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일요일

6LQ8 PP 앰프 만들기 - 5극관 접속이냐 3극관 접속이냐?

신호선으로 유입되는 잡음을 줄이기 위하여 실드선으로 교체를 하였다. 이와 더불어서 출력관의 접속 방식을 5극관 접속으로 바꾸었다. 5극관과 출력 트랜스의 연결 방식(3극관 접속, 울트라리니어 접속, 5극관 접속)에 대해서는 phil7724님의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제이앨범에서 제공한 조립 지침서에서는 5극 연결을 하려면 스크린 그리드에 200옴 저항을 연결한 다음 출력 트랜스의 센터탭(여기에 B전원의 +가 연결됨)에 이으라고 하였다. 그런데 완성을 한 뒤 하루가 지나서 살펴보니 트랜스 양 끝단에 연결한 것이 아닌가? 이것은 사실상 3극 연결에 해당한다. 위에서 소개한 phil7724님의 블로그에서 3극 연결을 하려면 스크린 그리드를 출력 트랜스의 양 끝에 직접 연결하거나 100옴 정도의 기생발진 방지용 저항을 경유하여 연결하라고 소개하였다. 그러니 저항값은 약간 다르지만 3극 접속을 하여 들은 셈이다.



실드선으로 신호선을 바꾸었더니 손을 가까이 가져가면 잡음이 유입되는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 그러나 리플을 제거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금속으로 섀시를 만든 것도 아니라서 잡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이것을 해결함과 동시에 가건축물 상태의 섀시를 제대로 된 것으로 바꾸는 일, 그리고 부귀환(negative feedback)을 주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내 귀로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이번 여름의 자작 목표가 되겠다.

반면 5극 연결을 하니 출력이 월등하게 커졌다! 음질은 약간 나빠진 느낌이다. 어쩌면 출력이 커져서 나쁜 점이 더 도드라지게 들리는지도 모른다. 오디오용 출력 트랜스를 쓰지 않은 문제점이 비로소 드러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위치를 달아서 취향에 맞게 3극 연결과 5극 연결을 전환하여 들을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리라. 2019년의 딱 절반을 보내면서 취미생활에서 이룬 일은 여기까지.

영심이가 아내의 머리를 딛고 경태에게 한 방을 날렸다! 영심이는 1988년 [아이큐 점프] 창간호에 14살로 데뷔했으니 대략 1974년생이다. 그러면 올해 만으로 마흔 다섯? 

2019년 7월 2일 업데이트

5극관 접속은 너무 음질이 나빠서 도저히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다시 3급관 접속으로 되돌려 놓았다. 아마도 출력 트랜스(일반 전원트랜스 0-110-220V:0-4.5-6V 활용)의 품질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 한다. 3극관 접속으로는 듣기에 매우 편안한 소리가 난다.

2019년 6월 29일 토요일

배송 천국의 명과 암

다음달 9일 우체국이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하여 집배원들이 숨지는 일이 잦아지자 전국우정노동조합에서 인력 증원과 근로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쟁의에 돌입한 것이다.

[경향신문] 또...30대 '과로사', 집배원이 쓰러졌다
[중앙일보] "'오늘도 무사했네'하며 퇴근... 늘어나는 택배량 감당 안돼"
[한국경제] 다음 달 9일 우체국 파업 예고...우편대란 현실화할까

이제는 필요한 물건을 사러 직접 상점에 나가지 않아도 클릭과 터치만으로 거의 어떤 물건이든 편하게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도 여럿이 나누어 쓰는 '공유 경제', 혹은 일정 기간 동안만 사용하는 '구독 경제(렌탈도 이에 해당할까?', 그리고 소비자가 직접 시장에 갈 필요가 없게 만드는 인터넷 쇼핑이 소비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 신선식품을 새벽에 배송해 주는(예: 마켓컬리), 예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업종도 생겨나고 있다.

유난히 배달 서비스에 익숙한 우리들에게는 몇 천원이 되지 않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그나마 기준액 이상이면 무료 배송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송을 포함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너무나 편하다. 하지만 쓰레기를 배출하러 오피스텔 1층에 내려가 보면 매일 산더미처럼 쌓이는 포장재를 볼 때마다 이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회의감이 들 때가 많다.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수록 우정사업본부의 직원들(계약직 포함)과 택배 기사(회사 소속 및 개인사업자 포함)의 허리는 더욱 휘어지고, 포장 쓰레기는 갈 곳이 없다.

