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0일 금요일

내년의 취미를 위한 밑밥 깔기 - LTspice로 회로도를 그려보자

R-코어를 이용한 싱글 엔디드 앰플리파이어용 5K:8 ohm 출력 트랜스포머의 제작을 최근 마쳤고, 어제는 네이버 미니진공관 앰프 제작 카페에서 '콘골트'라는 별명을 쓰는 손제호 님이 제작한 전원회로용 리플 필터 키트와 여분의 PCB(관련 글 링크)를 구입하였다. 2023년에도 진공관 앰프를 한대 더 만들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착착 진행하는 셈이다.

손제호 님 제작 리플 필터

손제호 님의 월간 디자인 인터뷰 기사는 여기에 있다. 납땜인두로 무장한 '취미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사람 중의 하나.

이번에는 누구나 다 한 번은 만들어 본다는 6V6 SE 앰프를 제작해 볼 계획이다. 진공관 앰프에 뒤늦게 입문한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진공관이다. 표준적인 회로도는 주변에 너무나 많이 널려 있기 때문에, 약간은 새로운 시도를 해 볼 생각이다. 복합관인 6LQ8 삼극관부로 6V6을 드라이브하는 앰프를 구상하고 있다. 왜 6LQ8인가? 일단은 내가 이 관을 꽤 여러 개(PCB 포함) 갖고 있기 때문이다. 6LQ8의 삼극관부는 6J4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은 제이앨범 한병혁 님의 꼼꼼한 실험을 통해 이미 알려진 바 있다(링크). 6J4는 한진동(한국진공관앰프자작동호회) 고 안병원 회장님의 6L6 싱글 앰프 회로도('6L6 SE 따라하기')에서 초단부에 쓰여서 잘 알려져 있지만 점점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6V6(GT)는 워낙 많은 양이 생산되었고 현대에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어서 수급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2023년에 달성하고 싶은 또 하나의 목표는 회로도를 제대로 그리는 것이다. 회로도 또는 CAD 프로그램으로 설계도를 그린다는 것은 음악으로 친다면 악보를 그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이해하여 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통의 언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취미를 좀 더 진지한 단계로 격상시키려 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무료로 전자회로도를 그리는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로 많다. PCB 설계나 회로 시뮬레이션은 나의 주요 목표가 아니므로, 사용법이 간단하되 진공관 심볼을 쉽게 다룰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보니 Analog Devices사에서 제공하는 무료 툴인 LTspice(링크)가 가장 적당해 보였다. 다음을 글이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diyAudio] Tube circuit drwaing software?

KiCAD EDA(Electonics Design Automation)(링크)도 고려 대상이었다.

앰프 상판을 설계하느라 LibreCAD의 사용법을 더듬더듬 익혔다가 지금은 다 잊어버린 상태이다. 일정 빈도로 꾸준히 사용하지 않으면 학습 곡선을 제대로 타고 올라오지 못한다. LTspice는 학습 곡선의 어느 단계까지 오를지 알 수가 없다!

장난 수준으로 심벌 몇 개를 찍어서 연결을 해 보았다. 튜토리얼 자료가 많이 있어서 학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대중적인 진공관 외에는 라이브러리(파라미터)를 구해서 넣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차피 시뮬레이션 같은 것은 하기 곤란하다. 파워포인트를 익힌다는 생각을 갖고 회로도를 예쁘게 그리는 것 정도를 목표로 삼는다면 몇 시간 학습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SketchUp까지 익히게 된다면? 변변한 제작 목표도 없으면서 여기까지 관심을 갖는 것은 욕심이다!

두 시간 정도 연습한 결과. 이만하면 나쁘지 않다. 실수 발견! 출력관 6V6의 grid leak resistor를 빼먹었다!


2023년 3월 24일 업데이트

7개의 핀을 가진 미니어쳐관 6J4(Radiomuseum, 데이터시트)는 오디오용 증폭관이 아니었다. UHF, 즉  극초단파 증폭용 3극관이었다. UHF의 주파수 범위는 300~3,000 MHz이다. 

