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10일 일요일

Nano Ardule MIDI Controller 제작 착수

별도의 위치 사이트에 작성 중인 Nano Ardule MIDI Controller: 설계 요약 문서 

오늘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착수한다. 필요한 부품은 몇 달을 거쳐서 대부분 다 구입해 두었다. 오늘은 전원선을 깔고 tactile switch 6개를 그라운드에 연결하며 I2C 1602 LCD 모듈을 연결하여 테스트하는 것까지를 목표로 하였다. 뒷면 배선용 선재가 다루기에 썩 좋지는 않아서 Burnley 솔더링 페이스트의 신세를 많이 졌다. 

Burnley의 솔더링 페이스트는 아직까지 zinc chloride 15-20%, petrolartum 60-75%라는 오리지널 조성을 그대로 지켜서 제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trolatum은 바셀린의 주요 성분(100%)으로서 석유에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제품은 전도성·부식성이 있어서 PCB에는 쓰지 말라고 한다. 염화아연이 들어 있으니 전도성이 있음은 당연할 것이다.

Is this soldering flux OK to use and where to get more like it or what should I buy instead?

세척이 필요 없는 로진 계열의 것을 쓰라고 한다. 그렇다고 하여 아직도 많이 남은 페이스트를 버릴 수는 없고... 납땜을 다 마친 뒤 세척을 해야 되겠다. 이소프로필 알콜을 한 통 사 두도록 하자.




오늘과 같은 진도라면 앞으로 최소한 두 번의 주말을 더 보내야 한다. 

  1. LED 장착
  2. 스위치 배선 완료
  3. 로타리 인코더와 microSD 카드 모듈 연결. 
  4. MIDI 입출력 회로 구성(포토커플러 및 시프트 레지스터 사용)

코드 작성 및 디버깅, 그리고 무엇보다도 적당한 케이스를 만들어 넣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최소한 코드 작성, 테스트 및 개선에는 챗GPT가 있어서 큰 걱정은 없다.

GM sound module 제어를 위한 컨트롤러를 만드는 것 외에도 AKAI MPK mini mk2를 더욱 잘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USB 오디오 인터페이스를 물린 컴퓨터에 연결하여 사용하기에는 너무 번거롭다.

휴대폰(안드로이드)에 USB MIDI 키보드를 연결한 뒤 G-Stomper 계열의 앱을 설치하여 쓰면 될 것 같다. 두 기기를 연결하려면 OTG 젠더가 필요하다. 갖고 있는 젠더가 잘 작동하는 것까지는 확인하였는데, 문제는 전원을 별도로 연결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일단은 무료인 G-Stomper Rhythm을 설치해 보았는데, 화면이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 간단한 건반 연주에는 Perfect Piano 앱도 나쁘지 않다.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그리고 레스토랑 TEAM

어제의 전주 방문은 2025년 들어 여섯 번째. 이쯤 되면 전주 여행 매니아라고 해도 충분할 것 같지만 아직도 들르지 못한 곳이 많다. 전주를 즐기던 초창기에는 객사길+영화의 거리에서 젊음을 느끼거나, 또는 북적이는 한옥마을을 거니는 것이 주된 코스였다. 그러다가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작을 보기 위해 전북대학교(삼성문화회관)쪽으로 행동 반경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덕진공원을 처음으로 가 보았다. 공원에 딸린 주차장을 이용하였다. 연꽃이 가득 핀 꽤 큰 규모의 호수를 거닐어 보았다. 말복이었지만 더위는 한풀 꺾였고, 흐린 하늘에서는 이따금 비가 떨어졌다. 다리를 건너면 전통 분위기로 정갈하게 만들어진 실내에서 책을 볼 수 있는 연화정도서관이 있다. 구즉도서관에서 빌린 책『도파민의 배신』을 들고 가서 다 읽었다.




