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카메라가 휴대폰에 밀려서 시장 규모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 모두가 '복합 휴대형 장비'인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게 되었으니 사진기를 휴대할 일도, 수첩을 휴대할 일도 없다. 늘 들고 다니다가 기념이 되거나 기록할 일이 없으면 주머니에서 꺼내면 그만이다. 요즘 스마트폰은 워낙 크기가 커져셔 주머니에 넣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딜 가든 소중하게 손에 들고 다닌다. 캠코더라는 물건도 요즘 일반인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다. 간혹 바깥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튼튼한 동영상 전용의 액션캠이 인기를 끌기도 하는 것 같다.
여행의 기록을 위해 가장 최근에 구입했던 카메라(펜탁스 Q10)이다. 몇 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더 있지만 촬영 상황에 즉각적으로 맞게 세팅을 할만큼 기능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사용한 것은 별로 없다. 수두룩한 버튼과 다이얼에 갇혀서 내가 지금 무슨 모드로 사진을 찍고 있는지를 망각하는 순간이 많았다.
기능을 철저히 익히는 것도 문제지만 찍어 놓은 이미지 파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더 큰 일이다. 오늘 아침 문득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뒤적이는데 그동안 찍은 파일들을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근심이 밀려오기 시작하였다. 컴퓨터가 잘못되어서 다 날린 것인가? 컴퓨터 책상의 서랍을 열어서 백업용으로 쓰는 외장 하드디스크를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해 보았다. 작년 12월에 컴퓨터를 완전히 초기화하면서 안전하게 백업을 해 둔 상태였다. 그 이후로는 카메라를 컴퓨터에 연결하여 새로 찍은 사진 파일을 정리할 일이 전혀 없었다. 그저 휴대폰으로만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알아서 구글 포토로 사진이 전부 전송된다. 촬영 시각은 물론 위치 정보까지 알아서 기록이 된다. 몇 년 전에 경주 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다시 보고 싶다면? 구글 포토에서 '경주'라는 검색어로 찾으면 사진을 직은 곳의 지도까지 친절하게 보여준다. 구식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놀라운 기능이다.
과거에 아날로그 사진기로 촬영을 하던 손맛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널찍하고 시원한 뷰 파인더에 눈을 대고 렌즈를 조절하면 선명하게 초점이 맞고, 신중하게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른 뒤 와인더 레버를 끼리릭 감는다. 사진을 찍은 빈도는 일주일에 한두번, 주말 무렵이 전부였고 36매짜리 필름 한통이면 충분했었다. 그렇게 해서 현상과 인화를 하면 건질만 한 사진은 많지 않았다. 늘 무거운 가방에 삼각대를 들고 다녀도 좋았고. 생각해보면 지금보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였다. 필름과 후처리에 늘 꾸준한 돈을 써야 했으므로. 그래도 손바닥만하게 인화한 사진을 보는 것이 좋았고, 지금처럼 찍은 이미지 파일들이 어디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너무나 많이 변해버린 생태계를 어찌하겠는가? 이에 맞추어 생존할 수밖에는... 파일을 생성하고 클라우드를 사용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고안해 볼 시점이 되었다. MP3 파일까지 따로 수집하지 않는 것이 정말 천만다행이다. 몇 장 되지 않는 오디오 CD는 리핑을 하지 않고 직접 CD 플레이어로 듣는 것을 좋아하고, 라디오 방송을 즐겨 들으니 말이다.
2017년 4월 29일 토요일
2017년 4월 27일 목요일
대전시립무용단 제62회 정기공연 <덕혜>를 관람하다
음악회에 비해서 무용 공연을 보러 다닌 경험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음악보다 좀 더 어렵다고 느껴지는 것이 무용 문외한의 솔직한 심정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아주 가끔 무용 공연을 보면서 단원들의 춤사위보다 무대 장치, 조명 또는 음악에 더 빠져드는 편이다. 국악-재즈 크로스오버 앨범인 <바리 abandoned>(한승석 & 정재일, 2014)에 경탄하게 된 것도 대전시립무용단의 공연을 보고 나서였다. 첨단 기술을 충분히 이용한 요즘의 화려한 무대 장치와 조명도 감상의 즐거운 포인트가 된다.
