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과 기대감이 정말 뜨겁다. 중장기 계획도 아닌, 연구소의 단기 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면 마치 역적이 된 것과 같은 느낌이랄까.
'소버린(sovereign, 주권 또는 자주적인) AI'라는 신조어도 그런 인기 있는 용어 중 하나이다. 챗GPT에 물어보니 이 용어는 2024년 NVIDIA 블로그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이후 NVIDIA 젠슨 황이 이 개념을 적극 퍼뜨리면서 홍보를 하기 시작했는데... 결국 자사 제품을 많이 사 주어야 소버린 AI를 갖게 된다는 것 아닌가. 기가 막힌 마케팅 전략이다.
NVIDIA CEO: Every country needs sovereign AI
각 나라가 글로벌 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언어, 데이터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AI(~'지능')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려면 NVIDIA의 제품을 더 많이 사 주어야 한다.
자,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 이를테면 GPGPU farm을 구성해서 연구자나 기업이 쓸 수 있게 하는 것이 옳은가, 또는 수요자가 알아서 하도록 놔 두는 것이 좋은가? OpenAI는 현재 미국 정부와 많은 계약을 체결했지만, 창립 초기에는 직접적인 정부 보조금 없이 발전해 왔다고 한다. 다만 Open Philanthropy Project에서 3년에 걸쳐 3천만 달러라는 막대한 지원금을 받았다. 이것은 바로 'grant'이다. Grant는 투자도 아니고 주식도 요구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수준의 자금이 나올 곳은 별로 없다.
분위기를 바꾸어서 이야기를 이어 나가 보자. AI는 민간(기업을 포함하여)이 잘 한다는 말을 많이들 한다. 미국처럼 민간 재단-결국은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가 그동안 번 돈을 이용하여 설립한 자선 재단-에서 지원금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한국에서 기대하기는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정부의 지원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고, 새 정부가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정부 주도의 좋은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와 관련한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줘버린 AI'라는 말이 떠올랐다. 민간(기업)이 잘 한다고 하니, 꽉 막힌 규제만 잘 풀어주고 그들이 창의력을 발휘해서 알아서 할 수 있게 놔두면 어떨까? 그래도 GPGPU farm은 일종의 공공재이니 정부에서 조성하는 것이 옳은가?
질문 | 답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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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GPGPU farm을 조성해서 기업이 쓰게 하는 것, 옳은가? | ✅ 가능하나 조건부로만 정당화됨 |
핵심 쟁점 | 공공성과 시장 공정성의 균형 |
권장 모델 | 공공 인프라 + 민간 접근 허용, 단 투명하고 공정한 규칙 필수 |
보통 '○나 △나 줘버려!'는 책임 회피나 관심 없음을 표현할 때 많이 쓰인다. '개나 소나 줘버려!'는 너무 거칠고 냉소적인 표현이라 조금 점잖게 써 보았다. 줘버린 AI란 신조어는 지나친 간섭 없이 민간이 창의성을 발휘해 각자의 방식으로 소버린 AI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만든 신조어이니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정부가 너무 나서거나 뒤처지지도 않으면서 AI 시대의 자연스러운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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