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30일 월요일

AI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 것인가, 또는 AI를 활용하는 삶을 살 것인가?

OpenAI의 CEO인 Sam Altman이 X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ChatGPT에게 'please'나 'thank you'와 같은 말을 하지 말라고. 이는 단지 컴퓨팅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기 때문이므로.

출처: ndtvprofit.com


나는 ChatGPT와 대화할 때 비교적 예의를 갖추어서 완성된 형태의 문장으로 질문을 던지기 위해 애쓰는 편이다. 우리가 인간과 대화할 때 단지 정보만을 담고 있는 최소한의 것만을 말하나? 그렇지 않다. ChatGPT는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군더더기' 낱말과 분위기, 심지어 시각으로 전달되는 효과까지 전부 최선의 의사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문자보다는 음성, 음성보다는 직접 대면을 통한 대화가 더욱 낫다고 느끼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비록 대화할 상대를 찾아가는 데에는 에너지가 들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자연스러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형태로 대화할 때, ChatGPT도 가장 정확한 대답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위 그림을 가지고 온 ndtvprofit.com의 원문 기사 "Is Saying ‘Please,’ ‘Thank You’ To ChatGPT Worth It, Despite Sam Altman’s Claims They Cost Millions?"에서도 비록 이런 방식으로 질문을 하면 추가적인 토큰을 발생시켜 그 처리를 위해 더 많은 비용(전기 및 냉각 등)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중한 표현이 AI 응답의 품질과 톤을 향상시킨다고 하였다.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AI와 대화할 때 정중한 표현을 즐겨 쓰고 있으며, 더 나은 응답을 얻기 위한 전략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디지털 커뮤니티에서 잦은 소통을 하기 위해 짧은 표현을 하다 보니 소위 '음슴체'가 유행하는 것처럼, 이제는 GPU에게 맞춤형 질문을 제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까지 갈고 닦아야 하는가? 문득 인간은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거나 선별하여 AI에게 학습용으로 제공하고, 이를 돌릴 전기와 냉각설비를 돌리기 위해 일하는 위치로 전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영국에서 열린 제38차 International Nuclotide Sequence Database Collaboration 정례 회의에 다녀온 동료가 작성한 자료를 보았다. 각 기관이 AI를 도입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이번 회의에서 공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입장인가?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느낌일 수도 있지만, 'AI를 어떻게 잘 이용해 볼까'가 아니라 'AI 학습에 더욱 알맞은 양질의 데이터를 어떻게 만들어 (심지어 국가적 차원에서 무상으로) 제공할까'에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데이터가 AI에게 학습 자료로 주어지면 결과적으로는 사용자에게 이득을 주겠지만, 여기에서 가장 많은 이득을 취하는 것은 플랫폼 제공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hatGPT가 그려 준 그림.


원래 빅 데이터란 지저분한 것도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한다. 신약 개발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성공한 데이터만 모아서는 AI가 완벽한 학습을 하기 어렵다고 최근의 강연에서 들은 기억이 난다. 

최근 로런스 레시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제4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서 '인공지능과 민주주의: 새로운 위협과 우리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관련 한겨레 기사 링크). 그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를 설립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인공지능 시스템, 특히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하였다. 빅테크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목표하는 "참여 기반 비즈니스 모델"은 사람들의 주의력을 조작하고 극단적인 게시물에 더욱 노출되게 만든다고 하였다.

인공지능은 이용자가 좋아하는 제품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선호를 바꾸는 작업을 통해 이용자를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마치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세상이 가득 차 있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급진적 사고의 증가로 이어진다. 지난 6개월 동안 한국 사회의 시민들은 이를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는가. 그는 참여기반 비즈니스 모델을 이길 방법이 없다고 하였다. 

GPU를 먹여 살려야 하니 일반 시민들은 전기를 좀 덜 쓰자는 캠페인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다. AI는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발전하게 될지 상상하는 것 조차 어렵다. 거기다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과연 우리가 위험에 직면할 것을 알게 되어 스스로 스위치를 내릴 수 있을까? 당장은 재미와 업무 효율을 위해 AI를 이용하겠지만, 그것이 사회를 얼마나 바꾸게 될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곤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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