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7일 월요일

쉽게 쓴 원핵생물(prokaryote)의 종 동정 이야기

가능한 한 쉽게 풀어서 쓰려고 노력해 보겠다. 이러한 글을 블로그에 남기는 것은 다른 사람이 이를 읽어보고 유용하게 활용하라는 뜻보다 나 자신의 공부를 위한 목적이 더 크다.

박테리아의 종(species) 개념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천랩 BIOiPLUG help center의 글을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Bacterial species concept explained

이에 의하면 가장 최신의 phylo-phenetic species concept는 이러하다.

“A monophyletic and genomically coherent cluster of individual organisms that show a high degree of overall similarity in many independent characteristics, and is diagnosable by a discriminative phenotypic property.”

실제 세계에서는 각 스트레인이 다닥다닥 모여서 하나의 종을 구성하는 이상적인 일이 흔하게 벌어지지는 않는다. 각 스트레인 간의 거리를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 이를 위해서 주로 유전체 서열을 이용하는 여러 방법이 존재한다, 상세한 것은 이 글의 뒷부분을 참조하라. 표준 균주, 즉 type strain은 species를 이루는 strain들의 cluster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위치에 존재하게 된다.

DNA-DNA hybridization (DDH)

실제로 DDH 실험을 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일이 없으면서 툭하면 이 실험 기법과 종 구분의 기준 수치(70%)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좀 우습다. 70% DDH라는 표현을 아주 쉽게 하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DNA-DNA relatedness 혹은 percentage reassociation similarity의 수치를 말한다. 이 수치는 1960년대부터 두 미생물이 얼마나 유사한지를 가늠하는 척도로 널리 쓰여왔다(왜? 미생물의 형태적 특징은 우리가 늘 접하는 동물이나 식물처럼 변별력이 높지 않으므로...). 그러다가 이것이 종을 구분하는 척도로 쓰이게 된 것은 Report of the Ad Hoc Committee on Reconciliation of Approaches to Bacterial Systematics라는 1987년도 논문(링크)에서 어떤 기준점을 공식적으로 제안하면서 부터이다.
DNA-DNA relatedness가 70%와 같거나 그보다 크면 두 박테리아는 같은 종이다.  비교 균주가 공인된 특정 종의 type strain이라면, 내 샘플이 그 종에 해당한다고 판정할 수 있다. 그러나 70%보다 작으면 서로 다른 종이다.
"with 5°C or less ΔTm of reassociated DNA strands"라는 조항도 있었지만 앞의 기준만이 보편적으로 사용된다. 잘 기억해 두자. DDH value ≥ 70%이면 동일 종, DDH value < 70%이면 다른 종이다.

16S rRNA gene sequence의 이용

DDH 실험은 숙달되기가 매우 어려워서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랩이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나 하기 쉬운 PCR을 이용하여 16S rRNA gene의 일부를 PCR로 증폭한 뒤 이를 Sanger sequencing으로 읽어서 sequence similarity(%)를 산출, 이를 두 균주의 유사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사용하는 방법이 급속하게 대중화되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DNA 서열을 비교할 때 similarity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ATGC 오직 4개의 염기로만 구성된 DNA의 서열 정렬에서는 같으면 같은 것이고 다르면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에서 두 서열을 가지고 계산하여 나오는 수치는 sequence identity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아미노산처럼 생화학적 특성이 유사한 것끼리 그룹을 지을 수 있는 거대분자의 서열을 정렬할 때에나 identity와 similarity가 각각 다르게 나올 것이고,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70% DDH에 해당하는 기준이 16S rRNA gene 서열의 similarity에도 존재할까? 1994년 Stackebrandt 등은 Taxonomic Note: A Place for DNA-DNA Reassociation and 16S rRNA Sequence Analysis in the Present Species Definition in Bacteriology라는 논문(링크)에서 16S rRNA gene sequence similarity < 97% 이면 두 균주는 서로 다른 종이고, 이 값이 ≥ 97%이면 정확한 구분이 어려우니 DDH 실험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16S rRNA similaity가 97%보다 작으면 두 박테리아는 다른 종이다. 97%보다 같거나 크면 같은 종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많은 미생물학자들은 새로운 종을 발견하기를 원한다. 따라서 자연계에서 어떤 세균을 분리하여 16S rRNA gene 서열을 읽은 다음, type strain의 그것과 비교하여 similarity가 97%보다 적으면 새로운 종이 발견될 희망을 안고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이보다 높으면 제껴둔다고 하였다. 즉, 75% DDH와는 입장이 조금 다른 기준치인 것이다. 