2022년 12월 25일 일요일

OneDrive에 굴복하다

약간의 편법(?)으로 설치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365(관련 글 링크)의 구독 상태에 문제가 생겼는지 1TB 저장 공간에 접속이 되지 않는다. 오피스 365 프로그램 자체의 작동 상태에는 문제가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5GB OneDrive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자꾸 나오는 것이 성가셔서 조금 고민한 뒤에 OneDrive Standalone 100GB 플랜을 구독하기에 이르렀다. 월 지불 금액은 2,900원이다.

한글로 '플랜'이라고 쓰는 것이 참 어색하다. 

원드라이브는 바탕화면이나 문서와 같이 시스템에 필수적으로 존재하고 이름을 바꾸기도 어려운 폴더를 대상으로 작동한다. 아마 이런 정책을 쓰는 것은 사용자들을 원드라이브 생태계에 자동적으로 충성하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365 플랜을 구독한다면 충분한 원드라이브 저장공간을 확보함은 물론 확실한 오피스 정품을 사용하는 효과까지 거두게 된다. 하지만 월 8,900원이란 금액은 나를 번뇌에 휩싸이게 하기에 충분히 높았다.

오늘 촬영한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영어로는 'Bodhisattva in pensive position'). 국보 제78호(왼쪽)와 제83호. 못난 중생들처럼 무엇을 살까, 무엇을 먹을까 하는 지극히 세속적인 걱정에 잠겼을리는 없다.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수준의 고민은 번뇌를 낳는다.

월 2,900원으로 원드라이브에 굴복하면서 길지 않은 번뇌는 곧 잦아들었다.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굴복하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찾는 빠른 길이 될 수도 있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획일적인 생각을 갖기를 강조한다면 그 자유는 어느 한 사람만을 위한 자유가 될 것이다.

2022년 성탄절을 맞아 온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 평화는 굴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다툼과 토론 속에 왔으면 정말 좋겠다.

성탄 전야를 맞아 명동 거리를 거닐어 본 것은 내 평생에 오늘이 처음이었다.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시절에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늘 바빴기 때문이다. 거리에 쏟아져 나와 즐기는 것이 성탄절 본연의 정신이 되어서는 안되겠지만.


명동성당에서.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보건의료데이터 - 공유·활용과 정보주체 보호의 문제

디지털헬스케어의 시대를 맞이하여 보건의료데이터를 이용하여 만들어질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인류를 이롭게 할 것이라는 기대를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이를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ICT·생명공학·의료기술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고 있노라면 이 측면에서는 낙관적인 기대를 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연구대상자의 보호를 위해 어떤 윤리적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인가? 정준호·김옥주의 2017년 논문 '미국 연구대상자 보호 정책의 최신 동향 - 개정된 커먼룰(Common Rule)을 중심으로-'(링크) 앞부분에서는 다음과 같이 1979년 「벨몬트 보고서: 인간 피험자 보호를 위한 윤리 원칙과 지침」(국가생명윤리정책원 링크)가 제시한 생명윤리에 대한 대원칙을 소개하였다. 현실 세계에서는 이러한 보편적인 원칙에 입각한 법제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연구자들에게는 이를 준수할 의무가 지워진다.

  • 인간 존중(respect for persons): 자율성 존중의 원칙을 기반으로 연구대상자에게 충분한 정보에 근거한 동의(informed consent)를 받아야 하며, 아동이나 수감자 등 자율성이 제한되는 연구대상자는 보호받아야 함
  • 선행(beneficence): 연구에서 해를 입히지 말고 가능한 이익을 극대화하고 해악을 최소화해야 함
  • 정의(justice): 연구에서 생기는 이익과 부담을 누가 받아야 하는가에 대한 분배의 정의에 관한 원칙