호수에는 물새들이 유유자적 떠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한 마리가 물 속에 몸뚱이를 처박고 엉덩이와 다리를 드러낸채 한참을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아마도 물고기를 잡는 것이리라. 꽤 오래전에 유행했던 '우왕ㅋ굳ㅋ'의 오리 버전이 생각이 나서 한참을 웃었다. 이 유머가 등장한 것이 2007년이라니...


점심을 먹기 위해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근처에 주차를 하기로 했다. 덕진공원을 끼고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평소에 드나들지 않던 문으로 캠퍼스에 진입하였다. 늘 정문으로 들어와서 삼성문화회관까지만 진입하였으니 캠퍼스를 제대로 둘러 볼 기회가 없었다. 

주차를 한 뒤 권삼득로 쪽으로 나가서 별다른 정보 없이 눈에 뜨이는 적당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했다. 평소에는 길을 건넌 뒤 곧바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큰길가에서 식당을 찾아보았다. 권삼득은 조선 때 활동한 판소리 8명창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TEAM"이라는 이름의 이탈리아 식당이 눈에 뜨였다. 개점 30주년을 맞아 카르보나라와 알리올리오를 할인가격에 제공한다는 안내를 보고 별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손님들이 꽉 차 있었다. 오, 그렇다면 실패하지는 않겠군. 검색을 해 보니 평도 좋은 편이었다. 맨날 한옥마을에서 콩나물국밥만 먹을 것이 아니라 다른 목적지를 찾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북대학교 전주캠퍼스를 찾는다는 것은 오스스퀘어에서 차를 마신다는 뜻이다. 2시간 주차권도 제공하니 금상첨화.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한옥마을에서 토요일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한옥마을의 노상 주차장에 하나 둘 빈 자리가 눈에 뜨였다. 자만동 벽화마을을 둘러보고 길을 건너서 전주향교쪽으로 내려갔다. 




"뽐뿌질"

비가 오락가락하는 데다가 저녁 시간이 다 되어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전주향교 명륜당. 앞에 위치한 대성전은 전형적인 맞배지붕이지만 명륜당은 좌우에 가적지붕이 덧붙여진 특이한 형태이다. 맞배지붕의 확장판이라고나 할까. 

이번에 방문 코스를 살짝 바꾼 것은 아내의 지인을 통해서 입수한 전주 1박2일 여행 코스에서 자극을 받은 바 크다. 

생각한 그 길로만 움직이며 

내가 가고픈 그 곳으로만 고집했지 

 故 김광석의 노래 『변해가네』의 가사가 떠오른다. 습관대로만 움직이면 새로움을 찾기가 어렵다. 성장은 내부에서 오는 것도 있지만 어떤 계기를 통한 외부 환경 변화에 크게 좌우된다. 물론 그러한 계기를 맞거나 찾는 것은 내부의 움직임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지만.

도저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더위도 이렇게 물러가고 있다. 내일이면 벌써 8월 중순이다. 올해는 또 무엇을 거두어 들이고 얼마나 성장해야 할 것인가? 늘 호기심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나의 성향은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2025년 8월 5일 화요일

1602 LCD 모듈에 I2C 통신모듈 납땜하기

EZ Ardule MIDI Controller의 초기 설계에서는 2004 LCD 모듈을 디스플레이로서 사용하려고 했었다. 제어용 핀 수를 절약하기 위해 I2C 통신모듈이 붙은 형태의 부품을 구입해 놓고 한참을 방치하다가, 보다 단순한 형태를 추구하는 것이 제작의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두이노 스타터 키트 구입 당시에 들어 있던 1602 LCD 모듈을 쓰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다루는 MIDI 채널의 수도 당초 4개에서 2개로 줄였다. 그래서 명칭은 Nano Ardule MIDI Controller로 바꾸었다. Nano는 작다는 뜻도 있지만 아두이노 나노를 쓰고 있음을 밝히는 뜻도 있다. 설계 요약 문서는 내 위키에 정리해 나가고 있다(링크).