최근에는 97%라는 기준치를 98.7-99%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관련 기사(Stackebrandt and Ebers 2006, Microbiology Today 33:152-155)를 찾아보니 2006년에 발표된 것이라서 최근은 아니었다. 쉽게 말하자면 예전에는 16S rRNA gene sequence가 98% 같았다면 비교 균주와 동일 종인지의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DDH 실험이 필수적이었지만, 이제는 동일 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고스런 DDH 실험을 덜 하고도 novel species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음을 뜻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된 것은 - 모든 데이터셋에 대하여 분석을 한 것은 아니지만 - 98.7% gene sequence similarity 문턱값에 미치지 못하는 데이터 쌍의 경우 DNA reassociation value는 항상 70% 미만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프라이머를 사용하여 16S rRNA의 어느 영역을 증폭하는지에 대해서는 BIOiPLUG help center의 도움말을 참고하자.

16S rRNA and 16S rRNA gene

Genomics 시대에 걸맞는 종 동정 방법

NGS가 보편화된 요즘, genome sequencing은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되었다. 따라서 type strain과 내 샘플의 유전체 서열을 서로 비교하여 어떤 수치를 내놓으면, 이것을 70% DDH처럼 기준치와 비교하여 같은 종인지의 여부를 판별할 수 있지 않겠는가?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수치는 바로 ANI(average nucleotide identity)이다. 이를 산출할 때 유전체 서열을 절단하여 그대로 쓰는 방법, 혹은 상동 유전자를 추출하여 사용하는 방법 등 실제 계산 프로그램은 몇 가지가 존재한다. BIOiPLUG help center에서는 OrthoANI를 사용한다. 전체적인 절차는 다음의 튜토리얼을 참고하자.


이 튜토리얼에서는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1. 16S rRNA gene sequence를 이용하여 "Identify"를 실행한다. 
  2. 98.7% 이상으로 나타난 것의 type strain으로부터 genome sequence를 얻는다.
  3. OrthoANI를 계산하여 95~96% cutoff를 넘으면 해당되는 종으로 동정한다.

구글 검색창에 ANI calculator를 넣으면 다양한 계산 도구가 나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JSpecies를 주로 쓰다가 요즘은 많은 다루면서 heatmap까지도 그려주는 pyani를 애용하고 있다. 천랩의 OrthoANI는 유전체 서열을 일정 길이로 잘라서 reciprocal blastn을 먼저 수행하여 orthologous pair를 결정한 다음, 이것들에 대한 ANI를 계산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2015년에 발표된 논문 Microbial species delineation using whole genome sequences(링크)에서는 protein-coding gene을 염기서열 수준에서 비교하여 얻은 genome-wide Average Nucleotide Identity(gANI)와 aligned fraction(AF)을 같이 사용하는 방법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 방법은 MiSI(Microbial Species Identifier)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서  Integrated Microbial Genomes(IMG)에 구현되어서 쓰이고 있다(링크).

유전체 서열을 이용하여 디지털화한 DDH 값을 계산하는 도구도 있다. 이는 GGDC(Genome-to-Genome Distance Calculator)라는 것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두 유전체 서열(accession number를 넣어도 됨)에 대하여 DDH 값과 신뢰구간을 예측하여 준다.

또 다른 방법, specI

앞에서 소개한 방법들은 전부 두 개의 strain에서 유래한 서열(16S rRNA gene or genome)을 주었을 때 이들이 동일 종인가 아닌가를 판별해 주는 것이다. 즉, species demarcation tool인 것이다. 내 샘플에 어떤 종의 명칭을 붙일 수 있는가의 문제는 비교 대상이 되는 균주가 type strain인가 아닌가에 달려있다. 