생명윤리법 제2조에서는 사람을 대상으로 물리적으로 개입하거나 의사소통, 대인 접촉 등의 상호작용을 통하여 수행하는 연구 또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를 인간대상연구로 정의하였고, 보다 자세하게는 동법 시행규칙 제2조에서 상세하게 그 요건을 나열하였다. 이에 따르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연구대상자를 직접·간접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 또한 인간대상연구의 범위에 속한다. 따라서 연구대상자 보호를 위해 법으로 강제하는 규정을 똑같이 지켜야 한다. 보건의료데이터 역시 민감정보로서 개인 식별이 가능하므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대상연구와 오늘 논의하는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연구는 성격이 매우 다름을 알 수 있다. 보건의료데이터는 이미 연구대상자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 과정, 연구 과정, 그리고 최종 결과물이 대상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칠 위험성은 거의 없거나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시민 단체의 우려가 늘 있었다. 구글에서 '보건의료데이터 시민단체 반대'를 입력하여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정보가 나온다(검색일: 2022년 12월 23일, 상위 10개 검색결과만 나열). 사회적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하여 읽어봄직하다. 나는 이러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마침 어제(2022.12.21.) 열린 제14회 헬스케어 미래포럼「디지털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방안」(포럼 소개 사이트 링크, 제14회 포럼 안내문 링크, 유튜브 다시보기는 무슨 사정이 있는지 현재 비공개 상태임)에서 주제발표를 했던 건양대 의과대학 김종엽 교수의 발표자료 가운데 내가 격하게 공감하는 슬라이드가 있어서 인용하고자 한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위험성은 민감한 건강관련 정보가 고의 또는 실수로 유출되었을 때 사생활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정보를 사전에 비식별처리를 했다 하여도 최신의 기술을 이용하면 그 데이터가 누구의 것인지를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종류의 위험성이 갓 개발되어 인체를 직접 대상으로 하여 쓰이는 약물이나 의료기기의 위험성보다 월등히 클까? ICT 기술을 잘 갖춘 범죄집단이 있어서 유출된 데이터를 활용, 특정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도모하는 공상과학영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막기 위해서 보건의료데이터의 활용 자체를 막는다면 그로 인하여 얻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내 데이터를 이용하여 무슨 일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구속하는 방법은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가끔씩 특정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약관을 읽고 동의서를 작성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과정이다. 그런데 설명문이 너무 길어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상세히 읽지 않고 대충 스크롤해 넘긴 뒤 동의 버튼을 클릭하거나 서면 동의서에 서명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동의 피로'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받을 서비스라면 동의를 해야 하고, 고민은 혜택을 늦출 뿐이니 말이다.

국내법에서 건강 관련 정보는 개인정보의 한 종류인 '민감정보'로 간주한다. 따라서 개인정보 보호 관련 규제를 따라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제는 까다롭기로 따지자면 전 세계에서 1위권에 든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김송옥의 2019년 논문 '유럽연합 GDPR의 동의제도 분석 및 우리 개인정보보호법제에 주는 시사점'(링크)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였다.

  • 사전동의의 원칙: 정보주체로부터 사전에 동의를 받아야 함
  • 개별적 동의방식: 수집·이용·제공에 대한 포괄동의(또는 일괄동의)를 금지하고 각 동의사항을 분리해서 별도로 받아야 함
  • 선택적 동의방식: 처리목적에 필요한 최소정보만을 수집하게 하면서 최소정보 외에는 '선택'으로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식
  • 김송옥의 논문에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정보만을 수집하여 제공자가 동의한 활용 기간이 종료되는 즉시 파기해야 함은 상식이다.

두 번째 사항은 어떠한 부작용을 낳는가? 포괄동의를 금지하므로 각각의 동의항목을 매우 작은 단위로 세분화하게 되어 동의서식이 매우 길어지고 복잡해지며, 이는 동의를 더욱 형식화한다. 반면 유럽연합의 GDPR은 처리 목적 중심의 동의를 받도록 한다. 따라서 동의 항목을 세분화할 필요가 없고, 처리목적이 바뀌거나 추가되지 않는다면 별도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김송옥은 적고 있다. GDPR이 갖는 중요한 특징 중 다른 하나는 언제든지 사후에 동의의 철회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아닌 생명윤리법에서 인체유래물연구의 동의에 관한 사항은 제37조에서 규정하고 있다("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된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인간대상연구의 동의에 관한 사항은 동법 제16조에 있다.