어딘가 잘못되었다. 물량이 많아진다고 해서 이윤이 더 많아지고, 배달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그런 구조가 전혀 아닌 것이다. 즉 규모의 경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동 주택으로 배달된 다음은 또 어떠한가? 요즘은 경비실에서 택배를 대신 받아주는 일이 많은데, 경비 본연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로 그 분량이 너무나 많다. 퇴근을 하여 오피스텔로 돌아오면, 줄을 서서 물건을 찾아야 할 정도니 말이다. 입주민이 찾아가기 전까지 물건을 보관할 공간도 부족하다. 어제도 오디오 자작을 위해 구입한 부품 두 상자를 받아오면서 경비 직원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다. 생수와 세제, 휴지... 이런 생활 필수품조차 상점에 가서 살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으로 쇼핑을 해야 하는가? 우리가 그렇게 바쁜가? 이렇게 하여 절약한 시간에 기껏 휴대폰이나 문지르고 있지 않던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세제 종류를 ssg.com에서 구입해 보려고 시도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물건의 종류, 생각보다 싸지 않은 가격,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배송 조건에 지쳐서 결국은 그만 두고 말았다. 결코 시간 절약이 아니었던 것이다. 차라리 장바구니를 들고 근처 가게를 가고 말지...

인터넷 쇼핑 천국의 가장 말단 위치에서 구매자에게 물건을 배달하고자 애쓰는 사람들이 점차 지쳐가는 것은 배송 기술을 혁신하지 못한 물류회사, 혹은 우정사업본부의 책임인가? 아마존에서는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정말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무인 보관함 서비스, 드론 배송, 집 안과 차량으로 상품을 배송하는 아마존 키 등등.

아마존의 배송 혁명, 라스트 마일을 잡아라

하지만 배송이라는 문제는 기계화와 자동화에 분명히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수령인 개개인에게 물건을 가져다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집하된 물건을 물류센터에거 각 지역으로 분류하여 보내는 일은 어느 정도 기계화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사람이 개입해야 하는 택배 상하차 일은 극한 직업(극한 아르바이트?)의 하나로 악명이 높다. 아마존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기계가 다 하지는 않을 것이다(아마존 창고 근로자, 81% 다시는 아마존에서 일하지 않겠다). 대신 법으로 보장하는 근로 조건이 우리나라보다는 훨씬 나으리라는 기대는 할 수 있다.

오늘도 컴퓨터 앞에서 뭔가를 구입하기에 앞서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 내가 지불하는 배송비 중 가장 고생하는 배송 기사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너무나 적다.
  • '우리는 정해진 시간 내에 물건을 당연히 받을 권리가 있는 소비자이며, 배송 기사의 어려운 현실은 우리가 알 바 아니고 그 회사에서 알아서 혁신을 해서 해결할 일'이라고 단순하게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 포장재는 결국 처치 곤란한 쓰레기가 된다.


6LQ8 PP 앰프 만들기 - 가조립, 그리고 시험 청취

이렇게 빨리 만들면 안되는데! 왜냐하면 여름-가을을 걸쳐서 가지고 놀(?) 프로젝트로 계획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파레토 법칙의 정해영 버전이 이번에도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어젯밤에 가조립 후 테스트까지는 끝냈지만 남은 20%를 완성하는 데에는 전체의 80%에 해당하는 노력이 들어갈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무엇인가를 만들거나 개발할 때, 목표한 기능의 80%를 달성하는 데에는 전체 개발 시간(혹은 노력)의 20%만 들이면 되지만, 나머지 20%의 목표를 채우려면 80%의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얼기설기 Perl 스크립트를 짜서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드는 것은 쉬우나 여러 오류 상황에 대처하고 사용자 인터페이스(그래봐야 명령향 인수 처리 정도의 일)를 만드는데 훨씬 더 많은 노력이 든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6LQ8 앰프 제작 과정의 배선 실수는 딱 세 번이 있었다. 전부 전원을 넣기 전에 발견하여 바로잡은 것이 다행이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전원회로에서 100uF 400V 전해 캐패시터 하나의 극성을 반대로 연결했던 것이다! 지금도 남은 오류는 한쪽 출력 트랜스의 스피커 연결선 극성을 역시 반대로 연결한 것. 고전압을 사용하는 진공관 앰프를 만든 다음 처음으로 전원을 넣을 때가 가장 무섭다. '퍽' 혹은 '번쩍'과 함께 어디선가 불꽃이 튀고 연기가 풀풀 나면서 누전 차단기가 내려갈까 겁이 난다.