2016년 영화로도 개봉되었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무용으로 꾸민 <덕혜>를 관람하였다. 스케일도 꽤 크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무대와 음악도 인상적이었으나 무용 자체가 만들어가는 본질적인 요소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좋은 공연이었다. 막이 오르면 어둠 속에 격자 모양으로 비치는 좁은 조명은 질곡의 인생을 살아야 했던 덕혜를 평생 가둔 굴레를 연상하게 하였다. 그리고 처연하게 흐르는 배경음악(홍난파의 '봉선화'). 해설용 책자를 굳이 참조하지 않아도 궁궐에서 행복한 시절을 보내던 유년기, 일제 강점기가 되어서 일본으로 끌려가다시피 건너가서 억지로 한 결혼, 그리고 해방과 혼란기... 어떤 장면을 그려내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특히 중후반부의 절도있는 군무가 인상깊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 거대한 무대장치가 마치 도개교가 내려오듯 무대로 회전하여 천천히 내려오면서 무대 좌우에서는 꽃잎(눈?)을 연상하게 하는 하얀 가루가 흩날린다. 덕혜는 천천히 다리 위로 오르면서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면 막이 내린다. 아마도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리라. 아, 이 감성 중년은 무용 공연을 보면서 또 눈물을 흘릴뻔 하였던 것이다.
궁중에서 보낸 덕혜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박자현(충주여중)의 신들린듯한 회전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마치고 나니 관객들의 박수가 끝없이 이어졌다. 에술감독 겸 상임안무자(김효분)가 무대에 나와서 모든 출연진과 마주하고 서로 다소곳이 인사를 하는 모습 또한 감동적이었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요. 여러분을 믿습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아마 마음속으로 이런 대화를 나누었을 것이다.
창작 현대무용을 감상하면서 왜 우리의 전통적인 한과 갈등을 주제로 다루는 작품이 왜 이렇게 많은가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늘의 공연은 마땅히 우리가 어루만져야 할 역사적인 아픔을 다루었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맥북에 Office 365 설치
UST(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의 교직원과 학생에게 MS Office 365를 제공한다는 유용한 정보(UST 소식 20호)를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실은 이러한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으나 맥북의 기초적인 사용법을 알려주러 잠시 내 사무실에 들렀던 동료 이 모 박사가 알려준 것이다. 안내문을 참조하여 UST 포털에 접속, 해당 메뉴를 찾아서 즉각적으로 설치하였다.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이므로 인터넷에 연결만 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문서를 편집하고 저장할 수 있으며(http://www.office.com/), 프로그램을 직접 맥북에 다운로드하여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맥북에 앱 형태로 설치된 오피스로 작성된 문서는 클라우드와 맥북의 하드 드라이브 중에 원하는 저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 두 가지 형태의 서비스 화면을 같이 늘어놓고 캡쳐를 해 보았다.
나의 근무지는 공공기관이라서 어차피 클라우드 접속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1 TB나 되는 저장소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면 약간의 트릭이 필요할 것이다. 또는 철저히 개인 용도의 문서만 저장을 하든가.
점점 많은 프로그램들이 사용하는 기간 동안 일정 주기로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형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일회성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방식과 비교하자면 가입 기간 중에는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체적인 사용 기간을 고려하면 적지않은 부담이 된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내가 겸직으로 근무하는 UST에서 오피스 365 무료 사용 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사실 근무처에서는 윈도우와 오피스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지만 맥을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배려해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었다.
맥용 오피스, 그리고 윈도우(VirtualBox) + 한컴오피스 NEO까지 설치해 놓았으니 업무에 필요한 웬만한 환경은 다 갖춘 셈이 되었다.
나의 근무지는 공공기관이라서 어차피 클라우드 접속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1 TB나 되는 저장소를 알뜰하게 사용하려면 약간의 트릭이 필요할 것이다. 또는 철저히 개인 용도의 문서만 저장을 하든가.