  1. 인체유래물연구의 목적
  2. 개인정보의 보호 및 폐기에 관한 사항
  3. 인체유래물의 보존 및 폐기 등에 관한 사항
  4. 인체유래물과 그로부터 얻은 유전정보(이하 "인체유래물등"이라 한다)의 제공에 관한 사항
  5. 동의의 철회, 동의 철회 시 인체유래물의 처리, 인체유래물 기증자의 권리, 연구 목적의 변경,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하 생략)

그러나 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는 동의를 받는 시점에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겠다는 것을 정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단 데이터를 모아 놓고 이러저러한 방법으로 주무르다가 갑자기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다. 또한 A와 B라는 데이터를 동의에 의해서 받아서 연구하다가 보니 C라는 데이터를 추가하면 더 합리적인 결과가 나올 것임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서명을 받는 날짜로 모든 것이 확정되어 버리는 현재의 동의 방식은 걸림돌이 될 것이다. 김종엽 교수가 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해 주었다.



미국의 개정 커먼룰(Common Rule)에서 도입된 '포괄적 동의'를 우리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커먼룰에서는 인체유래물(정보 포함)의 2차적 활용에 대해서 포괄적 동의를 받을 수 있고, 이 경우 연구자는 IRB 심사를 거쳐 연구대상자의 추가적 동의 없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이때 IRB는 수행대상 이차연구가 포괄적 동의의 범위에 속하는지만을 중심으로 실시할 수 있다. 다만, 연구자가 포괄적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IRB는 2차이용에 대한 동의면제를 받을 수 없다. 이 단락은 김재선의 2021년 논문 '미국의 보건의료데이터 보호 및 활용을 위한 주요 법적 쟁점 - 미국 HIPAA/HITECH, 21세기 치료법, 공통규칙, 민간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링크)에서 인용한 것이다.

중간 정리를 해 보자. 우리나라 국내법에서 보건의료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를 할 때 대상자를 보호하는 규제는 생명윤리법에서 규정한 '서면 동의'와 'IRB 심의'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 다른 의미로 말한다면 연구자를 다소 힘들게 하는 규제에 해당한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데이터 활용 연구와 약물 또는 침습적 의료기기(기술)과 같이 인체를 직접 대상으로 삼는 연구 사이에 이러한 규제 적용의 차이는 거의 없다. 나는 현 국내 규제에 손질을 가해서 데이터 활용 연구를 더 수월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예를 들어 보건의료데이터 제공자(즉 '정보주체')가 어떤 정보를 수집하여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지 충분히 숙지하고 동의했다면, IRB 심의를 과감하게 면제할 수도 있는 것 아닐까? 개정 커먼룰에서 제시하는 동의 양식은 이 연구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혜택과 위험 등을 서식 앞쪽에 몰아서 소개하도록 하였다. 연구의 구체적인 내용을 100% 이해하지 않아도(어차피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는 불가능하다) 정보주체가 자율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왜 그렇게 IRB 심의를 받으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인간/인체유래물 대상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투고할 때 학술지 측에서 이를 요구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닌가요? 연구가 아니라면 IRB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지난주에 누군가와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마치 기업에서 제품 및 서비스 개발을 위해서 하는 행위는 '연구'가 아니므로 IRB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듯한 뉘앙스였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 연구실 현장에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글을 쓰다가 새로운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보건의료데이터를 이용한 연구는 인간대상연구인가, 또는 인체유래물연구인가? 일반 의료기록을 이용한 연구라면 인간대상연구이고, 생화학검사 또는 유전자검사 결과를 이용한 연구라면 인체유래물연구이다. 그러나 유전자(유전체)를 이용한 연구는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이용하는 연구에 해당하므로 인간대상연구로 봐야 한다(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2조제1항제3호). 그런데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는 인간대상연구(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13조)는 기관위원회의 심의를 면제할 수 있는 인체유래물연구(생명윤리법 시행규칙 제33조)와 별도로 규정되어 있다. 위에서 이미 살펴 보았듯이 두 종류의 연구는 생명윤리법에서도 제3장(인간대상연구)과 제5장(인체유래물연구 및 인체유래물은행)에서 별도로 규정한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2022년 12월 18일 일요일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임시 조립 후 소리 들어보기