커넥터에 연결된 선이 전반적으로 너무 길다. 소리가 잘 남을 확인하였으니 기판을 고정한 다음에 적당한 길이로 잘라야 한다. 절연 처리가 되지 않은 곳이 많으니 감전이 되지 않게 마감하는 일도 남았다.


일반 전원 트랜스를 푸시풀 출력 트랜스로 사용한 시도는 나름 성공적이었다. 푸시풀 앰프답게 소리에도 힘이 있다. 

아직 남은 일이 많다.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램프, 그리고 퓨즈도 달아야 하고, 잡음도 없애야 한다. 실드선이 아닌 신호선을 너무 길게 늘여뜨렸더니 이곳으로 잡음이 유입된다(손을 케이블에 가까이 대면 잡음이 발생함). 케이블 전체를 시험 삼아서 알루미늄 호일로 감싼 다음 접지부에 접촉시키니 잡음이 싹 사라짐을 관찰하였다. 그렇다면 MOSFET을 이용한 리플 제거 회로(아직 eBay에서 배송이 되지 않음)를 쓰지 않아도 좋다는 뜻일까? 저항과 캐패시터만으로 평활회로를 구성하였으므로 어느 정도 리플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히터는 12V 어댑터를 사용하려 직류 점화를 하므로 이로부터 발생하는 험은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부하를 연결한 상태에서 전원은 직류 212V가 나왔다. 권장되는 수치는 202-203V였다. RC를 한 단 더 연결하지, 아니면 리플 필터 기판이 오면 전체적으로 교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전원부의 저항과 캐패시터에서 생각보다 열이 많이 나서 장시간 사용해 보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할 필요가 있다. 드라이브단의 그리드 전압도 -1.4~-1.6V 수준으로 회로 개발자의 권장치(-1~-1.26V)보다 좀 더 깊게 나온 상태이다. 

한 채널에 4와트 정도에 불과한 푸시풀 앰프에서 이렇게 열이 펄펄 나고 있으니 만약 욕심을 부려서 EL34나 6L6 싱글 앰프를 만들었더라면 얼마나 애를 먹고 있었을지 짐작이 간다.

2019년 6월 29일 업데이트

전원부에 130옴-100uF 400V RC 필터를 한 단 주가하였고 블리더 저항과 바이패스 캐패시터를 달았다.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 최종단 전압은 207~207V 정도가 나온다. 평활용 캐패시터가 상당히 뜨겁고 저항의 와트(2W)도 발열 수준을 생각하면 좀 적은 것을 고른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플라스틱과 나무판만으로 만든 섀시라서 잡음이 좀 많다. 이는 차차 고쳐 나가야 할 것이다.

최종 수정한 전원회로 기판.

2019년 6월 26일 수요일

6LQ8 PP 앰프 만들기 - PCB 조립 완료

아침을 워낙 일찍 시작하니 출근 전에도 시간이 남아서 납땜질을 할 여유가 있다. 놀랍지 않은가? 총 12개의 기판용 커넥터를 붙였다. 커넥터의 대명사라면 MOLEX, 국산으로는 한림과 연호 등이 기억이 난다. 내일이면 전원부를 만들 부품이 도착할 것이다. eBay에서 주문한 리플 필터 기판이 언제 올지 알 수가 없어서 다소 험이 들리더라도 간단한 전원회로(다이오드 브리지 정류 + RC 평활회로)로 먼저 테스트를 해 볼 생각이다.


다음 사진은 이번에 사용할 음량조절용 50K A형 가변저항(volume pot)이다. 알리익스프레스에서 5개를 구입해 둔 것이었는데 이번 앰프를 마지막으로 전부 소진되었다. 2016년에 이 부품의 구입에 관한 글을 남겨 놓은 것이 있다(링크). 오늘 알리익스프레스를 검색해 보면 이 사진에서 보인 것처럼 JST 커넥터를 연결하도록 큰 PCB가 붙은 볼륨 폿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가변저항은 비싸고 좋은 것을 쓰지 못하지만 노브만큼은 개성이 있는 것을 쓰고 싶다. 아세아 전자상가의 은포전자 맞은편 가게에서 플라스틱 노브를 몇 개 샀던 기억이 난다.