점점 많은 프로그램들이 사용하는 기간 동안 일정 주기로 요금을 지불하는 가입형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일회성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하는 방식과 비교하자면 가입 기간 중에는 항상 최신 버전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전체적인 사용 기간을 고려하면 적지않은 부담이 된다. 이러한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내가 겸직으로 근무하는 UST에서 오피스 365 무료 사용 혜택을 주는 것은 너무나 고마운 일이다. 사실 근무처에서는 윈도우와 오피스를 자유로이 쓸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지만 맥을 사용하는 사람들까지 배려해 주지는 못하는 실정이었다.
맥용 오피스, 그리고 윈도우(VirtualBox) + 한컴오피스 NEO까지 설치해 놓았으니 업무에 필요한 웬만한 환경은 다 갖춘 셈이 되었다.
맥북의 단축키에 익숙해지기
내 블로그를 꾸준히 살펴보면 관심의 흐름이 그대로 드러난다. 2014년 이후를 모니터링해 보면 매우 초보적인 수준의 오디오 자작을 거쳐서 시계로 갔다가 이제는 맥북이 되었다. 컴퓨터는 내가 늘 좋아하는 물건이었으니 변덕이 죽 끓듯 한다고 평가할 필요는 없겠다.
'맥(Mac)이 아니면 안되는 일'을 주제어로 웹 검색을 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전공분야와 일상과 관계된 일 모두 그러하다. 어차피 나의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컴퓨터 환경을 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Mac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지 말고 그저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나으리라.
어제는 VirtualBox에 윈도우 10을 설치한 다음 한컴오피스 NEO를 설치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한번 구입하여 최대 3대의 PC에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상머신 안에서 한/영 전환을 하는 방법을 찾다가 mackeybind.exe라는 간단한 유틸리티를 발견하여 이를 사용하여 해결하였다.
맥북의 장점 중 하나는 트랙패드와 단축키를 사용하여 작업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우스를 쓰기 어려운 환경 - 예를 들어 소파에 기대듯이 누워서 몸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게으른 자세로 맥북을 쓸 때 - 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가지만 더 기억해 두자. 맥북은 뚜껑을 닫으면 환풍구가 막히는 구조이다. 따라서 외부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로 뚜껑을 닫고 쓰면 방열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글들을 꽤 접하였다. 이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맥(Mac)이 아니면 안되는 일'을 주제어로 웹 검색을 하였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였다. 전공분야와 일상과 관계된 일 모두 그러하다. 어차피 나의 필요에 의해서 새로운 컴퓨터 환경을 접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Mac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지 말고 그저 재미를 추구하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는 것이 나으리라.
어제는 VirtualBox에 윈도우 10을 설치한 다음 한컴오피스 NEO를 설치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한번 구입하여 최대 3대의 PC에 설치하는 것이 가능하다. 가상머신 안에서 한/영 전환을 하는 방법을 찾다가 mackeybind.exe라는 간단한 유틸리티를 발견하여 이를 사용하여 해결하였다.
맥북의 장점 중 하나는 트랙패드와 단축키를 사용하여 작업의 능률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마우스를 쓰기 어려운 환경 - 예를 들어 소파에 기대듯이 누워서 몸 위에 컴퓨터를 올려놓고 게으른 자세로 맥북을 쓸 때 - 에서도 큰 불편함 없이 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이 거저 얻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위에 삽입한 그림과 같은 메뉴판 없이도 자유자재로 단축키를 쓰려면 손에 익을 때까지 꾸준하게 맥북을 이용해야만 한다. 마치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배우듯, 암묵지 수준이 될 정도로 써야만 한다.
웹에서 긁어모은 맥(북) 활용 팁만 해도 리딩 리스트가 꽉 찰 지경이 되었다. 이것을 따로 정리하여 내 블로그 상에 별도의 글을 쓰는 것은 어쩌면 인터넷 공간의 낭비인지도 모르겠다. '맥(북)의 전도사' 노릇을 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 말이다. 어떤 팁은 너무 사소해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해도 될만하다.
- 마우스 포인터가 눈에 안뜨인다면 빠르게 흔들어 보라. 화살표가 커질 것이다.
- 같은 프로그램 안에서 열어놓은 여러 창을 전환하려면 command + ` 단축키를 활용하라.