이와 달리 specI(웹서비스 링크, Nature Methods 2013년도 논문)는 1:1로 비교할 균주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단지 내 미생물의 유전체 서열에서 예측한 유전자 정보(cds 및 아미노산 서열 파일이 각각 있어야 함)를 입력하여 40개의 single copy, universal phylogenetic marker gene에 대한 identity를 계산하여 어느 유전체와 가장 가까운지를 표시해 준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만족스럽지만 2013년에 3,496개의 유전체 서열(이 중에서 type strain은 836개)을 가지고서 개발된 것이라 업데이트가 시급하지만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다. 

specI에서 사용하는 40개 마커 유전자의 목록은 Supplementary Table 3(링크)에 나와 있다. 대부분 ribosomal protein으로서, phyloSift의 마커 유전자(링크)와도 상당히 겹친다. specI의 universal marker gene 목록 작성에 참고가 된 논문은 Toward automatic reconstruction of a highly resolved tree of life(Science 2006, 링크)이다. Phylogenetic marker gene과 minimal gene set은 약간 다른 개념이니 혼동해서는 안된다.

2017년 11월 26일 일요일

카시오 G-SHOCK DW5600E 설정 중 잊어버리기 쉬운 것

전자식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포츠·아웃도어용 손목시계로서 현실적인 가격대를 갖춘 것의 대명사는 아마 카시오 G-SHOCK이 아닐까 싶다. 그 중에서도 '빅페이스'라고 불리는 모델은 전통적인 둥근 케이스에 시계바늘이라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추고 있어서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 나도 지난 여름 방수가 잘 되는 카시오의 시계를 알아보던 중에 바늘로 시간을 가리키는 빅페이스에 잠시 관심을 가진 일이 있었다. 그러나 시인성이 좋지 않고 표시되는 정보가 너무 작은데다가 케이스가 너무 커서 포기하였다. 이제는 노안이라서 잔 글씨를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G-SHOCK의 클래시컬 모델인 DW-5600E이었다.


설정 및 기능용 버튼은 총 4개이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수이다. 사실 손목시계와 같은 작은 기기에서 화면을 통한 터치 입력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결국 하드웨어 버튼을 통해서 착용자의 지시를 전달할 수밖에 없다. 버튼을 4개보다 더 많이 장착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은 아닐지라도 방수기능과 내구성 등의 면에서 불리해질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제한된 버튼을 이용하여 기기를 쉽게 제어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타이맥스 시계 중에서는 전면부쪽에 START/SPLIT 버튼을 따로 두어서 총 5개나 되는 버튼을 장착한 것도 있다. 달리기를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중에 조작을 하려면 어쩔 도리가 없다.

이 시계를 가끔 쓰면서 시각 표시를 24시 모드로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자주 차지를 않으니 종종 그 방법을 잊어버리고는 한다. 이렇게 블로그에 기록을 하는 이유도 잊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방법은 간단하다. A(Adjust) 버튼을 눌러서 숫자가 반짝거리는 동안 D(Light) 버튼을 누르면 된다. 반짝거리는 숫자가 시, 분, 초 중에서 어느 것인지는 관계가 없다. 그러면 시 표시 바로 위에 24H라는 표시가 나타난다.

전자시계가 좋은 점은 언제든지 타이머와 스톱워치를 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두 기능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르다. 타이머는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알람을 울리는 것이고, 스톱워치는 0에서 시작하여 경과한 시간을 나타내는 것이다. C(Mode) 버튼을 눌러서 모든 숫자가 0으로 표시된 상태라면 B(Start/Stop) 버튼을 눌러서 바로 시간을 측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 상태가 타이머 모드(TR로 표시)인지 혹은 스톱워치 모드(ST로 표시)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타이머 모드에서 Start를 누르면 24시간부터 거꾸로 시간이 감소하기 시작한다. 디스플레이가 전부 0으로 된 상태라서 당연히 카운트 업 스톱워치일 것으로 생각하고 시간을 재려다가 낭패를 경험한 적이 많았다. 그래서 아예 타이머 모드에 5분을 입력해 두었다. 이제부터는 타이머 모드에서는 0:05'00이 표시되므로 스톱워치 모드(기본 표시는 00"00'00)와 혼동할 염려가 없다.

카시오 전자손목시계의 모듈은 뒷면에 4자리 숫자로 새겨져 있다. 이 시계는 3229 모듈을 사용한다. 카시오 매뉴얼 다운로드 사이트(링크)에 가서 적절한 언어를 선택한 뒤 3229를 넣으면 PDF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글 매뉴얼은 없어서 영문 매뉴얼을 받아야 한다.