요즘 팔리는 것은 이렇다(링크). 가격은 내려갔겠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단순하고 성의없는(!) 구성이다. 품목명은 50K Potentiometer Audio Accessories Dual Connection Volume volume Adjuster Adjusting Equipment 15*15*15mm. 단지 검색이 잘 되게 하기 위해서 어법은 무시하고 관련이 있는 단어를 전부 모아다가 줄줄이 나열한 품목명을 쓰는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예산을 많이 들여서 충분하게 부품을 사 모으지는 못하는 형편이라 어쩌다가 몇 개의 부품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면 혹시나 부품통에서 굴리다가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지금까지 어떤 앰프의 자작에 들어갔는지를 몇 번씩 헤아려 보게 된다. 이 볼륨 폿도 그러했었다.

  • (반도체) TDA7265 앰프
  • (반도체) Sanken SI-1525HD 앰프
  • (진공관) 6N1 + 6P1 싱글 엔디드 앰프
  • (진공관) 43 싱글 엔디드 앰프
  • (진공관-현재 제작 중) 6LQ8 푸시풀 앰프

잃어버린 것은 없다. 고가의 일제 ALPS 블루벨벳 볼륨 폿을 언젠가는 쓸 날이 오지 않을까? 국산품으로 알려진 Alpha의 제품이라도 한 번 경험해 보고 싶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흔한 저녁 모습이다. 촬영은 어제 저녁에 하였다. 나도 아내와 함께 길거리 자리에서 아내와 함께 맥주를 곁들여 '일인 일닭'을 했으면 좋겠다. 아니, '일일 일닭'이면 더욱 좋지 않을까?

정자동 AMCO HERITZ 골목.


2019년 6월 28일 업데이트

히터에 전원을 연결하여 보았다.  소켓이 상당히 뻑뻑하여 진공관을 끼우기가 쉽지 않았다. 6LQ8  두 개의 히터를 직렬로 연결하여 12V 어댑터로 점화하였다. 12.6V가 정격 전압이지만 +/- 10% 정도는 괜찮다고 한다. 사진과 같이 한쪽 채널 보드만 연결한 상태에서 실제 걸리는 전압은 11.9V(94.444444...%)였다. 두 채널을 전부 연결하면 조금 더 전압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싸구려 페놀 만능기판에 전원회로를 만들어 나가는 중이다. 실제 부하를 연결해 봐야 전압 강하를 얼마나 더 시켜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서는 100uF 400V 전해 캐패시터가 130옴 2W 저항을 사이에 두고 총 3개가 연결되어 있다. 



전해 캐패시터 4개로 일단은 마무리한다. 바이패스 캐패시터와 블리더 저항도 달아야 하고, 직류 출력쪽에는 커넥터 처리도 해야 한다. 페놀 기판은 조심하지 않으면 인두의 열로 인하여 도넛 모양의 동박이 떨어져 나간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에폭시 기판을 써야 하는데...


버려진 셋톱박스를 섀시로 쓰려고 하였으나 도저히 구멍을 뚫을 방법이 없어서(전동드릴은 대전 집에 있음) 다이소 플라스틱 수납 상자로 대신하려고 한다. 어디까지나 임시 방편이다. 출력 트랜스를 위에 얹을 수도 있고,



통 속에 넣어버려도 된다. 놀랍게도 스피커 단자와 수납 상자의 간격이 딱 맞는다! 전원 트랜스는 실리콘으로 붙여버렸다. 출근 전에 발라 두었으니 퇴근 후에는 잘 붙어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 조립이다. 전원 스위치와 파일럿 램프도 없고, 퓨즈도 없는 불완전한 상태이다. 그러나 머리를 잘만 쓴다면 이러한 구성으로 완성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도마(윗판)에 구멍을 크게 뚫어서 회로 기판을 안쪽에서 부착한다면 고전압이 노출되는 부분이 없으니 안전하게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구멍을 뚫으려면 대전 집에 가지고 가야 한다.

