문화적 권력 구조까지 재구성하는 현상이다.
기기의 물리적 구조가 세로인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시선과 몸의 방향을 일치시킨다. 사람들은 더 이상 ‘스크린 앞에 앉는’ 대신, 손안의 화면을 통해 세계를 본다. 전통적으로 영화나 TV는 가로 화면비율을 전제로 발전해 왔다. 인간의 양안 시야가 수평 방향으로 넓다는 점이 그 근거로 제시되어 왔고, 따라서 가로 비율은 “자연스럽다”는 미학적 정당성을 부여받았다. 반면 세로 화면은 오랫동안 ‘비전문적’, ‘아마추어적’, ‘불편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인터넷 초창기에는 ‘세로 영상 증후군(Vertical Video Syndrome, VVS)’이라는 조롱 섞인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에는 기술적 이유만이 아니라, 기존 영상 산업 종사자들의 권력 구조가 반영되어 있다. 그들은 오랜 기간 자신들의 전문 영역을 중심으로 영상의 문법과 형식을 규정해 왔고, 새로운 형식인 세로 영상을 ‘비전문적’으로 낙인찍음으로써 그 경계를 유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SNS가 결합된 오늘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누구나 촬영자이자 편집자이며 동시에 배급자가 된다. 세로 화면은 그런 탈권위적, 참여적 미디어 생태계의 상징이 되었다.
미디어 계보학적 관점에서 보면, 세로 화면은 결코 새로운 발명이 아니다. 초상화나 종교화, 사진 초기에 흔히 쓰인 포맷, 그리고 도시의 건축물처럼, 인류의 시각문화 속에는 늘 수직적 이미지가 존재해 왔다. 따라서 세로 영상은 기술적 우연이 아니라 오랜 미학적 전통의 재맥락화라 할 수 있다. 세로 영상은 인물의 정체성, 몸, 공간의 깊이를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특히 스마트폰 카메라가 주체의 시선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세로 영상은 ‘자기 기록’이자 ‘행위로서의 영상’이라는 성격을 띤다.
저자는 숏폼 콘텐츠가 20세기 중반 누벨바그(Nouvelle Vague) 영화운동과 닮아 있다고 본다. 당시 프랑스의 젊은 감독들은 기존 영화 문법을 깨고, 일상적 장면과 즉흥적 연기를 카메라에 담으며 새로운 미학을 개척했다. 오늘날 숏폼 창작자들도 짧은 시간 안에 개인적 감정이나 상황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기존 서사구조와 시각 규칙을 넘어선다. 촬영자의 손떨림이나 즉흥성은 결점이 아니라 ‘현존의 증거’로 작동한다. 이는 오히려 관습적 완성도를 거부함으로써 더 진솔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응용 미디어 미학(applied media aesthetics) 관점에서도 세로 영상은 새로운 미학의 출발점으로 이해된다. 기존의 영화나 방송 미학은 ‘보는 것’을 중심에 두었다면, 스마트폰 영상은 ‘찍는 행위’와 ‘공유의 과정’이 미학의 일부가 된다. 사용자가 화면을 세로로 들고 인물과 마주하며 촬영하는 행위 자체가 서사와 감정의 일부로 편입된다. 즉 세로 영상은 감상보다는 ‘참여의 미디어’다.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가 줄어들면서, 관객은 관찰자가 아니라 대화자가 된다.
이처럼 세로 화면비율은 단순히 기술적 포맷의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구조를 바꾸는 사회문화적 사건이다. 전통적인 영화 문법은 인간 중심의 시각과 공간 구성을 전제했지만, 세로 화면은 그 위계를 해체하고 몸, 사물, 공간을 다른 비율로 재배치한다. 저자는 세로 영상이 결코 “가로 규범의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미학적 질서의 징후라고 본다. 세로 영상은 스마트폰 시대의 ‘주체적 시선’을 대표하며, 더 개인적이고 즉각적인, 그리고 관계적인 이미지 생산의 방식을 상징한다.
결론적으로, 세로 화면비율을 조롱하거나 임시적 현상으로 보는 관점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다. 세로 영상은 우리의 몸, 감각, 미디어 소비의 습관을 반영하는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앞으로 영상언어의 또 다른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세로 영상의 미학은 전통적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새로운 시각적 규범으로 탐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어제 저녁에 연습 삼아 올린 유튜브 쇼츠 동영상이 자고 일어났더니 1.7천회의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생각보다 높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만든 자작곡을 유튜브에 올려 봐야 1년이 넘도록 수십 회의 조회수에 불과한 것을 생각하면 왜 사람들이 쇼츠에 열광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쇼츠를 통해서 관심을 끈 뒤 풀 영상으로 연결하는 전략도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
이번 글은 두 가지 논쟁적인 주제가 뒤섞여 있다. 가로 영상 대 세로 영상, 긴 영상 대 짧은 영상. 어느 하나는 한동안 주류로 인정되어 왔고, 나머지 하나는 무시되기도 하였으나 새 시대에 떠오르는 경향임에는 틀림이 없다. 어느 하나가 나머지를 완전히 밀어내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