2017년 11월 24일 금요일

URL shortener

주말 공연 정보를 찾다가 대전지역에서 열리는 공연 예매를 대행해주는 아르스노바 웹사이트를 오랜만에 방문하였다. 이번 일요일, 그러니까 11월 26일에는 KAIST 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는데 무료 공연이지만 이 사이트를 통해서 예약을 해야 된다. 예약을 위한 웹사이트의 주소가 bit.ly로 시작하는 짧은 주소로 표현된 것을 발견하였다.

http://bit.ly/2zWZ0V0 (http://www.arsnova.co.kr/perform/?idx=10000004587)

이와 같이 긴 웹주소를 줄여서 짧게 표현하는 것을 URL shortener라고 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구글 블로거와 구글 플러스 등의 서비스를 처음 이용하면서 goo.gl(Google URL Shortner)로 시작하는 짧은 웹주소를 만든 적이 있었다. 분명히 이에 대한 글을 블로그에 남겼을 터인데... 검색창에 goo.gl을 넣어서 찾아보았다. 무려 5년 전에 쓴 글이 여기에 있다. 단축 주소를 내가 직접 쓸 일은 거의 없으니 만들어 놓고도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었다. gplus.to라는 단축 URL 서비스는 현재 작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면 나도 bit.ly를 이용해 보자. goo.gl은 긴 주소를 하나 넣어서 단축 주소를 얻어내는 방식이지만 bit.ly는 회원으로 가입하여 여러 주소를 관리할 수 있게 하였다. http://bit.ly/2jUqaYJ가 나의 구글 플러스로 연결되는 주소이다. 이렇게 만든 짧은 주소를 BitLink라 부르고, 지역과 국가에 따른 접속 통계도 만들어 준다. 생각보다 제법 쓸모가 많은 서비스이다.

웹사이트 주소는 bit.ly이지만 회사 이름은 Bitly이다. 이 회사는 일반 회원을 대상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하는 것일까? 구글처럼 광고를 이용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다. 이 서비스가 생겨난지는 꽤 되었지만 갑자기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진다.

2017년 11월 20일 월요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불편한 이유

나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MBC 에브리원의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싫어하는 TV 프로그램의 요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과연 대본이 없을까?

요즘 너무나 많은 프로그램이 비슷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생활 주변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출연진은 마치 대본이 없는 일상 생활을 하듯이 촬영을 한다. 편집된 화면을 현장에 없었던 다른 여러명의 진행자가 보면서 양념을 더한다. 뉴스 독자들이 이제는 해설 기사에 더 관심을 갖듯이, 이러한 진행자는 마치 촬영된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더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대부분의 출연자는 연예인과 그 가족이다. 사전 기획인지 PPL인지 알 수 없는 소재와 장소, 이벤트가 넘쳐난다. 만들어진 리얼리티 속에서 어디부터가 진실인지를 알 도리가 없다. <어서와...>의 출연자는 일반인을 표방하고 있지만 정말 제작진의 사전 개입은 없을까? 재미를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인 편집은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외국인에게 어떻게 보이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만큼 외국에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하다.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수준을 이룬 나라가 되면서, 한국을 더 알리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유럽에 수출된 고급 문화인 중국의 도자기가 그러했고 인상파 사조의 시작에 자극을 주었던 일본의 그림이 그러했듯이 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한류'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인정을 해야 되겠지만.

진정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출연자의 나라에 이 프로그램을 수출해서 방송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그 식당을 평가했다고 하자. 이것을 식당 주인들만 공유하면서 즐기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아직 이 식당을 찾지 않은 사람들에게 식당 평이 널리 전달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외국인들이 낯선 한국을 처음 찾아서 '한국이 이렇게 역사가 유구한 나라였어?' '한국 음식이 이렇게 맛있었어?' '한국에 이렇게 볼 거리가 많았어?'하며 놀라는 것을 우리가 보고 얕은 만족감 또는 우월감을 느끼며 자부심을 소비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이 프로가 영 불편하다. 아마 출연자들의 항공료나 체제비는 제작사 측에서 부담할 것이 당연한데, 그러한 여행에서 어떻게 여행자가 불편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물론 자비로 한국을 올 가능성도 없겠지만 말이다.