2019년 6월 23일 일요일

삽질의 시작 - 6LQ8 푸시풀 앰프를 만들자

어제 안양에 있는 제이앨범 사무실에 들러서 부품을 받아왔다. 하나씩 종이 상자에 포장된 6LQ8을 꺼내 보았다. 푸시풀 앰프를 만들 것이라서 필요한 진공관은 총 4개. 이 진공관은 아직 수급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사무실에도 100개 들이 벌크 포장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니 안심이 된다. 소리전자 판매장터-부품 게시판에서 이진구 님이 판매하는 진공관 목록에도 있다.

6LQ8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Philips ECG, Inc.(미국 매사추세츠 월섬Waltham) 제조.
드디어 삽질 시작이다!

오늘 아침에는 PCB에 이미 꽂힌 부품을 납땜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쳤다. 트랜스와 커넥터 등은 전부 구해 놓았지만 eBay에서 주문해 놓은 리플 필터 기판이 아직 도착하질 않아서 진도를 더 나가기는 어렵다. 40W 납땜인두는 진공관 소켓을 납땜하는데 위력을 발휘한다.



푸시풀 앰프라 해도 출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 출력 트랜스도 제대로 된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전원 트랜스를 대충 이용하기로 했다. 과연 소출력 싱글 앰프와는 어떤 다른 소리를 내 줄지 궁금하다.

버려진 셋톱 박스도 하나 구했다. 적당히 가공만 거친다면 진공관 앰프 섀시로 쓸만하지 않겠는가?



2019년 6월 17일 월요일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 1928-1999)의 전시회를 다녀와서

캘리그래피를 연상케 하는 뷔페의 서명.

지난 일요일, 20세기의 마지막 구상회화작가로 일컬어진다는 프랑스의 화가 베르나르 뷔페의 전시회를 다녀왔다(나는 광대다_베르나르 뷔페전: 천재의 캔버스 링크). 국내에서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화가라서 호기심을 갖고서 관람을 시작하였다. 동행한 사람은 여자친구 C(음?)와 아내.

그는 매우 젊은 나이에 성공을 거두었는데, 그가 추구하던 미술이 전후 주류 미술과 성격 잘 맞았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추상미술이 점점 화단을 점령하고 1960년대 들어서 팝아트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조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분명한 자신의 색채를 유지하면서 작품 세계를 평생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을 써 가면서 이러한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그는 충분히 누릴만 한 명성은 다 누렸던 사람이고, 그가 그렸던 소박한 그림과 그의 화려한 생활 사이에는 너무나 큰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cultural one-nigh stand라는 표현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파티, 롤스 로이스, 유명인과의 만남, 술, 그리고 다소 모호한 성적 지향에 이르기까지 그의 실제 생활은 진실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 위해 고뇌하는 예술인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 그건 나의 편견일까? 방탕한 생활을 한 것으로 유명한 예술인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정물, 초상, 우울한 느낌의 자화상, 풍경, 그리고 창작 인생 후반부에 등장하기 시작한 광대와 해골. 그의 그림에서는 어딘가 모르게 강하고 만화(또는 일러스트레이션)와 같은 느낌을 풍긴다 싶었더니 굵은 검정 선으로 대상의 윤곽을 선명하게 그렸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색채는 화려하면서도 차갑고 우울한 느낌을 준다.

출처: https://www.gemeentemuseum.nl/en/exhibitions/bernard-buffet-a-controversial-oeuvre

그는 국내에 그렇게 널리 알려진 화가가 아니라서 웹 공간에는 국문으로 된 자료가 별로 없다. 네덜란드의 어떤 웹사이트에 영어로 올라온 자료가 있어서 더듬더듬 읽어보았다(Bernard Buffet: a controversial oeuvre 링크). 그는 젊어서 크게 이름을 날렸지만 추상화의 시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묘사적으로 그리는 화풍을 고수했기에 진지한 화단에서는 슬슬 배척이 되었던 것 같다. 상업적으로는 성공을 했고 고국인 프랑스 외 - 모스크바, Deurne(네덜란드), 일본 시즈오카 현 - 에서는 그의 작품만으로 채워진 미술관이 생길 정도였지만 말이다. 

아트샵에서 촬영한 그의 작품.