올 겨울 들어 가장 큰 추위가 몰아친 일요일, 외출을 서둘러 마치고 2차 권선까지 다 감아 두었던 R-코어 출력트랜스포머의 리드선 연결 및 코어 체결 작업을 하였다. 에나멜선의 피복(PEW, 폴리에스터)은 납땜인두의 열로 녹지 않으므로 사포와 줄을 사용하여 철저히 제거하였다. 권선작업을 마친 보빈 한 쌍을 다음과 같이 직렬로 연결해야 하나의 출력 트랜스포머가 완성된다. 

S와 E는 감은 코일의 시작(start)과 끝(end)을 의미한다. 두꺼운 빨간색은 1차, 나머지는 2차 코일의 직렬연결을 뜻한다. 1차와 2차 코일은 전부 보빈 위에 같은 방향으로 감아야 한다. 여기에서는 E와 E를 연결하였지만, S와 S를 연결해도 된다. Global negative feedback을 걸기 위한 배선은 2차의 8옴 측에서 따면 된다.


아직은 마감 작업이 더 필요하다. 에나멜선과 리드선을 연결한 부위를 적당히 가려야 하고, 고정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스테인리스 스틸 호스 밴드는 몇번이고 풀고 조이는 것이 가능하므로 마무리 작업이 완결되지 않아도 쓰기에 좋다.

앞모습은 매우 지저분하다. 파랑(B+), 녹색(P), 빨강(8 OHM), 하양(0 OHM). 임피던스 비는 5K:8이고 권선비는 1350:54 = 25:1이다.

아래에 놓인 초소형 트랜스포머(8K:8/4)를 대체하여 일단 6LQ8 SE 앰프에 연결하여 소리를 들어볼 것이다. 내가 만든 트랜스포머는 6LQ8 싱글 앰프에 딱 맞는 임피던스 비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실용상 별 문제는 없다.

 

6LQ8 SE 앰프에 임시로 대충 꼬아서 연결한 뒤 소리를 들어 보았다. 엄지손가락만한 기존의 출력트랜스포머와 비교하면 소리가 더 나은 것 같다. 이 고생을 하여 만들었으니 당연히 더 나아야 한다! 측정기를 걸어 본 것이 아니니 소리의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단순한 기분탓일지도 모른다. 

이대로도 마음에 드는 소리가 난다. 만약 앞으로 6V6/6L6/EL34 등을 이용한 싱글 앰프를 만들게 된다면, 거기에 붙여 주고 싶다.


두 번째의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자작하기는 권선기의 개량까지 포함하여 꽤 오랜 시간을 고민한 끝에 이제 끝을 보려 한다. 세 번째 자작까지 이어질 것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AC 전동 드릴에 속도조절기(디머 스위치)를 붙인 조합은 일단 낙제점을 주겠다. 다시 권선기를 만들 일이 있다면 DC 모터를 사용하여 제대로 감아보고 싶다. UL탭 및 4옴용 탭을 내는 문제는 나중에 생각해 볼 일이다. 두 개의 권선이 서로 직렬로 연결되어 있어서 계산을 하려면 조금 까다롭다.


2022년 12월 21일 업데이트

검정 절연테이프를 둘러서 마무리하였다. 너무 저렴한 느낌이라서 좋아하지 않는 테이프이지만 갖고 있는 것이 이것 뿐이라 다른 대안이 없다. 아직 앰프 상판에 고정하지 않고 그냥 올려놓은 상태이다. 