오락 프로램이라면 다큐멘터리 흉내를 내지 말고, 다큐멘터리라면 좋은 그림, 재미있는 장면을 위해 제작자가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해야 한다.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불필요한 자막은 줄이고 - 자막이 유용할 때가 있는 것은 인정한다. 청각 장애인이나 소리를 크게 내기 어려운 공공장소에서 TV를 재생할 때에는 도움이 된다 - 시청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지를 없애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리고 경제 수준이나 피부 색깔을 가지고 알게 모르게 외국인들을 줄세우는 일이 있어서도 안된다.

이쯤에서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의 기고를 소개한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국뽕'이라도 괜찮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식 중계에서는 입장하는 국가의 국민소득을 소개하는 어리석은 일이 없었으면 한다.

새 도메인 구입(.xyz)

개인 용도로 사용하고자 .xyz로 끝나는 새로운 도메인을 등록하였다. 무척 생소한 도메인이지만 gTLD(generic top-level domain)로서 처음 도입된 것은 2014년이다. xyz는 알파벳을 이루는 마지막 문자이니 그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특히 구글의 지주회사인 Alphabet Inc.가 abc.xyz를 웹사이트로 등록하면서 더욱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6년 6월 현재 .xyz는 .com, .net, .org에 이어서 네 번째로 등록이 많이 된 gTDL라고 한다.

그래서 내가 등록한 도메인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여기에 공개할 생각은 없다. 특히 도메인 등록 기관에서 약간의 서비스 요금을 더 내면 ICANN에 등록자 정보를 보내지 않게 만들어 주니 그것도 더욱 흥미롭다. 반사회적인 운동이나 음흉한 비즈니스를 도모하는 사이트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 이를 당장 여기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이랴. 관리하는 도메인과 웹사이트의 갯수가 늘면서 유지 비용도 그에 따라서 약간씩 늘어나는 것은 감수해야 되겠지만. 앞으로 일년 정도 운영해 본 뒤 과감하게 통폐합을 하는 것도 고려해 보자.

웹사이트를 구성하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으로는 드루팔을 사용해 보기로 하였다. 도메인 등록 대행 기관에서 호스팅 서비스도 제공을 하는데, 자동 설치 기능이 있어서 별로 어렵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가장 인기가 있다는 워드프레스를 써 보려고 했는데 작동이 너무 느려서 두어번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결국 드루팔로 최종 결정하였다.

드루팔은 다른 사람이 만든 사이트를 조금 사용해 본 일은 있지만 관리자 입장에서는 처음이다. Drupal 8 documentation을 보면서 개념을 잡아나가 보련다. 테마는 드루팔 7부터 기본 제공되는 Bartik theme이다. 아래 그림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맨 위의 로고와 제목/표어가 있는 곳은 header, 중간은 사이드바(주황색)와 기본 내용, 맨 아래는 footer이다. 기본적인 각 region(구역)의 색깔은 주소/admin/appearance/settings/bartik에서 설정을 고치면 된다.


구역의 개념은 간단하지만 그 내부에 조성되는 블록은 한층 복잡하다. 다음 그림을 보라! 주소/admin/structure/block/demo/bartik을 선택하면 보이는 block layout의 설명 그림이다. 이 그림과 위 그림의 내부가 각각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아보려면 이것저것 매만지면서 시행착오로 알아보는 수밖에는 없겠다.


<탭>에 해당하는 것은 Primary menu였다. 여기에는 internal path(예: /node/add)나 external URL을 연결할 수 있다. 특정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글 묶음을 연결할 수는 없을까? 블로그처럼 시간 순서대로 단순하게 글을 써 나가는 용도로는 현 상태로도 불편함이 없는데, 이를 메뉴와 연결하는 방법을 아직 잘 모르겠다.

찾기는 기본적으로 3글자 이상만 가능하다. 두 글자로 이루어진 한글 낱말 검색을 위해서 2글자로 설정을 바꾸어 보았다. 인덱싱 작업에 약간의 부담을 줄 가능성도 있겠다. 

에혀~ 내가 왜 이걸 시작했을까.



