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에 두 번 정도 갑자기 허리가 아플 때가 있다. 이는 타고난 척추분리증 때문이다. 대학원생 시절 갑자기 일어나기도 힘들 정도로 허리가 심하게 아파서 병원을 간 뒤에 내가 이러한 선천성 질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증세가 심하면 가끔 한의원 신세를 지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틀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나아진다. 하지방사통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지난 주말, 세면대에서 면도를 하던 중이었는지 이를 닦는 중이었는지 어쨌든 꼿꼿이 서서 뭔가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허리가 삐끗하는 소리와 함께 통증이 밀려오면서 자세가 무너지고 말았다. 세면대를 부여잡고 거의 주저앉을 수준이었다. 허리가 아플 때에는 몸의 형태도 이상해진다. 통증은 늘 허리의 왼쪽 부분에 온다. 아플 때에는 허리도 그쪽으로 휘어진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허, 이거 또 시작이네.
가까스로 몸을 추스리고 천안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정도는 큰 문제가 없으니까. 집에 돌아와서는 등산용 지팡이를 찾았다. 나머지 주말 외출은 지팡이에 의지했고, 일요일 저녁에는 그냥 누워버렸다.
월요일 아침, 지팡이를 짚고 출근을 하였다.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일어나는게 정말 고역이었다. 허리에 힘을 주고 일어서면 통증이 한결 덜하다. 관절이나 척추에 문제가 있지만 주변 근육과 인대를 단련하여 버티는 사람도 있다는데, 아마 힘을 주면 덜 아픈 것이 그런 꼴일 것이다.
오후가 되어 갑자기 통증이 한결 줄어들었다. 요추가 제자리를 찾았나? 지팡이도 필요가 없었고, 이만하면 저녁 달리기를 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퇴근 후 또다시 5km를 달렸다.
달리면서 척추에 충격이 가해지므로 척주 전방 전위증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합리적인 우려를 할 수도 있다. 몇 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요추 CT를 찍었던 것 같다. 요추가 약간 앞으로 밀려났다는 진단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촬영을 해 본 뒤, 현재 상태의 운동을 그대로 유지해도 되는지 상담을 해 봐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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