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6일 금요일

부품통의 새 전해 커패시터도 제조일자를 확인해 가면서 써야 하는가? ESR까지 측정해 가면서?

며칠 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5,785원에 구입한 키트형 XR2206 1Hz-1MHz 함수 발생기(function generaor)를 조립한 뒤 30,250원짜리 오실로스코프에 연결하여 테스트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0볼트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교류 신호(정현파, 삼각파, 사각파)가 아니라 DC 오프셋이 존재하는 형태인 '맥류'였던 것이다. 공급 전압이 9~12VDC이므로 대략 그 중간 어딘가를 기준으로 변동하는 출력이 나오는 것은 대단히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자작 오디오 앰프의 성능을 시험하는 신호원으로 쓰기가 나쁘다.


조립 후 뚜껑을 덮기 전.


회로도. XR2206 monolithic function generator의 데이터시트는 여기를 참조할 것.


instructable.com의 7$ Functiona Generator Kit With XR2206 Problems: Don't Buy Before Watching이라는 글에서도 'There's always around 5.56V DC offset in the output'이라고 하였다. 조립 과정 및 테스트에 대한 아주 상세한 글은 여기(XR2206 Function Generator Assembly and Operations manual)에 있다.

물론 대부분의 앰프 입력단에는 DC를 차단하기 위한 커플링 커패시터(coupling capacitor)가 들어 있어서 실용적으로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판매자는 이러한 사실을 정확하게 알려 주어야 하지 않았겠는가? 국내에서도 이 키트를 소개하면서 제작 및 테스트 과정을 보여주는 유튜버가 있었는데 DC offset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갖고 있는 몇 종류의 커패시터를 함수 발생기 출력 단자에 직렬로 연결해 보면서 AC 신호를 잘 뽑아내는 데 어느 것이 가장 좋은지 점검해 보았다. 1uF 미만의 필름 캐패시터는 그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였다. 그런데 전해 커패시터는 그렇지 않았다. 4.7uF의 무극성 전해 캐패시터 및 10/22uF의 일반 전해 커패시터를 연결해 보았지만 DC 오프셋이 거의 제거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런가? ChatGPT와 대화를 해 보니 '오래 되어서 성능이 떨어져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이다.

104(0.1uF) 필름 커패시터로 테스트하는 중. 바닥에 놓인 0.22uF 'X2' 커패시터도 디커플링을 잘 수행하였다. XY 커패시터는 EMC 필터에 쓰이는 특수 커패시터이다(설명).


전해 커패시터에도 유통기한이 있나? 그렇다고 한다. 어떤 글에서는 '직사광선을 피해 개봉 전 6개월, 개봉 후 한 달'이라고 하였다. 미사용 상태의 '새' 전해 커패시터가 슬슬 성능이 떨어진다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아니, 무슨 식품도 아니고... 그러면 7~8년 전에 한꺼번에 구입해 놓은 전해 커패시터는 어쩌라고? 부풀거나 전해액이 흘러서 외관상 확연히 구별되는 (특히 전원부 평활회로의) 전해 커패시터가 아니라면 전면 교체, 즉 '리캡'이 필요하지 않다는 글과, 새 전해 캐패시터라 하더라도 몇 달 안에 써야 한다는 글 사이에서 무엇을 따라야 하는지 고민스럽다.

심지어 보유하고 있는 새 캐패시터의 성능을 사용 전에 점검하기 위해 ESR(Equivalant Series Resistance) 측정기를 장만해야 하는가? '커패시터 누설 저항과 ESR은 일반적인 멀티미터로 측정하기 어려운 고장 지표'라는 것이 1966년에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 전기공학과에서 학사를 취득한 William Mays의 의견이다(Quora 링크). 정말 놀랍게도 이것 역시 몇 천원에 구입할 수 있다. 맹그러(Maker)님이 ESR에 관해 쓴 좋은 글(링크)이 있어서 소개한다.

어쩌면 이번의 작은 발견은 자작한 기기를 오랫동안 보수하면서 사용하겠다는 DIYer의 기본 철학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 될 것만 같다. 차라리 적당한 주기로 새 물건을 사거나 새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전해 커패시터의 수명이 다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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