새 만년필 구입(파커 IM 프리미엄 배큐매틱 핑크)

지난 10월 말, 주력으로 사용하던 워터맨 필레아(Waterman Phileas Green Marble) 만년필을 깨끗이 세척하여 잠시 서랍에 넣은 다음 파커 벡터 스탠다드(Parker Vector Standard) 만년필을 꺼내들었다. 예전에 쓰다가 남은 파커 잉크 카트리지를 다 써버리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약 한 달 가까이가 지난 지금, 역시 적응에 실패하였다. 파커 벡터 스테인레스 스틸 제품과 레진 몸체의 스탠다드를 전부 써 보았지만 약간 가늘고 굴곡이 없이 완벽한 원기둥 모양의 몸체는 내 손에서 도저히 익숙하게 잡히지를 않는다. 짧게 쥐면 자꾸 미끄러지면서 헛도는 느낌이고, 길게 쥐어서 레진 바디쪽을 잡으면 너무 어색하고...  파커의 최저가 라인인 Jotter의 만년필도 이보다는 나았었다.

벡터보다는 상급의 만년필을 써 보기로 하였다. 카트리지를 소모하기 위해 만년필을 사는 꼴이라니! 집에서 멀지 않은 삼화문구몰의 만년필 매장을 방문하였다. 평소에 눈여겨 보았던 파커 어반은 가격대가 생각보다 높았고 꽤 묵직하였으며, 쥐는 느낌이 좋고 적당이 가벼워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소네트는 그보다 더욱 비쌌다.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IM Premium Vacumatic Pink(링크) 만년필이었다. CT(chrome trims), 즉 크롬으로 마무리를 한 제품이다. 단종이 되었는지 이 제품의 링크는 파커 공식 홈페이지에서 찾아내기는 어렵다. 닙 규격은 F(fine). 사진을 찍어 보았는데 분홍색을 원래대로 재현하기 위해 포토스케이프에서 약간의 후보정을 하였다. 실제에 거의 가까운 색상이 표현되었다.



이 만년필은 선물로 받은 워터맨 필레아를 제외하면(새 것은 아니었음) 내가 직접 구입한 것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다. 외양도 예쁘고 무게 밸런스도 매우 좋으며, 글씨가 써지는 느낌 또한 좋다. 앞으로는 5만원 미만의 만년필은 사지 말아야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최저가 라인은 래커칠이 벗겨지거나, 배럴이 부러지거자, 필기감이 좋지 않은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다만 내가 이번에 구입한 파커 IM은 손에 쥐는 부분이 금속이라서 약간 미끄러운 것이 아직은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타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처리된 것이 더 좋았다.

출처: https://global.rakuten.com/en/store/hunnyhunt/item/waterman-phileas-green/

기회가 된다면 파커 소네트 혹은 펠리칸 M200(속칭 '고시용' 만년필)을 언젠가는 써 보고 싶다. 늘 휴대하는 필통 속에는 파커 IM, 그리고 사무실 회의용 테이블 위에는 펠리칸 트위스트가 자리를 잡았다.



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독서 기록 - 별맛일기,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과식의 심리학,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 별맛일기: 심흥아 만화
  • 우리 사우나는 JTBC 안봐요: 박생강
  • 과식의 심리학: 키마 카길 지음 강경아 옮김
  •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폴 김·함돈균 대담집

감성이 너무 메마르는 느낌이 들 때에는 소설을 읽는다. 나는 여간해서는 문학 서적을 읽지 않는다. 천천히 음미하면서 꼼꼼하게 보아야 하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인내심을 키운다. <별맛일기>는 연필로 공들여 그린 장편 만화로서 요리를 좋아하는 초등학생이 일기의 형식으로 자기의 주변 이야기를 요리와 관련하여 그린 것이다. 미혼모, 동성애, 다문화 가정 등 무거운 주제를 담백하게 담았다. <우리 사우나는...>은 박생강(본명 박진규)가 실제로 회원제 피트니스 클럽의 사우나에서 매니저로 일하면서 접했던 자칭 상위 1%의 부조리한 모습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나머지 두 책은 본문 요약 위주로 좀 더 상세하게 독서 기록을 남기고자 한다.