에나멜 동선이 드러난 부분은 투명 도료를 적당히 발라서 피막을 보호하도록 하자. 특히 1차 권선에는 B+ 전압이 흐르므로 마찰 등으로 피막이 벗겨져 동선이 노출되면 감전의 위험이 있다.






2022년 12월 16일 금요일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2차 권선 완료

직경 0.7mm의 두꺼운 에나멜선을 촘촘하게 감는 것은 매우 어렵다. 동선을 붙들고 아무리 강하게 잡아당겨도 굴곡이 완벽하게 펴지질 않아서 빈 틈이 생긴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더 이상 아름다운 권선을 만드는 것은 무리였다.




리드선을 납땜한 뒤에 한 쌍의 코일을 전부 적당한 테이프 비슷한 것으로 감아서 굴곡이 드러나지 않게 마무리를 하면 모든 작업이 끝난다. 버리는 허리띠를 잘라서 재활용하면 가장 좋을 듯.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 1차 권선 완료

0.3mm 에나멜선을 사용하여 1350회를 감았다. 트랜스포머 절연에 쓰이는 노란색 절연 테이프가 없어서 전기공사용으로 흔히들 쓰는 PVC 절연 테이프로 마무리를 하였다. 접착력도 별로 좋지 않고 끈끈이가 남는 등 별로 좋아하지 않는 테이프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다. 첫 2~3층 정도만 정렬권선이 되었고, 그 뒤로는 막감기로 진행하였다. 나의 경험과 실력으로는 도저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보빈 4개를 감았을 때 소요된 동선의 중량은 계산상으로는 대략 417그램 정도이다. 600그램 한 롤을 구입했으니 꽤 많이 남았다.


절연 테이프를 감은 뒤의 직경은 37~38mm 정도가 되었다.


임피던스 비율은 5K:8 = 625:1이므로 권선비는 이것의 제곱근인 25:1이 된다. 따라서 1차 1350회에 대하여 2차는 1350/25 = 54회를 감아야 한다. 1차 권선수를 고정한 상태에서 원하는 임피던스 비율을 만들려면 2차 권선수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두 줄 감기는 도저히 못 하겠다. 그렇게 했다간 아마 최종 직경이 너무 두꺼워져서 코어에 끼우지도 못하게 될 것이다. 허용 전류는 직경 0.723mm(AWG no. 21)의 경우 4A, 0.644mm(AWG no. 22)는 2.5A이다. 0.7mm 구리선이면 허용 전류는 대략 3A는 넘을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하는 수준의 출력이라면 굳이 두 줄 감기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2.5K:8이면 권선비는 17.68, 2차 권선은 76.36회
  • 3.5K:8이면 권선비는 20.92, 2차 권선은 64.53회
  • 5K:8이면 권선비는 25:1, 2차 권선은 54회
  • 7K:8이면 권선비는 29.58, 2차 권선은 45.64회
  • 8K:8이면 권선비는 31.62, 2차 권선은 42.69회

2차 권선 작업이 훨씬 어렵다! 선이 두꺼워서(0.7mm) 빈 틈이 없이 가지런히 감기질 않는다.  1차 권선 마무리가 고르게 되지 않았으니 아무리 노력해도 그 위에 감는 2차 권선이 깨끗하게 자리잡을 수가 없다. 54회면 얼마 되지 않으니 손으로 감는게 더 나을까? 두어 차례 해 보았으나 아이고, 그것도 쉽지 않았다. 트랜스포머 권선은 이번까지만 하고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직경 38mm에 54회 감되 직경이 변하지 않는다 가정하면 38 x 3.14 x 54 = 6443.28, 즉 6.4m의 동선이 필요하다. 이를 4개의 보빈에 대해서 감아야 하니 25m가 넘게 필요하다. 혹시 남은 0.7mm 동선이 부족하지는 않을지?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고 2차측 선을 감아서 마무리를 할 것인가? 