외부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에서 마우스 포인터를 움직이지 않고 단축키를 사용하여 다른 스크린으로 휙 보내는 방법은 없을까? 창 간 전환은 단축키로 쉽게 되지만 마우스 포인터까지 덩달아 이동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한가지만 더 기억해 두자. 맥북은 뚜껑을 닫으면 환풍구가 막히는 구조이다. 따라서 외부 모니터를 연결한 상태로 뚜껑을 닫고 쓰면 방열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글들을 꽤 접하였다. 이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겠다.
썬더볼트-이더넷 어댑터 구입은 미련한 짓?
평소에 잘 보지 않던 썬더볼트 모니터의 뒷편을 우연히 돌려보았다. 맨 오른쪽의 랜 케이블은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에 꽂은 것이다.
그렇구나... 썬더볼트가 양방향이라는 이점을 확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모니터에 랜선을 연결하고 모니터와 맥북을 케이블로 접속하여 세팅만 건드리니 이렇게 간단하게 네트워크에 연결이 되었다. 괜한 지출을 하고 말았다.
모니터를 항상 쓰는 것은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보지만 이렇게 한심할 데가 있나. 정말 비싼 수업료를 내고 말았다.
어라? 이더넷 포트가 있네? 그러면 여기에 랜 케이블을 꽂고 모니터와 맥북 프로를 썬더볼트 케이블로 연결하면 네트워크에 연결이 된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네트워크 설정창을 열어보았다.
모니터를 항상 쓰는 것은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 위로를 해 보지만 이렇게 한심할 데가 있나. 정말 비싼 수업료를 내고 말았다.
2017년 4월 24일 월요일
맥북 프로를 위한 첫번째 액세서리, Thunderbolt to Gigabit Ethernet Adapter 구입
맥의 정품 액세서리는 왜 이렇게 비싸단 말인가. 출장을 마치고 저녁에 들른 판교 현대백화점에서 정가를 다 주고 구입하였다. 가격은 무려 38,000원! 이러한 물건이 있다는 것을 알기 전까지는 맥북 프로로 유선 인터넷을 전혀 연결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Wi-Fi와 이더넷이 같이 존재할 때 우선순위를 미리 결정하는 요령은 '맥에서 WI-FI와 이더넷을 똑소리나게 사용하는 방법 두 가지'에 잘 설명되어 있다. 지금은 VirtualBox에서 윈도우 10을 설치하는 중이다. 윈도우 계열을 전혀 설치하지 않을 생각도 해 보았지만 비상시를 미리 대비해 두기로 하였다. Parallels Desktop은 무료 버전(lite)에서는 리눅스 이외의 것을 설치하지 못한다.
어제는 HDMI 커넥터를 접속하니 삼성 32D350T 모니터가 정상적인 해상도로 나오는 것을 확인하였다.
2017년 4월 22일 토요일
무엇이 우리의 즐거운 컴퓨터 활용을 방해하는가?
우연한 기회에 맥북 프로를 접하게 되면서 어떻게 해야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지 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정말 많은 글들을 찾아서 읽었다. 맥을 업무용 주력 기기로 사용하는 동료가 직접 찾아와서 몇 가지의 유용한 기법과 사이트를 알려준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Mac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접하는 어려움은 다만 사용 기술의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이를 둘러싼 여러 편견과 불편한 시선이 분명히 존재한다. 나는 평소에 Mac을 쓰는 사람에 대해서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았다.
"흠, 멋진 컴퓨터군."