처음부터 갖고 있던 1602 LCD에는 I2C 통신모듈은 붙어있지 않다. 그래서 쿠팡에서 당일 배송 가능한 I2C 통신모듈을 따로 구입하여 납땜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핀 헤더를 떼어내는 것이 약간 까다로워 보였다.


유튜브에서 납땜 실력자의 동영상을 보면서 핀 헤더를 떼는 요령을 참조한 뒤 실제 작업에 들어갔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구멍 하나의 패드가 떨어져 나갔다. 인두의 용량이 높은 편이고(40와트), 핀을 너무 강하게 잡아당긴 것도 원인이었을 것이다. 핀을 뽑은 뒤 남은 납을 처리하다가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른다. 흡입기, 솔더윅... 오늘따라 어느 하나 마음에 들게 작동하는 것이 없다. 차라리 I2C 1602 LCD 모듈을 새 것으로 구입했더라면 이렇게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체형 부품을 추가로 구입하지 않아서 절약한 비용보다 내가 들인 노력(납땜에 따른 실내 공기 오염 효과까지)이 더 큰 것 같다. ICBANQ에서는 배송비는 별도지만 부가세 포함 2,585원이면 구입 가능하고, 알리익스프레스에서는 더 저렴할 것이다.

초록색 솔더 마스크를 칼로 살살 긁어서 망가진 패드로 연결되는 머리카락만큼 가느다란 패턴의 동박을 드러나게 한 뒤, 전선 조각을 덧대어서 핀 홀 주변에 남은 패턴과 납땜을 하였다. 하지만 I2C 모듈의 핀은 보드 반대편 패드와 납땜을 해야 한다. 전선 조각을 조금 길게 남겨 자른 뒤 반대편 패드에 확실하게 붙여버렸다.

이게 뭐란 말인가.

어설프게 수선을 했지만 16개나 되는 모든 접점이 제대로 납땜으로 이어졌는지 확신을 하기가 어려웠다. I2C로 LCD를 제어하는 간단한 코드를 만들어 테스트해 보았다.



다행히 LCD는 잘 작동하였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온도 조절이 되고 지금 사용하는 것보다 더 가느다란 팁을 꽂을 수 있는 고주파 인두를 갖고 싶어진다. 또는 USB-C 전원으로 작동하는 충전식 인두가 요즘의 대세인지도 모른다. GVDA GD300이라는 제품의 평이 좋은 것 같다.

줘버린 AI, 소버린 AI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정말 뜨겁다. 중장기 계획도 아닌, 연구소의 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마치 역적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소버린(sovereign, 주권 또는 자주적인) AI'라는 신조어도 그런 인기 있는 용어 중 하나이다. 챗GPT에 물어보니 이 용어는 2024년 NVIDIA 블로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What is sovereign AI?

이후 NVIDIA 젠슨 황이 이 개념을 적극 퍼뜨리면서 홍보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자사 제품을 많이 사 주어야 소버린 AI를 갖게 된다는 것 아닌가. 기가 막힌 마케팅 전략이다.

NVIDIA CEO: Every country needs sovereign AI

각 나라가 글로벌 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 데이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AI(~'지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NVIDIA의 제품을 더 많이 사 주어야 한다.