  1. 에라, 모르겠다! 권선기로 그냥 휘리릭~ 감아버려?
  2. 손으로 정성스럽게 감아나간다. 몇 번 감았는지 잊어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

2차 권선 작업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상상 속에서 시행 착오를 겪고 있다. 이번 주말이면 어떻게든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받아 들여야 한다! 테이프로 적당히 마감하여 보기 싫은 것을 가리고 써야 할 것이다.


2022년 12월 20일 업데이트

J50 코어의 1차 최적 권선수는 1350이 아니라 1250이었다! 1000~1500 사이에서 적당히 알아서 할 일이다. 

[Jalbum] J50 최적의 턴수(1보빈 1차 1250T)

싱글 출력 트랜스포머의 선택이라는 오래 된 글에도 공부할 거리가 많다. 많이 감으면 좋은 것이 아니다! 오디오 기기에서 가장 특성이 나쁜 부품이 바로 트랜스포머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 그게 아니다. 가장 특성이 나쁜 것은 진공관이다(오차와 수명을 생각해 보라). 트랜스포머는 그 다음이다. 진공관 앰프에서는 버릴 수 없는 운명과 같은 존재이지만... 일반 자작인이 직접 만들 수 있는 부품이 바로 트랜스포머 아니겠는가.

저역 특성을 좋게 하려면 1차 인덕턴스가 커야 한다. 다른 조건을 고정한다면 많이 감으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고역 특성을 좋게 하려면 누설자속과 코일이 갖는 분포용량을 줄여야 하는데, 많이 감으면 이것이 나빠진다. 고음 특성을 좋게 하는 방법은 층 분할감이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인데, R-코어 출력 트랜스포머에서는 분할감이를 잘 하지 않는다. 그 이유가 뭐였더라? 일단 보빈이 2개 들어가니 그 자체만으로도 2회 분할감이가 된 셈이다. 

내가 대충 주워 들어서 아는 수준은 여기까지이며, 관련된 이론과 수식은 전문가의 영역이라 도저히 접할 수 없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2022년 12월 13일 화요일

두비 브러더스 - What a fool believes

1980~1982년쯤의 이야기를 하련다. 요즘은 종이 신문이나 잡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월간팝송> 같은 잡지를 이따금 구입했었다. 가요 또는 팝송 악보만 수록한 두꺼운 책도 집에 두어 권씩은 있었다. 

아마 월간팝송사에서 발간한 노래책었던 것 같다. 제목은 <골든팝송>이었던가? 보컬그룹의 악보만 엮어서 만든 꽤 두꺼운 책이 있었다. 표지는 비지스였던가. 당시에는 그 책에 실린 곡을 전부 다 들을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가 유튜브 전성시대가 되면서 오래 전에 히트했지만 내가 미처 모르던 노래를 이제 와서 재발견하게 되었다. 그 중의 하나가 두비 브러더스(Doobie Brothers)의 <What a fool believes>(나무위키)이다. 이 노래 역시 <골든팝송>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찾아 보니 1979년 빌보드 핫 100에서 1주 동안 1위를 했었다고 한다. 내가 처음 들은 버전은 두비 드러더스의 오리지널은 아니고 호주 밴드 HSCC(Hindly Street Country Clup)가 커버한 곡이다.


그러면 음반에 실렸던 오리지널곡은 어떨까?


다음은 라이브 버전.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이 곡은 마이클 맥도널드와 케니 로긴스가 작사·작곡하였다고 한다. 이번에는 2017년에 두 사람이 같이 공연하는 모습을 들어본다. 케니 로긴스가 'This one is my favorite'이라고 소개한다. 나이가 들어 1979년 앨범에 수록된 원곡 당시의 목소리와 큰 차이도 느끼기 어렵다. 이 얼마나 멋있는가?

 

다음에 찾은 동영상은 마이클 맥도널드가 혼자 직접 건반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 내가 흉내내고 싶은 것은 바로 이런 연주이다!


HSCC를 통해 재발견한 옛날 명곡에는 칩 트릭(Cheap Trick)의 곡도 몇 개가 더 있다. 세상은 넓고 들을 음악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