이게 내가 느끼는 감정의 전부였다. 언젠가 이를 꼭 써보리라고 한번도 생각한 적은 없었다. 과거에는 Mac이 디자인, 출판, 음악 등에서 매우 강점을 갖는 기기였고 지금도 해당 분야에서는 꽤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는 나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분야이다. 적어도 '필요해서 쓴다(써야 한다)'라는 논리는 나와 맞지 않는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여 쓸 수 있는 도구일 뿐이다. 그런데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Mac이 정말 필요한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을 꽤 많이 보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카페에서 웹서핑이나 하려고 Mac을 쓰는 것은 허세라는 글까지! 만약 macOS가 익숙하지 않아서 Boot Camp를 통해 설치한 Windows에 전적으로 의지한다면 더욱 진정한 허세라는 것이다. 가격대가 꽤 높고 익숙해지려면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 Mac을 일종의 자랑거리로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다. 즉, 아무나 쓰는 물건이 아니라는 자긍심 정도?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Windows와 너무나 다른 사용법은 처음에는 어렵지만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는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일반인이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OS, 소프트웨어 포함)를 쓰는데 어려움을 겪는 우리의 환경에 있다고 본다. Windows가 따로 설치되지 않은 Mac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나도 동의한다. 혹은 별도 작업을 위한 Windows 컴퓨터가 하나쯤은 여분으로 있을 것이다. 바로 공공기관/금융기관 등의 웹사이트 때문이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으나 과도한 ActiveX로 범벅이 된 각종 웹사이트, 그리고 공인인증서라는 해괴한 인증 방식이 Windows 이외의 플랫폼을 쓰고 싶어하는 소수(!) 사용자에게 어려움을 안겨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금융쪽 사이트는 휴대폰을 이용하여 대부분 해결이 된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역설적인 현실이 하나 드러난다. 우리는 개방화라는 것이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절대 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폰-아이패드-맥으로 연결되는 애플의 제품 및 서비스가 어딘가 모르게 멋져 보이고 안정적으로 구동되는 것 같고 해킹이나 바이러스에 취약하지 않은 이유가 어쩌면 애플의 폐쇄적인 생태계에 기인하는 것일 수도 있다. Windows가 돌아가는 하드웨어는 얼마나 많은가? 그에 비하면 macOS는 오로지 애플의 제품에서만 돌아간다. 그러니 당연히 시스템 최적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오류 발생이나 바이러스가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 환경에서 기인한 장점과 애플 제품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와 만족감이 오묘하게 결합하여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정말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익숙해짐으로 인하여 해결되지 않는 두번째의 문제를 이야기해 보자. 바로 생활 밀착형 소프트웨어인 문서작성과 그 주변부의 것들에 관한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아직도 모든 공문서를 HWP 형식으로 제공한다. 각종 신청서(특히 연구개발에 관한 것) 역시 HWP가 기본이다. 과거 국산 소프트웨어 개발사를 지원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철학에서 이러한 정책이 비롯되었겠지만, 다양한 문서작성기가 존재하고 공개형 다큐멘트 포맷도 존재하는 마당에 아직도 HWP를 고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특정 소프트웨어를 쓰게 강제하는 것도 문제지만, '갑'이 요구하는 획일화된 문서 스타일이 더욱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적인 예로서 과도한 표의 사용을 지적하고 싶다. 표라는 것은 간결함에 그 생명이 있다. 그러나 표 작성에는 많은 노력이 들기에 꼭 필요한 곳에만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쪽 전체가 표라면? 심지어 여러 쪽에 걸친 문서 전체가 표라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 기관에서 제공하거나 혹은 제출해야 하는 문서의 양식을 보라. 전부가 표 일색이다. 지금 통용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신청서 및 계획서는 표지를 비롯하여 예산안 등이 전부 표로 되어있으며, 심지어 모든 절의 내용을 각각 한 cell짜리 표에 집어넣는 일도 부지기수이다. 연차실적계획서는 더하다, 문서 전체가 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표를 쓸 일이 전혀 없는 스타일의 문서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쪽 전체를 하나의 네모로 둘러쳐서 글자들을 가두어 놓는다. 혹자는 이것을 가리켜서 '높은 분들이 보기 편하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하였다. 설상가상으로 아무리 긴 문서라 해도 한두쪽의 요약서로 축약할 수 있다는 파워포인트적 사고방식이 우리의 글 쓰는 방식을 형식이라는 틀에 가두고 말았다. 보고서란 윗분들에게 '올리'는 것이니 내용보다 외양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표 형식이 가장 필요한 문서는 무엇일까? 손글씨로 빈 칸을 채워야 하는 - 이미 종이에 인쇄된 - 빈 양식의 문서 아닐까?
정리를 하자면 우리의 즐거운 컴퓨터 생활을 방해하는 요소는 지식과 기술의 발전으로 전부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의식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궁극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 이것은 컴퓨터 생활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생활에 걸쳐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 밑바닥으로부터 정부 조직 끝까지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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