그는 자화상을 많이 그리기도 했지만 인생 전체를 통틀어 가장 많이 그려진 대상은 아마도 그의 아내 아나벨 뷔페(Annabel Buffet)일 것이다. 첫눈에 반하여 1958년 결혼을 하고 40년간 평생 아내만을 바라보며 살던 그는 말년에 파킨슨병에 걸려 그림을 그리기 어려워졌고, 1999년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산책을 하고 나서 조용히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까지 무수한 캔버스 안에 그녀의 강렬한 아름다움을 영원히 남겼다. 아나벨 부페는 영화 [무서운 아이들Les Enfants Terribles(1951)]에도 출연하였고 저술가이자 가수였으며 당대의 여러 문화예술계 인사와 교류하였다고 한다. 프랑스어 위키피디아에 나온 그녀의 항목을 보면 영화 중 배역은 마네킹(le mannequin)이었다니 도대체 무슨 말인지를 모르겠다. 구글 플레이 영화에 올라와 있으니 한번 구입하여 보아야 되겠다(링크). 결혼 전의 이름은 Annabel Schwob인데, 어려서 부모가 모두 자살한 비극을 겪기도 하였다. 영화배우로서 Annabel Buffet의 기록은 IMDb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를 찾으면 그녀가 노래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서 어제는 몇 편을 감상하여 보았다. 큰 눈의 미인 같다가도 낮은 저음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딘가 모르게 중성적인 느낌이 난다. 마치 문주란 씨의 노래를 듣는 것 같다.

Annabel Buffet - Les gommes (1970). gommes는 지우개, 즉 '고무'를 말한다.

말년의 그의 작품은 자화상에 가까운 광대, 가죽을 벗기고 근육을 드러낸듯 한 모습의 몸(시신?), 복장 도착 해골 등 기괴한 것을 그린 것이 많다. 어둡고 선이 굵은 그의 그림은 한층 더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그가 남긴 인터뷰에서 그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광대로 기억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우스꽝스런 분장 뒤의 실제 표정은 알 길이 없지만 본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광대의 슬픔과 이중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먹는 것일까. 그의 그림에는 사람 두개골이 종종 등장한다.

뷔페는 어려서는 미술계의 신동으로 각광을 받았고 일찍 성공하였지만 양성애자이자 알콜중독자이기도 했다. 화려한 색채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암울함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이번 전시회에서는 잘 느끼지 못했지만, 인터넷판 뉴욕 타임즈에 실린 기사 Buffet: A Life of Success, Rejection and Now a Celebration (2016)을 보면 그가 젊어서 거둔 대중적 인기와 부는 전후 유럽 지식인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 것 같다. 첫 문장을 인용해 본다.
Few artists have known the roller coaster of fame and shame that the French painter Bernard Buffet experienced during his life. Buffet, who was once hailed as the artistic successor to Picasso only to be reviled later as vulgar and the epitome of poor taste, was an immensely popular artist before falling into near oblivion. He committed suicide in 1999 at the age of 71.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가 일생 동안 경험한 명성과 수치심의 롤러코스터를 아는 예술가는 거의 없을 것이다. 뷔페는 피카소의 뒤를 이을 예술가로 칭송받았으나, 나중에는 저속하고 밥맛없는 사람으로 욕을 먹었고, 거의 잊혀지기 전까지도 대단히 대중적인 예술가였다. 그는 1999년 71세의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pitome of poor taste'는 번역을 하자면 쉽게 말해서 '밥맛의 표상' 정도가 되겠다. '잊혀지기 전까지는 유명했다?' 내가 우리말로 제대로 옮긴 것인지 모르겠다. 누구나 죽기 직전까지는 살아있는 것이고, 잊혀지기 전까지는 유명한 것 아니던가.. 일찌기 그림으로 거둔 명성과 경제적 성공을 방탕한 생활로 소진하면서도 그림 자체는 소박하게 그려내고 있으니(그것도 구상 회화가 저물기 시작한 시점에) 고국에서는 점점 외면을 받게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그러한 사생활까지 알려지기는 어려운 상태이니 오히려 그림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그것이 지금 재조명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당신은 화가로 태어난 것 같다.
당신은 우리에게 당신의 외로움, 믿음, 사랑, 살아있는 모든 것,
자연에 대해 그리고 인간의 물질적, 도덕적 참담함에 마주했을 때의
비탄을 이야기하기 위해 아주 자연스럽게 이미지를 선택했다.