자,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 이를테면 GPGPU farm을 구성해서 연구자나 기업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은가, 또는 수요자가 알아서 하도록 놔 두는 것이 좋은가? OpenAI는 현재 미국 정부와 많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창립 초기에는 직접적인 정부 보조금 없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다만 Open Philanthropy Project에서 3년에 걸쳐 3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이것은 바로 'grant'이다. Grant는 투자도 아니고 주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수준의 자금이 나올 곳은 별로 없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자. AI는 민간(기업을 포함하여)이 잘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미국처럼 민간 재단-결국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가 그동안 번 돈을 이용하여 설립한 자선 재단-에서 지원금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한국에서 기대하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정부 주도의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줘버린 AI'라는 말이 떠올랐다. 민간(기업)이 잘 한다고 하니, 꽉 막힌 규제만 잘 풀어주고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알아서 할 수 있게 놔두면 어떨까? 그래도 GPGPU farm은 일종의 공공재이니 정부에서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질문 답변
정부가 GPGPU farm을 조성해서 기업이 쓰게 하는 것, 옳은가? ✅ 가능하나 조건부로만 정당화
핵심 쟁점 공공성과 시장 공정성의 균형
권장 모델 공공 인프라 + 민간 접근 허용, 단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 필수

보통 '○나 △나 줘버려!'는 책임 회피나 관심 없음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개나 소나 줘버려!'는 너무 거칠고 냉소적인 표현이라 조금 점잖게 써 보았다. 줘버린 AI란 신조어는 지나친 간섭 없이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버린 AI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만든 신조어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정부가 너무 나서거나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AI 시대의 자연스러운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5년 8월 4일 월요일

EZ Ardule MIDI Controller 프로젝트는 용두사미로 끝나다

아두이노를 사용하여 볼륨 외에는 별다른 조작장치가 없는 SAM9703 모듈을 제어하는 장치인 가칭 EZ Ardule MIDI Controller를 만들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링크). 기부금을 내고 Fritzng 소프트웨어까지 다운로드하여 아두이노 나노 기반 장치의 회로도까지 다 그리고 필요한 부품을 다 사서 모았으나...

결국 게으름으로 인하여 중도 포기에 이르렀다. 계속 주말에 다른 스케쥴이 생기면서 본격 제작에 착수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케이스 가공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브레드보드에 대충 부품을 꽂아 만들어 두었던 MIDI IN 신호 처리 및 SAM9703 초기화 회로를 만능기판으로 옮기고, 본체 안에 MAX4410 헤드폰 앰프 보드를 넣는 것으로 계획을 대폭 수정하였다.

이번 작업의 의미는 크림핑 툴을 사용하여 커넥터를 직접 만들어 달았다는 것에 있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페놀 기판에 되는대로 부품을 붙여 나갔는데, 배선 실수 없이 잘 끝났다. 그러나 뒷면에는 점퍼선이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만능기판 뒷면의 배선용으로 예전에 사다 둔 다음 사진의 단색전선을 쓰고자 하였다. 

사진 출처: IC114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납이 도무지 붙지를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으로! 어쩔 도리 없이 적당한 연선의 피복을 벗겨서 배선재로 사용하였다. 납땜 작업은 일주일만 쉬어도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40와트짜리 납땜인두가 너무 뜨거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큰 소켓이나 트랜스포머에 납땜을 하기에는 좋지만, 페놀 만능기판에서 이 인두를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면 과열로 인해 패드가 꼭 한두개씩 떨어지는 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너무 흉하게 작업을 마쳐서 다시는 뚜껑을 열기가 싫을 정도이다. 추가 작업을 한다면 기기 전면부에 MIDI activity를 보이는 LED를 달고 MIDI THRU 회로를 넣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Ardule 컨트롤러 프로젝트는 이와 같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차라리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하여 이를 구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워낙 천재들이 많아서 Zynthian이라는 라즈베리 파이 기반의 오픈소스 디지털 신디사이저 프로젝트가 있다. 무대에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출처: https://zynthian.org/


라즈베리 파이와 아두이노를 조합하면 훨씬 다채로운 기능의 물건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두이노 하나를 써서 만드는 것도 귀찮아서 이렇게 주저앉았는데, 과연 그런 '거대'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시간을 오래 두고 추진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Fluidsynth, Yoshimi, Pure Data를 이용한 SF2 연주 및 감산합성용 통합 기기라면 중장기 프로젝트로서 상당히 매력이 있다. 고려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