과식의 심리학_현대인은 왜 과식과 씨름하는가


과식(혹은 폭식장애)은 먹는 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에게 국한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소비주의, 즉 상품 소비의 끊임없는 증가를 건강한 경제의 토대로 옹호하는 원칙, 또는 소비자 상품을 사들이는 것을 지나치가 강조하거나 그런 일에 몰두하는 것에도 큰 책임이 있다. 과거에는 사치품으로 여기던 것을 이제 필수품으로 여기게 되면서 무엇이 자연적인 욕구인지, 혹은 만들어진 욕구인지를 구별하기가 어렵게 되었다. 실제로 상품을 소비해도 상상적 욕망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 요즘 유튜브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이른바 언박싱(unboxing) 영상 - 새로 구입한 물품의 포장을 뜯으면서 내용물을 보여주는 영상 - 은 이러한 상상적 쾌락주의의 퇴행적 판타지를 보여준다. 소비주의의 여러 개념들을 살펴보자.
  1. 도덕 원칙으로서 소비주의: 선진국에서 소비자의 상품 선택과 구매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 그리고 힘을 얻는 수단으로 인식된다.
  2. 정치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국민을 지나치게 보호하려는 성향의 보모국가와 반대로 현대 국가는 초국적 기업을 비호하며, 현대 국가에 팽배한 소비주의 이데올로기는 소비자가 화려하고 멋진 상품을 선택하고 구매할 자유를 찬양한다.
  3. 경제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공산주의의 엄격한 금욕주의와 반대로 소비주의가 자유무역의 동인으로 찬양되며 새로운 소비자를 키우는 일이 경제 발전의 열쇠로 여겨진다.
  4.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 사회 이데올로기로서 소비주의는 계급을 구분하는 기준을 만들기 때문에 물질적 상품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의 지위와 위신에 영향을 미친다.
  5. 사회 운동으로서의 소비주의: 소비자의 권리를 증진하고 보호하기 위해 종종 규제를 통해 가치와 품질을 보호하는 운동 형태로 나타난다.
문화에 퍼지는 질병을 개인의 병으로 좁혀서 생각할 것이 아니라(즉 그들만의 잘못으로서  알아서 책임져야 할 일) 잘못된 문화에서 비롯된 최종 결과물로 보아야 한다. 철학자 수전 보르도는 이렇게 썼다고 한다.
나는 한 문화 안에서 발달한 정신병리를 변칙이나 일탈과는 거리가 먼, 그 문화의 전형적 표현으로, 사실상 그 문화에서 잘못된 많은 것의 결정화로 본다. 따라서 문화 관련 증후군을 문화의 자가진단과 성찰의 열쇠로 삼아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소비의 깔때기'는 소비주의가 어떻게 개인을 압박하는지를 다음의 순서로 표현하였다.

  1. 상품 소비의 끊임없는 증가를 건강한 경제의 토대로 옹호하는 원칙
  2. 소비자 상품 구매의 지나친 강조나 몰두
  3. 상품이나 서비스, 물질, 에너지 구매와 사용
  4. 소모적 지출(시간, 돈, 등)
  5. 고갈(특히 상품이나 자원) 또는 소모
  6. 상품이나 서비스의 구매와 사용(즉 소비자 되기)
  7. 먹거나 마시기, 소화시키기
  8. 지나친 소비(또는 먹기)로 자신을 파멸하기
비만을 고치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은 섭취하는 열량이 남아돌지 않도록 이를 소비하는 것이다. 적게 먹든지, 많이 운동하든지, 둘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지나친 음식 소비에 의해 생긴 문제를 다른 소비(다이어트 산업의 소비자로서)로 해결하는 것에 더욱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음식을 잠재적인 중독성 물질로 연구하는 학자도 늘고 있다고 한다. 마약 중독에서 흔히 나타나듯이 무엇인가를 얻기를 갈망하지만 막상 욕망하는 물질을 얻고 난 뒤에는 기대했던 그만큼 그것을 좋아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즉 우리가 기대했던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달리 말해서 '욕망은 만족을 욕망하지 않고 반대로 욕망은 욕망을 욕망한다'.

정신 질환의 경계가 낮아지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약물을 처방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는 많은 제약 산업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미국정신의학회가 발간하는 DSM(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tal Disorders 한국어판)의 많은 진단이 그러하다. 흔히 드는 사례로 주의력결핍및과잉행동장애(ADHD), 사회불안장애, 우울증이 있다. 진정한 폭식장애와 가끔 게걸스럽게 좋아하는 사람을 어떻게 구별한단 말인가? 사실 폭식과 과식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다. 가벼운 폭식은 이른바 lifestyle drug로 치료하기에 가장 최적의 조건이다. 이러한 약은 소비자에게 직접 광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DSM이 정신질환의 문턱을 낮추고 새로운 병의 '보급'과 상업화에 기여한 폐해에 대해서는 익히 많이 들었다.