당신은 우리가 종교에 빠질 때처럼 그림에 빠졌다.
당신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그림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 아나벨 뷔페 -

다음에는 데이비드 워나로위츠(David Wojnarowicz)의 생애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그의 만화책, 아니 그래픽 노블 [7 Miles a Second]를 구해서 읽어보련다.


2019년 6월 20일 업데이트

구글 플레이 무비에서 영화 [무서운 아이들]을 구입하여 감상하였다. 아나벨 뷔테는 56분 쯤에 아주 잠깐 단역으로 나온다. TV 화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았다(가운데 출연자). 영화 시작 때 화면에 나오는 배우 명단에서도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이 영화의 원작자(17일 만에 써 내려간 소설 - 동성 애인이 죽은 뒤 아편 중독에 빠졌다가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단숨에 지었다고 함)이자 나레이션으로 참여한 장 콕토의 삶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이어진다.


2019년 6월 27일 업데이트

오늘 새벽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소개한다. 관람객 1000명이 뽑은 베르나르 뷔페展의 베스트 10에 관한 것이다. 1위는 유언장 정물화.

2019년 6월 16일 일요일

관심은 자본, 혐오는 가장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

"가장 미친 놈이 모든 것을 갖는다"···'관종경제' 혐오를 부른다

경향신문에 오늘 올라온 기사이다. 관심을 끌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매우 보편적인 본능 중 하나라고 할 수도 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별로 다르지 않던 시절에는 배우자의 관심을 끌어서 생식적인 면에서 남들보다 유리한 위치에 올라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포식자나 천적의 관심을 끄는 것은 좋지 않다. 자신을 희생해서 무리의 나머지를 살리는 고결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미디어가 시대가 되어서 관심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그러나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바야흐로 인터넷의 시대(특히 스마트 기기와 소셜 미디어)가 되면서 관심을 통해서 일반인 누구든지 '관심 상품'을 이용하여 돈을 벌 수 있게 되었다. 이를 굳건히 떠받치는 플랫폼 기업이 바로 그 일등 공신이 아닐 수 없다.

가장 잘 먹히는 관심 대상은 선정성과 혐오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뉴스 기사나 커뮤니티 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왜 이렇게 사람들이 거칠고 편가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목에 [혐]으로 시작하는 글들이 너무나 많다. 클릭을 하면 혐오스런 이미지나 동영상이 나오니 주의하라는 뜻일 수도 있고, '나는 이런 사람들이 극도로 싫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글이기도 하다. 이런 꼴이 너무 보기 싫어서 크롬 브라우저에 Block Site를 몇몇 사이트를 차단한 다음 스마트폰과 PC를 동기화시켜 버렸다.

뉴스 일부를 인용해 본다.
관심은 희소성을 지닌 재화다...관심이 어느 한 곳에 주어지면 다른 곳에는 주어질 수 없다. 실제로 관심을 받는 이들은 뛰어난 외모와 같은 '매력자본'이 있거나 운좋게 시장을 선점한 소수에 불과하다.
부족한 관심을 끌려니 혐오를 끌어다 쓰고, 플랫폼 기업은 이로 말미암아 생거나는 클릭을 가지고 수익을 창출한다. 거짓 정보를 이용하여 혐오 콘텐츠를 만들고, 대중은 이에 조금씩 면역을 갖는다. 따라서 제공자는 더 심한 혐오를 끌어낸다. 진지함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다. 혐오는 또한 잘만 이용하면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창출할 수 있다. 타도해야 할 대상에게 혐오의 프레임을 잘 씌워서 선동하면 다음번 선거에서 이길 수 있으므로. 그리고 그 이유는 언제나 '국민이 원해서'가 된다.

관심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다. 다른 사람이 어떤 일에 관심을 갖는지에 우리는 또한 관심을 갖는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 대상에 '동기화'되지 않으면 왠지 시대 조류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반감기가 채 30분도 되지 않을 것 같은 실시간 검색에에 누구나 목을 맨다. 심지어 네이버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연령대·지역·업종 등으로 세분하여 놓았다.

'다른 사람의 관심'에 관심을 갖게 되면 관심은 더욱 한 곳으로 쏠리게 마련이다. 이는 관심으로 돈을 벌기 위한 사람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이득이 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의 관심 분야가 다양해야 건강한 사회라고 나는 믿는다.

경향신문의 기사를 하나 더 링크한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의 인터뷰 기사이다.

"혐오는 핫한 '화폐'···지금도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