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13일 금요일

R의 매력

아주 초보적인 수준의 microarray data, 그리고 RNA-seq data를 다루기 위해 R을 공부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초보용 가이드를 처음 내려받아 인쇄하여 보기 시작한 것이 2011년이었고, 작년부터는 하루 이틀 정도의 단기 강좌를 시간이 나는대로 열심히 들었다.

실제로 내 데이터를 가지고 몰두 한 총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다. 단지 요즘 몇 주 동안 집중해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려움이 점차 해소되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였고, R 특유의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특히 merge와 apply 계열의 함수의 막강한 위력을 체험하고 있다.

쓸 줄 아는 언어는 인간의 언어 이외에는 Perl이 유일한데, 올해로 거의 13년째 Perl을 쓰고 있지만 수준은 여전히 그 바닥을 넘지 못하고 있다. Perl과 R은 물론 많은 면에서 다르고 서로 보충적인 성격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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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얼마나 아름다운 데이터 조작법인가! for loop를 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R style"이다. 좀 더 복잡한 논리적인 계산이나 데이터 조작, 그리고 텍스트 처리에서는 Perl을 따라갈 언어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일단 행렬 형태로 데이터를 전환시켜 놓으면 R이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더욱 멋진 것은 publication-ready 수준의 다양한 그림을 그려 준다는 것. 내장되어 있는 통계 분석 기능은 또 어떠한가?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열심히 공부하세...

2013년 9월 8일 일요일

사생활 보호의 문제

아내는 컴퓨터 대신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주변 사람들과 일상 생활의 기록을 공유하고 있다. 사용하는 환경은 전국민 앱이라고 할 수 있는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 대부분의 가정 주부들이 자녀들의 사진을 많이 올리지만, 내 아내는 워낙 내가 사진을 많이 찍어 주기에 자기의 모습을 카카오스토리에 종종 공유하고는 한다.

카카오톡은 친구 리스트에 들어 있어야만 소식을 주고받을 수 있지만, 카카오스토리는 친구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사진을 엿볼 수 있는 시스템인 모양이다. 어떤 경로로 유입되었는지는 모르나, 아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중년 남자가 아내의 카카오스토리 사진에 자기 전화번호와 같이 댓글을 남겨 놓은 것이다. '**씨가 더 예쁘시네요' '카톡친구합시다'라는 내용으로.

아내는 이 일에 대해 매우 불쾌해하며 덧글을 지웠다. 나는 개인적인 사진을 올리는 일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당부하였다. 문득 나도 요즘 구글 플러스에 점점 이상한 사람들(+영양가 없는 글들)의 출현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각종 SNS의 범람으로 사실상 사생활은 이제 없다는 공공연한 말을 듣게 된다. 나 역시 비교적 적극적으로 인터넷 공간에 내 존재를 알리는 편이다. 내가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해도, 사례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기자의 손을 거쳐서 내 사진과 실명, 소속이 이미 몇 건 인터넷에 뿌려져있다. 이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블로그 문화가 활발한 일본에서는 실명이나 기타 인적사항을 노출하지 않고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나도 구글 플러스나 사진 공유는 없애고, 비실명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옳을까? 참으로 고민스러운 일이다.

대본 없는 삶

요즘은 오락 프로그램이지만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는 것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인간의 조건, 꽃보다 할배, 그리고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꽤 오랫동안 방송되고 있는 1박2일 등. 스튜디오라는 제한된 공간을 벗어나서 마치 일상 생활을 담듯이 출연자들의 말과 행동이 카메라에 기록된다. 특히 인간의 조건처럼 출연자의 생활을 거의 하루 종일 밀착해서 담는 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의 성격이 어느 정도는 묻어 나오게 되므로, 이를 통해서 새로운 평가(대개는 긍정적인)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어디서부터가 대본에 의한 것일까? 

방송 제작자가 아니니 확인할 길은 없지만, 꽃보다 할배의 경우 대본이 출연자들의 행동을 크게 제약하는 것 같지는 않다. 이미 황금기를 다 보낸 원로 배우들이고, 이제 왜서 새삼스럽게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 위해 색다른 노력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결국 연예인이란 소비자에게 팔릴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말 한마디,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철저히 계산되고 만들어진 것이란 뜻이다. 문화 소비자에게 드러나는 것은 배우 한 사람이지만, 실제로 카메라 시야에 나오지 않는 바깥쪽에는 방송국 소속 혹은 배우 개인을 위해 일하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있는 것이다. 

다큐멘터리성 오락 프로그램이 무서운 점은,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가 실제 연기자의 참모습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물론 카메라에 빨간 불이 들어오든 말든 일관성있는 자세를 견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상품성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철저히 만들어진 이미지, 그리고 대본이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언론의 힘은 막강하다. 우리 소비자들은 그 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거대 자본이 전달하고자 하는 선전이 아닌 실체를 보아야 한다. 이는 결코 쉬운 노릇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대본 없는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 

2013년 8월 18일 일요일

대충 찍은 직초점 촬영 - 월령 12일의 달

초점이 그다지 잘 맞지 않았다. 화면을 확대해서 포커싱을 할 것을. 달은 포서즈 카메라의 센서를 꽉 채우고도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통을 바꿀 수는 없지 않은가? 직초점 촬영을 하면 상하좌우가 뒤집어져 보이는 망원경 상과는 달리 정립상이 된다.