폭식장애는 과소비라는 문화적인 병인에 의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개인과 뇌를 집단에서 개인화·분리시켜서 이를 진단과 치료의 단위로 만들고 말았다. 과체중·폭식의 치료를 위해 거대 제약 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는 더 많아진다. 과식을 개인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이른바 하향 해결책은 기업에 새로운 이윤을 만들어 줄뿐이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경제의 성장(팽창)을 동력으로 움직인다. 지갑을 열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사들이고 먹는 것이 미덕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초고속 진입을 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양적인 팽창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경제 파라다임을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소비주의 문화에 의해 생겨난 폭식장애는 줄어들 것이다.

교육의 미래, 티칭이 아니라 코칭이다


사회참여를 늘 고민하고 행동하는 문학평론가 함돈균이 스탠포드대 교육대학원 부원장이자 최고기술경영자인 폴 김과 만나서 대담한 내용을 엮은 책이다. 폴 김은 JTBC의 <차이나는 클라스>에도 출연하여 강연을 한 적이 있다(뉴스). 한국에서 초중고 12년을 겪으면서 강압적이고 비인권적인 교육을 경험했던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새로운 교수법을 개발하여 전파하고 있다. 

"좋은 교사는 가르치지 않는다"

스스로 질문을 하게 만들고 최신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전세계인들, 특히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한국의 교육은 '두려움'을 그 원동력으로 삼는다. 동료와의 협력이나 리더십은 중요하지 않다(리더십은 오로지 대학입시용 자기소개서에 쓰기 위한 입증되지 않은 공허한 기록으로만 존재할 뿐). 세계 시민으로서의 참여의식과 책임감을 배양할 기회는 전혀 없고, 오직 개인의 노력을 통해서 개별적인 생존을 위한 점수따기용 수동적·주입식 교육에 몰두한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는 자율적 능력의 구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을 '모난 돌' 취급하며 경원시하는 사회, 질문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혁신과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대학은 지적 엘리트 집단 전체의 잠재력이 현저히 떨어짐은 물론이고 학문-교육과 삶을 잘 연계하지도 못하며, 그저 제도를 잘 이용하여 어떤 상황만 모면하면 된다는 타성에 젖어있다.
  • 한국 대학: 이 과목 들으면 삼성(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나요?
  • 미국 대학: 제가 삼성같은 기업을 만들려고 하는데 이렇게 하면 될까요?
그러나 그 어떤 묘수를 개발한다 하여도 현지 사정에 맞는 이른바 맥락화(contextualization)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당장 하루 한 끼를 먹는데에도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에게 글을 읽는 것이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여 신데렐라와 같은 동화책을 보내거나, 당장 불쌍하다고 돈을 주거나 한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교육은 exposure, engage, experiment, empowerment 즉 4E를 통해서 구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사회 디자인을 위한 실험실이 될 수 있다.

모바일 기기를 몇 명에 하나씩 나누어 주었을 때 가장 효과적인 학습이 되었는가를 알아본 실험에서는 세 명당 기기 하나인 그룹에서 문제 해결 속도가 가장 빨랐으며 그 다음은 일곱 명당 하나,그 다음은 한 명당 하나였다고 한다. 이는 브레인스토밍 등에서 가장 적합한 그룹의 크기를 결정할 때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대학을 어떻게 평가하는 것이 옳은가? 미래의 대학은 세계적인 영향력(global impact)가 관건이 될 것이다. 세계적 영향력이란 사회적 파급력, 사회적 효율성, 사회 발달에 대한 기여도 같은 것이다. 단지 SCI 논문을 일정 수준 발표하고, 영어 강의를 제공하고, 외국인 학생이 많다고 해서 세계적 영향을 갖추는 것은 아니란 뜻이다.

여기서 폴 김의 말을 인용해 보자.
항상 우리는 '길거리에 떨어져 있는 깨진 거울'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교육자, 코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스스로 완전한 원형의 예쁜 거울이 아니라, 불완전하고 남에게 상처가 될 수 있고 남을 베이게 할 수 있는 깨진 거울일 뿐이지만, 이런 거울도 빛을 반사시키는 귀한 능력이 있다고 믿어야 해요.