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두이노를 사용하여 볼륨 외에는 별다른 조작장치가 없는 SAM9703 모듈을 제어하는 장치인 가칭 EZ Ardule MIDI Controller를 만들려고 야심찬 계획을 세웠었다(링크). 기부금을 내고 Fritzng 소프트웨어까지 다운로드하여 아두이노 나노 기반 장치의 회로도까지 다 그리고 필요한 부품을 다 사서 모았으나...
결국 게으름으로 인하여 중도 포기에 이르렀다. 계속 주말에 다른 스케쥴이 생기면서 본격 제작에 착수할 시간을 내기 어려웠고, 케이스 가공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팠다. 그래서 브레드보드에 대충 부품을 꽂아 만들어 두었던 MIDI IN 신호 처리 및 SAM9703 초기화 회로를 만능기판으로 옮기고, 본체 안에 MAX4410 헤드폰 앰프 보드를 넣는 것으로 계획을 대폭 수정하였다.
이번 작업의 의미는 크림핑 툴을 사용하여 커넥터를 직접 만들어 달았다는 것에 있다.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페놀 기판에 되는대로 부품을 붙여 나갔는데, 배선 실수 없이 잘 끝났다. 그러나 뒷면에는 점퍼선이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만능기판 뒷면의 배선용으로 예전에 사다 둔 다음 사진의 단색전선을 쓰고자 하였다.
사진 출처: IC114 |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납이 도무지 붙지를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을 지경으로! 어쩔 도리 없이 적당한 연선의 피복을 벗겨서 배선재로 사용하였다. 납땜 작업은 일주일만 쉬어도 실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 같다. 40와트짜리 납땜인두가 너무 뜨거워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큰 소켓이나 트랜스포머에 납땜을 하기에는 좋지만, 페놀 만능기판에서 이 인두를 가지고 작업을 하다 보면 과열로 인해 패드가 꼭 한두개씩 떨어지는 일이 생기니까 말이다.
너무 흉하게 작업을 마쳐서 다시는 뚜껑을 열기가 싫을 정도이다. 추가 작업을 한다면 기기 전면부에 MIDI activity를 보이는 LED를 달고 MIDI THRU 회로를 넣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Ardule 컨트롤러 프로젝트는 이와 같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차라리 라즈베리 파이를 이용하여 이를 구현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에는 워낙 천재들이 많아서 Zynthian이라는 라즈베리 파이 기반의 오픈소스 디지털 신디사이저 프로젝트가 있다. 무대에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출처: https://zynthian.org/ |
라즈베리 파이와 아두이노를 조합하면 훨씬 다채로운 기능의 물건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아두이노 하나를 써서 만드는 것도 귀찮아서 이렇게 주저앉았는데, 과연 그런 '거대' 프로젝트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시간을 오래 두고 추진한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Fluidsynth, Yoshimi, Pure Data를 이용한 SF2 연주 및 감산합성용 통합 기기라면 중장기 프로젝트로서 상당히 매력이 있다. 고려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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