달에는 정말로 미녀의 얼굴이 있는 것 같다. 

촬영 장소는 우리집 발코니.

망원경 거풍시키기

원래 망원경이라 함은 천체를 들여다 보라고 만든 장비이지, 장식장 속에 처박아 두거나 어쩌다 한번 꺼내에 조립만 하라고 만든 것은 아니다. 어제 적상산을 다녀오면서 혹시나 싶어서 정말 몇 년 만에 망원경 세트를 다시 꺼내어 보았다. 스카이-워처의 막스토프 카세그레인식 5인치급 망원경이다. 


취미에는 여러가지 차원이 있지만, 아마추어 천문처럼 장기간을 놓고 보았을 때 정말 진정한 취미가 되기 어려운 것이 또 있을까? 하늘에 관심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 중에 실제 망원경을 구입하는 사람은 극소수이고, 또 그 중에서 정말 알뜰하게 장비를 짊어지고 하늘을 벗삼아 관측을 나가는 일이 생활화되는 사람도 극소수일 것이다. 그러한 만큼 입문자와 진정한 고수(사설 관측소를 차릴 정도의)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크고, 금방 발길을 돌리고 말 어줍지 않은 초보가 환영받기 어려운 것이 또한 이 분야가 아닌가 한다. 30분 관측을 하기 위해 두 시간 사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적도의 마운트와 가대, 균형추는 너무나 무겁다!

우리나라의 아마추어 천문인 수가 최근에 딱히 늘어났다는 소식도 없고... 

오늘 밤에는 일기가 허락한다면 발코니에서 달이라도 보아야 되겠다. 월령 12일이되는 오늘은 점점 달이 둥글어지고 있을 것이다.

2010년 생산된 스마트폰 3 종



왼쪽부터 옴니아팝(2010-02-24), 갤럭시A(2010-12-02), 그리고 리액션폰(2010-12-21). 스마트폰에 그렇게 크게 의존하는 삶을 살지도 않으면서도 중고 및 가개통폰을 재미로 사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이것 외에도 중고 스카이 미라크 두 대가 내 손을 거쳐갔으나 떨어뜨려서 망가지고 말았다. 옴니아팝은 윈도우모바일 6.5이고 나머지 둘은 진저브레드가 깔려 있다. 옴니아팝과 갤럭시A는 배터리가 동일하고, 또 옴니아팝과 리액션폰은 통합 20핀 충전기를 쓴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최근에는 아내에게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갤럭시팝을 사 주었다. 아내는 소니 엑스페리아 아크를 일년 전부터 써 왔었다. 당시 기계값은 무료였지만, 2년 약정인 것을 까맣게 있고 있었다. 에이징을 통해서 번호를 옮겨 놓은 뒤, 기존 폰의 해지를 알아보니 위약금이 있다는 것이 아닌가? 월 11,000원짜리 기본요금제를 쓰나 위약금을 내고 해지를 하나 내년 6월까지의 약정 기간까지 들어가는 돈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적상산(赤裳山)을 다녀와서

전라북도 무주군에 위치한 적상산. 赤裳山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사면이 절벽이라 단풍이 물들면 여인네의 붉은 치마와 같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적상산이라 하면 양수 발전소가 있고 아마추어 천문인들이 즐겨 찾는 관측지라는 정도 밖에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무주리조트에서 열렸던 학술행사 참석 후 대전으로 돌아오는 길에 중턱의 와인 동굴까지는 차를 몰고 가 본 일이 있었다. 언젠가 가족을 데리고 정상의 적상호, 즉 양수 발전을 위해 퍼 올린 물을 가두는 호수까지 올라가 보리라 작정을 하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 잠깐 시간을 내어 다녀왔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구불구불한 오르막은 매우 가팔랐다. 도로로 지리산(성삼재)을 지나 천은사로 내려갈 때에도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상까지 올라서 호수를 끼고 전망대까지 간 뒤 다시 돌아오는데, 안국사라는 절로 향하는 길이 있다. 적상호가 거의 정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절로 오르는 길 초입에는 적상산 사고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한 다섯군데 중 하나라고 한다. 여기를 지나칠때만 해도 적상산이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 산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런 사전 조사를 하지 못했으니까.

안국사를 가는 길 중턱에 버스를 위한 주차장이 있고 승용차를 위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혹시 걸어다니는 탐방객에게 방해가 될까 조심스럽게 차를 몰고 절까지 가 보았다. 거의 산 꼭대기, 사방이 탁 트인 곳에 아담한 절이 자리하고 있었다. 고려시대 1277년에 월인스님이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절이 앉아 있는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아내가 이야기하였다. 원래 안국사는 이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적상호 건설로 인해 수몰되면서 사고와 더불어서 현재 위치로 옮겨온 것이라 한다. 안국사에 보관된 괘불은 보물 제1269호이다.


절을 잠시 둘러본 뒤 절 주차장에서 차를 타려는데, 길 아래쪽으로 성벽이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적상산성의 성벽이었다. 고려말 최영장군이 천연의 요새인 이곳에 성을 쌓고 창고를 지어 뜻밖의 난리에 대비하도록 조정에 요청하여 지은 것이라 한다.

국토 어느 한 곳에도 조상의 땀과 숨결이 배어있지 않은 곳이 없겠지만, 대전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 이렇게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이번에는 망원경을 들고 한번 와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